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마치 소중한 인연과 추억들을 되새기면서 보내라고 주어진 시간같습니다…"
5월 두 번째 목요일 목동KT쳄버홀 정오의 음악회,
무대 왼쪽에서 해설을 맡은 피아니스트 김주영씨의 첫 멘트가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이어서 ‘낭만주의 교향곡의 마지막 별’이라 할 수 있는 구스타프 말러서거100주기를 맞아
이런 저런 말러에 관해 준비한 해설을 교과서적으로했습니다
1.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4곡
2.가곡<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4곡
3.피아노 사중주 a단조 가 이번 음악회 프로그램
1.
말러 자신이 쓴 시를 가사로 하여근
2년간 작곡해서 발표한 첫 번째 연가곡집이지요
화자가 남자여서 보통 바리톤인데
어제는 특별히 소프라노가 연주했습니다
음악회 시작 전 바로 뒷자리에서 일행 3명중 1명이
2명에게 한얘기가 지금까지 충격으로 남습니다
"…말러 서거100주년을 맞아 유럽으로
태마여행 가는친구는천만원 빚내어 간다는데
난 KBS 덕분에 공짜 음악회 당첨되어 왔다…
얼마 전에 우울한 일을 겪은 언니도
말러 여행 떠나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라고용돈 200 선물했다.
첨엔 500 주려다 오바하는 것 같아 줄여서…"
(뒷 이야기는 안들었으면 좋았을걸…;;)
천만원을 들여 말러 테마여행을 가는 사람이나
언니에게 용돈 200을순순히 줄 수 있는 우애도 부러웠지만
도대체 말러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때문입니다
아직말러 음악을 열심히 들은 적도 없고
더더구나 관현악을 반주로 하는 말러의 가곡도
언어 해독이 불가한 저에겐많이 어려워서. . .
그러나 뒷자리 사람들의 대화 덕분에
이번 음악회가 얼마나 소중한가는 충분히 알게되었네요
약간의 노력만 하면 공짜로 즐길 수 있으니
요즘 짐정리 하느라 많이 피곤하여 깜빡 잠이 올 때도
눈을 부릅뜨고 천만원, 천만원이러며 잠을 쫒기도 했습니다…^^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1818; Oil on canvas, 94 x 74.8 cm / Kunsthalle, Hamburg Friedrich,
2.
‘…나는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헤미안이라고
보헤미안들에게는 독인인이라고
독일인들에겐 유태인이라 외면 당했’다며
생시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고백했다지요
그에겐 늘 방황. 고독. 실연.염세.
이런 단어들이 따라다니는 이유도
권위적이고 엄격한 아버지에게 섬세하고 교양있는 어머니가
괴롬 당하는 것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유년시절부터 겪은 형제(14명)들의 질병과 죽음을 목격하게 되어
죽음에 관한 강박도 늘따라다녀 어린 나이에 음악에 깊히 빠졌다지요
4살 때 부터 200여곡을 다 암기하여부를 수 있을정도였고
10살 때 부터 무대에 올라 현란한 연주를 했다니
그의 음악에 대한 천재성과 열정 때문에
서거 후 그의 마니아들이 늘어나는 건지
말러 마니아들에게 좀 배워야겠습니다
돌아와서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한글 가사를 다시 찾아
음미해보니(제시 노르만) 프리마돈나 요한나 리히터에게
실연당한 자전적 스토리가 더 와닿긴 하데요
2.
독일 민요 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에 영감을 얻어
피아노에 이어 오케스트라 반주로 된 동명의 연가곡들은
2,3,4 교향곡을 비롯한 말러 교향곡에 가장 많이 인용되었는데
문학적 기교보다는 자연적인 음율이 살아있는 동시 같아서…가 그 이유랍니다
4곡 중 2번째 가곡인 <라인강의 전설>은 내용이 재밌어서 기억해뒀습니다
소녀들이 반지를 라인강에 던지고 잉어가 그 반지를 삼키면 잉어는 다시
왕의 식탁에 올라왕이 그 반지를 발견하면 소녀들의 사랑이 성사된다네요
<높은 지성에의 찬미> 는 뻐꾸기랑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귀는 크지만 음악은 잘 모르는 단순한 당나귀가 심사를 맡아
뻐꾸기 편을 든다는 내용이랍니다
The Tree of Crows, 1822, oil, Musee du Louvre, Paris.
3.
김주영씨는 페이지 터너를 대등하고 연주했습니다
밑부분 즈음이면 잔뜩 긴장하고 악보를 잡고있다
고개 까딱 신호 보내면 재빨리 파박 넘기는 걸
앞자리에서 보고 있노라면저까지 긴장하게되어 …;;
조재혁씨처럼 암보하여 연주하면 감정까지 살피는 재미도 있는데
교과서처럼 꼬박꼬박 악보 보며 연주하느라 엄숙한 표정만 읽혀서
연주 외적인 활동을 많이 해서일까…잡생각도 했더랬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로 구성된 마지막 피아노 4중주는
말러 초기 10대(정확히 16세)작품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긴 해도비장함과 염세적인 곡이어서
영화 <셔터 아일랜드> 에 삽입되었다는데
전 그 영화를 보지않아 숙제로 남게됩니다
요다음 6월 연주회엔 박종호씨도 나온다 했네요
자그마한 KT 쳄버홀 지금까지 3번 왔지만 10월까지 계속되는 데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 …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다른 모브런치 음악회 보다수준도 높거든요
골수 KBS왕 애청자들이 대부분이어서…;;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저녁엔 남편이 오랜만에 1박 2일 출장을 가서 ‘제인 에어’까지 봤습니다
말러 분위기랑영화’제인 에어’ 보는 내내이 화가 그림이 연상되어서…
김진아
13/05/2011 at 00:16
말러의 이야기를 들어도, 쉬이 그리 그의 음악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저는요..
이해불가에서 이해노력이지만..음악의 느낌이라는것이 음표외우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서요. 자주 들어보면 어떨까 하여, 듣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의 음악을 듣다보면 담이 결리듯이 불편합니다.
…그림이 음악이네요.
참나무.
13/05/2011 at 03:43
저도 말러는 많이 못들어서 문외한이라
알마 말러와 코코슈카와의 삼각관계나 기억하고 그런답니다…;;
가곡들은 해석을 완벽히 알고 들어야 되겠더라구요
어제는 예정된 태너 한 분이 후두염 때문에 못오시고
겨울나그네로 익숙한 바리톤 박흥우씨가 대타 출연하여 저는 더 좋았답니다
독일 가곡 부분에서는 준비된 분이라그러지요…^^
cecilia
13/05/2011 at 06:46
처음에 이곳에 와서는 한국을 알아주지 않는 서양인들이 괘씸했었죠.
지금은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는 서양인들이 고맙거든요.
저의 무지를 깨닫고 있다고 할까요.ㅎ
참나무.
13/05/2011 at 07:50
…숙제 했어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 주연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말러 피아노 4중주 나오던 장면 찾아 올렸어요
궁금한 건 못참아서…^^
참나무.
13/05/2011 at 08:36
말러 초기작은 자신이 다 없애버려
지금 흐르는 4중주도 단 악장이란 설명을 했습니다 김주영씨가…
16살 소년이 작곡한 곡 치고는 참으로 우울한 곡 같군요
자꾸 들으니 빠져들면서…
영화 본 사람들에겐 친숙함도 생기지 싶네요
전 못봤지만…
근데 자막에 오타가 많은데요…^^
오른쪽 ‘다녀간 이웃’ 칸에 1.이 무슨 의민지요…???
산성
13/05/2011 at 13:39
진아님의 ‘담이 결리듯 불편한 느낌’
그 표현이 어찌나 맘에 와 닿는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슬슬 나아지더라니까요.
뭔가가 그냥 넘어가지 않고,머리 뒤 끝을 잡아채는 듯한 불편함
모르는 사이, 확~ 펼쳐져 다른 세상으로…
하지만 여전히 심호흡부터 하고 듣게 되기도 합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도 많고…^^
오늘 오전, 유정우 박사가 들려준 말러 이야기
다 놓치고… 내년 빈필 신년 음악회 지휘는
얀손스가 내정되어 있다는 말만 머리속에 콕!!^^
summer moon
14/05/2011 at 03:12
지금까지 한번도 말러에 열광해본적이 없어요.ㅠㅠ
아마 말러의 음악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거에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러를 만나서
그의 음악보다 삶 이야기에 먼저 빠져들었던 것처럼
이젠 그의 예술에 빠져들어보고 싶어요.
참나무.
14/05/2011 at 11:34
말러 들으면 마른다는 분도 있지요…^^
오늘 벨리니 청교도 보고왔어요 산성 님
3시간이데요…^^
참나무.
14/05/2011 at 11:38
요즘 말러 특집들 많아 가능하면 들어야하는데
제가 편향적이라 좀 문제가 많답니다
여러 방면으로…;;
(이젠 좀 안정되셨다구요 여행 후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