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이루는 숲은 없다. 카페 ‘숲’에서 (추억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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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혼도 않은 채 저랑 비슷한 윌리엄 증후군 무리에 속하면서

8년간 파킨슨씨 병을 앓고 계신 엄마랑 단 둘이 살고 있는

제 친구가 진주에 살고 있답니다

작년 성묘길에 저 혼자 쳐저서 친구 집에 갔을 때만 해도

말은 한 마디도 못하셨지만 절 알아 보시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 들으면서 간간이웃기도 하셨는데

근 일년 반 지난 지금은 깨우지 않으면

하루종일 침대에서 잠만 주무신답니다

"아…내가 말을 다 못한다"

가끔 통화할 때마다 수도 없이 듣는 ‘못하는 얘기 들어주기’도

이번 추억 여행에 포함되는 사안이라 전날 저녁에 본

세시봉 음악회(요건 하도 회자되어)랑 우리들의 이야기를

식탁에 마주앉아밤 늦도록 하다 다음 날을 맞습니다

친구는 어머니랑 같은 방에 자야하고 저는 친구어머님이

예전에 서예 전시회까지 하신분이라

좌우 빽빽하게 액자들이 세워져 있는 방에서 자게 되어

눈 뜨자 마자 에밀리 브론테의 글을 만나게됩니다

저 글을 쓰신 어머니는 하루 종일잠만 주무시는데. . .

혼자 이루는 숲은 없다. 카페 ‘숲’에서 (추억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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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박경리 기념관에 절 데리고 가려고 통영 이곳 저곳 전화도 하고

지도까지 복사하고 했는데 제가 말렸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말을 다못하는 얘기’ 좀 더 들어보자…하고

진양호나 진주 모 처 시원한 곳찾다가 카페 숲을 가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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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예상이 들어맞아 기대 이상이었어요

오래 전부터 조금씩 모아온 소품들로 꾸민 cozy 코너

우리들 이야기 하기 안성맞춤이어서

하루에 두 번이나 들렀답니다- 좀체로 없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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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랑 가족들 이야기들 올려주는 유근종 님 포스팅에서

건이 엄마가 카페 개업을 하게 된 걸 알게되지요

반가운 더치 커피 기구도 있다 해서

진주 가면 한 번 들리겠노라 했는 데

그 한 번이이번 여행에도포함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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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사연이 깃든 소품들, 우리는 눈 둘 곳을 모를 정도였지요

진주 친구 한테서 이리도 참한카페를 서울에서 어찌 알았냐고

블로그 위력 대단하네, 란 말도 듣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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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벨 수프 잔은 미국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한거라고

호기심 천국이라 다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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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는 데 당신은 우릴 모르면 반칙 같아서

제 신분을 밝히고 더치 커피랑 브런치 먹고 있는데

파일럿 선그라스 낀 남자분이 들어와 앉더라구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제 예감으로 혹시? 했는 데

역시, 맞았답니다. 건이 어머님과 인사 하니

건이 아빠 (유근종 님) 사무실이 바로 곁이란 말을 했지만

‘멋진 젊은 여자도 아닌데…’

농담하며 알리는 거 말렸는데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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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켈리그라피는 건이 아빠 친구분이 선물 해 준거라며

레시피 박스 안에 든 명함과 전각 도장까지 보여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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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이루는 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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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모양 유리그릇 보니 신촌의 카페 ‘마리아 칼라스’ 생각이

뭐든 있을 때 잘 해야겠지요

혼자 이루는 대신 사람을 넣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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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진을 제일 잘 찍는 남편 친구의 포토 북도 보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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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이지만 탁자 하나 하나 소품 하나 하나

모두 맘에 들어 심하다 할 정도로 디카질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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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 가까운 선반엔 퀼트 실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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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가 매달린 작은 창을 만나면서

제 맘이 활짝 열렸더랬습니다

30년간 교직에 몸담고한 우물을 판 친구는

어머니 건강할 때 같이 다니던 러시아 얘기도 하면서

전공도 했고 러시아 여행 많이 한 유근종 님께

정확한 러시아어 발음도 묻고 그러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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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맞은 편이 진주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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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에서 건이 아빠 사진 작품들 다시 보기 원한다는 인사 한 후

다음 행선지 솔 갤러리를 소개받고 진양호로 총총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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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다시 찾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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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 커피 기구가 그려진 유리창은 밤이라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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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 버스 타기 전에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마무리 하면서

"엄마 돌아가시면 그 많은 액자들 다 우야노…"

다른 이야기하다 불쑥 질문을 하여

기어이 눈물 방울을 보는 사건도 생기고 …

친구랑은 기약도 없이 헤어집니다

러시안 로망스 라도 한 곡 심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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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커피도 되는 진주의coffee

진주 교육청 맞은 편에 있습니다

tel; 070- 7627-0630

010- 8962-0639

13 Comments

  1. 도토리

    04/07/2011 at 09:20

    참 멋지고 영양가있는 여행 다녀오셨군요.. 부럽게시리….

    혼자 이루는 숲은 없다…..
    맘에 듭니다.

    언제 진주의 가페 숲에도 가보게 될런지… 기약할 수 없지만
    그 때가 되면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랩니다.   

  2. 참나무.

    04/07/2011 at 09:33

    부탁이에요
    대부도 정문규 갤러리, 카페 아르페지오네 번개 좀 치셔요   

  3. 김진아

    04/07/2011 at 10:03

    역시 참나무님…

    최고,최고세요!!!!

    *^^*   

  4. 참나무.

    04/07/2011 at 10:26

    ㅎㅎ 진아씨~~
    연리도 가 보시고 이곳도 들리셔요
    그냥 장식품 엔틱이 아닌 움직이는 G.E 선풍기 이야기가 빠졌네요
    건이 어머님 저녁에 다시 들렀더니 화장실도 가 보라셔서…
    에티오피아 커피 푸대를 장식해 논것도 좋아 사진까지 담았답니다

    어릴 때 건이 신던 신발, 세면대 타일의 꽃
    세숫대야에 띄운 꽃잎하며 모두 다 맘에 쏘욱 드는 카페였어요
    읽어 볼 책도 많았는데…^^   

  5. 겨울비

    04/07/2011 at 21:00

    연리와 숲의 풍경
    감탄하시고 사진 많이 찍으실만 했겠어요.
    만남과 에피소드들 부럽기만 합니다.

    소품들 컵들이 모두 이야기를 담은 표정을 지니고 있어요.
    푸근하고 맛나보이는 더치커피와 브런치…
    냉커피잔 받침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6. 참나무.

    04/07/2011 at 21:15

    뚜렷한 행선지 정하지않고 떠난 이번 여행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에피소드도 많아 더 행복했어요
    먼 여행 꿈꾸고 있을 겨울비님도 추억거리 많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우리 언제 대부도 한 번 갑시다
    거기 아르페지오네 카페엔 대한민국에서 하나 뿐인 오디오 기기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오래 된 컬랙션들…
    특히 베르나르 뷔페 작품들도…!
    정문규 갤러리 샅샅이 뒤졌거든요

    언제 시간 맞춰 요요 붙어라 할까요…^^
       

  7. 서영

    05/07/2011 at 00:00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일곱살 유년시절이후에

    그냥 꿈꾸듯이 가끔씩 그려본 고향에 이리도 정다운 곳이 있는군요
       

  8. 유근종

    05/07/2011 at 01:10

    너무 거창하게 올려주셨군요^^ 이럴 줄 알앗으면 제 스튜디오도 한 번 모셔오는 건데^^ 다음엔 스튜디오도 놀러 오세요…진주성을 볼 수 있는 곳 중 가장 좋은 곳에 있어요^^   

  9. 무무

    05/07/2011 at 02:35

    숲에 가셨네요.^^

    근종씨 댓글이 바로 위에 있어 머하긴 하지만…
    진주에서 사진 제일 잘 찍는 젊은 작가라고 감히 말 합니다 전.ㅎㅎ
    그리고 카페 숲에서 건이 엄마가 주는 커피는 진주 최고이구요.
    지난번 3월쯤에 아들녀석하고 같이 갔엇는데
    커피 다 마시니까 레몬차도 공짜로 주셔서 오히려 미안,황송했어요.

    근종시랑 건이엄마랑 개인적으로 오래 전 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요
    정말 괜찮은 두사람입니다. 참나무님도 이쁘게 봐 주신 거 같아 제가 너무 좋으네요.^^
       

  10. 참나무.

    05/07/2011 at 02:56

    서영 님이 진줏분인 줄 몰랐네요..괜히 더 반갑습니다
    제가 추천한 곳 꼭 가보셔요
    ..오래 머무셨나봐요-언제나 고맙습니다
    사카에도 좀 자주 놀러오셔요오~~^^
       

  11. 참나무.

    05/07/2011 at 02:58

    좋은 거 한 가지는 남겨둬도 괜찮겠지요

    친절하신 두 분 덕분에 많이 행복했습니다
    진주 MBC방송에서 해 주신다는 음악 이야기도
    가끔 올려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12. 참나무.

    05/07/2011 at 03:05

    그러셨군요…
    언젠가 세면대 이쁘다고 하신 거 기억납니다…^^

    제가 사진에는 문외한이라 감히 언급을 못했는데
    더 자주 더 자세히 감상하겠습니다.

    바리스타 자격증까지 따신 건이 엄마의 커피 저도 좋았습니다
    더치 커피를 잘 모르는 친구들께 제가 아는 척도 좀 하고 그랬네요..ㅎㅎ

    우리도 레몬차 대접 받았지요…^^   

  13. summer moon

    05/07/2011 at 04:47

    조블에서 스폰서가 되어서
    참나무님을 우리나라의 여러곳으로 여행을 보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여행 후기를 꼭 들려주신다는 조건으로…^^

    너무 좋아요, 모든게 !!!!!!

    블로깅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라는걸 오늘 처음 깨닫게 된거 같아요.
    좋은 블로거들과의 멋진 만남들도 그렇고…

    친구분과 어머님 이야기…목에 뭐가 꽉 막혀오는거 같아서…ㅠㅠ
    게다가
    저는 숲이 될 생각은 해 본적도 없으니…ㅠㅠ

    Thank you so much for wonderful pos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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