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장일범씨가 젤 먼저 들려준 음악

신혼여행 마치고 돌아온 장일범씨가

오늘 아침엔 선곡표에 실리지도 않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중 미뉴엣을 들려준다

곧이어 선곡표 대로 들려주면서 아무른 설명이 없다.

월요일 아침… 타레가 눈물이어서 그랬을까

진행되는 동안 …지키고 있어야하나…

최승자 시인, 淸談에 모실 날을 기대하며

[시가 있는 아침] 보따리장수의 달

[중앙일보] 입력 2011.02.28 00:26

보따리장수의 달 – 최승자 ( 1952~ )

시간 속에서 시간의 앞뒤에서

흘러가지도 않았고 다만 주저앉아 있었을 뿐

일월(日月)도 역사도 다만 시간 속에서
나는 다만 희미하게 웃고 있었을 뿐
먼 길 보따리장수의 달
흰 하늘 눈먼 설원(雪原)
보따리장수의 달만 흘러간다
흰 하늘 눈먼 설원
가도 가도
흰 하늘 눈먼 설원

설해( 2004, oil on canvas, 193 x 130cm ) ⓒ이현

초점을 놓치거나 혹은 아예 지운 의식의 배율을 확대시킬수록 풍경( 사물현상 )은 물러나다가 텅 비게 되는가. 풍경 어디로 갔나. 너무 크게 늘어나고 멀리 물러나 볼 수도 잡을 수도 없게 된 풍경은 그러나 있으면서 없다. 의식의 쓰레기와 거품 쓸려간 빈자리에는 본래 있던 ‘흰 하늘 눈먼 설원’ 이 드러나고. ‘가도 가도’ 낯선 ( 한편 낯익은 ) 이 상태 또한 구체의 사물현상처럼 다른 차원의 고밀한 응집현상인 것. 자아는 간신히 그 경계에 남아 ‘먼 길 보따리장수’ 가 된 자신과 함께 흐르는 달을 감각한다. 이 이미지마저 꺼지면 글자로 쓰여질 시는 없는 것. 과녁에 뚫리듯 시 ( 다른 이름 발명해도 좋으리 ) 바로 거기에 뚫려 시 자체가 될 것이므로. 그렇지만 글자로 이루어지지 않은 시는 우리와 관계할 수가 없으니. <이진명·시인>

▶ [시가 있는 아침] 더 보기

4 Comments

  1. 揖按

    28/02/2011 at 05:16

    시와 음악의 밤 – (여긴 지금 밤이므로) …
    나도 젊어 한때는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4중창에서 테너 부분을 맡았고…

    그런데 조연으로 출연 한, "설해" 란 삽화가 더 호소력있게 다가옵니다.
    심플하고 강열한 것이 더 직접적인 모양이지요.
       

  2. 참나무.

    28/02/2011 at 06:29

    저는 예전에는 메조
    지금은 바리톤입니다…ㅎㅎㅎ

    그러네요 여러 개 보다 딱 한 작품이 강조법 같긴하네요
    오후라서 음악 바꿉니다
    선곡표를 다시 확인하니 슬며시 고쳐놨네요…^^

    오늘 한강과 하늘은 같은 회색.
    어제 강원도엔 폭설이 내렸더랍니다
    소복한 장독 위의 눈이 마치 꽃같습디다.   

  3. 산성

    28/02/2011 at 06:46

    츠암…바리톤 참나무님^^

    아침에 새신랑 장일범씨 방송 들었습니다만,
    축하문자 소개가 너무 많아 ‘혼나겠다’싶은 생각도 했었지요.

    아무튼 너무 매끄러운 사람이라…
    어두컴컴했던 박종훈씨 생각을 한번 씩 하지요..이러면
    또 송모씨로 넘어가시겠지요…^^

    오늘 날씨가 영~회색입니다.

       

  4. 참나무.

    28/02/2011 at 07:16

    증인 출두하셨네요
    오늘 선곡엔 멘델스죤 무언가도 있었거든요

    Ilse von Alpenheim (일제 폰 알펜하임) – 잔뜩 기대했는데…

    잘은 몰라도 다른 프로에서 빌려갔는지
    그것도 안들려주더만요 – 이 방송 오래 듣다보니 이젠 귀신…ㅎㅎ

    방방 뛰는 분이 신혼이라 더하겠네…했습니다.
    변함없이 *삼쾌한 사람 장일범씨 외엔 본 적이 없답니다…^^

    *삼쾌 오타아님 – 유쾌. 통쾌. 상쾌.-비속어 모르실까봐…ㅎㅎ

    회색하늘 보러 자주 베란다로 나간답니다…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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