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긴 연휴였네요…다사다난했던…
와중에도 기제사 참석한 친척들 모두 돌아가고 정리도 거의 끝난 후
물에 젖은 솜같은 몸으로 제 좁은 방에 돌아와제가 한 일은
전진수씨가 소개해 준 음악들 찾아듣는 일이었네요
살아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일은 얼마마한 축복인지
다른건 다잊기로합니다
존 베리를 비롯,모리스 자르,엔리오 모리꼬네…
세상엔 재능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으며
제가 모르는 명화들,
들어야 할 음악들은또 얼마나 많을까 싶어
손가락 까딱할 힘 없을 때까지 계속하다
낼 아침에 못 일어날 것같은
죽음보다 깊은잠 속에 빠졌고…
아침에 다시 살아나 오늘은 아무짓도 하지말자 빈둥거렸지만
맥놓고 쉬는 일,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습관적으로바느질거리 꺼냈지만
진도는 잘 안가나서T.V를 켜니
이게 또 뭔 복인지!
낯익은 무대가 보이고 …
세상에나~~
예당에서 열렸던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중계를 하더란 말이지요
이후 이 지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즐감했습니다
눈부신 하얀 드레스 셔츠에 좀 큰 흰색의 입체적인 나비넥타이,
모노톤대비가참으로 신선했습니다거의 노년층으로 구성된 악단이데요
오른편 짙은주황의첼로주자가 자주 시선을 잡습디다
나이가 상당히 드신 할머니셨는데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에서 잔잔한 행복감이 전해지더군요
지휘자 빌리 뷔흘러(Willy Buchler)는 악장을 겸하고 있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춤을 추는지 지휘를 하는 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번개 천둥, 빠른 폴카연주할 땐 아예 무대를 빙빙 몇 바퀴나 돌기도 하고
새소리 내는 악기랑 뻐꾹소리나는 악기 주자들은
장난치는 사람처럼 객석까지 내려와 웃음을 자아냈고
우편 배달부 차림의 주자 한 분은커다란 항공봉투를 들고흔들며
객석곳곳을누빈 후 무대 한 가운데서 봉투를 여니까
색색의 Happy New Year메세지가!
완전히 퍼포먼스같은 무대더군요.
그 시간에도 당연히 경쾌한 폴카 연주는계속되었구요
잠깐 전화소리 나서 제 방에 들어간 사이 어마어마한 박수소리랑
왁짜~~ 환호가 들려 얼른 달려와 화면을 봤더니
New Year 메세지 뒷편엔 한자로 근.하.신.년.을 숨겨뒀던 모양이더라구요
빈 사람들로만 결성된 30년 전통의 이 악단은 일본, 미국등지에서 세계적인
금융 공황 시절에도 호평을받은 신년음악회 전문 악단답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더군요
레파토리 또한 경쾌한 폴카나 월츠 위주라 대중에게 쉽게 다가서는…
그리고 신년음악회 공식 레파토리 라데스키 행진곡으로 대미를 장식하더군요
협연자로는조수미 이후 유일하게
유럽 메이저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을 도맡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씨가
빨간 드레스 차림으로 메리 위도우 중
‘빌야의 노래’등을 선보여
비엔나 무대를 실감케 했구요
표정도 어찌나 섬세한지…
얼마전에 한국어 해설판을 직접 본 이후여서
장면들이 쏙쏙 들어왔습니다
저는 욕심을 내어긴 연휴 동안 수고 많았다고
나를 위한 큰 선물로 생각해버립니다 …^^
세상에서 큰엄마 물김치가 젤 맛나다란 조카의 칭찬도 들었겠다
媤자란 접두어 하나 더붙여준…
막장 드라마처럼 애 딸린 과부도 아니고
– 쉬잇~ 동성도 아닌,
고운 미소 날리는예비며느리 새배도 받았겠다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싶네요
다시 활력을 얻어 바른생활 학생 자세로 앉아
지금도 눈 속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스노 드롭.크로커스.
복수초 생각하며나팔꽃 피워봤습니다
여담;
아들은 여친 집에 설 전날 미리 세배하러갔는 데
마침 만두를 빗고있길래앉아서 몇 개 만들었더니
장모되실 분이 깜짝 놀라더라 했고
오랜만에 새뱃돈까지받았다며 만면에 희색을 띄우데요
밥을 어찌나 많이 주시는 지 혼났다며
설날 새배올 때 복수할 거라며 여친 밥 많이 담아란 농담까지하더랍니다
집에서는 처음으로 저녁 먹는 날
첫이 붙어 상차림에 약간 신경은 쓰이더라구요
차례 음식이라도 제상에 놓느라자르지않아
넌출넌출 나물먹다혹시실수라도 해서
무안해 할까봐 잘게 잘라 다시 담았고
그냥 같이 떠먹던물김치도 앞앞이 각각 놓게 되고
이것이다른 점이구나…했습니다
밥상 물리고 아들이 커피 한 잔.하길래 살며시커피 취향을 묻자
-…그냥 아메리카노면 괜찮…
말 떨어지기도 전에 아들이 내리는 커피하자며
우리집은 예전부터 원두 마셨다는 설명은 왜 하는지
장가가서도 그리 하겠다는 통보인지
이런 사소한 일로 혹 충돌이 일어나진 않을까 …
조선 걱정을 또 했는데
뉴스 보니 예단비 몇 억을주고 결혼한 신부가 5개월 만에 파경이 나서
신부 측에 예단비 다시 돌려주란 판결이 나왔다고 시간마다 떠들데요
30년간 다른 환경속에서 자란 선남선녀가 뭉쳐 살면서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 이해하는 부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무리할까요 – 계속하면 네버엔딩스토리될까봐
그만 일어나 생산적인 일이나하렵니다
명절 잘 쇠셨나요 그댁은…^^*
참나무.
08/02/2011 at 02:30
전 현재 스코어 윗 입술에 대 분화구 혀 안엔 잔잔한 거 3 개…
그리고 콧물 줄줄…;;
김진아
08/02/2011 at 04:13
몸살 나셨군요 ….
따끈하게 율무차 아님 대추차를 드시면서 쉬셨으면 해요. ^^
봄 햇살 같은지, 집안에 있는 꽃 화분들이 부지런을 떨어요 ㅎㅎ
술래
08/02/2011 at 04:17
같이 떠먹던 물김치 앞앞히 각각…
울 딸이 그 댁에서 식사하면 행복하겠는데요.
제 딸은 시댁에서 한 그릇에 여러 사람 숟가락이 들락 날락 하는
풍습이 아조 힘들다거든요.
제 딸도 시부모님께 새뱃돈 두둑이 받았다대요. ㅎㅎ
저도 한 차례 치룬후랍니다.
몸살 지독하게 했어요.
참나무.
08/02/2011 at 06:22
맞다 대추차 끓여야겠네요
고마워요 진아씬 몸살 안나셨나요…^^
/ 술래님은 미국서도 설 명절 제대로 쇠셨나봐요…^^
결혼 초가 어려울 것 같지요
서로 다른 습관들 마찰 때문에…
손풍금
08/02/2011 at 15:0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나무 언니 (사뿐 ^^)
넌출너출 입에걸릴까 싶어 한 번 더 자른 나물…
저도 꼭 그렇게 할거에요.
깊은 배려심…
낡은 듯한 자주빛 색감에 연분홍 나팔꽃의 조화가 기가막히게 이쁩니다.
이런 것 볼 때마다 저도 너무너무 배우고 싶어집니다 ^^
며칠의 일상 재미있게 잘읽고 갑니다.
올 한해 건강하소서^^
산성
08/02/2011 at 21:56
‘첫’이 붙는 모든 상황 축하드립니다.
예전엔 어린(?) 우리들만 어려운줄 알았는데
세월 지나고 보니
맞아들이는 어른 노릇 또한 쉬운일이 아니군요.
이렇게 풀어 놓으시면
좋은 공부될 듯 합니다
따라서 사뿐~ ^^
참나무.
08/02/2011 at 22:44
반가운 손풍금 님 산성 님
아…아침에 라지오로 들은 뉴스 때문에 지금 맘이 좀 갈아앉았네요
철없이 떠들기만하고…
주위를 좀 둘러보고 정신차려야겠어요
방금 망설이다 그냥 엔터 처버렸어요
울 동네 박스사업하시는 할머니께
오늘은 대추차라도 들고나가야지…합니다
레오
09/02/2011 at 05:14
정말입니다
이런 소소한 것들도 듣고 배워야
어른 노릇 제대로 하게 될 듯~~
새 식구 들이려면 잔잔한 에피소드가
많을 듯 한데 여기에 다 풀어 놓아 주세요^^
도토리
09/02/2011 at 09:38
저 어제 열린음악회 갔더랬어요.
kbs홀.. 그런데는 누가 가나…. 했는데 제가..ㅎㅎㅎ
서울사람 남산구경안가듯이
관광객 서울 구경하듯이
동생이 가자하여 억지로(?..)갔는데 재미지더이다.
남진 노사연 이용씨에다가 아이유 시크릿까지…거기다 탱고까지 춘 서정학 바리톤까지…
어쩌면 저 tv에 나올런지도 모릅니다.ㅋㅋㅋㅋㅋ^^*
참나무.
09/02/2011 at 11:07
어른 노릇이 더 어렵니라..
예전에 제 할머님께 들은 말이 요즘 자주 생각난답니다 레오 님..^^
/ 요담 일요일인가요 눈 크게 뜨고 찾아볼게요
카메라멘들이 미인보는 눈이 있어서 틀림없이 나오시리라 장담합니다아
아이구 탱고까지..눈 돌아가셨겠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