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곡할 일 !

( 5월 9일. 월요일 잡기를 5월 10일에 괴발개발. . . )024.jpg

*오늘 할 일

1. 우체국 가기

2. 명동. 종로, 동대문 시장

3. 단파라디오 다이얼 고장 수리

4. E 마트한달되기 전에 포스트 적립

그런데 아침부터 혼을 뺀 사건이 발생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오리발 신기 싫어

(요즘 이상하게 오리발 신으면 쥐가 자주 난다.)

수업 끝나갈 즈음 들어가 다음 타임 회원들 들올 때까지

20여분만하기로 하고 우체국 먼저 들러 볼일 다 본 후

수영가려는데 수영 가방(배낭)이 안보이는거다

우편번호 찾으면서 내려놨는데 내가 앉았던 자리엔

다른 아주머님과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두리번 거리니

아주머니 한 분은 내가 주소 적는 거 봤고

그 자리에 앉을 때의자엔아무것도 없었단다

(그럴 리가 없는데… ?)

난 무시하고 우체국 직원들이 혹시 안에 보관하고 있나 확인해봐도 모두 모르겠단 표정이고

내 빠른 등기 취급하던 직원만

‘. . .집에 두고 오지않았나요. . .’다른 일 처리하며 다소 관심을 표했다

‘수영가는 사람이 어찌 수영가방을. . .?

안들고 올 수 있겠냐며 고갤 강력하게 흔들었다

의자에 아무 것도 없었다 말하던 아주머니는 혹시 다른 데 두고온 거 아니냐 다시 말을 걸었지만

‘아침부터 갈 데가 어딨냐요 . . .어깨 추스리며 메고왔는데. . .

속으로만 궁시렁대면서 재삼 재사 확인해도 가방은 안보였다그러는 내가 딱해보였는지

할머니만 어떤색이냐 물어서 첵크무늬 배낭이라고 우체국 직원들도 들어라고말씀드리니

"…말세여 . . .남의 물건을, 간도 크지…쯔쯔 …"안된 표정을 지으셨다

어제 주일이라 그런지 월요일 우체국은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았다.

꼴랑 가방 하나 없어진 것 가지고 바쁜 직원들이 나에게 까지 신경 쓸 시간이 없어보였다는 거다

더 있어봐야괜한 눈초리만 받을 거같아 얼른 포기하고 나가려니 내 등기우편물처리하던 직원이

전번이나 적어놓고 나가라 해서 어깨 추스리며 배낭 메고왔던 길을 다시 걸었다

요즘은 나를 나도 못믿어 혹시 중간에 사진찍으면서 배낭을 내려두고 왔나. . .후회라도 않게 가보기로 했다

아무도 들어갈 것 같지않은 좁은 골목 안여관 곁의 손바닥 정원에

기대했던대로 아이리스 두 송이 활짝핀 거 보고 어찌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지

근데 꽃 색갈이 왜이리 옅을까?

요리조리 살피며 앞으로 필 봉오리도 4개는 더 될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향기나기 시작한 은방울꽃찍던 곳까지 다 가봤지만

설사 배낭을 내려놓고 왔다손 치더라도 그 시간까지 있을 리 만무할 터

가방은 아무데도 없었다.

스판 늘어져버린 낡은 수영복 안버린 거는 있지만

당장 수영모랑 물안경은 새로 사야하니 좀 바쁠 거 같아 걸음을 빨리했다

‘수영은 물건너 갔고 샤워나 하고 오자’ …이러다 다시

‘아이구 참 이 정신머리..’ 이랬다

아무리 그래도얼마 전에 개봉한 바디 빠다 (body Butter 크림)은 아깝네 정말. . .

( 식빵 어떻게들 먹을래 / 빠다만 발라 후라이팬에 구워 주세요 / 너도 빠다 하니?/

할머니 쉽게 알아들으시라구요. . .이런 대화는 왜 또 생각날까 – 바쁜 데 나도 참. . .;;)

새삼 아까 그 할머니 말씀처럼 이 세상이 왜이럴까 정말. . .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세상 맞네. . .

혼자 혀를 차며 집까지 힘없이 도착했다

. . . . . .

그런데 . . . 그런데

귀신이 곡할 일…!

식탁 위에 수영가방이 올려져 있는거다

가방에 새 타올 갈아 넣고 전화 한 통 급히 받으며

빠른 등기 보낼일, 틀림없이 피었을 아이리스,

그리고 은방울꽃 생각하며 디카만챙기고 그냥나간 모양이다

우선 난리치고 온 우체국 직원께 가방 찾았다는 전화 먼저 했다

쪽팔려서 그냥 둘까 하다 요다음 나 비슷한 사례 있을까봐. . .

아니면 나 이전에 나같은 사례가 발생하여

‘혹시, 집에다. .. ‘두고…

‘다른데 두고 . . .

이런 말을 얼른 했을지 . . .;;

엄마 생시에 물건 세 개 들고다니면꼭 하나는 빠뜨리고 오셔서

지청구 하던 시절도 떠오르면서수영가방을 찾아 반가운 마음보다는

정말이지 나도 믿지못하겠는 내 정신상태가 더 걱정스러웠다 . . . 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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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 나무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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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퉁에는 무지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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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 하루 전이라 연등들이 많이도 매달려 있었다

그 사이로 성당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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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락말락해서 우산 안들고 간 나는 조마조마했는데

나보다 더 조마조마한 사람들은 우산장사 같았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곧 한바탕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

좀체 비가 오시지는 않았거든…^^

오랜만에 가 본 명동도 날로 날로 변했고

종로통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세운상가 단파라디오 산 곳은 아무리 찾아도 온데간데 없고?

다행이 눈에 띄인 수리센타에서 라디오는 잘 고쳤다.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남발하니

"교회다니세요. . . "

이런 말도 듣게된다.

내 맘속으로만 그랬다

외출할 때 자주 들고다니는 라디오 떨어트려

다이알 움직이지 않아 많이 갑갑했다

못쓰는 건 아닌지. . . 새로 사야하는 건 아닌지 했는데

부드럽게 왔다 갔다 하는 것도 고맙고

맡겨두고 가라. . . 다시 한 번 더 나오게 하지 않고 즉석에서 고쳐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는지

내가 산 라디오 가게 못찾겠다 했더니

날 석기시대 사람처럼 쳐다본다

세운상가 반 정도는 허물어진 거 모르느냐며…

그 자리엔 처음 보는 보리밭과 원두막이 있었다

보리밭 사잇길로… 가곡 한 자락이 떠올랐지만

참 생소한 풍경이었다

시내 한 복판에 보리밭이라…

나만 모르고 있었을까?

여튼 정신 번쩍나게 한 하루 이야기 이제사 남겨본다

1.2.3. 계획했던 일, 다 마치고 4번만 아직이다.

( 오늘은 경춘선 번개 다녀왔는데 올릴 수 있을지…?

자꾸 일기가 미뤄진다…;;)

14 Comments

  1. cecilia

    10/05/2011 at 14:31

    아이고!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와요. 참나무님!

    저도 가끔 아침에 커피 내린다고 커피가루를 커피 기계에다 넣는다는 것이

    직접 찻잔에다 붓는 정신머리랍니다.

    요즘은 무거운 거 들다가 허리가 삐긋해서 집에만 있는 신세.ㅎ   

  2. 참나무.

    10/05/2011 at 14:51

    아이구 허리 조심하셔요

    우리나이는 만나면 건망증 이야기부터 서막를 연답니다
    이 이야기 그대로 하여 오늘은 제가 1등먹었어요…ㅎㅎㅎ

    세실리아 님 하시는 거 전 레파토리에 끼이지도 못하는데…^^

    에스프헤소 기기에 물도 안붓고 가스불에 올리기도하고
    중간 걸름망 안끼우고 끓이다 터키쉬 커피 마시는 일은 다반사구요…^^*
       

  3. 술래

    10/05/2011 at 18:22

    이 정도는 애교지요 뭐…ㅎㅎㅎ

    그래서 나 스스로를 못 믿어 잘 못 우기네 되었답니다.

    언젠가 언니가 저한테 자꾸 우겨대니까 옆에서 형부가
    "당신 우기면 절대 안되는 사람이야~~~"
    꼼꼼하신 형부와는 정 반대인 언니한테 많이 당해 본
    형부가 하시던 말쌈이예요.

    이제 저도 절대로 못 우기는 나이가 되버렸네요.ㅠㅠ   

  4. 참나무.

    10/05/2011 at 22:40

    …근데 요즘은 ‘못 우기는 나이’가 점점 내려가는 추세인 것 같지않던가요
    그만큼 세상살아내는 일이 복잡해서인지…
    그러고 웃기도 한답니다

    올려주시는 요리들 열심히 보고있어요
    술래 님 파리 여행기도 더 많이 올려주셔요…^^
       

  5. 김진아

    10/05/2011 at 23:19

    홍차 티백 컵에 담가놓곤 그 안에 커피가루를 넣는 저두요. ㅋ
    ㅎㅎㅎ

    그래두,
    전화까지 하시고….
    바쁜 우체국 직원분들이 아마 의외라고 생각하시고 신선하게 받아들일걸요..

    ^^   

  6. 참나무.

    10/05/2011 at 23:41

    청첩장 때문에 수시로 드나들던 울동네 우체국
    요담에 갈 일이 걱정되기도했지만..
    그래도 자수해서 광명찾을 일 맞지요

    이 칸에도 아예 건망증 시리즈 주루룩~~ 해볼까요 진아씨…^^
       

  7. 11/05/2011 at 02:48

    ^^
    ^^*

    저도 오리발 신는 것 많이 싫어요.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가서 그런가 합니다.

    은방울꽃은 커다란 잎이 보디가드처럼 보기 좋아요.
    자그마한 꽃이 잎새 덕분에 더욱 빛나기도 하고,
    보호 막이가 되어 주기도 하는 듯.

    꽃보다 빛나는 청년같은 푸르른 잎…^^

    마음 졸이셨을텐데…
    저는 자꾸…^^
       

  8. 도토리

    11/05/2011 at 04:08

    ㅋㅋ. 재미집니당..
    저도 깜빡거립니다.
    오늘은 늘 놓던 자리에 있어야할 백이 안보이길래
    집에서 안가지고 왔나… 했어요.
    바로 조~짝에 있는것을…ㅋㅋ^^*    

  9. summer moon

    11/05/2011 at 04:39

    저희는 ‘날짜’를 곧잘 잊어버려서
    달력에다 아주 크게 표시를 해놓았는데….

    달력 보는걸 잊어버려요.ㅎㅎㅎ   

  10. 참나무.

    11/05/2011 at 12:50

    제 손전화에 가장 많이 찍힌 부재중 전화는 ‘우리집’…ㅋㅋ
    콩알만한 다이아몬드 반지 없어서 천만다행이네 한답니다

    근데 도토리님은 안그러실 것 같은데…워낙 야무져서…?   

  11. 참나무.

    11/05/2011 at 12:52

    ㅎㅎㅎ 달님 부부도 만만찮네요…^^

    시장볼거리 실컷 메모해두고
    메모지 두고나가는 일도 있는…저처럼…ㅎㅎㅎ
       

  12. 참나무.

    11/05/2011 at 12:54

    저랑 비슷한 체질인가요 섬님도
    저도 아주 싫어한답니다

    맞아요 은방울꽃잎들은 유난히 크고 부드럽지요
    위에서 그냥 보면 꽃은 잘 안보이고
    낮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잎을 들춰야 보이거든요

    오늘 은방울꽃 여러 개 입을 열었답니다
    2~3일 후가 초절정일 것같아요
    이침에는 향기가 제법 많이 나던걸요
    아이리스도 3송이나 피었고…

    그런데 활짝핀 모란을 못보고 떨어져 누운 꽃잎만 보고말았답니다.
    어찌나 앵통한지…ㅠ.ㅜ
       

  13. Elliot

    13/05/2011 at 21:49

    저도 언젠가 통근 열차 옆자리에 벗어놓은 웃도리 내리면서 깜빡한 줄 알고
    분실신고 하고 난리법석을 떨고 담날 보니 직장에 있더라눙…. -_-

    Welcome to our world of forgetfulness & blank thoughts. ^^

       

  14. 참나무.

    14/05/2011 at 11:32

    주제와 변주 님 오셨어요.

    이럴 때 전 왜이리 반가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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