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커피는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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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도

나 혼자를 위하는 시간도 가졌다

며칠 전 일이다.

고흐 노트 산다고 허탕친 김에…

집에서 멀지않는 곳에 혼자여도 머쓱하지 않은 집을

얼마 전에 발견하여 두어 번 다닌 적 있었다

이쿠라 톡톡 터트리며 오이랑 씹는 맛이 별미인데

그 날은 원두까지 살 생각으로 즐거움이 배가한 날이었다.

울동네커피집은 강남의 가로수길 근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 더러는 주눅드는 그런 카페가 아니라서 더 좋아한다

삐뚤빼뚤 차림표 글씨가 그렇고,

이발소 그림을 보는 듯한 정겨움이 그렇고

이웃집 아저씨같은 사장님이 로스팅 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친절하고 그 보다는 커피맛이 좋기 때문이다

오늘 진주에 사시는 이웃분 새글 소식이 있어 가봤드니

규모에 비하면 다소 어리어리한 더치커피 기구가 보여

며칠 전에 다녀온 울 동네 커피집이 생각난 거다

그 날 꽁꽁 감췄던 유치한 부끄러움까지 들춰본다…많이 망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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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땃한 온기가 남아있는 원두 100그램이 든 백을

가끔 치켜들며 향에 취해 신호등까지 왔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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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거리에서 헌혈 피켓을 든 아주머니를 만난다

잠깐 살펴보지만 모두 무관심한 채 제 갈 길 가기 바쁘다

마침 파란불이라 나도 건널목을 급히 다 건너왔을 때

키가 낮아 이 세상에 상처 한 잎

내밀지 못한…

나종영 ‘세족’몇 구절과함께마음치고 지나가는 분들

연말에만 덜썩거리는 일일 산타가 아니고

평생을 이타행만 하다 가신 분들이 생각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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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커피 든 백를 흔들지는 않았다.

하필 그날 우편함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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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빛이 마치 ‘너 언제까지 그렇게 살다갈래’…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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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커피는 씁쓸했다

쓸쓸한 시집 탓일까

금방 볶은 커피라 그랬을까

검정옷도 안입고 이 해가 다 지나간다

사족; 커피 원두는 갓 볶은 것 보다

며칠 지나야 맛과 향이 좋다고 알고있습니다

최가 커피 맛이 없다는 얘기로 오해하실까봐.

2 Comments

  1. 산성

    28/12/2010 at 04:43

    그날 커피는 쓸쓸했다…

    이렇게 읽었습니다.
    다시 생각하니
    씁쓸이나 쓸쓸이나 거기가 거깁니다…

    아침 일찍 ‘동산’엘 다녀왔는데
    이제사 햇볕속에 눈송이 입니다.

    이태석 신부님때문에 못살겠습니다
    왜 이렇게 맘속 깊이 들어오셨는지…

    덕분에 한 해 끄트머리
    그나마… 힘든 이웃 생각하는 은총…

    하루하루
    잊었다가 또 다시 생각하다가…

       

  2. 참나무.

    28/12/2010 at 07:07

    ( ………)
    쉬임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詩도 담배도 맛이 없다
    세월이 하 짧아
    詩 한 편 담배 한 대에
    한 인생이 흘러간다

    (공허여, 허공이여)

    – 최승자 ‘ 잠시빛났던’ 일부

    공허여 허공이여 때문에 직타…^^
    사실은 처음에 ‘쓸쓸’ 했다 고쳤어요

    저는 오늘 산호때문에 두 탕… 하루종일 길 위에 있었네요
    학원 때문에 잠실 친가에 가 있어서
    뜨게실 전하러 오가는 중에도 최승자 시집을 놓치못하고
    배차 간격 뜸한 2412 번 버스 하나를 놓쳐
    잠실 bus stop. 나무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네요

    이태석 신부님때문에 …
    더하여 최승자 시인때문에도 못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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