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그러니, 제발 날 놓아줘,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거든, 그러니 제발,
저지방 우유, 고등어, 클리넥스, 고무장갑을 싣고 트렁크를 꽝 내리닫는데…… 부드럽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플리즈 릴리즈 미가 흘러나오네 건너편에 세워둔 차 안에서 개 한 마리 차창을 긁으며 울부짖네
이 나라는 다알리아가 쟁반만 해, 벚꽃도 주먹만 해 지지도 않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피어만 있다고 은영이가 전화했을 때
느닷없이 옆 차가 다가와 내 차를 꽝 박네 운전수가 튀어나와 아줌마, 내가 이렇게 돌고 있는데 거기서 튀어나오면 어떻게 해 그래도 노래는 멈출 줄을 모르네
쇼핑 카트를 반환하러 간 사람, 동전을 뺀다고 가서는 오지를 않네 은영이는 전화를 끊지를 않네
내가 도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핸들을 꺾었잖아요 듣지도 않고 남자는 재빨리 흰 스프레이를 꺼내 바닥에 죽죽죽 금을 긋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나도 쇼핑센터를 빠져나가는 차들 스피커에선 또 그 노래 이런 삶은 낭비야, 이건 죄악이야, 날 놓아줘, 부탁해, 제발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날 놓아줘
그 나물에 그 밥 쟁반만한 다알리아에 주먹만한 벚꽃 그 노래에 그 타령 지난 번에도 산 것을 또 사서 실었네
옆 차가 내 차를 박았단 말이야 소리쳐도 은영이는 전화를 끊지를 않네 훌쩍이면서 여기는 불루베리가 공짜야 공원에 가면 바께쓰로 하나 가득 따 담을 수 있어 불루베리 힐에 놀러가서 불루베리 케잌을 만들자구
플리즈 릴리즈 미,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거든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그러니 제발, 날 놔 줘.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놓아달란 말이야
– 최정례 4번째 시집 [레바논 감정]72 ~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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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moon
17/09/2011 at 01:12
이를 어쩌면 좋아요 ?!ㅎㅎ
전화, 차, 소핑한 물건들 다 버리고
어디가서 술을 마셔야 하나, 아님 에스프레스를 더블로 마셔야 하나? ㅎㅎ
참나무.
17/09/2011 at 05:18
달님 답글도 일품!
시인의 그물에 걸린 일상들이 그대로 그려지지요…
마치 읽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달님표 그림 이야기 즐기며 읽었지요- 망고 먹고싶었어요
오래 전 남편 부임지의 집이 불란스 사람이 지은 집이라 정원에 정자도 있었고
온갖 나무 중에 튼실한 망고 열리는 나무가 두 그루나 있어서…
한참 시간여행했다니까요…^^
summer moon
17/09/2011 at 22:42
교통사고 난 곳을 지나치면서 영화 찍느냐고 묻던 녀석이 갑자기 생각나요.ㅎ
제 댓글엔 오타도 많네요, ‘소핑’ ‘에스프레스’….
쏘리 참나무님 !
플리즈, 플리즈, 돈 릴리즈 미 !!!!!!
다음부턴 제대로 쓸께요 !!!ㅋ
일요일…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커피 마시면서 쉬다가
인사드리러 왔어요.
LOve….
참나무.
18/09/2011 at 14:44
일요일 어떻게요?-이리 어려운 숙제를…;;
꽉 채운 뷰리플 선 데이-
아무래도 새창을 열어야겠네…ㅠ.ㅜ
쇼핑, 에스프레소로 읽었는데
지적않았으면 영원히 모르고 넘어갔을낀데…
So do I ~~~^^*
summer moon
18/09/2011 at 19:41
숙제 잘 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손 등에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잔뜩 찍어드리고 싶을 정도라니까요!ㅎㅎ
이제 부터는 자주 귀찮게 해야 겠어요
어떻게 지내셨느냐고 물어대면서….^^
참나무.
18/09/2011 at 23:05
이 질문 받고 답글창에 주르륵 올리다 넘쳐나서
곧바로 긴 답글 시작 했다우…;;
덕분에 이번 한 주도 ‘삼쾌’하게 보낼 것 같음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