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나 혼자 있으면 뉴스같은 거 안들으면 되지만

아침에 들리는 뉴스 대강만 추려도 기가 찰 노릇이다

일본 여인의 모유에서 방사능 성분이 나왔다 했고

우리나라 모처(?)에선 구제역이 다시 발견되었다 했고

차치기로 여성들 가방을 뺏어 달아난 소식

한 40대 남성은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 이하생락(입에 담기도 싫어서)

그 초등학교도 보안관이 있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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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국체험 학습중인 아이들 초등학교 보안관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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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주루룩 선생님과 같이 나와

교문밖에서 이렇게 손을 마주 치고들 헤어진다

보안관 하니 어제 미션이 생각난다

어제 나의 미션 첫 레파토리는 아파트 근처 초등학교 대문에서

12:30분에 No.3 기다렸다 1:30에 근처 상가에 있는 열린보습학원에 데려다주는 일이었다

No.1.No.2는 지들이 알아서 집에 까지 올 수 있고 No.4는 딸아이가 데려갔고

그리고 4시 즈음 눈높이 선생 수업 있으니 집에서 기다리면서

아이들 외삼촌 결혼식에 입을 옷들 챙겨보라고 바닥에 주루룩 늘어놓고 간다 했다

No.2. 3.은 조벅에서 가져온 드레스 입히면 되는데 No.1 한복이 문제였다

같은 또래보다 큰키여서 다리도 팔도 긴데 품은 또좁으니 한복 고르기가 문제였다.

드래스 입히면 외숙모(신부)에게 혹 누가 될까…

의논 끝에 한복을 입히기로 했다

작년 월드컵 때 산 건 벌써 작아서 못입게 되었다고

그저께 월요일엔 한복집에 가서 직접 골라왔었다

어른같으면 말기 위를좀 찝으면 되지만 바싹 올리니 겨드랑이가 아프단다

하필 또 수가 있는 거라 치맛단을 줄이는데

아이구~~ 팔폭치마라어제 미션 중 제일 힘든 래파토리였다…^^

에피소드 하나

어제 날씨 눈이부셔교문안 정원석 그늘에서 우두커니 기다리는데

(학교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였으니 남은 시간 이리저리 근처 꽃들 담기도 싫증나서)

한 젊은 엄마가 씩씩거리는 남자아이들 데리고 와서 운동화를 벗긴 후

그 안에 든 흙이랑 자잘한 돌을 털어내며

– 너…피아노학원도 가야하고 미술학원도 가야하는데 전화 안받으면 어떻허니

엄마 헨드폰 빠때리도 다 되어가는데

(요즘은 초등 1학년도 손전화를 가지고다니나?)

– 엄마 … 베러리!

순간 아이 엄마랑 나는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내어 웃고말았다.

(아침 뉴스 하도 기가차 좀 웃으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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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친가 아파트도 요즘 봄꽃 천지

빨간 명자꽃 사이에 핀 흰꽃은 무슨 연유인지…

어제 신문을 오늘 아침에 본다

아침 내내 듣기싫은 뉴스 잊으려고 내가 한 일은

박종호(맨 아래 기사 참조)씨가 그리도 흠모하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동영상들이었다

시작한 김에 조안 서덜랜드. 내튜랩코. 몽세라 까바에…

버퍼링 멈칫거리면 기다지않고 다음 다음하면서

체칠리아랑 비교하는 동영상 에서부터 조수미. 신영옥까지 진도나가버렸다

참 많기도 한 소프라노들…몇 곡만 남겨두자…

( 오늘은 별 일 없을 것 같아 창 열었는데 또 호출이다.

– 내가 천하 백수라서 얼마나 좋을까들

두 남자들은 또심심하면 청첩장 던져두고 나가버리고.

우체국에 설흔 열두 번도 더 가고 …오늘은 변시지..했는데…끙

수정도 나중에…;;)

박종호 정신과 전문의·풍월당 대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청교도’를
만나러 취리히까지 갔다 되돌아왔다…
작년초 빈에서 다시 만난 60대 후반 그루베로바는
벨리니에 평생 헌신한 이답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줬다
오페라는 내 인생의 학교다

매진인 줄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소프라노 에디타 그루베로바가 나오는 오페라 ‘청교도(淸敎徒)’에 표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기다렸다. 그때까지 보려고 마음먹고 찾아갔던 공연이라면, 어떤 극장도 들어가지 못한 적이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한 장이라도 반환되는 표가 있거나, 누가 나타나서 표를 팔거나 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내가 믿는 징크스였다.

그런데 그날은 아니었다. 정말 표는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들 즐겁게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문이 닫혔다. 나는 로비에 덩그러니 혼자 남았다.

난생처음으로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돌아서야 했다.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인 벨리니의 ‘청교도’ 앞에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맥주를 시켰다. 악사들이 즐겁게 요들송을 부르고 있었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요들송이었다. 머릿속에는 벨리니의 선율만 맴돌 뿐, 요들송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루베로바의 ‘청교도’가 한(恨)으로 맺혔다면 거창한 말이고, 이루지 못한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음반이나 영상은 들어보았지만, 실황으로 그녀의 ‘청교도’를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유럽 구석구석의 오페라하우스를 섭렵하면서 그녀의 ‘안나 볼레나’ ‘노르마’도 보았고, 다른 이들이 부르는 ‘청교도’도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청교도’만은 보지 못했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에디타 그루베로바는 20세기 후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대명사로, 도니체티와 벨리니의 오페라에서는 당대 제1인자다.

오페라를 보러 다닌다는 것은 나에게 산악인이 산을 오르거나 구도자가 현자(賢者)를 찾는 것과 같다. 오페라는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최고의 예술이다. 내가 오페라를 보는 동안 오페라의 음악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내 귀를 가려주고, 오페라의 무대는 세상의 천박함으로부터 내 눈을 지켜준다. 게다가 오페라에는 음악·미술·연출은 물론이고, 품격 넘치는 문학이 있고, 신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인생이 있다. 오페라 무대는 나에게 세상과 예술을 가르치는 학교였고, 척박한 인생에 활력을 주는 샘물이었다. 나는 모든 영감을 오페라에서 얻었고, 감정을 오페라에서 정화시켰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그 후로 그녀의 ‘청교도’를 보게 되기까지 13년의 세월이 필요하리라고 그때는 생각 못했었다.

2010년 정초, 그 겨울의 빈은 정말 추웠다. 뼛속까지 시린 날씨에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하여 앉았다. 그 한 시간이란 그녀의 ‘청교도’를 기다린 세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휘봉이 극장의 공기를 가른다. 벨리니 특유의 서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오늘 테너와 바리톤이 너무 나쁘다. 실망이다. 관객들도 냉담하다. 테너가 저렇다면, 이건 ‘청교도’가 아니라 ‘탁교도(濁敎徒)’가 아닌가?

그리고 등장한 그루베로바는 60대 후반이었다. 그녀는 유명한 ‘광란의 장면’에 모든 것을 걸었다. 아주 잘 부른다. 허나 연기는 실망이었다. 연로한 신체로 난해한 기교를 구사하려니, 감정표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녀를 부정하기에는 기교와 발성이 너무나 좋다.

‘광란의 장면’이 끝나자 엄청난 박수가 쏟아진다. 공연은 중단되고, 그녀는 세 번이나 나와 커튼콜을 받는다. 빈 사람들의 그녀 사랑은 대단하다. 그녀가 20대에 명성을 얻은 곳도 빈이니, 그녀에 대한 그들의 오랜 애정을 내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보이고 들리는 것만으로 판단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피날레는 훌륭했다. "우리가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는지 아시나요?"라고 그녀가 묻자 테너는 "석 달"이라고 답한다. 이에 그녀는 "아뇨. 300년 되었습니다. 300년의 순간마다 당신을 그리고, 순간마다 당신을 불렀습니다"라고 말한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렇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는 지금 벨리니의 위대한 걸작을 듣고 있으며, 평생을 벨리니 오페라에 헌신한 위대한 예술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기립박수. 관객도 연주가도 행복했다. 나도 가슴에 뭉클한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십수년 전에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나보니, 그때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때 내가 듣지 못한 ‘청교도’는 결국 듣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상관없다. 그렇게 오페라란 매번 다른 것이고 늘 새로운 것이다. 나는 또 내일 오페라 극장을 찾을 것이다.

11 Comments

  1. 김진아

    21/04/2011 at 01:19

    산호 고우네요.
    한복 입은 모습이 ..아이들은 일년 사이에 훌쩍 자라나봅니다.

    하이얀 드레스 입은 둘째,셋째의 모습은 ..제목 생각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고 ㅎㅎㅎ

    넷째..아토피가 언제 그렇게 고생시켰나..싶을 정도로 잘생긴 모습에 그냥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베러리~~도 웃기고요. ㅎㅎㅎㅎ 웃음 나오는것엔 성공입니다. ^^

       

  2. 참나무.

    21/04/2011 at 03:04

    아유…벅종호만 수정합니다
    지금 사돈댁 컴이라 낯설어서

    괜히 급히 올렸네요…동영상 올리면서…ㅎㅎ
       

  3. 도토리

    21/04/2011 at 03:37

    와우~~!
    아기들이 많이 자랐군요.
    모두다 참 어여쁩니다.
    ……*^^*   

  4. 참나무.

    21/04/2011 at 03:39

    지금 No.4랑 집보고 있어요

    음악 조그맣게 해놓고…갑갑합네다아~~^^*
       

  5. 참나무.

    21/04/2011 at 03:40

    맨 위 동영상은 크게해서 들어셔요 꼭…!!!   

  6. 오드리

    21/04/2011 at 10:31

    언니, 청첩장 보내주세요!!!!!!!!!!!!   

  7. 참나무.

    21/04/2011 at 10:54

    지금 집으로 전화주세요 오드리 님
    전화번호가 새 전화기엔 없어서… ;;
       

  8. douky

    21/04/2011 at 12:32

    No.4는 애기때부터 봐서 그런가요.
    멋진 정장 차림의 소년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삼촌 결혼식에
    세 공주님과 멋진 왕자님이 빛을 더하겠습니다~~   

  9. 참나무.

    21/04/2011 at 13:02

    정말 그러셨네요
    하는짓도 얼마나 구여운지…
    잘 웃고, 예의바른 왕자랍니다
    이리 노골적으로 자랑질 해서 잡혀가겠네요…ㅎㅎ
       

  10. cecilia

    23/04/2011 at 07:03

    아이들 너무 이쁘고 건강하게 자랐네요. 보물들입니다.

    오페라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한국남자분, 존재하는군요.   

  11. 참나무.

    23/04/2011 at 14:50

    고맙습니다…아이들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박종호씨 오페라 사랑하는 풍월당 주인으로 유명하답니다
    오페라 관련 책도 여러 권 출판한, 정신과 의사

    저는 오늘도 풍월당에서 베토벤 8번 교향곡과 해설 DVD, 기어이 보고
    인사동까지 나갔다 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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