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9월 – Schubert Impromptu Op. 90 N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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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과 뜰 – 오규원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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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흔들리는 이유 – 최 정 례

달빛이 삵쾡이같이 내려와서
지상의 너 강아지풀은
뾰족해진 것
칼과 같이
특이한 식물이 돼버린 것

줄기를 뻗대고 잎을 내밀고
삵쾡이 같은 달빛을
머리 위에 올려 피워보려고
수런거렸던 것

강아지 새끼가 어미젖을 찾아
얼굴을 비비대듯 허공을 비벼
초승달을 상현달을 보름달을
줄기 끝에 차례로 올려 피워보려고

하현꽃에서 그믐꽃까지
그렇게 날마다 서른 개의 꽃을
돌아가며 피워놓으려고
삐죽대고 이죽거리며 흔들었던 것

달빛도 따라 흔들렸던 것

– 문학동네 1999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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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

너와 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성한 잎들이 그러하듯 ……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홀로 있다.
홀로 있다는 것은
멀리서 혼자 바라만 본다는 것,
허공을 지키는 빈 가지처럼 ……

가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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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월 –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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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8 Comments

  1. 김진아

    01/09/2011 at 01:56

    9월이예요. ^^

    오늘 폭염주의보라고 합니다.

    부리나케 옥상위며 계단 화분에 흠뻑 물 적셔주고 이제 앉아서 커피 마셔요.

    참나무님 음악 들으면서…

    근데요.

    화분 물주는 시간에 오현명님의 ‘아, 가을인가’ 가곡 먼저 들었어요.

    기가막히게 …정말 좋았습니다.

    *^^*   

  2. 참나무.

    01/09/2011 at 04:01

    믿거나 말거니
    아침나절 한강변은 바람 불어 제법 시원했는데

    좀 전엔 말 그대로 폭염이데요
    나락과 과일 자알 익겠다 한답니다
    농사짓는 분들껜 얼마나 반가운 햇살일까요

    지금은 아~ 가을인가가 안멕힐 거같은데요…ㅎㅎ
    오현명씨도 이젠 저세상 분이지요

    사진들은 어느 날 새벽 풍경, 포토샵 연습한 것들입니다.
       

  3. 도토리

    01/09/2011 at 06:21

    점점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은 잠깐… 그렇게 되나 봅니다.

    가을앓이 하는 자들은 어찌 될꼬…ㅎㅎ^^*   

  4. 참나무.

    01/09/2011 at 08:19

    올여름 내내 우리집은 시원하여 에어콘 안틀었는데 -아들은 더위 못참아 틀지만
    요 며칠 우리도 가동했습니다.

    지금은 또 바람이 제법 부는데요

    그러게요 환절기 병 앓는 자들…?
    요런 때 섬머문이 짜안 나타나면 좋겠는데…
       

  5. dolce

    02/09/2011 at 22:50

    여름아 이젠 우짤레???
    가을이 온단다. ㅎㅎㅎ

    정말 덥고 비도 많이 왔던 여름입니다.
    사실 서울과 뉴옥이 날씨가 비슷하거든요.

    이러다 아열대 지방에서 살게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되네요.

    이젠 포토 샵 까지 섭렵하실려구요? 사진이 재미 있지요?
    솔솔 장비에 대한 욕심이 나시면 투자 좀 하셔야 될 건데요.^^**

       

  6. 참나무.

    02/09/2011 at 23:15

    …그러게나 말입니다
    ‘세월만 가라 가라'(최승자) 해서 좋을 것도 없는 데…
    가을 바람이 부니까 돌체 님도 흔적을 주시고…^^
    오늘 아침은 완연한 가을바람이 불고있네요

    근데요 저는 장비에 관한 욕심 전혀 없습니다
    이대로도 충분하거든요

    아직 디카 기능도 다 못익히다 이제 겨우 익힐만 하니
    또 새 디카가 생겨서 지금 연습 중이랍니다…ㅎㅎ   

  7. dolce

    04/09/2011 at 05:17

    기능을 익히시면 더 좋은 기능이 생각나거든요. ㅋㅋ
    디카에다 망원렌즈 달면 멀리서도 당겨서 사진 찍으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움직이지 않으려면 받침대로 있으면 좋구요.
    음 그리고 역광을 찍으려면 필터가 있으면 좋겠구요. 등등….
    뭐 조금 쓰시지요. ㅎㅎ

    저두 요새 무궁화 묘목을 어디서 구해와서 재미를 보고 있는데요
    꽃 사진 찍는 재미 솔솔합니다.
    근데 왠지 뭔가 더 필요한 것 같아서요. ㅎㅎ

    늘 새로운 재미로 삶이 새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새벽기도 설교에서

    희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라더군요.
    희망이 가득한 날들 되세요. 참나무님…..
       

  8. dolce

    04/09/2011 at 05:20

    섬머문님 대신 한번 더 온겁니다. ㅎㅎㅎ
    섬머문님 오시면 얘기 좀 해주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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