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은 주로 혼자 다닐 때가 많은 데이번엔
아이들이랑같이 다녀집중을 못했습니다
다녀온 이후 인상깊었던 작품들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는 데
에밀 놀데 달빛이 흐르는 밤 작품 있는 방에서 본
자작나무 숲을 그린것같은(?)그림은 도저히 찾을 수 없네요
요즘은 물건들 없애는 중이라 무거운 화집은 안사기 때문에
이런 경우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혹시 화집 사신 분이나 아직 파카소와 모던 아트
못가신 분들 중 제가 찾는 그림의 작가와 작품 명 아시면
꼭 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추후라도
아이들이 젤 마지막제 4실(?) 이어서 좀 지루해 하는 것 같아
(사실은 눈밭에서 놀기로 한 약속 때문에)
급히 나오느라 자세히 보질 못해서…
Moonlit Night ( 달빛이 흐르는 밤 1914) by Emil Nolde
알베르토 자코메티; 받침대 위의 가냘픈 흉상 청동- 38.5×32×12.5cm
이 작품 앞에서 제일 오래 머물렀습니다
납짝하게 처리한 몸체와 사진처럼좁게표현한 두상의 묘한 대비
언뜻 최종태선생의 측면이 더 넓은 두상도 떠올랐지만
그 작품 보단 훨씬 강하게와닿았습니다
정면에서 찍지않으면 가 보지않은 분들에겐
도저히 느낌이 전해질 것같지않아 무릅쓰고 살짝 찍었는데도
어디서 숨어있던 지킴이 한 분이 다가와
‘삭제하세요’ 한 작품이니 펌은 금합니다
혹 잡혀가도저 혼자라야 덜 미안하지요
제가 찾는 그림은 자코메티 작품근처에서
출입구 쪽을 향하여보면 오른쪽 벽에 걸린 작품입니다
얼핏 보면 자작나무 처럼 보이지 않고
그냥 숲을 그린 듯 했는 데
저는작가를 에밀 놀데로 알고 있어서
그의 그림 ‘아~~주 많이’ 찾아봤지만
아직 못찾고 있네요
google에서 빌린 다른 각도로 찍은 …
모델은 자코메티의 동생 디에고 라하지요
참고작; Alberto Giacometti 1901-1966
Bust of Diego 1955 Bronze
object: 565 x 320 x 145 mm, 8.8 kg/ sculpture
Seascape (1930) by Emil Nolde / watercolour on Japan paper
에밀 놀데 다른작품들 이미지는모두 google 에서
P.S:
그리고 오늘 조간 정민 교수 칼럼 드르륵했습니다
[정민의 세설신어] [88] 점수청정(點水蜻蜓)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두보의 ‘곡강(曲江)’시 제4구는 ‘인생에 칠십은 옛날에도 드물었네(人生七十古來稀)’란 구절로 유명하다. 70세를 고희(古稀)라 하는 것이 이 구절에서 나왔다. 그는 퇴근 때마다 칠십도 못 살 인생을 슬퍼하며 봄옷을 저당잡혀 술이 거나해서야 귀가하곤 했다.
시의 5, 6구는 이렇다. "꽃 사이로 나비는 깊이깊이 보이고, 물 점찍는 잠자리 팔랑팔랑 나누나.(穿花蛺蝶深深見, 點水蜻蜓款款飛)" 아름다운 봄날의 풍광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거나해진 퇴근길에서 눈길을 주는 곳은 만발한 꽃밭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나비들, 잔잔한 수면 위로 꽁지를 살짝 꼬부려 점 하나를 톡 찍고 날아가는 잠자리들이다. 여기저기 들쑤석거리며 잠시도 가만 못 있고 부산스레 돌아다니는 그들은 봄날의 고운 풍광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았겠지. 그는 자꾸만 그들이 부러워서 그 꽁무니를 따라 꽃밭 사이와 수면 위를 기웃기웃하곤 했다.
송나라 때 유학자 정이(程頣·1033~ 1107)는 자신의 어록에서 나비와 잠자리를 노래한 위 두 구절을 두고 두보가 이런 쓸데없는 말을 도대체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그 경치나 정감의 묘사에 교훈도 없고 세상에 보탬도 되지 않아 아무 영양가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꽃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는 나비나 수면 위로 경쾌하게 점을 찍는 잠자리가 도학의 입장, 실용의 안목에서 보면 확실히 쓸데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가. 짧지 않은 인생을 건너가게 해주는 힘은 모두 이런 쓸데없는 데에서 나온다.
시(詩)가 밥을 주나 떡을 주나. 예술이 배를 부르게 하는가. 하지만 인간은 개나 돼지가 아니니 밥 먹고 배불러 행복할 수는 없다. 인생이 푸짐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지금보다 쓸데없는 말, 한가로운 일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쓸데’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른데, 다들 영양가 있고 쓸데 있는 말만 하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없어도 될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실용과 쓸모의 잣대만을 가지고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너무 쉽게 폐기해왔다. 고희는커녕 백세(百歲)도 드물지 않은 세상이다. 수명이 늘어난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 없다. 삶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수는 오히려 끔찍한 재앙에 가깝다. 올 한해는 좀 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봄날의 풍광을 더 천천히 기웃거리며 살아보리라 다짐을 둔다. 인생의 봄날은 쉬 지나고 말 테니까.
소리울
07/01/2011 at 01:27
예술가와 학자의 눈이 이리 다름을 여기서 봅니다.
정이와 두보는 다른 세계를 산 사람이니…
나 또한 놀러 간 배에서 씰데없는 일 하느라고 꽃코사지를 만들어 선물했는데
다들 참으로 한심한 사람으로 날 본 거나 아닌지..
이 실용적 사회에서 말이지요
김진아
07/01/2011 at 02:32
에밀놀데의 ‘숲’ 1909. 작품이 아닌가 해서…
아직 가보질 못하였지만..???
즐거운 숙제를 주신 것 같아,
다음 아이들 데리고 갈때엔 눈여겨서 자세히 보겠습니다. ㅎ
^^
summer moon
07/01/2011 at 05:42
당장 전시에 가서 찾아보고 싶지만
거리가 쫌 멀어서…^^
참나무님 궁금해하시는 모습이 훤히 보이는것만 같아요.ㅎ
저는 아주 느긋하게
올려주신 그림들과
음악 즐기다 갑니다.^^
참나무.
07/01/2011 at 06:18
쓰잘데기 없는 일 나보다 더 믾이 하는 사람 있으면 한 번 만나고 싶네요…^^
/ 진아씨 괜히 부담드리는 건 아닐까요
여행가는 사람들께 뭐 부탁하는 일처럼…
그냥 부담없이 다녀오세요…
나갈 일 있을 때 한 번 더 가보기로하겠습니다
정말 많이 돌아다녀도 제가 찾는 그 작품 올린 분은
아쩨 단 한 사람도 안 보이네요 아직까지…;;
참나무.
07/01/2011 at 09:06
오늘 저녁 음악회만 아니면 정말 나가고싶었답니다
아직 발바닥도 시원찮고 … 몸 아끼느라…^^
말 만들어도 고마워요
아마 설 있었으면 당장 달려갔을 것 같은 서머문 맘 충분히 전달됩니다…^^*
정민 교수 말씀이 약간 위로가 되어서 올려뒀답니다
전 너무 심한 편이라 그게 문제지만…^^
김인숙
07/01/2011 at 09:18
쓸데없는 이야기는 없습니니다. 가장 사소한 가장 즐거운 이야기 이고 또 쓸데없는
이야기가 가장 어색한 순간을 와해하게 하잖아요.
가난한 예술가가 없으면 사회의 풍요도 없습니다. 문화가 없으면
사회는 바로 서지 못합니다.
좋은 그림 잘 보았습니다.
Annie
07/01/2011 at 12:22
저도 실용과 쓸모를 다 한 시점 와 있어서
절망감이 수시로 나를 괴롭힐때가 많습니다
쓸데없는 일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정민 교수님의 글에 위로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나아
07/01/2011 at 16:47
가면.. 잘 찾아보구올게요..
4 번 방이라니 찾는건 머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구요..^^
그런데 누군가 저보다 먼저 다녀오실 것 같군요…저는 末일~ 연휴 정도에나요….
참나무.
09/01/2011 at 04:15
김인숙 님 Annie 님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하도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위안이 되어 보관하고싶었나봅니다
두 분도 공감하시는 것 같아 더 반갑습니다
참나무.
09/01/2011 at 04:58
네에 상품이라도 걸까요 리나아 님^^*
이럴 줄 알았으면 화집을 사오는건데
많이 갑갑해 하는 중이랍니다
揖按
09/01/2011 at 05:14
매년 봄이면 많은 사람들이 춘궁기에 굶어죽고 소나무 잎을 먹어 부황에 걸리던 시절 –
불과 해야 50년 전 이야기 – 그때의 실용과 쓸모는 수백년 아니 훨씬 그 이전부터의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수단이요 방법이었습니다.
적어도 내가 대학 다닐때 까지는 그랬습니다..
매일 새벽이면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 노래가 전국의 동네마다 흘러 나왔고, 직장마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합창하고 구령을 한 뒤에 업무에 들어가고 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우린 그때 공과대학에 들어가서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기술을 개발하여 잘 살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물론 기술의 원천이 없어서 매번 일제, 미제를 카피하는 일만 했었지만,
어쨋건 그때 그 노력으로 가발과 봉제 산업으로 포철을 만들고, 그래서 전자산업이 생기고, 그래서 기계공업이 나오고 그래서 건설과 조선이 되고, 그래서 자동차가 되고 그래서 IT 산업을 만들고 휴대폰, 반도체, TV 등을 만들다가 드디어 원자력 발전소, 고속철도, 석유 시추 까지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고 전 세계 10위 권의 무역 대국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제는 그 지긋지긋한 배 고픔, 매년 봄이면 춘궁기에 사람이 굶어 죽던 것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제 배 부르고 등 따뜻하니 그런 새마을 이야기 실용이야기야 전혀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배 부르고 등 따뜻하니 그런 실용 이야기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 자체가 바로 요즈음의 실용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나간 것이 의미가 없는 것이라 할 지라도 아름다운 것이 그 안에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참나무.
09/01/2011 at 09:19
아…읍안 님
따로 포스팅 꾸며도 될 의미심장한 답변을 주셨네요…;;
실용에 관한 고견 좀 더 새겨 생각해 보겠습니다만
그 때 그 시절 … 자싱의 분야에서 단단히 한 몫하셨을 줄 믿습니다
전 좀 전에 EBS 일요시네마 러브 어페어 ( An Affair to Remember )
보고 말알말랑해진 상태로 들왔다가 깜짝 놀랬어요…^^
揖按
12/01/2011 at 04:14
모처럼 참나무 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제여서 붙들었습니다.
내가 좀 더 실용을 중시하는것은, 한문을 모르는 나와는 관계가 없지만, 아마도 수백년 내려온 집안의 家學, 이면서 내 아버님께서 한국의 실학자로서 평생 연구 해 오셨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대신에 내 4형제들과 그 아래세대들은 인문사회 과학 보다는, 의학, 공학, 농학 등 서양의 과학을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굳게 접목 시키려는 새로운 실용에 젼념해 왔지요.
그래서 내 형님을 비롯해서 우리 형제들은 아직도 편하게 지내지 못하고 뭔가 실용적 일을 더 해 보려고 애쓰고 있구요… 아버님도 아직 후학을 가르치시는데 매진하고 계시고요.
참나무.
12/01/2011 at 11:00
읍안 님 본가의 제사상차림 어렴풋 기억이 나네요
대단한 집안이다 했거든요…^^
정민 교수의 글은 절 위로하는…
솔직히는 합리화 하려는 건 아니었나…합니다
요즘 좀 울울하여 오래된 게시물들 지우는 중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금은 소식 두절된 이웃들 답글도 읽게되고
더러는 유명을 달리한 분들을 볼 때도 있어서
……..
형제분들과 읍안 님 하시는 일 좋은 성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아직 후학을 가르치신다는 아버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새로 생긴 화랑이 있다 해서
잠깐 바람쐬고 오느라 답글 늦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