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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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들락거릴 때 내내 거치장스럽던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단 길다란 플래카드 대신

이탈리안 핏짜랑 포메인 월남국수집이 생겼다는

입간판이 주루룩 늘어선 지도 꽤 되었지만

한가롭게 가 볼 시간도 생각도 없었는데

오늘은 맘먹고 유유자적하기로 해서 건들건들 올라가봤다.

매콤하게 국물 훌훌 마시면 왠지

‘감기 뚝!’ 할 것같은 예감도 쫌 있고 해서. . .

메뉴판과 함께 먼저 따뤄주는

주전자에 혹하여 차는 뒷전이다

와~드립하는 주전자 긴 것보다

낮아서 안정감 있는 게 탐이 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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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건너 창 너머 서울숲을 살펴보니

유치원 군단이 쉬임없이 줄 맞춰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 먹고 내려가기로 맘 먹는다

예측대로끝까지 궁물은 식지않아

감기 뚝 하겠노라고 계산하면서 한 마디 했더니

10월 30일까지 사용 가능한 웨딩샤쇼마이 쿠폰을

석 장이나 준다. 그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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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건 국물 훌훌 마시면서 내려다 본 바로 아래

햇살 밝은 곳까지 기어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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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급한애처럼 먼저 물든 잎사귀들 갑자기 주인공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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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없이 찍어댄 지베르니 정원 일본다리

그 너머론 온 잎들이 죄다 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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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들레 이 아인왜이리 늦게?

그래 한 번 담아주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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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한가운데 이 아이도 실제론 고왔는데 사진은 별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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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왕참나무 숲길 들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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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든 낙엽 색갈, 비슷한 것 같아도 다 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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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랑 놀기 정말 재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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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일본단풍

매달린 게 열매같은데? 자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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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한 바퀴 비잉 돌고

멀리 ‘성이여 게절이여’다시 예찬하고 한참 서성거린 후

롯데리아 없어진 대신 새로 들어선 커피 집에 들어가 본다

편의점과 한 주인이란다

커피 주문하여 전망좋은 곳에 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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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를 찾으러 일어나 다리 건너면서 살펴봐도 안보인다

앗 그런데 맞은편에 뭐가 보이네

미쳐 다 못마신 커피 들고 오다 잠시 놓고

스트로우 끝 쪽으로 걔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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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 디카로 줌인 해봤지만 하도 멀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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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다리 건너 좀 더 가까이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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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우아한 자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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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 눈치못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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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나무 한 가운데, 후르륵 날기 전까진 절대로 안보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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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단지 지나자 또 다른 아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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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수많은 유치원에서 날잡아 소풍 온 날인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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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이 드셨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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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휠체어에 탄 노인들과 봉사자들이 자꾸 보인다

오늘 특별한 모임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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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이 펼쳐지던 무대엔 아무도 없어서 내려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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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는데 무대 벽에 운보 그림처럼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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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았다 세 작품 모두 울집 서랍 속에 있는 엽서다..요건 청녹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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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싸돌아다녀 이런 엽서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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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작품은 ‘바보 산수’인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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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근처로 가는데 또 …

봉사자는 무슨 이야길 하는 지 연신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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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런데서 곤히 낮잠을 주무시다니

환자와 봉사자 같진 않고,

근데 어느 분이 환자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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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길에도 아파트 단지 정원에 마가목 열매가확실하게 달려있다

마가목만 보면 왜 백석 시인이 떠오를까.

어제는 영화 포기하고

근처에서 추어탕 내가 쏜다 하니

추적추적 따라오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 길맹이 수영장 회원과 같이 간 집을 못찾아

헤매게 되어 살짝 긴장하게된다

근처 과일가게에서 물어 물어 재대로 갈 수 있었지만

오늘, 브라질 영화제 마지막 날

시간 보니 벌써 시작했겠는데

못 가고 컴 열어 영양가없이 콕콕이나 하는 것이다

감기 떨어졌나벼 제체기가 안나오네?

여튼 디카가 유죄.

용서를 빌면서

영화 ‘빌라 로부스’ 후기 대신 음악이나 올려보자

Renee Fleming – Bachianas Brasileiras no 5

8 Comments

  1. 도토리

    30/09/2011 at 09:39

    참나무님의 디카덕분에 가을이 온 느낌을 확실히 감잡습니다.
    낼 모레 일욜날 친구들이랑 일산 호수 공원 돌자 하였는데
    그날을 기대해봅니다..
    헌데…
    제주도의 사려니 숲길을 맛보고 나니 웬만한 경치는 감동이 아니 느껴지니 어찌 하오리까…ㅎㅎㅋㅋ^^*   

  2. 참나무.

    30/09/2011 at 09:50

    ..그래도 안부러워요 칫…^^
    근가즈키 쉽게 갈 수 있는
    울 동네 서울숲도 아직 다 파악하지못하고 사는뎁쇼..ㅋㅋㅋ

    일산 호수 풍경 많이 찍어오시길…^^*    

  3. 김진아

    30/09/2011 at 13:46

    이제사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들어와 듣고 보고 읽습니다. ^^

    곤지암 매장에서 그만그만인 환경에서 참나무님 블로그 접속해 놓곤

    어찌나 좋은지, 혼자서 흥얼거리고 있었죠.

    마치 입 안에 ‘박하사탕’을 머금은 기분이 들어서…고맙습니다. ^^   

  4. 참나무.

    30/09/2011 at 20:26

    망설이다 올린 거 부끄러워죽겠네…그 참…;;

    일터에 컴이 있어서 음악 들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흥얼거리기 좋은 아리아지요
    영화에 이 아리아가 여러 번 나와서…

    근데 저 주전자 탐은 나는데
    약간 비 실용적이겠고(손잡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겠네…합니다
    첨엔 주전자 어디서 살 수 있냐 물어볼까 했거든요

    여튼 한 발짝 물러나 보는 것이 중요하네…이럽니다요 글쎄…^^
    주말이라 일터는 더 바쁘겠지요   

  5. 슈카

    01/10/2011 at 04:23

    소리 재우고 세탁기 돌려놓고 도라지와 대추 넣고 달인 차 마시며 한가하게 이러고 있어요.
    참 좋네요.
    바람과 함께 음악이 울려퍼지는 서울숲 산책하는 기분도 들고 말예요.
    소리 깨면 막내동생네 아기 돌잔치에 가야합니다.
    바쁜 주말이 될 것 같아요^^   

  6. 참나무.

    01/10/2011 at 12:36

    긴 수다는 지웠어요…^^

    아깐 당췌 답글창이 안열러서 그냥 나갔는데
    외출 내내 맘이 쓰였다는…^^   

  7. 비풍초

    02/10/2011 at 05:26

    그 포메인 월남국수집… 많이 이용해주세용 ㅎㅎㅎ

    혹 키크고 멀끔하게 생긴 서빙하는 알바가 있거들랑… 혹 비풍초 아느냐고 물어보세요.. ㅋㅋ   

  8. 참나무.

    02/10/2011 at 12:09

    참 친절해서 또 가고싶던걸요

    혹시 대학생 자제분이 아르바이트하시나요?
    클났네…수영 마치고 갈 확률이 많은데
    이상한 할머니 흉보일라 겁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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