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너는 스무살이고
마주하지 못한 난
어느 새 지천명을 넘어섰네
– 목필균
1.
카사리란 실을 일본 편물 책에서만 보다
시중에 처음 나온 어느 해 초봄,
맨 처음 만들어 촐랑촐랑 입고다니던 옷을 요즘 입고 다닙니다
제 나이 스무 몇 살 때 였으니 도대체 몇 년이나 된건지
안입는 옷들 수도 없이 정리하면서도
정성드려짠거라 쉽게 버릴 수가 없어서 들었다 놨다,
서랍 한 귀퉁이에서 용케 살아남은 게 기특해서요
요즘에야 다양한 실들도 많지만 예전에 뜨개질 한 옷은 주로 추울 때 입었는데
여름용 옷도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게재미나서 장난질 많이도 했습니다
소라색으로 투피스, 멋지게 만들어어머니 날 선물했던 기억도 있네요
옷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패턴만들어*게이지 까지계산하고,
여튼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좋아했으니까요
아들 방 비운 후 대대적으로 옷정리하면서 이번에도 몇 번 망설이다
‘어디 한 번…? ‘ 입어보니 신축성 있는 니트라
보관을 잘 한 탓인지 실이 삭지도 않아
걸쳐입는 겉옷 신경쓰면 아직 입을만 하더라고요
* 게이지 (gauge); 편물 용어.
가로· 세로 각 10㎝ 안에 들어가는 콧수와 단수에 따라 편물의 밀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에 따라 패턴의 콧수와
단수를 정한다. 게이지의 콧수와 단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뜨개질의 굵기, 바늘의 굵기, 무늬뜨기 등에 따라 달라진다
꽃철에 비바람 치면
봄이 半이나 무지러져
피자 지는 꽃과
다 못 피고 지는 꽃들
나 역시 스무살 적부터 낯에 주름 잡혔어.
– 조운’X월 X일 全文
B.P 살리려고 다트까지 넣었으니 – 요리 용어 B.P 아닙니다…^^
가슴 선 아래는 격자로 채우고 소매와 가슴 윗부분은 비치도록
가다가 외로우면 새벽잠을 깨소서.
– 박정만 ‘초봄의 약속’ 중
2.
청담 시낭독회 1회 이진명 시인이
자작시 낭독 후 질문시간에
– 지금 가방 안에 뭐가 들었나요
이 질문을 시인이 했는지 그날 참석자가 시인께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안납니다 ( 초정님이었나…? )
그대 가방엔 뭐가 들었나요…^^*
3.
오늘 아침 방송 ‘말(言)들의 풍경’ 시간
代를 잇는 황순원 – 황동규 – 황시내의 황금물고기 이야기 듣고
폴 클레 그림들 찾아보다 이러고 놀았습니다
음악적 구조물을 그림으로 표현한 폴 클레, 저도굉장히 좋아하지만
바이올린 솔리스트 라는 건 방송으로 처음알았네요
–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듯도 하고…?
이러니 ‘라지오는 내 친구’ 아니할 수가 없지요
울지않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클레
‘울지않기 위해그대는 뭘 하나요’ 가 오늘 방송 질문이었고
몇 몇 애청자들이 문자로 답한 내용들을 읽어줍니다
울지않기 위해 , 웃는다 / 침묵한다 / 노래 부른다 . 등등
진행자는 ‘울지않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는 숭고하다.
고통이나 슬픔 앞에서는 가장 진실할 수 밖에 없’ 다 엔딩 맨트를 했고
곧 이어 방방 뜨는 장일범씨 목소리가 이어집디다
. . . . . . .
나가기 전에 완성못한 거
정만섭씨 시간,
-베토벤 에로이카, 솔티 연주로 들으며 이제사. . .
. . .엔터치는 순간, 노래의 날개 위에 시그널이…
내 나이를 묻지마오 -신위(申緯, 1769-1847) 증변승애(贈卞僧愛)
澹掃蛾眉白苧衫 눈썹 곱게 단장하고 흰적삼 입고서
訴衷情話燕 니남 정다운 속마음을 속삭이니, 제비가 지저귀는듯
佳人莫問郞年歲 가인이여 내 나이 묻지를 마오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 손풍금님 방에서 빌려옴 )
김진아
28/06/2011 at 07:19
제 가방속엔?
물휴지,종이휴지..아이들 데리고 다니니 흘리는 쓰레기 주어담는 까만 비닐봉지
책 한권,수첩,메모지,색깔펜 세개..손수건, 글고 비밀지갑 ㅋㅋ
그리고, 작은 아이,막둥이 비상약품과 범준이 잘 넘어져서 까질때 바르는 응급밴드..
그래서 가방이 늘 불룩해요.ㅎㅎ
재밌는데요. 가방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는거요.
산호 얼굴 보면서 방긋 웃어 봅니다. ^^
라디오를 잘 틀어 놓는데 시간별로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들어요.
그래보았자 딱 두군데 채널인데두 즐겁답니다.
93.1과 93,9..점심 준비하는데, ‘파랑새..녹두꽃이 떨어지며…’
노래 가사에 홀려서, 찌개를 홀라당 태울뻔 했어요. ^^
참나무.
28/06/2011 at 07:23
본문 수정 하기도 전에 추천하시고오~~~
아직 음악도 안심었는 데요…^^
가방 속 풍경 다 올리진 않았네요
손전화, 휴지, 작은 칼, 지갑등등
(라디오 들으면서 잡글 올릴 때가 많아 늘 오타가 많나봐요…^^)
도토리
28/06/2011 at 09:00
가방 속에 재미진 이야기도 잔뜩 들어있으신 것 같아요.
..저리 멋스러운 옷을 입으시고 서울 시내에 활보하고 다이신단 말이지욥?^^*
참나무.
28/06/2011 at 09:38
미워요. 도토리 님
대부도…그런 멋진 곳을 말씀도 않고 다녀오시다니
최고의 음향기기에서 들어볼 L.P 랑 귀한 커피
무엇보다 오래된 컬랙션 중 뷔페 그림이 제일 궁금해서
7월 초에 꼭 다녀올 예정입니다
대부도 정문규화백님 암을 이겨 낸 이야기도 알고있었지만
언덕 위에 있다는 카페 번개 함 칠까욥..^^
자장가
28/06/2011 at 11:51
부진런하신 참나무님의 손.. 십분의 일만 닮고 싶습니다.
울지않기 위해 ..뜨게질 하고
울지 않기 위해…시 한 줄 음미하고
울지 않기 위해.. 좋은 음악에 귀 열고.
뜨게 옷…몰입의 결과물..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제 가방안에는… 에구.. 쓸모있는 것보단 영수증 쪼가리가 …^^
레오
28/06/2011 at 12:04
참나무님~
겉옷 신경 안 쓰셔도
충분히 멋진 옷입니다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찌 이리 보관을 잘하시는지..
손풍금
28/06/2011 at 12:08
어머나~
카사리… 카사리… 맞아요. 카사리실였어요.
카사리 실. 여름에 코바늘로 손뜨개질을해서 조카 원피스를 짜 입혔어요.
화병받침 여러 개를 뜨고 난 후 민소매 티셔츠도 뜨고…
잊혀진 말을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참나무 언니^^
제 가방 속은 아주 어지러워요.
술병… 안주… ㅠㅠ 시집, 산문집, 소설책..수첩
.숟가락, 포크 ㅎㅎ(굶어 죽지는 않겠다고 해요.) 큰 가방이 축 늘어져요. 늘…
사람들이 저보고 그래요. 저 가방 안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해요.
어느 날은 오이도 들어 있고 어느 날은 호박도 들어 있어요.
반가운 투웨이 케익도 보여요 ^^
참, 언젠가 참나무 언니가 만들어주신 음표가 걸린 화장품 주머니가 제 가방 안에는 꼭 들어있지요
연두색 티셔츠가 참 이뻐요.
손수 뜨신거 맞지요?
예쁘다. 입고 싶어요 ^^
참나무.
28/06/2011 at 12:35
독서 많이 하시는 자장가 님- 예리하시다
나쁜짓 하다 들킨 기분…^^*
독서일기 많이 올려주셔요
참나무.
28/06/2011 at 12:38
자율신경 면역요법- 오늘 홍현표 기자 포스팅 읽어보셨는지
인격 때문에 항상 숄이나 겉옷이 필수라는거 밝혀야합니까요…ㅋㅋ
레오 님 동네 ‘숲 번개’ 치시면 저도 갈낍니다- 꼬옥!!
참나무.
28/06/2011 at 12:45
오모나 손풍금 님도 카사리로 뜨개질을? 반가워죽습니다…^^
저 옷 산호맘이 대학다닐 때 몇 번 입고다니기도 했는데- 당근 스무살 즈음이지요
저도 가방이 좀 큰 편에 속하지요
이동다방까지 들고다니잖아요..ㅎㅎ
반가운 분들이 다 모이셔서
정다운 가곡 듣다가 콕콕 인사드립니다아
‘이흥렬 이야기’ 김영미 섬집아기 지금 듣고 계시는 분.
자수하셔요 ~~^^*
산성
28/06/2011 at 13:19
‘카사리’가 뭔가 싶어 아무말도 못하겠습니다.ㅉ
이동다방에선 ‘쑥떡’까지 나오던데요.
간송 뜰에서 쑥떡쑥떡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처녀 적에 입으셨던 옷
신기하게도 요즘 장만하신 듯 싱그러웠습니다.
두번이나 확인하였으므로…!!
참나무.
28/06/2011 at 13:29
ㅎㅎ 증인 출두하셨네요
박재란은 아셔서 끼워드릴까 했는데
카사리 때문에 실격입니다..ㅎㅎ
간송 뜨락에서 쪼그리고 앉아 쑥덕거리던 일
기억합니다 저도 – 벌써 작년?
조 운 시인은 아주 오래 전 월북시인이지요
서정시 하면 백석, 시조 하면 조운이란 말도 어디서 읽은 것 같아서
아무도 질문이 없으시길래 아는 척 합니다
그리고 저 박정만 시인 아주 많이 좋아했지요
저 광활한 우주속으로 사라진…ㅠ.ㅜ
교포아줌마
28/06/2011 at 13:50
그대 머리 속에 지금 뭐 들어있어요? 하는 것 만큼 당황스런 질문일수도…^^
카사리
까끌하던 감촉
아직까지 지니고 입으실 수 있으시다니요.
참나무님 다우십니다.
기쁨조 일번의 총기는 눈부십니다.
보여주셔서 같이 기뻐봅니다.
참나무.
28/06/2011 at 14:06
교아 님 오랜만에 흔적 남기셨네요
새 글 소식 계신가 총총 가봤는데, 아직…
저 질문… 말씀대로 당황스러워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분들은 당연히 거절하실 자유도 있는거구요
타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그 아래 단락은 듣기가 좀 민망한데요…;;
참나무.
28/06/2011 at 22:08
내 나이를 묻지마오
-신위(申緯, 1769-1847) 증변승애(贈卞僧愛)
澹掃蛾眉白苧衫 눈썹 곱게 단장하고 흰적삼 입고서
訴衷情話燕 니남 정다운 속마음을 속삭이니, 제비가 지저귀는듯
佳人莫問郞年歲 가인이여 내 나이 묻지를 마오
五十年前二十三 오십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 손풍금님 방에서 빌려옴 )
도토리
29/06/2011 at 07:54
김용택 시인의 시집에서 신위의 한 시 읽은 것 같아요.
한시.. 펼쳐서 읽을만하게 한 권 만드셨던걸요.
한문을 얼만큼 공부하면 저 시들의 참 맛을 느낄수 있으려나요.
..한문 공부도 하고 싶어진단 말이지욥…ㅎㅎ^^*
참나무.
29/06/2011 at 08:05
한강 수위 높아져서 방금 대문에 중계방송 했어요오~~
생전 안보이던 태극기도 다 보이고…?
욕심도 많으셔라
암호해독도 탁월하신 분이 한문까지요…
기가 팍 죽습니다 저는…^^
무무
30/06/2011 at 05:27
오래된 뜨개질 옷들이 명품보다 더 좋아 보여요.
저도 신혼 여행 가면서 옷 두벌을 떠서 커플로 입고 다녔는데
그때 사진 보면 내가 이런 것도 했었나…싶답니다.^^
참나무.
30/06/2011 at 07:31
음식도 잘 하시고 …여자중의 여자 맞습니다 무무님은…^^
무무님 때문에 어제는 감자졸임
오늘은 감자삶아 맛나게 먹었네요
숟가락으로로 떠먹으니 참 편리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