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오사와 태너(Henry Ossawa Tanner·1859~1937)
Abraham’s Oak 1905
The Thankful Poor, 1894.
The Banjo Lesson
창백한 햇빛과 난로의 붉은 기운이 소박한 방안에서 뒤섞여 부드러운 보랏빛 공기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서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 사이에 세워두고 밴조(banjo) 연주를 가르친다. 아직은 몸에 비해 큰 악기를 버겁게 붙잡고 줄을 튕기는 어린아이와, 손자의 등 뒤에서 악기를 받쳐 들고 참을성 있게 연주를 듣는 할아버지의 몸짓에서 이 둘의 진실한 열정과 서로를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밴조 레슨(The Banjo Lesson·사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던 화가 헨리 오사와 태너(Henry Ossawa Tanner·1859~1937)의 1893년작이다.
태너는 권위 있는 펜실베이니아 미술학교에서 수학했지만, 인종차별이 당연시되던 시절에 전문적인 화가의 길을 걷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미국에 비해 유색인종에게 너그러웠던 파리로 이주하여 활동하면서 사실적인 기법에 인상주의의 따스한 색감을 더한 종교화를 주로 그렸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잠시 미국으로 되돌아왔을 때 완성한 ‘밴조 레슨’이다.
밴조는 아프리카에서 북미로 끌려온 노예들이 자신들의 전통 악기를 응용해 만든 현악기다. 밴조를 기반으로 한 흑인 음악은 미국의 대중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인지 영화나 미술 작품 속의 흑인들은 대개 괴로워도 슬퍼도 밴조를 퉁기며 노래나 하는 무력한 낙천주의자들로 그려졌다. 그러나 태너는 백인중심적인 시각에 휘둘리지 않고, 머나먼 조상들의 유산을 후대에 전달하려는 한 노인의 진지한 모습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근본을 되새기고 있다. 비극적인 ‘뿌리’일지라도 그를 기억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해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summer moon
13/10/2011 at 04:12
제가 처음 대하게 된 그의 그림은 ‘벤조 레슨’ 이었는데
그가 파리로 간 뒤에 그린 그림들, 그의 후기의 그림들(, 종교화들)에는
그리 강하게 끌리지 않았던거 같아요.
강한 색채를 사용하지 않고도 그려낼 수 있는 믿음의 깊이랄까
조용한 듯 보이는 그림들의 밑에 흐르는 힘 같은걸
제대로 깨닫지 못할 때여서 그랬나봐요.
이젠 그의 그림들의 조용한 힘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거 같아 기뻐요.
그가 파리로 떠나기 전까지 겪은 마음의 고생들을 생각하면…ㅠㅠ
참나무.
13/10/2011 at 11:22
저는 잘 모르는 화가인데 제가 좋아하는 스틸 블루의 종교화들,
부드러운 색감이 담담하고 초월한 사람이 고집부리지 않고
그냥 그린듯 맘에들어 Y-tube에 떠다니는 영상들까지 다 찾아봤지요
아주 유명한 화가더군요.
달님은 전부터 잘 아는 화가였군요 그의 아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