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그 남자는. . .

 

그 사랑은 끝났다. 그리고 누란에서 옛 여자 미라가 발견된 것은 다시 얼마를 지나서 였다. 그 미라를 덮고 있는 붉은 비단조각에는 ‘천세불변(千世不變)’ 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었다. 언제까지나 변치 말자는 그 글자에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미라는 미라에 다름이 아닌 것이었다. 미라와 그리고 언제 시들지도 모르는 양파의 하얀꽃이 피는 나라,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만남인가 세상 모든 만남이 그런 것인가 아니, 폐허와 같은 사랑도 어떤 섭리의 밀명(密命)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누란(樓蘭)의 사랑] 마지막 부분입니다.
작가가 직접 낭독하신 것 늦게가서 프린트 물도 얻지 못하고 일층에 전시된
그 날 낭독된 전시물 중 이 부분만 푸른노트에 옮겨온 것 직타했습니다

아..윤후명씨…
낭독이 끝난 후 이 소설의 뒷이야기를 묻는 사회자의 물음에 아주 많이 어색한 몸짓으로

” ……. 이 여인은 두 번 째 여인입니다…………….저는 세 번 결혼했습니다…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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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가헌에서 신현림씨랑 대화하던 그 남자는 누란의 사랑 , 윤후명 <–후기 전문

 

2004년 이전하기 전 영인문학관에서

‘낭독회'(최초로 소설을 시도한)에서 만난 소설가 윤후명

 

이후 나는 강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강의제목 ‘작가의 고향’

강의하신 분은 김동리 작가랑 같은 고향인 경주여서

‘아마’ 이런 강의 요청을 받은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문을 연 작가 이 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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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 작가 서영은 右; 작가 이채형

 

 

그 날 강의 중 내가 기억하는 요지는 둘.

작가의 고향이 명작의 고향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생강나무의 노랑색인데

흔히 붉은 동백을 그린 삽화는 잘못이다

 

늦게 도착하여 맨 뒤에 앉았는데

강의 시작한 이후 강인숙 관장이 내 옆에 앉아 계시다

어떤 기자분의 인터뷰 요청 전갈을 받고 나가신 후

 

서영은씨가 그 자리에 앉아 마자

핸드 크림을 꺼내어 손에 발라서

나는좀 의아해 했고

 

. . .인스턴트 냉면 육수에다

방부제를 스프인 줄 알고 넣어먹던. . .

그 자락이 하필 생각났는지. . .

 

나는 삽화(특히 손소희) 들이 궁금했고

가나 아트 &김종영 미술관도 가야해서

이왕이면 매주 토요일 2시에 있는 강연도 참석하고져. . .

 

 

요담주는 개인사정으로 광고에 실린

이 근배 시인 대신 강인숙 관장의 강연으로 바뀌었고

그 담주 22일은 정진규. 29일 김남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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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씨도 은방울을 좋아했음에 틀림없다

일본 여행 중에 그린은방울꽃 그림이 생각나는 삽화

 

북해도 鈴蘭( 영란- 쓰즈랑1983년 )

 강연은 천 경자방에서 있었다.

 

지하실엔 이성자, 손소희, 김병종 실이 따로 꾸며져 있고

전시장 가운데 진열장엔 작가들의 소장품이 잘 전시되어 있다

 

이사오기 전 초청장 받으면 꼭 참석했기 때문에 대부분 낯익는데

못 본 게 딱 한 군데

김영태 시인의 소장품

작가의 편지展 할 때 영면하신…

 

 

애장품들을 영인문학관에 기증하신단 소식은 알았지만

친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에 김영태 시인의 그림들을 류가헌에서

접한 것도 우연은 아니리라 믿고 싶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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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밀 기구들 , 향수, 지갑, 퀼트 모자,

아. . . 양초, 꽃조각 비누.

그리고 마른 솔방울도 보여 대 발견이나 한 것처럼

아침에 포스팅 하면서 어제 주어온 서울숲 솔방울을

해묵은 마른 것들과 괜히 합해본다.

이 치기를 어이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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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종의 방

 

손소희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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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빼갈 3홉을 마신 최선생은 쓰러져 인사불명

이 됐다 <바람과 햇빛의 불협화음> 197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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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房 진시실 & 손소희 그림

 

이성자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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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옥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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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문학관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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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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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가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히 걸려있었지

– 김영태 ‘과꽃’

6 Comments

  1. summer moon

    11/10/2011 at 02:38

    미국에 돌아와서야 영인문학관에 가지 않은걸 후회했었어요
    다른 몇몇 군데도 다음 기회로 미루기는 했지만…

    다음에 한국에 가면 저랑 영인문학관 가 주실거죠?
    커피, 식사, 단팥죽 뭐든 다 사드릴께요 !^^

    전에 사서 읽었던 천경자님 책들을 다 간직하지 못한게 너무나 후회스러워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겨우 서너권 뿐이거든요.ㅠㅠ

    김병종님 책들은 거의 다 있어서 삽화들도 익숙하구요.^^

    감상 잘 했어요
    Thank you so much!!!!!^^   

  2. 참나무.

    11/10/2011 at 02:54

    꼭 같이가요
    무조건 기다립니다아~~

    김병종 화첩기행
    특히 진해 흑백다방 , 라 크리모사 쳅터는 아주 많이 좋아하지요
    김병종화백 삽화 보자마자 달님 생각했고요…^^
       

  3. 네잎클로버

    11/10/2011 at 05:04

    차분한 음악 들으며
    참나무님 발길 따라 같이 산책한 기분이 들어요. ^^

    같은 날 윤후명님을 우연히 두 장소에서 만나시다니요..
    우연과 우연이 만나 자연스레 일상이 되고
    우리 삶을 이룬다고 했던가요..!? ^^

    참나무님의 멋진 일상 덕분에
    좋은 감상 감사히 잘하고,
    한참 머물다 가요..

    김훈님의 필통 속에서 오랜만에 보는 몽당연필과 문구칼..
    아스라한 추억 속에 젖어들게 합니다. ^^    

  4. 참나무.

    11/10/2011 at 11:00

    ‘우연과 우연이 만나 자연스레 일상이 되고 …’
    네잎님 리뷰 좋아서 오늘 ‘북촌 방향’ 보고왔기 때문에 예문 이해합니다

    윤후명씨 두 번 만나고 학고재의 여인은 세 번 만나고…
    잡글 3편을 차분히 다 읽어주셨네요.
    ( 대저 사람들은 전시 리뷰는 잘 안읽던데…^^)

    오늘 대낮 날씨는 늦여름 같잖았지만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 나오면서

    ‘참 晩秋스런 영화네…’ 속으로 이랬답니다,.. 어찌나 쓸쓸한지. . .

    네잎 님 리뷰를 홍상수 감독이 좀 봤으면 좋겠어요

    영화 속 카페 소설은 인사동 소설은 아니데요
    예전 소설은 빌딩 지하에 있었고
    마담은 화끈하게 ‘통큰 여인’ 같은 분위기였지요
    이전한 이후론 가보지않아 몰랐는데..여튼 감사…^^

    흐르는 음악은 ‘ 외로움을 아는자 만이’ – 차이콥스키 가곡인데
    연주가 더 좋아서 완전 ‘러시아 로망스’ 지요
       

  5. 레오

    11/10/2011 at 14:34

    정말 이 곳은
    참나무님과 가면 금상첨화일 듯…   

  6. 참나무.

    11/10/2011 at 22:51

    27년간을 혼자 누추한 곳에서 살면서
    어느 누구의 방문도 받지않고 외롭게 살다간…
    그래도 드뷔시 생전엔 가끔 그 집에 가서 밥은 먹었다는 에릭 사티,
    그의 음악을 듣고있다…

    설오시면 연락하셔요
    기꺼이 가이드하리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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