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새벽을 맞았구나.
아직 조간도 오지 않았고 귀한 시간 뭘 할까 하다
아참. . . 그렇지, 고양이 세수만 하고 길을 나섰지. . .
너무 이른 시간이라 사람 그림자도 차도 간혹, 보이더구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아이들 맡겨두고
총총 새벽나들이 하던 네 뒷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저토록 간절할까
무슨 기도가 저리도 많을까
내가 이해 못하는 마음 저 편이 궁금해지기도 하였단다.
행망궂은 사람이라 기도 제목 생각은 맘으로 하면서
오늘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사실은 내 스스로 남의 눈치를 본 거지만-
맘 편히 디카로 거리 풍경도 그려보자 했지,
의외로 재밌더구나
아빠가 안내하여 처음 가본 순댓국집도 보이고
레오퍼드 무늬 펌퍼스 있나 들어가 본 바르바라 구둣방도
멀리 온 가족 같이 갔던 찜질방이 있는 높은 건물도 보이고
순간 양머리 타올 해달라고 졸라대던 아이들 생각에 쿡 웃기도 하면서
이젠 처녀티가 나는 No.1은 부끄럽다며 금방 풀었고
끝까지 고수하던 No.3 모습이 서언 했단다.
성수전철역 3번 출구 근처엔 횡단보도가 없어
할수없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2번 출구로 나왔지
넌어떻게 다녔는지…
가끔은 아빠 차로, 늦으면 헐레벌떡 택시를 이용했겠지만 더러 걷기도 했다 해서…
근처 훼밀리 마트 앞엔 밤새 술을 펐는지
숙취를 푸는 남자가 보이데 – 신라면슬픈 컵.
멀리서 용기내어 한 번 잡아봤지
새벽에 내 관심을 끈 첫 남자여서…^^
(오늘은 성년의 날이라고 방금 위서현 아나가 멘트를 하네
각 나라의 성년식 풍경들 참 괴이한 곳도 있구나
마사이 족은 먼 초원을 달려야 하고 상처를 내는 나라도 있고…
그니까 우리나라는 평범하다는 얘기지
어쨋거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는 사실은 공통이라하네
… 지금 이 시간은 월요일 7시39분 실시간…^^)
저잣거리 한 복판에 있는 네가 추천하는 교회,
너랑 같이 다닐 때마다
“…언덕 위의 작은 교회당. . .”은 꿈이런가 하노라~~ 했단다
그런데 이 무슨 사건일까
내가 예배실에 들어갔을 땐 아무도 없었단다
혹시 6층에? 올라가봤지만 그 곳은 아예 문이 열리지도 않았고
다시 5층으로 내려와 문을 미니까 반갑게 열리기는 하눈데
빈 의자만 보이더구나- 그래서 인증샷까지 아조 편안하게…^^
무턱대고 뒷자리에 앉아 우선 묵상하고 있는 데
인기척이 있어서 살짝 눈떠보니
한 청년이 주욱 앞으로 걸어 오른편에 앉더구나
그리고 한 사람도 안오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청년이 나가는 기색이 보여 용기내어 물어봤지
– 저어 오늘 새벽기도 . . .
– 토요일은 7시 부텁니다.
금방 시간 확인하니 5시 40분…;;
남은 시간을 조용히 기다려야하나
한참 있어도 한 사람도 안보더구나
걱정 조금만 하다 나오면서 주보를 보니
토요일은 7시- 내가 원래 쉽고 간단한 일엔 언제나 서툴잖니
집에서 가까운데 다음에…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 오려다
병꽃이 지금쯤 피지않았을까, 마가목은, 또 기타 등등이 궁금해지더구나
계속 걸으면서 도둑고양이도 만나고 희안한 간판도 만나고…
한참 걸어 드디어 서울숲 호수부터 먼저 갔단다.
요즘 근처 큰 빌딩 마무리 작업하느라 내가 다니는 길은 출입금지
다른 진입로에서 메타세콰이어, 튤립나무, 회화나무 단지를 지났지.
집 반대편에서 시작했으니…
다시 되돌아 나와 너랑 아이들이랑 걷던 시냇가 근처 지날 때
아침 해가 밝게 비치더구나
‘오늘은 또 어떤 좋은 일이 나를 반길까…’
어떤 이는 아침을 그런 기대를하고 시작한다 해서 나도 따라 하기로 했거든
– 햇살 비치는 풍경이 좋아 사진을 많이 찍긴 했는 데, 건질 게없더라만
드디어 첨으로 병꽃과 화려한 만남이 시작되었지
자주 다니는 자작나무원(圓) 근처라
잎사귀 끼리 마주 보는 거 찍기도 했지만
나무 이름 잘 모르는 네가 알아보기나 할지…
아침에 만나는 층층나무도 기쁨이 층층이 몰려오더구나.
그리고 집에 와 늦은 아침을 천천히 먹고 게을부리다
풍월당 입구에 도착하니 11시 1분…
5츨 구름채는 문이 닫혀있고 …
컴컴한 데 들어가니 화려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밑에서 시작되었더구나
휴우~~ 한숨 먼저 쉬고 몰입을 했지
갈라나 유명 아리아 몇 곡은 들어봤지만
전체 줄거리는 첨이었단다.
자막이 한글로 바로 나오니 감동도 동시에 일어나고…
이번에 너랑 꼭 같이 가보고 잎었지만
분, 초를 다투는 것 같은 너의 일정을 보고 감히 말도 못꺼냈지만
(‘… 말러 음악 특징 세 가지가 *길고 *시끄럽고 * 정신 사나운 거, 라는데
그런 음악이 이 시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요즘 세상이 그런 특징과 같아열광을 한다고벌써 몇 일전부터 광고를 한단다
‘5월 18일 정오에 3 부작으로’ 다시입력하긴 했는데. . .
그나저나 5.18 에 말러 이야기 풀어놓으면 잡혀가겠지. . .^^)
그리고 저녁까지 자유로워 대한극장에서 ‘제인 에어’도 봤단다
가능하면 너도 봤으면 좋겠네
요즘은 아침마다 네가 시집가서 첫 생일 선물로 사준
로체스터 잔에다 가득 커피를 마신단다.
오랜만에 본 영국 풍광들
감독은 깊히 제인 에어에 심취했던 게 아닐까 했지
소시적에 친구랑 쌈 하던 생각이 나서 말이지
나는 ‘폭풍의 언덕’을 친구는 ‘제인 에어’ 가 더 잘된 작품이라며…
너도 본 친구란다
결혼식장 입구에서 인사했지
널 보고 ‘아직 처녀 같네…했던…^^
앗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들려준다네
좀 듣고…
미안해 넋두리…이제 나갈 시간도 되어가고
수정은 다녀와서 할게 사진도 줄여야하거야…;;
음악 선곡은 뭘로 할까
글쎄…오다 만난 술취한 남자…그니까 이날은 술취한 남자를 두 번이나…
기억나지? 택시 기다리는 시간에 잠시 달려가서 엄마 화장품 사준 가게…기억나니?
층층나무
병꽃과 자작나무- 대각선의
회화나무
계수나무
한강 나들목 가는 길에서 만난 박스사업 할머니
좀 밀어드리고 싶었는데 리어카에 손을 대자마자 앞에서 쉬시더구나
이제 천국이 어딨나요..이런 질문은 않을게
생과 사가 한 줄이듯 들고나는 일도 같은 선 아니겠니…
매발톱은 너무 흔해서 이젠 놀라지도 않고…
담쟁이 올라가는 윗길엔 지금 차들이 씽씽 달릴 출근길…아마도…
감옥이 생각나 한 번 들여다봤단다
앗 허연 게 뭐지
어찌 들어갔는지 몰라도 블레지어가… 나도 관음증 환자? 하다
아까 성수역 근처 성인용품 가게는 왜 생각나는지…순간 무섬증이 더럭…;;
그날은 나들목 두 개 더 넘었단다
바람 많이 불던 날 뚝섬유원지 애벌레근처에서 놀던 생각이 나서…
목련 필 즈음 와서 목련 질 때 떠났지 아마…?
지금은 잎들만 무성히…
정신머리도 참. . .사진을 올리고 보니
설투화(불두화)랑 한강변 산책 한 얘기도 빠졌네
얼마나 예쁜 붓꽃인지…
맨날 골목에서 만나는 희끄무리한 아이리스가
세상만사 귀찮은 퇴기같다면
한강변 붓꽃은 순정한 첫사랑 같다 할까
아참 서울숲 호숫가 노랑 붓꽃도 빠지다니
그니까 요즘. . .
산책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는 얘기지
사진이 정말 엉망이다
나중에 오자마자 수정할게…미안해
푸른
16/05/2011 at 00:23
good morning~참나무님
덕분에 두루 잘 다녔습니다.^^~샤~인(대학연합교회용 인사법)~~~
꽃보다 아름다운 참나무님 마음과 발걸음 마음에 담아갑니다.
기쁜하루되시기를요…^^*
서영
16/05/2011 at 00:27
이글을읽는순간..참나무님따님만큼 먼곳에있는나의딸이 너무나 보고싶습니다.
지난어버이날 보내준 꽃바구니를바라보는데 왜이리 슬픈지요.
따님께보내는 그마음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이리도 아름다운 감정과생각 그리운사랑 많이배우게됩니다.
늘행복한 일상이되시길…
섬
16/05/2011 at 01:50
"천국이 어디 있나요…이제 이런 질문 않을게"
…
마음을 울리는 말씀이에요.
들고양이, 술 취한 사람, 애기 똥풀, 회화나무, 병꽃, 수국,
리어카 할머니, 아름다운 참나무님.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 안에 ‘천국’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요.
살아 숨 쉬며 사랑에 애 타는 우리의 가슴 마다 천국은
숨어 있는 걸까요?
‘화두’처럼 쏠리는 물음…
아름다워 목이 메는 글…입니다.
도토리
16/05/2011 at 02:51
이리 길고 아름다운 편지를 받는 딸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참 좋습니다…^^*
참나무.
16/05/2011 at 04:49
사진 줄이는 중입니다…
잡글이 길어서 . . .그냥 시 한수로 대신합니다
다녀가신 분들 5월 내내 좋은 일 많을겁니다…^^
*
병꽃 – 황동규
아, 저 병꽃!
봄이 무르익을 제
그 무슨 꽃보다도 더 자연스럽게
자주색으로도 피고
흰색으로도 피는,
모여서도 살고
쓸쓸히도 사는,
허허로운 꽃.
계획했던 일 무너지고 우울한 날
학교 뒷산을 약속없는 인사동처럼 방황하다가
그냥 만나 서로 어깨힘 빼고
마주볼 수 있는 꽃.
만나고도 안 만난 것 같고
안 만나고도 만난 것 같이
허허롭게.
– 몰운대行 / 문학과 지성 ( 1991.04.01 )
김진아
16/05/2011 at 14:24
범준이 데리고 오는 길목엔 애기똥풀꽃이 요란하게 피어있죠.
가지를 살짜기 꺽어선 손바닥이나 종이조각에 작은 그림이나 짧은 글자를 그립니다.
언제고 아이가 자라면..
하나 둘 작은 기억 모아서 이야기하면..알까 싶어요.ㅎㅎ
..
참나무님..참 좋은 걸요.
^^
참나무.
16/05/2011 at 21:09
잘 모아두셔요…
저도 모우는 편인데 우리집 남자가 그 꼴을 못본답니다
몇 번의 분서갱유를 겪었는지…;;
그 때문에 이번에도 더러 다투고 그럽니다.
summer moon
16/05/2011 at 22:16
이런 사랑을 그 어떤 꽃에 비교할 수 있을런지요
맑고 깊고 조용한 아침 기도 같은….
아름다운 엄마와 딸에게
행복과 건강과
사랑을!!!!
자장가
16/05/2011 at 23:37
딸이 걷던 새벽 길을 되짚어가며..자죽자죽 따님도 보았을 저 풍경들을
특별한 감흥으로 셔터를 누르시는 참나무님의 모습…아름답습니다.
저 또한 올려주신 잔잔한 음악과 함께 .. 천천히 산책했습니다…^~^
참나무.
17/05/2011 at 07:56
5월이 가고있네요 가정의 달이라는…
시집간 딸은 아들과 다른 뭐가 있답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에겐…
언제나 진심이 보이는 답글 고마워요 달님…^^
참나무.
17/05/2011 at 08:06
괴발개발 잡글 부끄러워요 자장가 님
우리 또 6월에 만날거지요
벌써 기다려진답니다
이번엔 자장가 님과 좀 더 많은 얘기 나누어야지…합니다…^^
산성
17/05/2011 at 23:55
지극히 ‘사적인 편지’를 읽다보니
지극히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버립니다.
그래서 기어이 1,2,3악장 차례대로 다 찾아 듣고 말았어요.
멜로디 따라 내 마음대로 돌아다니다 갑니다.
번스타인의 두손 모은 지휘법,
오랜만입니다. 정명훈마저 기억해 내며…^^
참나무.
18/05/2011 at 01:59
조재혁과 함께 육개장 끓었어요 전…^^
지금은 브람스 전곡이 끝나고…
김경아씨랑 함께…꿈꾸는 듯 했답니다
설명까지 해주니 금상첨화네요
혹시 들었으면 좋으련만…
외출준비해야합니다 이젠…^^
레오
19/05/2011 at 09:46
시집간 딸에게 이렇게
조근조근 내 일상을 사랑을 듬뿍 담아
얘기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barbara
19/05/2011 at 15:09
피아노 선율과 함께 잔잔히 써내려가신 따님과의 소중한 시간들 엿보며
아기 엄마된 제 딸아이도 떠올라 웬지 가슴이 짜안…
잠시 참나무님 마음이 되어보았어요.
베토벤 황제2악장…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들을 때마다 닮은 구석이 느껴져
쇼팽이 베토벤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답니다.^^
참나무.
20/05/2011 at 00:04
레오님과 바르바라님 께 선물 올렸어요 방금…^^
쇼팡 피협 no.1 mov.2 로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