‘신영음’에서 김민기의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편지’를 들으며 창을 엽니다
주말에 잘 모르는 경주에서
집안 결혼식 있어 다녀왔답니다.
계획을 세울 때 KTX가 경주까지 직행이라는
소식을 듣고가을… 경주에다 ‘처음’까지 붙어
출발은 기차로쉽게 정합니다
신경주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보문단지
현대호텔까지는 꽤 거리가 있던데요
낙엽 터널 길은 은행나무 노란색이었다
초록이었다가
때로는’섞어 터널'(초록 노랑 빨강)이었다가…
창으로 보이는 시내 풍광만으로 고도 경주는
참 잘 구획된 깔끔한 도시였습니다
도로변에 억새는 또 왜그리 자주 보이는지요
유난히 고운 가을 낙엽의 진수를 보게됩니다
먼 산에까지 땀흘리며 올라가지않아도…^^
결혼식 시간까지 여유가 많아 오랜만에 만난 친정쪽 가족들과
그간의 세월을 좁히는 얘기들을 띄엄띄엄 나눕니다
손전화 ‘저장’같은 거 못하고 ‘말루 해’ 하던 사촌언니( 80세 )
왕년에 ‘여포창날’이란 별명을 날리던 총기는 아직 남아있어
흘러간 얘기들을 전설처럼 전해듣습니다
저의 탄생비화까지 생생히…
… ….
몸을 움직여야 아기가 빨리태어난다는 어르신들의 말을그대로 믿은 순진한 엄마는
집안 우물을 붙잡고 천천히 돌면서 ‘아직하늘이노랗치않은 데…’
얼마나 더 아파야 되냐… 했다는 얘기도 어제 일 같다며…
(산기가 있자 집안 어르신들이 ‘하늘이 샛노래야 아가가 나온다’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니가 벌써…’소리, 여러 번 듣게됩니다 )
이런 저런 얘기하다 뒷 배경이 그림같아서요
연보라 머릿결이 고와 염색했냐니까 미국엔 그런 샴푸가 있다네요
그냥 백발보다어두운 검정보다 예쁘던걸요
-간도 크게 인물사진을 남긴 사연 되겠습니다
문신의 조각상이 보이는 1층 로비를따라 내려간 지하에서
또 한 쌍의 커플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전 왜 결혼식장에 흐르는 연주만 들으면 맘이 착잡해지는 지
신랑 볼 때는 그 자리에 제 아들을 넣어보고
양가 어머님 촛불 밝힐 때는 ‘언젠간 저 자리에 나도…’ 했습니다만
그 언제가 언제일 지 저는 잘 모르겠는겁니다
딸아이 결혼식 할 때가 벌써 10년도 넘었으니…
주례선생님이 낯익은 분이라 모든 의식이 낯설지가않았습니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얻어낸 정보로
시티투어1,2,3,4,코스 중양동마을이 속해있는 4코스를 신청 했는데
신청자가 없어 불가능하고 다른 건 모두 마감이 되어
그냥 둘이서’발길닿는대로’ 다니기로 했습니다
젤 먼저 보수중인 분황사로
아늬,
石燈곁에
밤 물소리
석등보면 ‘누이’ 랑 같이 떠오르는 시인이랑
저의 긴 그림자를 보니브로켄 현상을 설명하던이진명 시인도 생각나구요
부러 청하지도 않았는데 관광해설사 한 분이 심심해서인지(?)
저희에게 다가와서 제대로 된 해설을 옴팡지게 듣게됩니다
이 우물에 깃든 설화도 꽤 길었습니다
원형 둘레에다안은 사각,팔각바닥도 많은 걸 의미한다 했는데…
두레박 사용하는 한 군데는깎았다며 조상의 지혜에 관한 설명도장황했는데
옮길 정도로 제가 총기 있질 못해 죄송해요- 혹 아시는 분 계시면 부탁해요~~~
碑는 날아가고…고색창연합니다
분황사 탑은 보수중이지만 가을 주말이라 곳곳에 관광객이 넘쳐납니다
다음 코스는 불국사
대웅전 앞
불타는 것 같은 단풍을 배경으로 한 다보탑 석가탑은
어린 시절 수학여행을 같이 같던 엄마 생각이 제일많이 났습니다.
해 지는 시간조금 조용해져서 호젓한 길을 찾아 걸을 수도 있었지만
산에 올라가지도 않고 시내에 위치한 불국사 경내의 단풍도
가슴에 파도소리 날 정도로 고왔습니다
어느듯 해는 늬엇늬엇 불국사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만나고
다음 코스는 밤 관광으로 인기가 많다는 안압지로 향했습니다
첨엔 하필 왜 밤일까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이유를 알았습니다
제 기억의자그마한 곳이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큰 인공호수로 탈바꿈하였던데요
난간에서 좀 자세히 보려고 하는 데 뒤에서 "서울대~~" 하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단체학생들을 인솔한 선생님의 뒤로 한 소대의 학생들이 밀려오고 있었어요
‘서울대 갈 학생들인데…’ 준말인 듯 해서
밀려나오면서도불쾌하진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휠씬 많은 인파로 붐벼서 일부러라면 주말은 피해야겠다 싶던걸요
장예모 감독의 인상서호(印象西湖)같은 문화상품 개발은 할 수 없을까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안압지였어요
그리 멀지않은 곳에 첨성대도밤 관광상품이란 걸알게되아걸어서 다녀왔습니다
이 곳 역시 단체 이벤트 행사가 많았습니다.
안압지랑 첨성대는 솔직히 말하면 덤으로 보게된 겁니다
석굴암만 볼 욕심이면밤 늦게라도 서울가면 차편이 있긴 했지만
우리가 1박을 결심한 이유는 토함산 일출 때문이었거든요
근데 요즘 안개 때문에 토함산 일출은 힘들거라는 말을
택시 기사 아저씨나 불국사 입장권 받는 분에게도
‘힘들낀데예에~~~’해서 불안하였지만
이왕 공식 휴가는 받은 거라 그냥 올라가긴 억울해서
안개속에서도 해는 뜨겠지…로 맘을 굳히고
1박을 결심하게됩니다
dolce
08/11/2010 at 07:01
모르는 (알지만 눈으로 보지 못했다는 뜻) 여인이 아름다워요.
참나무 님의 주제곡이네요.
너무 오랫동안 알아왔던 것 같은 친밀함이지만 그래도 모르는 여인….
김민기 노래 오랜만에 듣네요.
건강하시지요 아름다운님
dolce
08/11/2010 at 07:07
경주에 중학교때 그거 뭐라고 하지요? 하여튼 그런 여행갔다왔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대학 졸업여행….
뭣도 모르고 한 여인에게 동반여행을 신청했다가
다시는 만나지 못했던 ……
급히 와서 예약이 안되어서 미국서 나에게 골프신청해서
일 다 제끼고 예약해서 같이 시간보냈던 친구에게
골프 신청했다가 자기 가족들과 간다고
간단하게 딱지 맞았던 …..
많은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참나무.
08/11/2010 at 07:20
많은 추억 하시니…
이번에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도슨트 설명 듣는 중
또 왁짜 웃는 소리가 들려 고갤 돌려보니
5,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60년대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하는 겁니다
어떤 분은 연대장이란 완장을 걸고…^^
요즘 한국엔 그런 태마상품이 있나봐요…
돌체 님 오랫만입니다
건강은 여여하신 걸로 믿어도 될런지요
수학여행이란 단어가 안생가나셨나요…^^
…저도 캄캄 단어 하나가 생각안 날 때가 많답니다
cecilia
08/11/2010 at 11:29
경주는 ‘詩’라는 느낌이 나는 도시였어요.
조금은 외로운 도시, 훨씬 세련되게 단장이 된 느낌이네요.
참나무.
08/11/2010 at 12:59
아… 언제 경주에 다녀가셨나봐요
…….. 안압지 화려한 조명의 나무들이 저는 왠지 안되보였어요
제 명까지 살 수 있을까 싶어 – 제가 좀 촌스러워…^^
산성
08/11/2010 at 13:31
촌스러운 사람…또 있습니다.
조명들이 너무 화려해서
안압지에 온 사실마저 잊어버릴 정도…
보일 듯 말 듯
그 은은함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할지…뭐 이런 생각을
한참 했습니다.2년전에…ㅎㅎ
다보탑의 가림막이 걷힌 것을 보니
공사 끝난 모양입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경주가 좋지 않습니까…
한참 ‘촌스러운’ 아름다운 경주…^^
길따라 사진따라 내려오다 보니
제 귀에도 파도소리가…
참나무.
08/11/2010 at 13:45
그러게 말입니다
하여,
석등이나 고색창연한 돌에 더 자주 눈길을 두게됩디다
대웅전 석등 안 부처님 보이시나요…장난끼가 발동하여…ㅎㅎㅎ
원효대전 보러 국립 경주박물관에 들었는 데
허허벌판에다 다보찹 석가탑 모형을 세워뒀는 데 전 참 아닏 싶었답니다
혹시 불국사, 제자리에 있는 실물을 못 보고 가는 외국인들은 어쩌나
제가 원래 조선걱정은 다 하는 사람이다보니…^^
산성
08/11/2010 at 13:50
아구구…세상에나…입니다.
다시 대웅전 사진 거슬러 올라가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