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모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여자처럼
어딘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목적지가 중요한 건 아니고
그냥 , 혼자…
해 뜰 무렵 출발해서 기차 창문으로
해 질 녘 풍경 볼 수 있게…
가능하면 그림 속 여인의 모자처럼
크라운과 챙, 경계 없는 모자라도 쓰고
.
호퍼 그림 속 여자처럼 싸구려 호텔에 들어가
햇살 비칠 때 벌거벗을 용기는 없지만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 한 잔 정도야…
짙은 보라색의 비슷한 모자가 있었는데…
잃어버렸다.
지금 font 색상값 #461C1C 처럼
무채색이나 갈색 계열 옷에도
그냥저냥 어울리는 모자여서
이렇게 섭섭할 수가 없다.
.
마음은 시들고
조그마한 너의 종이가슴에 닿으면
구겨지는 내 손을
몰래 감추던
너의 눈매는
다시 아름답다
上體를 서로 가눌 수 없을 만큼
水深은 깊고
물 위에 몇 개 작은 線들이
지나가는 지금
– 김영태 ‘섬’
새야
어리디어린 흰 새야
어느 날 降雪이 내려
신세계의 아침,
지상에는 신비스러운 너의
痕迹도 보이지 않았다
– 김영태 ‘한 겨울의 증언’ 일부
.
크라운과 챙, 경계확실한 이 모자까지 잃어버렸다
사진이라도 남겨놓길 잘 했나, 잘 못했나…
할 말없다…
가까와지다보면
다시
날아가는 새
하루 종일 마음에 금이 간다
할 수 없이 금이 간 곳에
날아와 정지해 있는 새
몸 전체가 비어 있는
이 가을
나에게 와서 금을 긋고
나같이 조금 망가진 새
새 – 김영태
목적지 없는 혼자 여행?
이 나이에 무신, 얼어죽을…
새로 개통한 경춘선, 신상봉역에서 상봉하야
덜컹덜컹…경춘선카페 번개나칠까욤…^^
청평역에 내리면 차와 음악,
그리고 선한 주인장도 있는데
… ….
산성
28/01/2011 at 00:47
오…번개치소서…
불빛 번쩍 하는 곳으로 달려 갑니다.
이렇게 할 일 많은 단대목이 돌아오면
마음만은 늘… 어디론가 내달리고 싶어서 말이지요.
가까워지다 보면
다시
날아가는 새
…
금이 간 곳에 날아와
정지해 있는 새.
우물쭈물 다시 시구절을 읽어보다…가.
산성
28/01/2011 at 00:49
그런데…’그 모자’
아까워라…
마이란
28/01/2011 at 02:02
얼마전에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나왔던 그림들
주루룩 다시 보게 되어 새로워요.
지금 그 책은 이웃에게 빌려줬고
저는 닳아진 ‘불안’을 다시 읽고 있는데
여전히 너무 재밌네요.
그는 ‘불안’ 이 한권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다 쏟아부어서
다른 책들이 손해를 좀 보는구나, 혼자 생각해요.
그나마 여행의 기술은 그런대로…
(앗! 저도 참나무님 닮아가는지 샛길로.. ㅎㅎ)
처음 뵈었을 때 쓰셨던 모자도 생각나요.
그것도 직접 만드신거였죠?
번개 치세요!
산성님이 우뢰와 같이 좋아하시네요. ㅎㅎ
그런데 아마 그 번개와 우뢰뒤에
멀리 바다건너 어떤 여자는 소나기처럼 울꺼예요. 흑흑.. ^^
(번개치시면 사진으로 꼭 보여주세요. )
참나무.
28/01/2011 at 02:38
울지마 톤즈 볼 때였을거에요
한 철에 모자 두 개를 잃어버리다니…참 한심하지요
더구나 만든 건 페턴 잘라놓고 오랫동안 묵혀뒀다
최근에 만든 거라 더 아깝네요…
보라색 모자는 실감이 안납니다 아직…;;
지난 번 연극볼 때까지 쓰고다녀서…
경춘선 카페 번개는 구정쇠고. 치겠습니다 꼭 !!!
설 쇠고 사흘지나 시부 기제사까지 있어서
아마 도망가고싶었나봅니다.
참나무.
28/01/2011 at 02:44
인사동서 미라니 만날 때 쓴 모자는 영화 ‘위대한 침묵’ 보고난 후..
두 번 다 정신놓고 혼줄 빠질 때 였네…합니다
그 모자 역시 아끼던 퀼트모자여서 이후 극장까지 찾아갔다는…^^
누가 주워갔는지 세상에서 하나뿐인 모자라 곰방 표나서
잘 쓰고다니지도 못할 것인데 하는 미련 때문에
경춘선 마담 미라니 보면 죄지은 거 있어 환대가 각별할건데
올개는 안된다니 이담에 꼭 손잡고가자구…약속!
참나무.
28/01/2011 at 03:14
아참 빼먹은 말
누가 젤 먼저 ‘보통’ 이야기 꺼내나 했는 데…
역시 미라니…
가차이 있으면 상도 줄 수 있는데 …믿거나 말거나…ㅎㅎ
슈카
28/01/2011 at 03:57
에드워드 호퍼!
이 화가의 그림 한 점을 봤어요.
주말 연속극 ‘사랑을 믿어요.’에서 나왔어요.
극 중 박주미와 이재룡이 부부로 나오는데 이재룡이 미술을 전공한 박주미를 유럽으로 유학을 보내요. 딸아이와 자신은 본가로 들어가 살면서 부인을 뒷바라지 하고요.
3년 뒤 박사학위를 따고 귀국한 그녀와 가족이 외식을 하고 나와서 있는데 딸아이가 넘어져 우는 것도 모른 채 박주미가 넋을 잃고 바라보던 그림이 호퍼의 "푸른 저녁"이라는 그림이었어요. 박주미가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하거든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하고 생각하니 그 호퍼였네요^^
그냥 반가워서요~
첫번째 그림 속 여자는 저도 부러운걸요^^
그저께는 전철역에서 김영태 시인의 과꽃을 발견하고 너무 반가워 폰카로 사진도 찍었다니깐요ㅎㅎㅎ
근데 잃어버리신 모자는 제가 다 아깝네요.
그냥 더 멋진걸로 또 하나 만들어 쓰고 다니세용^^(위로가 될까욤^^*)
참나무.
28/01/2011 at 04:15
모든 거 다 내비두고 훌훌 떠나고픈 마음 이해해요..,충분히
음 그런 드라마가 있나보네요
도회적 우울이 이 화가 화두여서 영화 장면에 자주 나온답니다
그 전에 김혜수 주연 ‘바람피우기 좋은 날’ 에도
바로 바다가 보이는 방을 그림 작품이 나오지요
(사실은 누가 호퍼 그림 나온다고 이 영화보라 해서 본 영화지만)
옴마…과꽃은 아직 못만났는데
어느 역일까요..제가 시간만 되면 찍어두거든요
자꾸 나쁜사람들이 단어들을 뜯어가서
– 왜그러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삶아먹으려는지들..ㅎㅎ
고마워요 알려줘서 이대한 슈카- 아니아니 소리엄마
쉬잇 남편이 암것두 못먹고 감자만 먹으란 진단이 나와
저 꼼짝못하고 집에 갇혀있어요…;;
저녁에 하콘도 못갈지두 몰라요 하필 송영훈 나오는 날… ㅠ.ㅠ
자장가
28/01/2011 at 07:52
친구가 ‘호퍼’의 그림으로 글을 쓴 것이 생각나요.
오전 11시, 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던데…
모자를 잃어버리셧네요.
안타까운 마음 충분히 느껴집니다.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 아직 기억에 있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 기다리겠습니다.
참나무.
28/01/2011 at 09:33
그렇지요
글 못쓰는 사람도 호퍼의 그림들 보고있으면 스토리가 엮어지는 데
황동규 시인도 구면이시고…주위에 글쓰시는 분들이 많으신가봐요…^^
그림속 여인 들 모두 다른 모습 다른 장소이지만 같은 건 외로워 보이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페러디 그림들도 많고…
오전 11시…완성되면 꼭 보여주셔요.내용이 굉장히 궁금합니다
이제 3월엔 세번 째 만남이니 자장가 님은 가족이지요
아픈 남편 두고 음악회 간 여자라고
또 ‘좌우지간 못말리는 여자’ 소리 듣기 싫어 포기하고 죽치고있답니다…;;
김진아
28/01/2011 at 11:43
준혁이가 장에 민감해요.
약을 ..여러가지로 많이 먹어서인지, 어떤 음식에선 심하게 트러블이 나기도 하지요.
혹시나 해서요.
감자를 먹어야 한다는 진단이시라면..
긴장성 장..스트레스 아닌가 해서요.
그럴경유 고구마,콩,감자를 권하시거든요.
아무리 몸에 좋고,장에 좋다고 해서 채소를 권하고,야채를 권하는데요.
그건 지나치게 예민한 어떤 분들에겐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답니다.
감자를 권하신다는 진단이시라면, 과민정 대장질환에 속하실수 있을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남겨봅니다.
복부에 지나치게 가스가 찬다든지, 변이 지나치게 묽든지 하다면..거의 감자를 권하세요.
반대로 변비가 지나쳐도 마찬가지지만요. 당분간은…병원에서 권하신 식단대로
마련하심이 제일 좋을듯 합니다.
큰 걱정은 아니하셔도 괜찮을듯 하구요.
*^^*
douky
28/01/2011 at 12:55
혼자 떠나고 싶을 때 있지요…?
당일치기로는 가능도 하지 싶은데..그게 쉽지 않아요.
그나저나요…
지난 시낭송회 끝나고 경춘선 번개 조만간 한 번 치신다고
약속하셨는데….. 잊으셨지요? ㅎㅎㅎ
참나무.
28/01/2011 at 12:58
병 자랑 하길 잘 했네요
같은 음식 먹어도 저는 괜찮은 데
장이 약한 건 사실이랍니다
사과를 먹어도 탈이나거든요…^^
진아씨는 조블 종합 카운셀링센타 하셔도 되겠어요…ㅎㅎ
참나무.
28/01/2011 at 13:10
그러게 말입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이 28일이라해서 깜짝 놀랐어요
새해 인사 나누던 때가 엊그제같은 데…
덕희 님도 경춘선 번개 기다리는 1인 되겠습니다…ㅎㅎ
술래
29/01/2011 at 01:28
경춘선에는 저도 어릴적 추억 많은 곳인데…
부럽기만 한 외로운 여자 여기 있습니다^^*
summer moon
29/01/2011 at 04:17
나이가 어떄서요?^^
언제든지
목적없는 혼자 여행 떠나셔도….ㅎ
호퍼 그림들을 보면
저는 늘 복잡한 제 머릿 속까지 갑자기 조용해지는거 같아요.
말도 글도 다 사라져버리고, 한동안은 그냥 침묵 속에 머물게 되는…
저는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거 같아요
영 분위기도 나지 않고, 어떤 스타일의 모자를 써도
곧 밭일 하러 나갈 사람 같이 보여서..ㅠㅠ
도토리
29/01/2011 at 06:21
그냥 좋아요.
호퍼의그림도좋고
이렇게 편안하게 쓰시는 글도 좋구요…
어제 하콘..
울림이 환상이었지요.
기타에다가 첼로를 얹으니
기타 소리도 첼로 소리도 더 아름답더군요….^^*
소리울
29/01/2011 at 11:05
훌쩍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지 못하는 건 더 중요한 일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요,
그 일이 가장 절실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요, 그리고,
현재에 머물러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요,
모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요. ㅎㅎㅎ
너무 심했나? 용서해라. 정말
오드리
29/01/2011 at 15:24
아이참, 뭔 댓글이 이리 길대요.
무림의 고수들이 여기 다 모인것 같네요.
나도 한번 길게 달아봐~~
김영태의 새 여기있네요.
새란 제목의 시 찾을때도 암말 안하시더만.
참나무.
29/01/2011 at 16:07
술래 님도 경춘선 번개는 ‘그림의 떡’ 이네요
남편 아픈바람에 저도 한 며칠 조신하게 지내다 오늘은 출근해서
저도 덩달아 하루종일 밖에서 좀 놀았네요 – 아니 심하게…^^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밥하러 들왔으니…^^
얼굴 예쁘고 긴 생머리인 사람이 모자를 왜 쓴데요… 달님은 참…^^
호퍼는 보를레르 시도 줄줄 외우는 멋쟁이라지요.
도토리 님 제가 갔으면 드니 성호 CD 2개는 내껀데…
하콘 4군데 다 갔지요, 하콘 CD 도있지요 – 손해가 많네요… ㅠ.ㅜ
하샘은 답글도 시적이네 ‘별헤는 밤’ 페러디 같수다…^^
모자만드는 건 안할려구…
삼천포 사는 친구 온 이후 삼천포로 빠지는 방주병이 더 심해졌나벼..,ㅎㅎ
오늘은 오드리님까지 …이리 긴 답글을…ㅋㅋ
맞다 생각나네 누구 새가 제일 좋댔더라 가봐야겠네 ~~~
decimare
30/01/2011 at 13:09
겨울비
30/01/2011 at 21:48
보라색모자까지요?!!!
제가 졸라 뺏기라도 했으면 좋았으련만…
너무 탐났었거든요.
모자 잘 안 벗으시는데 어찌 잃으셨나 했더니
영화관에서…
떠나고파요.
연휴에는 바다에 다녀오려구요.
참나무.
30/01/2011 at 22:01
잘 다녀오세요
부러워라…바다라니요…!
아침에 일하나 저질렀어요..
좀 기니까 한가한 시간에…
바로 위…박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