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이렇게 첫머리를 쓰고 목이 메어 울었다
– 바다엽신. 22
출처: 최돈선 시인의 시집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간송미술관 다녀오면서 ‘나폴레옹 제과’ 근처
그간 저에게 주어진 미션은
70대~80대 할머님들을 위한 가방 50개 패키지 만들고
바느질 하는 법 알려드리기 였습니다
말하자면 재능 기부 비슷한 일이라 할까요
아들 결혼식 때 교회로 부터 받은 축의금이
왠지 부담이 갔었는데 4년 이상 다닌 울 동네 교회에서
처음으로 제가 퀼트 하는 게 소문이 났고,
조용히 요청이 와서 이번이 봉사할 기횐갑다…했거든요
우선 쉬워야 하고 간단하면서 ‘노력 대비 효과 만점’…
이런 걸 기대하며 제법 연구하느라
제가 가진 퀼트 책들 다시 펼쳐보며
재료 선택 때문에
동대문 종합시장나들이를 자주 해야했습니다
그냥 시장만 다니면 안바빴을텐데
하필 가을이라 꼭 가 볼 전시회들은 왜그리 많은지
인사동, 삼청동,성북동까지 싸돌아 다니느라
와중에 뉴욕 사는 시누이 부부
L.A사는 사촌 언니까지 나온데다
동두천 사는맘 따뜻한 이의 귀한 초청
가을 성묘로 고향까지 다녀왔으니. . .
진줏 굿은 꼭 한꺼번에 터진다 소리 왜 안나오겠는지요…^^
초저녁부터 지쳐버려 잠자리에 들면
낼 아침에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의심이 날 정도였지만
숙면하는 좋은 습관이 있어
아침엔 다시 소생하는 나날들이었지요
하필 수업있는 목요일엔 건강검진 예약까지 있었지만
그간의 미션을 다 수행했고
-11월엔 다시 크리스마스 특강을 하나 더 받았지만
어제는 집에서 좀 쉬려했는데
오래 전부터 보고싶던 강산무진도가 자꾸 삼삼거려 리움 간 김에
day 티켓까지 끊고 전관을 다 돌아다니느라
– 상설 전시는 바뀌지도 않아 약간 후회하면서
집에 왔을 때는 거의 파김치…^^
봉사로 ‘남편 반찬 신경안쓴다’ 소리 들어
귀한 분께 누 끼칠까봐 다른 때보다 좀 더 낫게 하느라
저의 건강 바로미터인 입안 헤르페스(베쳇氏 증후군)는
나고 낫고 또 생기고, 지금도 진행중이지만 건강은 양호한 편입니다
어제는 또 리움에서 잠깐 디카 분실 사고로 어마지두 놀라고
( 디카는 또 있으니괜찮다 치고
빼내지 못한 사진들 때문에…후유~~)
자다가 벌떡 일어나 USB꽂아 연결만 해두고
그간 문자 답글과 전화, 블로그답방은 커녕
제 포스팅답글도 다 못 드렸다는 변명이 길었지요
시장 오가며 들고다닌 최돈선 시 / 이외수 그림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로 우선 말문을 엽니다
앞 표지에는 격외옹의 시인 소개 말미에 나오는
"나는 최돈선 그가 시를 감추어 두고 사는 것만은 불만이다
눈물겨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수록 좋은 법 이다 가 적혀있고
오늘 아침엔 서울신문 기자 (‘사라져 가는것들 잊혀져 가는것들’ 저자 )
의 시집 소개가 잘 간추려져 있어서 대신합니다
P.S
세상을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시인이 독자들에게 사람과 사랑, 인생에 대해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의 시를 음미하다 보면 일상의 평범한 단어를 잘 깁기만 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시로 바뀔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감추지 못한다.
최돈선 시인을 소설가 이외수(오른쪽)의 문학촌인,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에서 만났다. 춘천에 산다던 그가 왜 화천에 가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이외수와 최돈선이란 두 작가의 관계를 먼저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수가 “내 운명을 바꾸어 준 사람이 최돈선”이라고 단언할 만큼 그들의 인연은 깊다. “춘천교대에 다니던 어느 날, 제대 뒤 복학한 이외수가 저를 찾아왔어요. 그날부터 죽이 맞아 붙어 다녔지요.” 이미 등단해서 이름을 날리던 최돈선과 화가를 꿈꾸던 이외수의 만남은 그 자체가 ‘사건’이었다. 숱한 일화를 남긴 그들의 인연이 ‘백수’ 이외수를 소설가로 만들었고 결국 노년을 함께 할 만큼 질기게 이어진다.
“이번 시집은 친구 이외수가 준 선물입니다. 치매가 깊어진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허전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데, 이 친구가 느닷없이 그동안 써 놓은 시를 내놓으라는 겁니다.” 시를 고르는 것은 물론 삽화를 그리고 표지 글씨를 쓰는 일까지 친구가 ‘알아서’ 했다. 그래서인지 이미 여러 권의 시집을 낸 그도 이번 시집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
최 시인의 이력은 조금 복잡하다. 대학 재학 중 신문사 2곳의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월간문학 신인상까지 받은 그였지만 시를 밥으로 바꿀 능력은 없었다. 결국 7년 동안 다니던 교대를 그만두고 공무원이 됐다. 5년 뒤에는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전남 완도와 강원 춘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학교도 최종 정착지는 아니었다. 교사 생활 10년이 지날 무렵 홀연히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흐르고 흐르다 회귀하는 연어처럼 친구 곁으로 돌아왔다.
그런 삶의 궤적이 그의 시편들에 촉촉한 언어로 투영돼 있다. “시가 뭐냐고요? 먹다 남은 술병 같은 것이지요. 술을 마시다 보면 술병 속에 한탄과 한숨과 이야기가 고이기 마련이잖아요.”
그의 시는 결이 곱다. 현학적 언어나 누굴 가르치겠다는 의도 따위는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다. “주변의 사람과 사물에 내재돼 있는 리듬을 끌어내는 게 제가 할 일이지요. 그래서 묘사보다는 자연적인 울림을 중시합니다.” 한때 사회 참여 시도 써 봤지만 체질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오로지 서정시에만 마음을 뒀다. 그러다 보니 서정시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시절에는 외로움도 컸다고 술회한다.
그의 시집에는 서문이 없다. “시인이 시로 이야기하면 됐지요. 나 자신을 설명하는 건 변명 같아서….”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탈색을 거듭한 그의 눈에는 온기가 강물처럼 흐른다. 시인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 언뜻 시선을 들어보니 잘 익은 시들이 그의 손길이 닿은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다.
글 사진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2011 – 10- 29 < 출처: 서울신문 >
산성
29/10/2011 at 00:30
밀린 안부…밀린 인사…
문득 아름다운 것들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참, 이 사랑이 문젭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
이 ‘사랑’으로 살아 나가고 있는 듯도 하고 말이지요.
무진장 바쁘셨던 생활이 그림처럼 그려 집니다.
딱 알맞은 봉사꺼리도 찾으셨네요.
서로가 기쁨이 되는…
저도 운전병 봉사하러 나갑니다.
퀼트에 재주가 없으니 운전으로^^
선물같은 오늘 하루도 기쁨으로!!
summer moon
29/10/2011 at 02:25
어쩜 그렇게 좋은 일을 하시느라고 바쁘셨군요 !
할머니들께서 얼마나들 좋아하실지 충분히 짐작이 가요
정말 소중한 선물을 주시고 계시는거에요
그분들의 시간을 곱게 간직할 수 있는….
그래도 참나무님 건강은 꼭 & 잘 챙기시기를!!!!!!!
(제가 제대로 못해서 고생을 가끔 하다보니 더 걱정이 되어서요.ㅠㅠ)
최돈선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이외수님과의 우정이야기도 너무 좋고…
그렇게 함께 나이들어 가면서 아끼고 존중하는 친구가 있다는거
사랑한다는 말 하지 않아도 그 사랑이 느껴지는….
눈으로 감 두개 훔쳐 먹었습니다, 허락도 받지 않고…ㅎ
참나무.
29/10/2011 at 10:59
가나 아트 갤러리(평창동)에서
최종태 개인전- ‘구원의 모상 展’이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고
2시부터는 영인문학관 김남조 시인의 [나의 시, 나의 삶]을 주제로 강연이 있어서
겸사겸사 다녀왔는데 평소보다 훨신 많은 관객들이 모였던데요
눈물날 정도로 감동적인 자리여서 몇 몇 분들 생각이 많이 났답니다
산성님도 여가내어 가보셨으면 하구요…^^
참나무.
29/10/2011 at 11:03
사돈댁에 보내고
남은 건 항아리에 넣어뒀는데…;;
요담 서울오면 김종영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에서 꼭 커피마셔요
오늘은 ‘유희삼매’ 전이 있어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한참 놀았지요
최돈선시집도 보낼게요..^^
& moon
29/10/2011 at 11:08
아니 간송엘 가셨다구요?
입장에 3시간쯤 걸린다는 긴 줄은 온통 젊은이들 이더군요.
두번이나 그냥 돌아서며 ‘늙은게야..’ 소리가 절로 나오더이다.
에혀~
참나무.
29/10/2011 at 11:16
저도 한가할 것같아 지난 월요일 갔는데 오산이었어요
1시간 반 정도 기다렸답니다
한 번 가면 다 둘러보는데 그 날은 월요일인 걸 깜빡하고
최순우 고택도 휴관 성동구립미술관도 휴관
-그 앞의 돈까스집도 월요일은 휴일이더군요…^^
근데 그까지 가서 안보고 그냥오셨다구요?
그러기도 힘든데..ㅎㅎㅎ
& moon
29/10/2011 at 11:40
아, 힘든 건가요? ㅎㅎ
그 긴 줄을 보는 순간 포기하게 되던걸요.
줄 서있는 사람들이 이뻐 보이긴 하더라고요.
참나무.
29/10/2011 at 11:48
..국박에서 몽유도원도 딱 3시간 줄 서 본 적있어서 그에 비하면 조족지혈.
이래가며 줄 선사람들과 얘기도 나누고 마침 책도 있어서
조촘조촘 다가서니 그리 지루하진 않던데요 …^^
와중에도 새치기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일본사람들 생각나 신경끓었답니다..^^
슈카
29/10/2011 at 14:52
오랫만의 안부 고맙습니다^^*
무슨 바쁜 일이 있으신가.. 싶었는데 바쁘셨군요^^
저 많은 패턴들, 가위질 하시다가 손가락에 쥐나셨겠어요.
저는 고기 구워먹을 때 하는 가위질도 조금만 하면 손가락이 답답하거든요;;;;
참나무.
29/10/2011 at 22:35
네에~ 가위질 해 본 사람이라 역시…^^
항상 2014 안에서 그집앞 지날 때마다 소리 보고싶었다우…^^
이젠 날씨 더 추워진다니 서울숲에서 보자 소리도 못하겠고
마녀클럽 모일 때 연락이나 주셔요오~~
summer moon
30/10/2011 at 00:14
정말 저 많은 패턴들을 혼자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ㅠ
작년엔가 올랜도에 있는 우리나라 수퍼마켓에서 감을 보고는 너무 반가워서
사가지고 집에 와서 한입 깨물었다가 완전히 기절할 뻔 했었어요
너무나 지독하게 떫었거든요.ㅠㅠㅠ
시골집에서 먹던 울킨 감이나 연시들이 많이 생각나요.
이렇게 바쁘시면서 언제 김남조님 강연까지 들으신건지
정말 놀랍기만 해요.^^
dolce
03/11/2011 at 08:25
아름다운 섬김에 감동입니다.
그 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생에 활력을 넣어주실 것 같아요.
그 분들 작품모아서 전시회 열면 초대하실거지요???
틀림없이 멋진 전시회가 될거예요^^**
그리고 반찬 너무 신경안쓰셔도
뭘 하시는지 아시면 다 이해하실겁니다. ㅎㅎ
참나무.
03/11/2011 at 23:57
울집 남자 돌체 님 처럼 우아하지않으니…그것이 문제랍니다
오늘도 자정무렵에나 들올 것 같아 아침에 허락을 받긴했지만
반대 입장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화가날까…싶답니다
취미가 다르니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할머님들과 함께한 바느질 이야기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긴한데
언제 한 번 풀어보도록할까요…^^
dolce
04/11/2011 at 05:46
네 한 번 풍어주세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이나 글 빵으로 만든 그림등
거의 선생님의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던데요. ㅎㅎ
퀼트는 그러기 힘들 것도 같구요…..
그래도 그 작품들 표구해서 전시하면 많이들 도네이션해서
좋은 일도 하시던데요.
레오
05/11/2011 at 07:53
재능 기부란 단어에..
뭐하고 살았나 되짚어봅니다 ㅠㅠ
곧 12월이 코앞이네요~~
참나무.
05/11/2011 at 08:19
제대로 재능 기부하시는 분들께 미안해서 어쩌지요…;;
넘 부끄러워 무릅쓰고 로긴합니다’
지금 풍월당 카페,
강의 중간 쉬는시간에
있다 집에 가서 다시…;;
참나무.
05/11/2011 at 23:50
요즘은 글이 자주 도망을 가버려 포스팅 하기가 쉽지않네요…;;
풍월당 매장 내에 있는 CD검색용 쬐고만 넷북으로 쓴 답글 엔터치고
금방 5층 구름채에 올라가느라 급했나봅니다
글이 두 개나 올라가다니…그래도 지각하고 말았답니다…
서울은 지금 비오십니다- 옥천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