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옥탑에서 책들 앞에 촘촘히 서서 살다가
책 뒤질 때 와르르 방바닥에 내리꽂힌 CD들
아 슈베르트 얼굴이나 이름이 적힌 판들.
이 한세상 살며 그래도 마음에 새길 것은
슈베르트, 고흐와 함께 보낸 시간에
새겨진 무늬들이라 생각하며 여태 견뎌왔는데.
껍질만 깨지지 않고 혹 속까지 상한 놈은 없는가
며칠 동안 깨진 사연을 하나씩 들어본다.
아니, 사연마저 깨진 맑음이다.
이틀 만에 듣는 폴리니가 두드리는 마지막 소나타는
맑음이 소리의 물결을 군데군데 지워
몇 번이나 건너뛰며 간신히 흘러간다.
뛸 때마다 마음도 건너뛰려다 간신히 멈춘다.
슈베르트여, 몸 뒤척이지 말라.
가만히 둘러보면 인간은 기실
간신히 깨지지 않고 존재하는 어떤 것이다.
시방 같은 봄 저녁
황혼이 어둠에 막 몸 내주기 전 어느 일순(一瞬)
홀린 듯 물기 맺힌 눈 아니고는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슈베르트를 깨뜨리다 – 황동규
문학과지성 시인선 312 / 꽃의 고요/ 2006-02-10
엄밀히 따지자면 나도 詩를, 시인을죽이는 사람일지도…
블로그를 하지않았으면 그냥 서점에 가서 시집 한 권이라도 더 샀을텐데
인터넷 이곳저곳 정말이지 많은 시들이 넘쳐나니 문제긴 문제다 최승자시인 인터뷰기사볼 때도죄를지은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구잡이 펌질 하는행위는 저작권에 위배되고 말고.
– 시집 한 권 팔면 얼마가 남는다 했더라 함민복 시인은?
오늘 박해현 기자의 ‘동서남북’에서
다시 쇼킹한 소식을 또 듣게된다(아래 링크 참조)
최근에’ 시크릿 가든’ 이란 드라마에서필자의 표현에 의하면
주인공으로 분한 꽃미남현빈이 시를 읊는장면에서 단 한 번(?)
영상으로소개된 시집 대여섯 권이 요즘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했다.
시가 소개된 것도 아니고 꽂혀진 시집 제목만 소개되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 드라마를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어 검색해 보다
아주 적절한 이미지를 발견해서 빌려와 본다
- …"나에게는 이 여자가 김태희고 전도연이다"라는 TV 드라마 대사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
- 꽃미남 배우 현빈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오는 대사다. 재벌 2세에 얼굴까지 잘생긴
- 현빈이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사는 여자(하지원)를…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ovegalaxy1&logNo=60049515535<–
산성
25/11/2010 at 16:24
신문에서 봤습니다만
저런 사연으로 詩가 팔리기도(?) 하는군요.
인터넷 세상,하지만
더러 책으로 사기는 좀 그런 시집들도
넘쳐나서 말입니다.
젊은 폴리니
고요하게 흘려놓은 채…
참나무.
25/11/2010 at 21:06
폴리니 찾으려고 시간 좀 걸렸어요
덕분에 여러 연주자의 소나타를 들으며 다시 슈베르트에 심취,
대단히 죄송한 표현이지만 그는 왜 늘 데리고 온 자식처럼 맘이 애쫀해지는지…
베토벤의 벽을 넘지못하다 마지막 소나타 3곡에서 기적처럼 명곡을 남겼다 그러지요
젊은 폴리니 하셔서 또 삼천포로…^^
그나저나 저런식으로 팔려나간 시집들, 저도 떨떠름한 데
시인들은 오죽하실까 싶다가도 그나마 다행이다 …합니다
자꾸 최승자시인의 앙상한 모습이 떠올라서말이지요…;;
비 인기종목에 편승하신 분이 누군가 했습니다…ㅎㅎ
겨울비
26/11/2010 at 00:26
<슈베르트를 깨트리다>를 다시 읽어보고 올리신 음악을 들으며
생각해요. 시인을 만날 준비를 이렇게 하고 계시는 분이 있으니
되었다^^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제사 읽게 되어.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그리고 황인숙시인의 시집도 보여 어찌나 반가운지…
시집이 많이 팔리는 겨울이었으면 합니다.
참나무.
26/11/2010 at 02:48
…어쨋거나 시집이 많이 팔리는 겨울이었으면…
동감입니다
시국이 이래서 하고싶은 맘 자제하느라 그게 힘듭니다. 사실은…^^
… 노심초사하며 시를, 시인을 아끼는 분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