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달 – 한 하 운 추석 달은 밝은데 갈대꽃 위에 추석 달은 밝은데 추석 달 초승달, 밤배, 가족사진 – 최정례 끝을 날카롭게 구부리고 지붕 위를 떠가는 초승달 껍질 반쯤 벗겨진 사이로 익다 못해 터진 그 사이로 안개처럼 떠 있는 앞에는 키 작은 아이들 뒤에는 두루마기를 입은 100년 전 사람들 단장을 짚고 안경을 쓰고 줄줄이 서 있던 일족의 흑백사진 그 집 벽 위 액자에도 저런 빛깔의 과일이 한쪽 떠 있었던 것만 같다 주르륵 지붕 위로 미끄러져 내리던 그때 밀감도 아니고 오렌지도 아니고 신 살구빛의 그것이 먹고 싶어 깜깜한 밤하늘 뚫고 신 살구빛의 새초롬한 달 그 집 액자에서 다시는 내려오지 않고 밤배 탄 사람들 새식구가 전도 부치고 처음으로 설겆이도해줬는데 추석 다음 다음 날인데도 나는 왜 복귀가 이리 힘들까 . . . . . . . 한하운 시가 유독와 닿고 널브러져 자는 마르뜨만 생각나니
피에르 보나르 ( Pierre Bonnard – Woman Reclining on a Bed, or The Indolent Woman ) 레나타 테발디( Renata Tebaldi) -V. Bellini/Vaga luna che inargenti(방황하는 은빛 달이여)
돌아가신 어머님 환영(幻影)이 쓰러지고 쓰러지곤 한다.
내 조상에
문둥이 장손은 다례도 없다.
추석 달
어처구니 없는 8월 한가위
밝은 달이다.
왜 입 안에 신 침이 고이는 것일까
신 물 주르륵 흘러내리고 노란 껍질 위에 이슬 맺혀
한 잎 배를 타고 칠흑의 밤을 노 저어 가던 그 집
먹어본 듯하나 아직 먹어보지 못한
100년도 전에 그 집 사람들 미끄러져 가면서
남자가 입덧중인 여자에게
열매를 꺼내 한 쪽씩 입속에 넣어주고
아기들에게도 쪼개주고
둘러앉아 한쪽 눈을 찌그리며 터뜨려 먹고 있는데
어미의 갈비뼈 밑으로 기어들어간 그 기억 때문일까
신 물 터져나오면 한쪽 눈이 찌그러지다 환해지는데
아직도 기린처럼
그 열매 끌어내려 터뜨려 먹으며 가고 있는지
잔뜩 구부리고 초승달 미끄러져 내린다
揖按
14/09/2011 at 04:22
이크… ! 간만에 들렸다가…화들짝 …
교포아줌마
14/09/2011 at 10:49
가을 바람 드시나봐요.
마르뜨의 저 모습에 자신을 겹치시니요.
축하합니다.
참나무.
14/09/2011 at 12:06
진짜 간만에 들리셨네요
국선도 사업은 여여하시겠지요
놀라셨나요…이까짓거 가지구요..ㅎㅎ
넘 피곤하여 쉬고싶을 때 가자주 저 그림이 생각난답니다
요즘이 그렇거든요-국선도, 관심을 좀 가져야될텐데 게을러서 큰일입니다
참나무.
14/09/2011 at 12:15
ㅎㅎ 축하할 일은 절대 아니구요
제가 피에르 보나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어떤 도자기 작가도 ‘보나르 인스퍼레이션 Bonnard Inspiration’ 이라며
그의 작품들을 단순화 시켜서 만든 컵이 있답니다
입수하는대로 선보여드릴게요… ^^
쉬는 시간 저렇게 널브러서 자는 마르뜨를 붙잡고
커피 마시면 피곤이 싸악 가셔지지않을까 싶어서요..ㅎㅎ
전생에 인사동에서 살았는지-천근만근 무거운 이 몸으로
인사동 고정코스 한 바퀴 돌고왔더니 기분은 한결 나아지는데요
사진 많이 찍어왔으니 조만간 올리겠습니다아~
추석 잘 쇠셨나요 미국시민 두 분께서도…^^
Elliot
14/09/2011 at 13:11
널브러져 쉬는 모습보단 이쪽에 서있을 누군가를 어설피 유혹하는 모습같은데요 ㅎㅎㅎ
참나무.
14/09/2011 at 14:53
‘목욕만 하며 살다가 여자’ 마르뜨는 심신증, 신경쇠약
우울증 환자로 살다간 좀 특이한 여자였지요
피에르 보나르랑 오랫동안 살면서도 결혼은 한참 뒤에 한…
한가하신 시간에 참고하셨으면 좋겠네요…;;
http://blog.chosun.com/blog.log.view.screen?blogId=11009&logId=181688
2004년도 포스팅이네요
워낙 좋아해서 피에르 보나르 검색하면 꽤 많을겁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