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은 못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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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커피 든 가방

– 황동규

가방에 원두 커피 봉지 넣으니

'킬리만자로'에 온 듯

책들이 그만 황홀해진다.

그대의 편지 하나 이메일에서 꺼내

가방 속에 넣는다.

가방을 조수석에 던지려다

꽃핀 화분처럼 벨트 조여 세워놓고

빨리 가고 싶어하는 옆 차를 선선히 앞세워 보내며

심호흡하며

봉천동 고개 상공을 헤집다가

이게 몇십 년 만이지 서울 하늘에서

낮달을 찾아낸다.

자작나무색

아 나무색(南無色) 달.

– 황동규 시집「버클리풍의 사랑 노래」에서

대신

브람스 클라리넷 5중주 B단조

1 Allegro 13’57

4 Finale: con moto 09’33

Brahms(1833-1897) Clarinet Quintet in B minor, op. 115
Thomas Friedli, Clarinet
Quartet Sine Nomine

10 Comments

  1. 산성

    14/12/2010 at 00:07

    서울 하늘의 낮달
    자작나무색
    나무색(南無色)달…이라니요.

    궁금하지요?^^
       

  2. 참나무.

    14/12/2010 at 00:29

    지금 나이든 브람스 마시고 있어요
    오늘 아침. 사물에게 말걸기…커피였지요
    정세진 아나 휴가가고… 낯설어서말이지요…
    장일남 씨도 아이리쉬 커피를 들려주네요

    질문 할 거 많아 어쩌지요 산성님 – 전 곁에서 그냥 귀동냥이나…^^

    사카다녀오는 날…이랬다가 제목 바꿨어요
    가방에 든 원두에 취하며 자작나무길로 내려올 때
    항상 이 시가 생각나거든요…    

  3. 산성

    14/12/2010 at 04:04

    아이리쉬 커피만 들었습니다.
    운전중에…

    그래요. 청담동 모퉁이에 비좁게 서 있는 자작나무
    안쓰러움에 더 마음이 가지요.

    오늘 무지 춥습니다.

    제대로 겨울인 날,
    겨울시인 만나뵙게 되네요^^

       

  4. summer moon

    14/12/2010 at 04:08

    자메이카에 갔을 때
    고용했던 택시 운전사에게 ‘블루 마운틴’에 가자고 그랬더니
    ‘하이 마운틴’에서 나는 커피도 맛있다면서
    택시 시동을 걸지 않더라구요
    정말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자기 낡은 택시가 ‘블루마운틴’ 까지 도저히 못갈거 같다고..ㅎㅎ

    그래서 그냥 ‘블루마운틴’ 커피만 마셨어요
    블루마운틴은 가지 않고…^^

    저도 조만간 황동규님 시집들을 사야겠어요.^^   

  5. 참나무.

    14/12/2010 at 07:07

    …그리고 그 길 내려오며 낮달이라도 떠면
    얼마나 좋을까…하지요 한답니다

    눈이 온다했는 데 잘 못들었을까요.
    곱 뵙겠습니다..두근두근…   

  6. 참나무.

    14/12/2010 at 07:10

    그 기사 솔직해서 맘에드는데요…ㅎㅎ

    블루마운틴 커피 한국에선 귀하다지요
    직접 사오지않으면 – 블루마운틴 타입은 있지만…^^

    ( 시집 사지마셔요~~)   

  7. barbara

    15/12/2010 at 02:17

    시낭송회 소식을 전해 주셨지요.
    전 친구 K에게 가자 했고
    k는 같은 동네 사는 T에게…
    백두대간 등반을 실천하고 있는 에너지 넘치는 T는 많지 않은 대학동기들에게 모두…
    살아내느라 바빠 모이기 힘들었던 우리들이 30년도 더 지나 함께 만났어요.
    짭짤하게 절여진 쏘돌쏘돌한 오이 같은 모습을 하고서도
    하나도 변치 않았다며 박장대소하며…
    알고보니,
    시…
    그래요. 詩가 우릴 불렀네요.

    시인의 친필 사인 담긴 시집 한권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상봉역을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 거꾸로 다시 가는 어리버리한 짓을 또 하긴 했지만
    사인 받으며 내미신 시인의 따스한 손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
    청평으로 향하는 길이 내내 따뜻했답니다.

    늘 감사드려요.
    청담회 모든 분들께도…
    포장지와 리본끈과 지팡이 사탕에게도…^^

       

  8. 산성

    15/12/2010 at 02:26

    아…발바라님 댓글에
    엊저녁 같은 모양의 감동이 다 담겨 있습니다.

    그러네요.
    詩가 우릴 불렀네요…

    저도 환하게 뜬 반달과 숨바꼭질하며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뛰었어요.

    참나무님…이만 줄입니다^^

       

  9. 참나무.

    15/12/2010 at 13:44

    오늘..그냥저냥 보냈어요

    가슴 쓸어내리게 한 질문도 잔잔하게 해주셔서 고맙고
    책을 건내는 장면…맘이 급하여 인증샷 찍긴 했는데 많이 흔들렸네요
    방금 사진 열어보니 건질만한 것도 없고…;;

    반달도 제일 먼저 보시던 산성 님
    그래요… 남은 이야기 두고두고합시다…^^
       

  10. 참나무.

    15/12/2010 at 13:58

    감동 진한 꽁트 한 편을 보는 듯한 답글이어요

    ‘쏘돌쏘돌’ 난생처음 듣는 형용사가 모든 걸 말해주는 30년만의 해후라니요
    하나도 변치않았다
    저도 어쩌다 만나는 동창생들 만날 때 예전 모습 찾고
    같은 말 쓰면서 젊은 아해들 우리 이런 모습 보면 얼마나 웃을꼬…하지요..^^.

    바르바라 님 손 안씻고싶어셨겠다..
    .예전의 아이돌 스타를 같이 늙어가면서 만난 우리들…
    저도 ‘국박’ 인문학 특강 들은 날 악수를 받고 비슷한 감정이었거든요
    이젠 공통분모 또하나 생겨서 아무래도 빠른 시일 내에 만나 속풀이 좀 해야겠지요

    윌리엄 증후군 환자들이어서 다 반가운 사람들…여지없이 어제도 한 건…^^

    맘이 담긴 선물을 이리 알아주고 고마워 하는 맘이 절절이 읽혀집니다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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