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칸나 (Marianne Faithfull – This little bird)

014.JPG

초록 숲을 오래오래 보고 있으면 창의력이 생긴다 그랬나요

수영장 근처 8월 31일 오픈한다는 카페는

9월 1일에도 안열렸고

2일엔 제가 가지 않았고

오늘 3일 수영 마치고

기어이 그 카페를 가지않았겠습니까

일단 초록이 많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수영 가방 던져놓고 카운터로 갑니다

혹시? 했지만 역시…기대했던 빵은 안보입니다

같은 체인 다른 지점에서 먹어 본 아프리카빵이 있으면

조용히 내 아이들 생각하는 시간갖고싶어

두 번이나 헛걸음 하고다시 찾았는데. .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 맞습니다

커피가 맘에 들었으면 모두 다 용서가 된텐데

값도 싸지 않은 데 셀프인 것도 맘에 안들었고

주문한 사람의향도 묻지 않고 종이 컵에 담겨져나옵디다

와플 1인용이라도 있으면 좋았을걸

이~~따마한 사이즈에 화려한 아이스크림이

몇 종류나 수북히 쌓여 겁이나서망설이던 중

모닝세트가 있길래 그건 뭔가 하고 물어봤더니

지금 시간엔 안된다네요 – 11시 조금 넘었는데…?

003.JPG

용기를 내어 종이컵 싫다 하니

다시 해 주지않고 도자기 잔에다 그대로 쏟아붓습니다…;;

아…다신 안와야겠다

불평도 않고 그냥 결심만 합니다

커피는 다 식어버렸고

고민하다 시킨 다크 브라우니는 달아서 파이고

( 요즘 많이 까칠해졌나?

기다리는 동안에 안좋은 모습이 포착되어 그랬을까…)

햇살은 무서워도 바람이 제법 불길래 서울숲 한 바퀴 돌았지만

찜찜하고 울울한 마음은 달랠 길 없습니다

017.JPG

애는 뭐가 급해서 벌써…?

001.JPG 008.JPG

첨엔 그냥 나뭇잎이 떨어져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뭘 보고는 아빠에게 달려가서

뭐라 뭐라하는 장면이 유리창으로 통해 보입디다?

아버진 겨우 달랬는데 아이는 다시 와서 뭐라뭐라합니다

알고 봤더니 아주 작은 죽은(?) 새였습니다

로드 킬은 아닌 것 같았어요 ( 납짝하진 않았거든요…ㅠ.ㅜ)

이를 어째야 하나 . . . 하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않고

맛 대가리 없는 커피나 홀짝거렸습니다

제가 새 전문가도 아니고…

다시 창가에 앉아 지켜보기나 할 뿐

킬힐 신은 여자와 무지막지한 등산화의 남자들이

생각없이 지나갈 때도 애만 태우기만 했을 뿐

돌아와 제가 한 일은 마리안느 풰이스풀 찾아듣는 일 밖에는. . .

무관심, 방관,이거 아주 비겁한 병입니다

서울숲 조용한 곳에 봉분이라도 만들어 줄 걸

늦은 후회나 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새 틀림없이 죽어있었겠지요 …ㅠ.ㅜ

사실은 새 디카가 맘에 안듭니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인지

다시, 쓰던 디카 가지고 다녀야겠습니다

낯선 사람 낯선 물건 수이 다가가지 못하는

이것도 큰 병이고말고요.

아니면 벌써. . .

칼과 칸나꽃 – 최정례

너는 칼자루를 쥐었고
그래 나는 재빨리 목을 들이민다
칼자루를 쥔 것은 내가 아닌 너이므로
휘두르는 칼날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닌 나이므로

너와 나 이야기의 끝장에 마침
막 지고 있는 칸나꽃이 있다

칸나꽃이 칸나꽃임을 이기기 위해
칸나꽃으로 지고 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슬퍼하자 실컷
첫날은 슬프고
둘째 날도 슬프고
셋째 날 또한 슬플 테지만
슬픔의 첫째 날이 슬픔의 둘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둘째 날이 슬픔의 셋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셋째 날이 다시 쓰러지는 걸
슬픔의 넷째 날이 되어 바라보자

상가집의 국수발은 불어터지고
화투장의 사슴은 뛴다
울던 사람은 뛴다
국수발을 빤다

오래 가지 못하는 슬픔을 위하여
끝까지 쓰러지자
슬픔이 칸나꽃에게로 가
무너지는 걸 바라보자

– 시집레바논 감정’ 12,13P

5 Comments

  1. 김진아

    03/09/2011 at 06:52

    자꾸 마음 쓰여서 ..어떡해요. 참나무님..

    다른 분이 아마도 나무 그늘 시원한 곳에라도 옮겨 놓았을지 몰라요…

    또, 내일 혹여라도 확인하시려 나가시지는 마세요.

    …그나저나,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그냥 옮겨 주다니 참,

    …   

  2. 푸른

    03/09/2011 at 13:02

    슬로우 푸드,슬로우 라이프…
    요즘 사람들이 많이 생각하는 것들인데요
    사람들속에 예절과 온기가 점점 실종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종이컵에담겼던 커피를 그냥 옮겨주다니…쯧!
    경영주보다 더 먼저 고객을 대하는사람은 커피를 써빙하는 사람인데…
    참 사소한것을 크게 놓지고 있군요.
    놓여진 세상속에 변하는것은 언제나사람이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세상이 변한다 하구요…가을바람이 슬슬부는데…
    참나무님 가을타지 마시구요…^^v    

  3. 무무

    03/09/2011 at 14:10

    저도 오늘 이모가 기르시던 강아지의 죽음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날짐승이나 누구에게나 죽음은 슬픈 일입니다.

       

  4. Elliot

    03/09/2011 at 14:58

    요즘 편치 않은 일이라도….??? 까칠함의 원인 ^^

    가능하면 즐거운 생각에 더욱 집중하세요.
    기분이 좋으면 미운넘도 죄다 이뻐 보이거덩요 ^^

       

  5. 참나무.

    04/09/2011 at 22:17

    맞습니다
    다 제탓입니다…나쁜 기운은 전염되는데…

    그래서 제목 고쳤습니다 늦었지만
    오늘 월요일, 제대로 즐겁게 시작합시다 우리 모두, 활짝…!!!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