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 일출은?

구름이 많아 제 시간(7시 47분)에 뜨지않았습니다

구름 사이로 해를 본 시간은 8시 10분경?

대신, 도착하자마자 저를 놀래킨건

‘저별과달’

마치 ‘그림쇼’ 달밤풍경같았거든요

제 디카론 불가한 일이지만 맘 속에는 깊이 담았습니다
해가 뜨려고 밝아오자 어느 순간 가는 손톱달은 사라져버리데요
제대로 해는 거의 중천에 올라왔을 때 였어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 그냥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고궁에나 가볼까하는데
– 애들 의견 물어본 후
저는 당선작들 보다 당선소감 읽는 걸
아주 많이 좋아한답니다
삐쭉 시만 올리기 그래서…
민폐수준의 사진죄송합니다

힘찬 한 해 시작하시기바랍니다
2011. 1. 1. 참나무. 드림

[당선 소감] "제자리에 머물고 있던 저를 독려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나의 상처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상처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은 상처받은 사람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타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들이다.

타인은 언제나 나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나를 타인의 자리에 놓지 않을 때, 타인의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때, ‘소통’은 거짓과 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결핍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조금씩 버리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구원만큼

타인의 구원도 중요함을 깨닫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현실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위대한 거절’을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아이에서 진정한 어른이 된다.

그러나,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더디게 쓰더라도 그만두지는 않겠다. 시 한 편과 한 편 사이에 열 길 낭떠러지가 있음을 잊지 않겠다.

한 줌의 시를 건져 올려 주신 문정희, 정호승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제자리에 머물고 있던 저를 독려해주신 최동호 선생님과 선후배님, 동학들께 감사드립니다. 화요팀 선생님과 문우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멀리 계신 스승들과 가까이 있는 지인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 시의 시작이자 끝인 할머니, 오래 사세요. 은영아, 사랑해.

유빙(流氷)

–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꽃다발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백사장에 눈이 내린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모래알
우리는 나선을 그리며 비상한다

공중에 펄럭이는 돛
새하얀 커튼
해변의 물거품

시계탑에 총을 쏘고
손목시계를 구두 뒤축으로 으깨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시를 심사 중인 정호승(왼쪽), 문정희 시인 / 채승우 기자

6 Comments

  1. 데레사

    01/01/2011 at 04:41

    응봉산에서 해맞이를 하셨군요.
    나는 텔레비젼 보면서 안방에서 봤습니다.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산성

    01/01/2011 at 10:13

    새해,첫 새벽부터 부지런 하셨으니
    올 한 해도 은근 기대됩니다^^

    청담에 오셨던 두 詩人께도
    정겨운 새해 인사…

    바빴던 새 날,
    어느 덧 저녁이 되었습니다.

       

  3. 참나무.

    01/01/2011 at 13:15

    그리 멀지않아 그냥 나서봤는 많은 인파들 보고 놀라기도 했답니다
    시낭송도 있었고…북도치고 그러데요
    구름때문에 해가 안보이자 ‘
    시끄러워 해가 안나온다’ 농담까지 하더라구요…
    동조하는 사람들이 의미있는 웃음을 보이더만요…^^

    바람도 안불고 날씨도 심하게 춥지않았지만
    딱 떠오르는 해는 못봐서 유감이었어요
    작년엔 굉장했다며 정보 알고 그냥 내려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데레사 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시길바랍니다
       

  4. 참나무.

    01/01/2011 at 13:27

    오늘은 고궁까지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데요 근정전 앞에서 신하, 임금 흉내도 내고…^^
    전시장도 들리고… 두 마리 토끼잡은셈인가요

    본문에도 밝혔지만 당선소감 읽는 걸 참 좋아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쓴 글이니 제게도 전염되지않을까..하는 심사도 숨어있는지…?

    반가운 시인 두 분 – 눈치도 참 빠르십니다 속마음까지 읽으시니….^^

    당밤음이 예전 시간대로 컴백해서 참 좋은데요
    전기현씨는 새벽 평일에 만날 수 있다네요
       

  5. 산성

    02/01/2011 at 00:59

    문화일보 신춘문예 심사는
    정호승 시인과 황동규 시인이십니다.

    참,대단한 청담

    올리신 김에…^^

    詩 이만호 할머니의 눈썹 문신 中

    누구에게나 꽃의 시절은 오고,왔다가 가고
    저렇게 맨얼굴로 누워 눈만 움직이는 동안
    내 등은 무화과 속처럼 익어 가겠지만

    새 시인은 강은진씨입니다.

       

  6. 참나무.

    02/01/2011 at 02:20

    …추억의 속도보다는 빨리 걸어야 한다.
    이제 보여 줄 수 있는 건
    뒷모습뿐, 눈부신 것도
    등에 쏟아지는 햇살뿐일 것이니
    도망치는 동안에만 아름다울 수 있는 – 나희덕 시인의 제목은 잊었네요…;;

    강도높은…;; 시인들을 먼저 모셔서
    요담 섭외할 시인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전언입니다
    대중성도 고려해야하고…적당한 시인은 또 지방에 계시고…

    초하루 깜빡 한 예배…
    오늘은 다녀왔습니다. 성찬식까지 있었답니다 – 그저 부끄러울 뿐.
    아이들이랑 이번 체류기간 마지막 예배였네요

    많이, 자주 일깨워 주시기바랍니다.

    동아일보 문화일보 다 찾아봐야겠네요
    그래도 신춘문예 하면 조선이 제일이지요…당선소감만…풋…ㅎㅎ

    강은진… 은진앞에 염이 붙었으면 더 좋았을걸…합니다 (개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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