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콘-박창수와 외르크 데무스(Jörg Demus)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오늘 종이 신문에서 반가운 글을 만납니다

사진들은 204회 하콘 당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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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SSAY] 나를 꿈꾸게 한 ‘하우스 콘서트’ 10년

2011. 8. 30 (화) 조선일보> 사설·칼럼| 관련기사

글쓴이 ; 박창수

서울 연희동 집 2층 개조해 거실에서 연 클래식 연주회 마룻바닥 앉아 온몸으로 감상
피자 10판 구워오는가 하면 즉석연주 나서는 열성관객도 어느덧 300회, 2만명 찾아

"집에서 음악회를 연다고? 네가 무슨 귀족이나 재벌도 아니고…."

10년 전 집에서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처음 말했을 때, 주위에선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무슨 돈으로 연주자들을 부르고, 프로그램은 어떻게 꾸릴 거냐"며 따지듯 묻는 이도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 집 마룻바닥에 앉아 서로의 연주를 감상하며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다. 마룻바닥을 울리는 미세한 떨림을 온몸으로 느꼈던 감상(鑑賞) 경험은 20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생생했다.

그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연희동 단독주택 2층 방 3개의 벽을 허물고 널찍한 마루를 만들었다. 살림살이는 1층 비좁은 공간으로 밀려나야 했다. 이렇게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가 벌써 300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 달에 평균 2차례 클래식 연주를 위주로 국악, 대중음악, 프리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가졌다. 연희동 집에서 시작한 하우스 콘서트는 중곡동, 역삼동을 거쳐 현재 도곡동의 지하 스튜디오로 옮겼지만, 마룻바닥에 앉아 연주를 즐긴다는 원래 아이디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우스 콘서트’는 여느 공연장처럼 엄숙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아기들이 마룻바닥에 퍼질러 앉은 엄마 무릎을 베고 누워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흥이 난 관객이 악기를 잡고 직접 연주에 뛰어들기도

한다.

연주자가 흘리는 땀방울이 바로 발치에 앉은 관객에게 튀는 공연장이

흔하겠는가. 관객들도 적극적으로 음악회에 개입한다. 매번 깨알 같은

후기(後記)를 홈페이지에 남기는 사람도 여럿이고, 지금도 쓰고 있는

하우스 콘서트 문패를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관객도 있다.

신발 정리 같은 소소한 일을 거들고 나서기도 한다.근처에서 피자 가게를 하는 분은 한 번 와본 후 감동을 받은 나머지 연주자와 관객, 스태프 모두에게 대접하고 싶다며 피자를 열 판도 넘게 구워 왔다.

지금까지 하우스 콘서트를 찾은 관객 수를 모두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2만 명은 넘을 것이다."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이렇다 할 스폰서도 없는 상황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사랑하는 이들의 지지와 성원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우스 콘서트’의 또 다른 주역은 기껏해야 100명 남짓한 관객을 만나기 위해 기꺼이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조성진·김태형,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첼리스트 송영훈, 클라리넷 주자 김한 등 우리 음악계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이 이 무대에 섰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기타리스트 이병우, 가수 강산에 등이 연사나 연주자로 나섰다. 사실 이분들이 평소에 받는 출연료를 생각하면 ‘착취’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례를 하면서도 나는 그들에게 이무대에서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초창기에는 하우스 콘서트를 연습 무대쯤으로 생각했다가 공연을 거절하는 연주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하우스 콘서트만을 위한 공연을 준비해 온다.


그간 하우스 콘서트에 초청된 연주자 1200명 중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도 있었다.
몇 해 전 데무스가 일본 공연에 앞서 방한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스태프들이 그를 하우스 콘서트에 초청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그가 평소 받는 연주료는 우리가 줄 수 있는 액수보다 최소 50배는 많았다. 나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하우스 콘서트를 이끌어가는 우리 스태프들은 백방으로 뛰며 이리저리 줄을 댄 끝에 결국 그 공연을 성사시켰다.데무스의 공연 날, 클래식음악 동호회를 비롯하여 발 디딜 곳 없을 만큼 많은 관객이 꽉 들어찼다. 그런 분위기가 불편했을 법도 하지만, 이 거장(巨匠)은 연주가 끝난 후 소년처럼 흥분했다.

"이토록 젊고 집중력이 강한 관객들 앞에서 오늘처럼 행복한 연주를 해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다음에도 한국에 올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 번 이 무대에 서고 싶다. "거장의 넓은 아량, 청중과 공감하는 능력에 정말 고개가 숙여졌다.



하우스 콘서트를 이끌어가는 스태프들은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거나 학교를 다니면서 무보수로 일한다.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일하는 그들을, 내 딴에는 자극을 준답시고 매몰차게 몰아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게 시달린 스태프들이 지금은 주요 공연장이나 공연기획단체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나에게 하우스 콘서트가 소중한 것은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 작은 공간을 채워 온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 안에서 나와 스쳤던 수많은 사람, 그게 바로 나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고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 하우스 콘서트 10년은 관객과 연주자,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어온 작품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P.S

외르크 데무스(Jörg Demus, 1928년 12월 2일 – )는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이미지와 해설 출처

http://freepiano.net/thc/

Jörg Demus

1928년,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외르크 데무스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리드리히 굴다, 파울 바두라 스코다와 함께

<빈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빈을 대표하는 신예로 떠올랐던 피아노 연주자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와 저명한 미술사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6세에 피아노를 시작하여 11세에 비엔나 음악원에 입학하였으며, 일반 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발터 케슈바우머에게 피아노를, 칼 발터에게 오르간을, 한스 스바로프스키와 J. 크립스 에게 지휘를, 조셉 마르크스에게 작곡을 배웠다. 비엔나에서의 학업을 마친 뒤 파리로 자리를 옮겨 이브 나트를과 발터 기제킹을 사사하였고 그 후 빌헬름 켐프, 에드윈 피셔, 아르트로 베네데티-미켈란젤리 의 지도를 받았다.

14세때 비엔나에서 빈 악우협회에 데뷔하였으며, 이듬해인 1950년에 취리히와 런던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 1951년에는 남아메리카로 연주활동을 넓힌 그는 1953년 파리 살 가보에서 데뷔하였으며 이 공연에 대해 저명한 음악 평론가인 클래런던은 “Jörg Demus joue et gagne” 이란 타이틀 아래 열광정인 평을 썼다.
1956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Premio Busoni” 수상 후 뉴욕 데뷔를 시작으로 미국 투어 및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지로 연주투어를 가졌으며 수 해 동안 국제 페스티벨에 초대되어 연주하였다.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조셉 크립스, 앙드레 클뤼탕, 볼프강 자발리슈, 세이지 오자와 등의 지휘로 협연하였다.

현재까지 약 350장의 LP, CD, 비디오를 출반하였으며 세계의 여러 음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슈만과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전곡,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클라비어연습곡집, 바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콘체르토를 비롯하여 the Wiener Philarmonisches Kammeransemble과 챔버 음악을, Dietrich Fischer-Dieskau, Elisabeth Schwarzkoph, Elly Ameling, Peter Schreir과 “Lieder”를 녹음하였다. 출판물로는 “Abenteuer der Interpretation”이란 제목의 음악 에세이와 베토벤 소나타에 관한 책이 있으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트리오, 피아노 솔로를 위한 다수의 작품을 작곡 발표하였다. 잘츠부르크 근방에 위치한 외르크 데무스 박물관 “피아노의 역사”는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베토벤 탄생 200주년 본에서 열린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연주하는 영예를 얻었으며, 1977년 비엔나 베토벤 협회 베토벤-링 상, 1979년 비엔나 모차르트 협회의 모차르트 메달, 1986년 츠비카우 슈만상을 수상하였고, 아머스트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 받았다.

<– 하콘 204회 연주 실황 ( 2008. 11. 1(토) 7시 30분 )

* 컴퓨터에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가 설치되어 있어야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J.S.Bach – French Suite No.5 in G Major, BWV816
W.A.Mozart – Fantasie in c minor, K396
L.v.Beethoven – Piano Sonata No.17 in d minor, Op.31-2 "Tempest"

– INTERMISSION –

F.Chopin – Nocturne No.5 in F# Major, Op.15-2
F.Chopin – Nocturne No.18 in E Major, Op. 62-2
F.Chopin – Impromptu No.3 in Gb Major, Op.51
F.Chopin – Fantasie Impromptu in c# minor, Op.66
J.Brahms – 3 Intermezzi, Op.117
J.Brahms – Rhapsody in g minor, Op.79-2

앵콜곡 1: F.Chopin / La Valse
앵콜곡 2: Schubert / Impromptus Op.90, No.2
앵콜곡 3: Jörg Demus / Evening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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