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풀밭으로 이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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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사각사각

한 아름다운 결정체로서의

시간들이 있습니다

사각사각 아름다운 설탕의 시간들

한 불안한 결정체로서의 시간들

사각사각 아름다운 눈(雪)의 시간들

(… ….)

사각사각 바스러지는

사각사각 무너지는 시간들

(… ….)

시간의 마술사가 사각사각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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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사 가고 있는 중

오랫동안 내 시는 황폐했었다.

너무짙은 어둠, 너무 굳어버린 어둠

이젠 좀 느리고 하늘거리는

포오란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 ….)

너무 시장 거리도 아니고

너무 산기슭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이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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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습다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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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린 날
           

   자본도 월급도 못 되었던
   내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나도 아닌 나를 누군가 흔든다
   나는 내가 아닌데 누군가 나를 흔든다
   조용히 흔들린다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서

   만월이 초승달을 낳니,
   초승달이 만월을 낳니

   차고 기우는 것, 그게
   차다가 기우는 건 아닌데

   만월이 초승달을 낳니,
   초승달이 만월을 낳니

   천장에서 비 새는 듯한 흐린 날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초승달이
   보이지 않는 만월을 또 낳기도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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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그 사막 한가운데서 나 혼자였었다

하늘 위로 바람이 불어가고

나는 배고팠고 슬펐다

어디선가 한 강물이 흘러갔고

(그러나 바다는 넘치지 않았고)

어디선가 한 하늘이 흘러갔고

(그러나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한 세월이 있었다

한 사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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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한 잔

… ….

아침마다하늘 虛 한 잔 마신다

담담하게 밍밍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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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아침 식탁, 커피 한 스푼의 無

커피 물 한 잔의 無限

… ….

황홀합니다

내가 시집을 쓰고 있다는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아예는, 다른, 다른, 다, 다른

꽃밭이 아닌 어떤 풀밭으로

이사 가고 싶다최승자 시인을

언젠가는 청담에서 모실 날을 기원하며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 지성 시인선 372 에 수록된

시 구절‘이리 저리 섞어’ 올립니다

최승자 시집 권만은 꼭! 사서 읽으시라고

사진은 어제 (12.28)저의 알리바이

그럴 일이 좀 있습니다…^^

10 Comments

  1. 산성

    29/12/2010 at 01:25

    …그럴 일이 좀

    후편 기다립니다.^^

    최승자 시인과 마주 앉으면 너무 아플 것 같은데요.
    쓸쓸해서 너무 머나 먼…

    햇볕속 하얀 산이 눈부십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
       

  2. 참나무.

    29/12/2010 at 01:39

    눈오시는 날 외출은 눈 치우는 분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뚝섬 전철역 승강장 주변엔 커피나 율무차로 봉사하는 분들도 더 크게 다가왔고

    저도 율무차 한 잔 청해 마셨습니다
    – 그 게 그분들을 다시 위로하는 거다..싶어서…^^

    오후에는 기온도 높아져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잠실대로 주변은 지나다니는 차들 눈물 (벼락 선물 )로 단장한 처자들은 난감해하데요
    눈오시는 날은 옷차림도 감안해야겠다…했습니다

    짜증내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다행이냐…’
    도로가 꽁꽁얼어 가족들 사고나는 거 좀 생각하자…말해주고싶었구요

    오늘 저녁에 또 눈온다는데 고생하는 분들 많겠다…합니다

    P.S:
    문맥이 안통할 정도로 오타가 많아 벽돌빼고 다시 박았어요

    ‘ ….그럴 일은’ 속닥속닥 얘기라

    요담에 꼭 – 손가락 걸고…^^*

       

  3. 슈카

    29/12/2010 at 03:19

    사진과 시 읽는데 왜 코끝이 시큰해질까요.
    그냥 좋네요.
    최승자 시인 모실 때는 소리더러 집보라 하고 혼자 내뺄지도 몰라요ㅎㅎ

    어제는 추워서 미루고 미루던 은행일 때문에 나갔다 왔는데 운동화 신고 나갔다가 양말까지 젖어서 들어왔답니다.
    하얀 세상 보는 건 또 다른 기쁨(?)이지만
    신랑 운전할 거 생각하면 낭만이고 뭐고 눈 좀 그만 왔으면 좋겠는데 말예요.   

  4. 도토리

    29/12/2010 at 03:28

    이제 겨우 이틀 후면 나이 하나 더 먹습네다..
    사는 게 좀 쓸쓸하니 우울하니… 그렇습니다.
    이제 미루고 미뤘던
    꼭 해야할 일 처리를 해야할 시간이기도 하구요…
    당장 오늘 저녁 퇴근길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네당..^^*   

  5. 참나무.

    29/12/2010 at 04:02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 서른살은 온다…

    이런 구절들로 뭇 시인들에게도 경이와 질투를 받았다지요
    저도 오래되어 다 잊고 해설부분에서 직타합니다

    이런 시인이 어이하야 고시방을 전전하며 …ㅠ.ㅜ
    11년만에 펴낸 시들이라 구절구절 …;;

    청담에 모시려면 시인이 우선 건강하셔야겠지요
    지금 포항(?) 어느 병실에서 투병중인 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녀의 쾌차를 신년기도에도 포함시키려구요…;;
    그나저나 롯데리아 파우치는 챙겼나요 소리엄마?
    전 아이들께 전하려고 3 개나 챙겼 -왜이리 쪼잔한 성껵인지…ㅋㅋ
       

  6. 참나무.

    29/12/2010 at 04:59

    어제 울남편 착한 일 항개…^^
    차에 앉은 눈 치우러 간 사람이 한참을 안와서…
    … …?
    경비아저씨캉 같이 눈 치웠다네요…^^

    지하철 주변 bus-stop…의경들과 공무원들 참 수고 많이합디다…그래서 사진이락도 …
    일선 장병들은 또 얼마나 더 애를 태울까싶어서요

    미국도 난리라고 전화왔던데요
    마무리 잘 합시다 도토리 님도…^^

       

  7. 푸른

    29/12/2010 at 05:37

    가끔 누군가의 시를 대할땐 이시를 씹어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한국인으로서 시를 모국어로 음미한다는것…
    우리 말에는 우리만 아는 어떤 느낌 , 감성들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가 한국 사람들은 사계절을 년중 지내다보니… 마음의 색깔들이 풍요로운것같아요. 시인을 생각하며…시를 읽다보니… 공감과 그분이 겪는 삶의 외곽에서
    멀뚱한 눈알을 굴리며 서있음 안된다는 생각이듭니다.
    나이가 들고 병을 앓는다는것도 어쩌면 자연스런것이겠으나…
    간접경험과 직접적인 상황엔 말로 할 수 없는시선의 교차가…
    참나무님 건강하시구요..!!!
    경비아저씨캉~ 하실땐 모르긴해도 `갱비아재씨캉’ 요래쓰야되는그아입니꺼? ^^
    지가요 부산으로시집갔심더. ㅎㅎ 유쾌하신 하루를…   

  8. 참나무.

    29/12/2010 at 10:57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존재한다.
    그는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
    같은 말들은 내 것이어야 했을 내 마음속의 문장을 그녀가 대신 발설해버린 듯한 희열과 묘한 상실감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지 않았던가?

    라고 시집 뒷편 해설에 적혀있네요
    성의있는 답글이라 저도 따라해봅니다 푸른 님…

    오늘은 하루종일 집안 정리하고 지냈습니다
    게으른 사람 섣달 그믐에 장에간다고…^^
    약간 힘은 들었지만 개운하니까 유쾌하게 보낸 거 맞네요…^^*

       

  9. 레오

    30/12/2010 at 05:04

    꼭 사라는 큰 글자가 아니더라도
    쉬리님 글에서 읽었을때
    사야겠다는 맘이 들었는데..
    왠지 맘이 아플 것같아 덜컥 사지못하겠더라구요.
    오늘 꼭 사야겠어요^^
    말 잘듣는 학생처럼 ㅋㅋ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10. 참나무.

    30/12/2010 at 10:39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11009&logId=5112642#

    저는 최보식기자의 인터뷰 기사 이후부터였어요
    쉬리 님 문화일보 기사 읽던 기억 저도 납니다

    제발 일파만파되어 시인의 쾌차를 빌 뿐이지요

    고마워요 레오 님..
    서울 오실 때 연락주세요,,내년 모월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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