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ar at the Folies-Bergère (1881-2) by Edouard Manet
홍차 가게 ‘소정’에서 여주인을 보자 마자
나는 일행들에게 마네의 이 그림이 떠오른다 했다.
마네 최후의 작품으로 알고있는 이 그림은 발표 당시 많은 화제를 남겼다
그림 그린 시선이 정면인데 도대체 거울 속의 여인의 뒷모습은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고 정면엔 없는 남자는 또 뭔가
Folies-Bergère 바는 상류층이 이용하던 카페(Bar)였지만
공공연히 매춘도 이루어지는 장소라 했다
그림의 모델은 이 바의 실존 여급이라 거울 속 남자랑
은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는 해설도 있다
무심한 듯 촛점없는 그림 속 모델과
웃는 모습이 곱던홍차가게 여주인을 비교한 건 아무래도 잘못된 것같다
어떤 이유로 이 그림을 금방 떠올렸을까
홍차 만드는 모습이 정면이어서인지
검정 머플러로 그림 속 모델의 목거리가
연상되어서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많이 접한 그림인데도여행 이후 사진과 비교하느라
자세히 살피다 왼쪽 위, 공중 줄타기 하는 발도 보게 된다
확대한 그림으로 더 자세히 보니 거울 속 카페 여인이
긴 장갑을 낀 채 박수치는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무슨 연유로 모델의 두 모습을 한 캔버스에 담았을까
그건 오직 그림 그린 마네만 알 일인지, 다른 해석이 있는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허기사 몽유도원도를 보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이지만
홍차 가게 여주인은 처음부터 카페를 열자고 시작한 건 아니고
별장처럼 꾸며놓고 주말에 쉬다가곤 했는데
지인들이 혼자 즐기긴 아깝다고 카페를 하라 해서
손님도 맞고 홍차 강의도 하면서 소일한단다.
인사동에서만나 알게 된 경주의도자기 작가랑 연이 닿아전시회도했단다.
인사동에선 잘 안팔리던 도자기들이
당신 홍차 가게에선 모두 팔렸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온돌방에선 30여명 정도의 차 모임도 할 수 있다며
친절하게도 들어가 보라 안내까지 했다.
홍차 가게 소정
043) 732 – 7336
충북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220
첼로는 딸이 연주하던 거라며 자근자근
제법 많은 이야기를 했는 데 그냥 정이 가는 분이었다
여행하다 보면 참으로멋지게 사는 사람도 많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디쉬운 일이던가
대부분 사람들은 보여 주는 것만 보여주고 말 하고 싶은 것만 말하니까
그래도 갑자년 동안 살다보니 사람들을 대할 때느낌이라는 게 있어서. . .
대청호를 내려다 보며 근처를 지나다
간판이 예뻐서 그냥 차를 멈추고 들어간 찻집이
세상에나~~
하필 기차 타면서 옥천에 가면 가보고 싶은 찻집이 있는데
위치도 모르고 몸도 성치못한 이가 운전하여
힘들까봐 말도 않고 포기했던 바로 그 가게여서
‘필연같은 우연’ 이라며찻집 주인까지신기해 했다
살 날 많지않은 데 앞으로 또
어떤 필연같은 우연을 만날까 싶기도. . .
옥천 여행 이후 만난 꽃이랑길 위에서 만난 풍경들
카페에서 만난 그림들 기억하며 남은 사진들 다시 정리해 본다
육영수 생가 가기 전 향수 9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집 정원엔
이렇게 키 큰 나무같은 능소화도 피어 있었고. . .
詩, 추억이란 단어때문에 찾아가서별 기대않고 올라간
카페 2층엔 보너스 처럼 김원숙화백의 여체들도 만나고
오래된 유성기 스피커도 있었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맘은 아무도 없어서
– 기차시간 때문에…요담에…
여운을 남기고 되돌아 온 건 잘한일 같지만
탤런트 박xx씨가 남해 독일 마을에서 카페를 오픈했을 때
그 많은 사인객과 사진까지 찍고 했는데도 그날 팔린 차는
단 3잔 이었다는 씁쓸한 에피소드가 생각나
머물지도 않고이런 사진 올리기도살짝 미안해서. . .
비가 와서 더 선명하던 돌계단 하며 . . .
멋을 부리기는 했지만, 다소 . . .;;
옥천에 같이 가자는 전화를 받았지만
진주 여행 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많이 망설였는데
문자 한 통을 받고 남편께 보여주면서
어려운 치료 중인데도 지방에서 아들 결혼식까지 온 사연을
여차저차 설명하고 허락을 받아낸다.
이번에는 육개장을 끓여 놓고…
옥천에 도착하니 저기 어디 쯤이
죽으려고 들어누운 곳이었노란 얘기를
웃으면서 해 주는 그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젠 장터에서 그녀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
천 원짜리 물건을 사면서 까탈을 부려도 실실 웃으며
고맙단 인사를해서 주윗 사람들께 이상하단 말도 듣는단다
전설이 된 김밥놀이 얘기도 웃으면서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이불에 김밥처럼 돌돌말고 풀면서
추위를 견뎠던 그지난했던 시절 이야기 말이다.
. . . . . . .
수선호이 (
조병진 (
오드리
11/07/2011 at 10:10
참, 실감났겠다……그여자 얘기.
참나무.
11/07/2011 at 10:23
토요일 껀데 월요일 공개한…음악이 빠져서 이제사…^^
소리울
11/07/2011 at 11:58
좋아보이네……..
참나무.
11/07/2011 at 12:08
추카추카~~
밀린 글 한꺼번에 읽느라 답글 못달았지만 축전이라도 보내려고…^^
손풍금
11/07/2011 at 13:56
어제도 그저께도 비가 많이 와 제방이 넘쳐 거리가 통제 되는 바람에 시장에 갔다가 일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남은시간 뚜렷한 목적지 없이 비를 맞고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
오늘 <소정>에 갔었습니다.
올려주신 글이 너무 좋아서요
예전에 그 고개를 넘어갈 때면 저집엔 누가 살길래 저렇게 단정하고 깔끔하게 지었을까..
하고 서너 번은 근처에 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마당으로 들어가 잠긴 문 틈 너머로 보이는 거실풍경을 찾아내어보기도 했어요.
봄에도 빈집이였었는데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집이라니 … 참 좋습니다.
오후에 찾아간 집은 주인이 없고 쪽문이 살짜 닫혀있었어요.
슬그머니 밀고 들어가 주인 없는 빈 마당 나무의자에 앉아 두 시간 정도 호수를 바라보고 앉아있다 왔습니다.
육영수 생가가 있는 도토리묵집에 가서 앞집 멋쟁이 그녀와 식사를 하는데 글쎄 한 그릇을 저보다 더 빨리 비웁니다.
이 소식을 가장 빨리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서울서 오신 손님께 이 맛있는 묵을 대접 해드리지 못하고 떠나가게 한 것이 그리도 마음 아프답니다.^^
제 주변에는 왜이리 마음이 고운분들만 계시는지요.
잘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노래가 아주 좋아요. 참나무 언니^^
일부러 심어주신거…감사드립니다.
참나무.
11/07/2011 at 14:22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풍금님 보다 더 빨리 그릇을 비우다니…!
어제 제 기도가 효력 발생 했나봅니다.
그니까 풍금님도 그 전부터 저 홍차가게 ‘소정’을 눈여겨보셨군요
차랑 같이 나오는 작은 스콘도 고소하니 맛납디다
먹는 얘기 하니 아침에 먹던 올갱이국과 호밀빵에 발라먹던 오디잼 생각도 나는군요
그 무거운 캡슐 커피 머쉰과 컵까지 직접 들고 온 멋쟁이 그녀랑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홍차도 마시고 그러셔요
이번 주는 요조숙녀처럼 보내는 주간이라 가요무대 같이 보고 있었답니다
…입가에 미소까지 그렸지마아아는…지금도 알 수없는 당신의 마아음~~~
방주연 노래 같이 따라부르며
좋은 꿈 꾸셔요, 저도 잘 시간이네요…^^*
무무
12/07/2011 at 07:27
옥천..하시길래 손풍금님은 만나셨을까? 궁금햇는데
만나셨군요.ㅎㅎ
저도 옥천가면 손풍금님, 그리고 소정…두군데는 가고싶은 곳이 생겼네요.
고맙습니다.
참나무.
12/07/2011 at 07:39
병원에서 좀 전에 돌아왔네요
옥천에 단 한 군데 추천하라면 저도 단연코 홍차 가게 ‘소정’ 입니다
우연히 만난 건 행운이지요
혹시 갈 기회 되면 들러보셔요
사천에서도 그리 멀지않다던데요…^^
(그리고 입급했습니다아…)
겨울비
12/07/2011 at 14:09
저도 옥천에 가면 소정에는 꼭 들리게 될 것 같습니다.
차 주전자와 찻잔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얼그레이와 앗삼, 다즐링 다 맛볼 수 있었으니 …
여주인의 다정함과 내려다보이는 대청호 풍경을
두고 오는데 어찌나 아쉽던지요.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보관하고 있는 소정 사진 보여드릴게요.
내일
정밀검사 하거나 해도 아무 이상 없을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참나무.
12/07/2011 at 14:34
다 틀리는 찻잔을 내셨지요
다즐링은 연한 맛, 아쌈이 좀 진한 향
전 ‘원더풀 라이프’ 이후 얼그레이를 고집…^^
차 만드는 모습을 유심히 봤지요
잔을 더운 물에 덥힌 후
깨끗한 행주에 세워 남은 물을 모두 없애더만요
그런 건 저도 처음이어서…^^
음… 홍차 강의도 들으면 좋겠네…했답니다
멋쟁이 그녀는 배운다 했으니…
전 걱정 잘 안합니다…뭐든…^^
강정애
29/07/2011 at 03:04
아름다운 사진
정겨운 얘기들이
비밀의 정원에 들어온 듯 여겨집니다
소정엔 나도 꼭 가보리라 다짐하며
담아갑니다
뒤늦게나마 추천 도 올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