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웃었지만 반성하게 한 연극 ‘아트’

015.jpg

폭설 탓으로 10여 분 늦게 시작한 연극 ‘아트’ 시작 전

객석과 무대가 어느 한 순간 천지분간도 못하게 캄캄하다

갑자기 불이훤히켜지면서소파 앞쪽에서

남자 한명(이후 ‘규’)이 객석을 향하여 얘기를합니다

대강 요약하면

그의 친구는 청담동에서 제법 잘 나가는 피부과 의사인데 최근에 그림 한 점을 샀다.

하얀 바탕 위에 대각선으로 하얀 선이 있는 하얀 그림.

문제는 그림의 가격이 2억8천만

그 친구가 요즘 잘 나가는 피부과 의사이긴해도

2억8천만 원씩이나 주고 하얀 판때기 같은 그림을 사는 건 이해가 안된다

연극은 친구가 산하얀 그림 때문에 빚어지는동창생 세 친구의이야깁니다

그림 한 작품 때문에 서로다른 예술관과 이기적인성격 차이로 소통 불가능하게 되자

드디어는 개개인의 치부까지 리얼하게 파헤치는 과정에서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이후 의사 친구는’피부’..남은 친구는 ‘덕수’

사전 정보가 전혀 없어서…팜플렛 하나 살걸…잊어버린겁니다)

#

장면은 피부

를 보자 하얀 장갑을 끼고 거실 밖으로 나간 후 하얀 그림을

공손히 …마치 육사생도들 밥먹듯 수직으로 움직이며

표시까지 해 둔 일정한 장소에세워둡니다

다툼은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피부 성격이 좀 별납니다

물컵은 항상탁자 가장자리,책 한 권도

정확하게탁자 끝에 직각으로 놔야 직성이 풀리는 이혼남

는 지방의 2년제 대학이지만 정식 교수로 재직 중인데

아내와도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는 다소 시니컬한 성격.

남은 한 친구 덕수는 결혼을 보름 앞둔 노총각

천쪼가리 팔다가 아내 될 사람의 삼촌 도매문구에서 바지사장을 하는데

호불호가 명확지않은 ‘모두 좋은 게 좋은…’ 황희정승科

나중에 밝혀지지만 심한 스트레스에다 알콜 중독으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페이소스 짙은역활입니다

연극은 중반부 까지는 시종일관 하얀 그림이 화제지만

종래에는 서로의 아픈 상처까지 할키며파국으로내닫습니다

(피부말에 의하면 의 아내를 처음 본 날 겉으론 괜찮네 했지만

진료카드엔 ‘치료불가능한 돼지껍데기 피부’라 했다고

아픈 데를 서로찌르며서로 못가진 부분에 대한 자격지심도있습니다

사소한 예를 들자면 발레리, 뽈 발레리 발음 가지고도 다툽니다)

극 초반엔 편집증적 피부의 몸짓이나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덕수의 대사 때문에 폭소를 자아내지만

말미 즈음,속절없이 웃을 수만은 없게합니다

다행히 오래된 우정은 깨어지지않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면서

가까울수록관계에 조심하라는강한 메시지가전해집니다

017.jpg

무대 변화도없이 벽에 걸린 그림으로 주인공 3명의 집이란 걸 암시합니다

연주회 앵콜시간처럼 무대인사 할 때는 사진촬영가능하다 해서

인증샷 숙제용으로…^^

020.jpg

연극이 끝난 후 계단을 내려오면서 알게됩니다

더블 캐스팅에 OB. YB 팀까지 있나봅디다

우리는 YB 팀이었네요. 사전정보가 하낫도 없어서…

#

025.jpg

얼마나 눈이 많이 왔으면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닥터 지바고가 라라 집에 찾아간 형국이었어요

우산들면 균형잡기 어려워 미끄러질까봐 용감하게 그냥 나갔거든요

(솔직히는 미끄덩~ 골절상이라도 당하면

‘나이 생각않고 눈오는 날 기어나가 자알했다. 꼬시다’

남편의 이런 ‘속 목소리’가 들리는 것같아…ㅎㅎ)

일요일인데 전철은 또 왜그리 만원인지…

허기사 차 끌고 나가려는 아들도쉬임없이 내리는 눈을 보곤

쓰,쓰…고추불며 망설이다’그냥 나가야겠다…’했거든요

대학로 인파에 또 한 번 더 놀랩니다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보러 갔을땐 평일이어서 한적했는지?

며칠 상관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데요

일요일 빈 집에서 ‘허버드의 공부벌레들’ 보며

실없이 보냈을 시간 – 아…생산적인 일도 좀했으려나?

어쨋든 추억 많은대학로 거리를 눈맞으며 걷는 기분도 신선했습니다

전 아무래도 강북 편이가봅니다

근데, 숙제아니었으면 폭설 불사하고 나갔을까도 싶네요

얼마 전에 올리뷰 님 흔적이 다녀간 이웃에 찍혀있어

무슨 이벤트 있나? 가봤더니연극’아트’ 관람 건이었고,

‘아주 웃긴’다했고 그보단 일요일 3시.

시간이 적당하야 허퍼삼아 신청해두고 잊고 있었는데

덜컥 당첨!

폭설 예보 내린 날겁없이 나선겁니다

021.jpg

일요일…주부노릇끝나고 7080,변진섭까지 다 보고

찾아본 정보들로 이번 연극이 예사롭지않은 작품이란 걸 알게됩니다

(‘홀로된다는 것’ 할까봐 기다렸는데..유감 천만

세상에나변집섭 오래된팬들이 떡을 다 돌렸다네요?)

– 대강 추려봅니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 대표작

몰리에르 어워즈 최우수작품상, 토니어워즈 최우수연극상을 수상

현재 15개 언어로 번역되어 35개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공연해온 수작이다

정보석, 권해효, 송승환, 김석훈, 심혜진, 조혜련, 김성령, 오달수,

고(故) 박광정 등 명배우들이 출연했던 코미디 연극

고 박광정 부분에서 멈칫했고 여자연기자들도 있어서 의아했습니다

극중 대사들 성별만 바꾸면 뭐 불가능한 일도 아닐테지요

잘 놀래는 저같은 사람은 왼쪽에서 크게 들리는 효과음 조심하셔요

서너 번 이상간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 전 심장이 약한지, 모르는 사람들 보면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깜짝깜짝 잘 놀랩니다 예전부터…;;

024.jpg

나목과 담쟁이…ㅠ.ㅜ

013.jpg

(아랫 부분; 연극 보실 분들은 그냥 나가세요)

심하게 다툰 세 사람은 크라이막스라 할 수 예술관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

하얀 그림에다 유성팬을 들고 서서 피부는 포기하고

가 유성팬을 들고 그림 앞에서자덕수는 손사례 치며 말리지만

는 강하게 대각선을 주욱 긋고 스키타는한 사람을

재빨리 그려넣은 후아래에다 사인을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모노크롬이지만 규는눈을 본 것일까요

결과는 어찌되었을까요

원작에선 현대미술(주로 컨템포러리)을 어쩌면 좀 더

심도있게 다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세 배역들 대사를 듣고있으면 어느 부분에선

개개인성격적 결함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기회도 될 것같아

‘연극 한 편 보고싶다 어떤 걸 택할까’ 고민하는 분들께 강추하고 싶습니다

장소; 대학로 예술마당 3관
시간; 평일 오후 8시(월요일은 공연 없음), 토ㆍ일 오후 3시 7시.
관람료; 전석 4만 원

문의;☎02-764-8760. http://www.aga99.co.kr/news.html<–more

014.jpg

지바고까지 갈 것도 없는 데 딱 제모습이 이랬거든요…

P.S

집 떠나기 직전

011.jpg

우리읍네 도착 후

028.jpg

030.jpg

032.jpg

6시경 같은 장소에서 후진디카 test중

주말 어찌 보내셨나요

토요일 11시에 본 오페라 이야기도 해야하는데

그보단 숙제 빨리하고 해방되고싶어서요

눈길 조심하세요

2011. 2. 24. 월요일 참나무.

10 Comments

  1. 산성

    24/01/2011 at 03:25

    언제나 정겨운 한강 풍경입니다.
    어제 한강을 거쳐가며 여러 각도로 찍어 보았지만
    역시나
    창안의 사람그림자들만 가득해서 말이지요.

    작은 청년도 연극을 봤다더군요.
    이기동 체육관?
    출연진들의 이름탓도 있겠지만 빈 좌석 없더라는…
    바람직한 일입니다.

    엔도 슈사쿠도 말년, 연극에 몰두했었지요?

    깜짝!! 잘 놀라는 사람 다녀갑니다^^

       

  2. 도토리

    24/01/2011 at 04:20

    조 위의 초록색 모자쓴 사람…
    눈이 오시는 날이니 더욱 멋지고도 당연해보이는 모습입니다.후훗..

    어제 눈 굉장했지요…
    산 오르는 길부터 내려올 때까지 계속되는 눈.
    아이젠이 무색하게 미끄러져가며
    설경 만끽한 날이었어요.
    .. 연극 보고 싶어집니당..ㅎㅎ^^*
       

  3. 참나무.

    24/01/2011 at 04:32

    ‘침묵’
    어느 분이 읽어라 권했는 데 밀린 책이 천지삐까리라
    그거 다 읽으려면 이런 블로그질도 딱 끊어야는 데 말이지요…

    어제 대학로 연극 보는 젊은이들 많은 거 보고 저 정말 놀랬어요…!
    그 시간 대학고 가 본적이 오래되어서

    어제 시시각각 변하는 한강 모습 재밌었어요
    언제 강이 풀릴 지 ,,님이 오실 지…두고볼 일입니다…^^

    잘 놀래시나요 산성 님도
    그러니 중계방송 할 때 저처럼 쫒겨나시지요…ㅎㅎ
       

  4. 참나무.

    24/01/2011 at 04:41

    청동 조각상 혜화동 2번 출구 근처에 있답니다
    어제 정말 젊은이들 인파 장난이 아니데요
    요담에라도 주말엔 피해야겠다…했습니다

    눈오시는 날 산행이라…진짜 부럽네요
    어제같은 날은 평지에서도 아이젠 생각이 간절하더랍니다….^^
    엄홍길 히말라야 등반기 보셨나요
    등산간 지 오래됐습니다
    평팡동 , 미술관 순회버스 생각도 간절했어요

    확실히 연극이 집중은 되더라구요
    근처에서 혹시 한다는 소문나면 이 연극 꼭 한 번 보세요
    롱런 할 작품 같아서…^^
    어렵지 않게 주장하고픈 말을 다 쏟아 낸 작품이랄까요…
       

  5. 산성

    24/01/2011 at 04:52

    닥터 지바고…멋진 오마 샤리프도 흘려 보면서
    듣고 있으니 참 좋습니다.

    우리를 어디론가 멀리 떠나게 해주는 음악들.

    엔도 슈사쿠 ‘침묵’ 혹 필요하시면
    김영태씨 책이랑 바꿔 보시지요^^

    파드레 파드레…
    노인이 십자를 긋고 중얼거렸는데,그 음성에는
    저희를 위로하는 다정함이…

    침묵 43쪽.

    괜히 음악 들으러 다시 들어왔어요^^

       

  6. 소리울

    24/01/2011 at 04:59

    공짜로 봤다는 것 우야던동 많이 알리고 싶은 맘,
    눈이 없는 적도 사람들에게 눈을 설명해보아야 아무래도 맹인 앞에
    붉은 스카프란 말이지요.
    그러다 된통 혼이 나것지만 말입니다.
    가까울수록 관계에 조심하라 ,예언자에서는 둘 사이에 바람이 지나가게 만들어라. 하더니만..   

  7. 佳人

    24/01/2011 at 07:12

    전석 4만원?
    동행인 복 받았겄네요~ㅎㅎㅎ

    아트의 세친구 각기 다른 성격 속에서 토해내는 말들에
    우리 각각의 모습이 모두 들어있어 더욱 실감나는 감상이 되는 것 같아요.

    고생은 멋드러진 회상에 참조미료가 되구요^^

    기억력 정말 대단하시네요.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8. 참나무.

    24/01/2011 at 08:51

    발랄라이카 소리 들으면
    알렉 기네스를 뒤로 하고 떠나던 지바고의 딸 생각에 또 무너지지요
    배우지도 않았는데 발랄라이카 연주한다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말하던 장면 생각나시나요 연달아 자작나무도 자동으로
    우리나라꺼는 개량종들이라 영화속이나
    클림트 그림처럼 살찐(^^) 자작나무는 없다면서요( 자신없음 어디서 흘려들은 이야기라)

    / 하샘 오셨네…구정 다가오는 데 주제 파악도 못하고
    아라클럽 50 % 세일 하는 좋은 기회 또 놓치네 한다우…^^
    이리라도 올려둬야지 안그러면 다 잊어버린답니다

    / 오랜만에 본 연극이 재밌어서 아주 좋았지요

    예전에는 연극께나 보러다녔는데 충무로 까페 떼아뜨르- 나중에’ 떼아뜨르 秋’에서
    빨간 피터의 고백 볼 때는 무대 가까이 앉은 죄로 원숭이 분장한 털북숭이 손을
    쑤욱 내미는 추송웅씨랑 악수까지 했답니다요

    이 겁쟁이가 얼굴 벌개져가지구설랑 …- 이하 생략…^^
       

  9. 레오

    24/01/2011 at 13:50

    주말 어찌 보내셨나요? 에
    대답이 슬몃 나옵니다.

    예배보고 나오니 눈이 펑펑
    경춘선 전철을 타고 ~창 밖을보며..
    설국도 생각나고 닥터 지바고도 생각나는
    무지 내리는 눈이었어도 전철이라 돌아올 길
    걱정은 하나도 안하고 ㅋㅋ

    연극 얘기하시니
    예전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
    엄마는 오십에.. .모노드라마 등등
    이런 저런 기억이 나네요   

  10. 참나무.

    24/01/2011 at 22:07

    그니까 레오님은 오후 예배를 보셨고

    경춘선을 좋아하시고- 카페 경춘선은 요즘 집 앞에 다른 건물 공사한다고
    시멘트가리 날린다고 봄에나 오라는 전언을 받아서 가보시라 할 수도 없고
    (봄에는 꼭 한 번 이상 카페 경춘선에 가보셔요~)

    그리고 우리는 얼굴 모른 채 산울림에서 이미 만났었네요
    딸에게 보내는 편지. 윤석화 모노…를 그 곳에서 보던 기억이 저도 있네요
    임영웅씨 ‘고도…’는 함현진 김성옥 김인태 씨 부터 시작되었지요
    – 저는 한국일보 13층 소강당에서…말문 열린 레오님 이뻐서 주저리 주저리…죄송^^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