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찬 사진전 <드리움>
사진가는 빛이 있어 사진을 찍고 사진은 그 빛을 이용해 사진가 자신의 의식을 표현한다.
빛은 그림자라는 단조로운 또 하나의 분신을 만들어 내지만 보는 이의 의지에 따라
풍부한 상상력과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도 한다.
나무와는 또 다른 느낌, 빛의 양과 시간에..
2011-05-17 ~ 2011-05-22
벽이 거대한 흰 캔버스처럼 서 있다.
실제 일상의 공간에서 외벽으로 풍화되어가기에, 벽은 모든 생활의 흔적들처럼 어딘지 남루하다.
그런 벽의 남루와 무표정 위에 돌연한 인상을 덧대는 것은, 거기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다.
사진 속에서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나무의 크기며 모양이 더러는 확대되고 더러는 왜곡된 채로 가늠되어진다.
검은 그림자는 평면이면서 마당과 벽, 지붕 등 입체를 관통하며 드리워진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이를 지니니, 그림자가 나무의 실체보다 웅혼하다.
새순이 돋아 나무의 체적이 늘면, 그림자의 체적도 는다.
나무에 매달린 꽃잎들이 난분분히 떨어져 날릴 때, 나무 그림자의 꽃잎도 점점이 낙화한다.
나뭇가지가 허공에 그리는 바람의 궤적을, 그림자는 벽에 새긴다.
검은 그림자가 그려내는 그 찰나의 기록은, 흑백사진의 그것처럼 실제보다 더 비장하다.
이렇게 나무 보다 나무 그림자를 오래 들여다 본 사람은 사진가 남승찬이다.
한 때는 자신의 작업실 맞은편에 자리해있어 생활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창가 여인들을
사진에 담았던 그다(붉은 거리, 파인힐 갤러리). 감정의 가감 없이 찍은 그 사진들은 때문에 더욱 강렬했고,
사진가 남승찬의 이름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조용히 각인시켰다.
그 인물사진들의 리얼리티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남승찬의 ‘나무 그림자’ 시리즈는 언뜻 낯설다.
그러나 ‘버려진 무덤들’(첫 번째 개인전 ‘묘‘ – 갤러리 한마당)에서 ’사창가 여인들‘로, 그리고 나무 그림자로 이어진
남승찬의 시선은, 우리가 주목하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는 것들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잇닿아있다.
묘와 사창가 여인들이 지닌 죽음과 음지의 이미지들이 빛의 대척점에 선 그림자에서 더욱 심화되며,
그동안의 작업들이 지니고 있는 ’남승찬식 쐐기‘는 이번 사진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5월 17일부터 22일까지,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한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드리움>이라는 제목으로 만날 수 있다.
남승찬
개인전
1988년 <묘> 갤러리 한마당
1995년 <붉은 거리> 갤러리 파인힐
2011년 <드리움> 갤러리 류가헌
■ 작업 노트
사진가는 빛이 있어 사진을 찍고 사진은 그 빛을 이용해 사진가 자신의 의식을 표현한다.
빛은 그림자라는 단조로운 또 하나의 분신을 만들어 내지만 보는 이의 의지에 따라 풍부한 상상력과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 주기도 한다.
나무와는 또 다른 느낌, 빛의 양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보이는 또 다른 자연의 모습이며 땅에도 물위에도 건물 벽에도 이들은 어디에도 살며시 드리워졌다 사라진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벽이 있고 그 벽은 상막하고 적막하다는 느낌까지 들어 사람들은 그 공간을 꾸미려 하지만 영원하지는 못하다.
빛이 존재하는 한 그림자는 존재하고 나무 그림자도 존재할 것이다.
많은 사진가들에 의해 그림자는 찍혀왔고 누군가 또 찍을 것이다.
나 또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나름대로 나무에 대한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는 나무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으나 그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그림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공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겨울비
19/05/2011 at 23:11
류가헌도 이제 여기 ‘아름다운’ 에 담겨
자주 만날 수 있으리 싶어 좋아요.
놓치고 마는 전시회 잦겠지만 …
의식이 담긴 모노톤의 사진들 보고 싶습니다.
참나무.
19/05/2011 at 23:59
근처 대림미술관에도 갈 일이 있으니 같이 갑시다아~~~
naver 라 배꼽이…링크한 naver 가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