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와서 기뻤고 네가 와서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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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운다

보는 사람 가슴을 후벼 팔 정도로 리얼하게 운다

남자가 우는 모습은 여자의 그것보다 훨씬 맘을 아리게 한다

어제 토요일

신문보다 천일의 약속 재방송을 2시 반에 한다 그래서

4시에 시작하는 정만섭 음악 강의 시간까지 조금만 보다 나가자 했는데

그게잘못이었다

결국은 시간에 쫒겨

기어이택시타고 시간 다툼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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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중에도 우두커니 T.V화면에만 집중할 수 없는 버릇 때문에

눈을 바느질거리와 화면과 나눠 할애하느라

자세히 못 본 게 있어서 오늘은 올래 T.V로다시 보기를 했다

맞았다.

긴가 민가 했는데

아주 잠깐 베르메르 화집 표지가나온 게. . .

남자주인공(김내원?) 극중 이모가 향기 어머니로 분한 이미숙이 왔을 때

탁자에서 ‘열공’ 중이던 화집 서너 권 중에 그리트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나도 참 못말리는 . . .;;

그리고 또

전광영 작품 나온 장면까지 다시 확인하느라

-그니까 드라마 촬영은 꽤 오래 전부터 시작된 거겠지

오늘은 하던 일 다 놓고 소파에 길게 누워 ‘오로지’ T.V화면에만 올인했다

(이러다 드라마 폐인되는 건 아닌지

월화 드라마니까 오늘은 본방사수 해야할텐데 막 이러며

참 오랜만에 집중해서 ‘찾아 본 드라마 ‘역시 김수현 소리 나오게도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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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맞았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흐르고

남자 주인공이 유학 다녀오고 6개월이나 지난 후

전시장에서 운명(?)처럼 만나

숨겨진 남자, 여자로 사랑에 빠지는 시점이 되는 장면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남과 여

– 차 한 잔 에서

– 점심이나…

그리고 ‘저녁먹을까’ 로 발전.

별 일 없냐고 남자가 묻자

별 일 있다..이래야 비싸게 보일텐데

싸구려라별 일 없다고 여자는 말한다며

둘 사이는 급속도로 진행될 전조를 보이는 거다

전생도 나오고 데자뷰도 나오고…

1.2.3.4 편 한꺼번에 봐서 몇 편에 나오는진 몰라도

융도 나왔고 오늘 본 5편에는 지드도 나왔다

순수하게 사랑하는 자신의 부인에게

동물적 욕망을 해소할 수 없었던 지드는 매춘부를 찾아갔다며

엄마와 딸 사이의 대화론 부적격인 장면이다 하며 봤지만

드라마 작가는참 세심하기도 해야겠다 싶었다

대사 하나 하나 탁자 위에의 화집설정까지 신경쓰자면

의사 지인의 말대로 요즘 이 드라마 때문에

치매 확인 여부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단다.

드라마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참 대단하다

나 부터도 오늘병원에서

‘치매 상담’ 안내 표지판에 자유롭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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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와서 기뻤고 네가 와서 외로웠다. . .너는 나의 가을이다."

어느 길이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6일 오전 내린 촉촉한 가을비가 서울 정동 덕수궁 길에

빨갛고 노란 낙엽으로 수채화를 그렸다. 8일은 입동(立冬).

서울시민들은 겨울 문턱을 넘기 전에 자연이 선사한 늦가을 정취에 흠뻑 취했다.

비가 그치면서 이상 고온이 끝나고 이번 주엔

쌀쌀한 가을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기상청을 밝혔다

– 2011 11.7 월요일 조선일보 1면

사진도 압권이지만 제목도 절창이어서!

병원다녀온 후 길 님 답글 쓰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마지막 가을이라 전화 한 번 한’ 다며

– 웬 마지막 가을?

– 내일이 입동이라잖아요…

노환을 앓고 계시는 시부 간호 하는 이웃이

종이 신문에 가을 사진 보면서 내 생각이 나더란다

난 아침에 신문을 못 봐서 무슨 사진? 하며 열어보니

낙엽이 그린 덕수궁 돌담길 풍경이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매일매일 음악과 함께여서 힘든 시간 그나마견딜만 하단다

그랬다

어제 정만섭씨도 정말 괴로울 땐 음악이고 뭐고 다싫지만

그래도 맘 다스릴 때는 음악 만한 게 어디 있겠냐고

참 다행이다.

축복이다

음악을 듣는 귀가 있는 사람들은

멋진 가을 풍경 사진 보니

내 생각난다며 전화해 주는 이웃이 있는 나도

아~~ 참 행복한 사람 맞다고 우기고 싶다

내일 입동,

겨울이 들어오고 가을이 간단다

온 오프 낙엽쌓인 가을 풍경이 사방 팔방 펼쳐지던데

나라고그냥 지나쳤겠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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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Ferras Pierre Barbizet – Cesar Franck Sonata

17 Comments

  1. 김진아

    07/11/2011 at 10:13

    천일의 약속 재방을 보는 착각에 빠졌네요.

    화랑에서의 우연한 만남의 장면….몰입해서 그냥 끌려가듯이 보았는데 ㅎㅎ

    참나무님….청춘이신거예요. ^^   

  2. 참나무.

    07/11/2011 at 10:14

    우히히…^^
    아 참    

  3. 무무

    07/11/2011 at 10:34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답이네요.ㅎㅎ

    저는 치매에만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요즘 증상이 심각해서요.^^
       

  4. 참나무.

    07/11/2011 at 10:37

    저도 그것 때문에 보는데
    아무래도 사랑이야기 처럼 재밌는 게 또 어딨겠어요 무무 님

    골목길 사진전, 숲 카페 사진 정리도 해야하는데
    이러고 놀고있습니다..

    오늘 울동네 약사선생님도 연밥 주문했다 하셨어요
    제 블러그를 살짝 보시는지- 부끄러워 클났습니다…;;
       

  5. 레오

    07/11/2011 at 12:26

    참나무님~
    소정가서 생각났지요 당연히~
    예사롭지 않던 조그만 간판에 끌린 우리처럼
    젊은 감독과 헌팅매니저의 눈도..   

  6. 참나무.

    07/11/2011 at 12:34

    그 영화 (드라마?) 제목은 뭔가요
    상영되면 꼭 봐야지요
    참 특별한 경험이었지요

    세상에 그냥 이루어 지는 일은 없지요 …^^   

  7. 안영일

    07/11/2011 at 16:10

    댓글을 적어봄니다, 와석종신 을하고있는자가 저녁식탁에서 그리고소파에서 식구들

    이곳의 드라마를 보면서 하도즐거워들하여서 내용을 물으니 3대가사는가정으로 노부모

    의 (할머니)의 주인공 치매할머니로 하루 혹은 2틀걸러서 맑은정신으로 식구들과 이

    야기를할수있는시간에 손주들이 질문할것 공부할것등을칠판같은곳에 모두써놓구서

    생활을하는데 어느순간 할머니가 깨닭고 넛싱룸으로들어가나 **손주들이 ** 할머니의

    존재감과 병치매를 스스로 깨닭고 할머니를 다시 집으로 모셔서 생활을한다는 드라마

    랍니다, 그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식자라는자 ,글을쓴다는자들 너무 상

    놈이라는 코쟁이들보다도못한 생각의 한계를 보면서 이곳에글을적습니다,    

  8. まつ

    08/11/2011 at 04:28

    멋진 가을 구경 잘하고 갑니다.
    오래 전부터 눈팅만 하다가 저두, 마지막 가을을 보내는 기념으루다.^^

    참고로 김수현샘은 독서광이세요.
    그 화려한 대사들은 그런 집적물들이겠죠?
    건강하시길요.

       

  9. 참나무.

    08/11/2011 at 05:22

    보신 드라마 어떤 내용인지 짧은 설명만으로도 알 것 같군요
    그런 손주들을 가진 할머님은 참 행복하신 분입니다

    그런 드라마 보시다 요즘 한국의 드라마 어느 부분이 맘에 안드셨나봅니다
    저도 친지가 보라해서 요즘 열심히 보고있는데 제작진들은 또 시청율도 의식해야되니
    저희들이 모르는 고충이 있을 것 같지요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10. 참나무.

    08/11/2011 at 05:34

    아이디가 특이하시네요
    고흐의 아이리스가 대문에 걸려있고 …
    개을 좋아하시고…^^

    드골대통령 어록이 다시 생각납니다
    ‘사람을 연구하면 할수록 개가 더 좋아진’ 다던…

    좀 전에 최고의 클라이막스같은 6편을 재방으로 봤습니다
    천일의 약속, 알츠하이머 진단받은 여주인공에게 김수현작가는
    이름 까다로운 외국 작가랑 작품을 외우게 하더군요
    서정주 시인은 기억력 잃지않으려고 세계의 산맥 이름을 외운셨는데

    가을인사 고맙습니다…^^

       

  11. dolce

    08/11/2011 at 08:46

    드라마 …
    옛날 비데오 빌려보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ㅎㅎ
    라면 끓여 먹어가면서 밤늦게까지 보던 ….
    요즘은 공짜 인터넷으로 보니 그렇게 몰아서 보지않고
    각자 편리한 시간에 따로 봅니다만

    근데 참나무님이 길게 누워서 드라마를 그렇게 몰아서 볼 시간이 있다니
    참 역시 김수현이네요. ㅎㅎ 김수현님께 택시비 청구하시지요 ㅋㅋ
    그러다 진짜 드라만 귀신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장면까지 확인하시느라…ㅎㅎ

    저는 대충 우는 장면은 빨리 돌려서 보고
    나쁜넘들이 말도 안되는 것으로 괴롭힐 때는 건너 뛰머서 보고…
    그러다 시간에 쫒기면 대본 읽기로(요즘은 작가들이 대본을 못올리게 한다네요)

       

  12. 참나무.

    08/11/2011 at 08:59

    아유 참, 저 진짜 한꺼번에 볼 시간은 없구요
    1,2,3,4 편은 며칠 전에 띄엄 띄엄 보고
    어제 5편 오늘 6편 따로따로 본겁니다.

    어제 7편 처음으로 본방사수 오늘 8편(?)도 아마?

    제 표현력에 문제가 있는지 돌체 님이 ‘열공’ 않으신건지…ㅎㅎㅎ

    ‘ 열공’ 이런 말을
    ‘ 말에다 주름을 잡니’ -이딴식으로 표현하데요 출연자의 입을 빌려

    평소의 인터넷 용어 불만까지 쏱아낼 수 있는 작가의 특권이지요
    바흐를 좋아하시는지 자주 나오데요 6편에도
    속사표처럼 쏘아대는 말들 어떨 땐 다 못알아듣습니다만
    참 오랜만에 몰입, 저 완전 폐인 인정합니다…ㅠ.ㅜ    

  13. 도토리

    08/11/2011 at 09:25

    아… 오늘… !
    천일의 약속…지켜봐야겠슴둥…^^*   

  14. 참나무.

    08/11/2011 at 09:33

    10시…잊지 말아야할텐데…^^

    "뻘구덩이에 발이 빠지는 듯한 그런 기분…"
    이라는 독백이 나오던 오늘 본 6편,
    정말 치매는 안걸려야지 했습니다만
    고고이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겠고…ㅠ.ㅜ
       

  15. 도토리

    08/11/2011 at 09:33

    글구… 신문 일면의 저 사진!
    맞춤같은 저 사진 때문에 저 신문을 봐얄 것만 같습니다.
    가을을 대하는 표현도 기가 막히네요.

    또 글구…
    이젠 立冬이니까
    크리스마스 소품이 자연스러워보이고요…
    어느새 또 바느질도 하시구요…
    참 많이 부지런하신 부운!!!!^^*   

  16. 참나무.

    08/11/2011 at 09:36

    이번 목요일 특강 준비하고 있고
    낼은 …크리스마스 주머니 50개 재단해야합니다

    13일은 시어머님 기제사…
    할 일이 수두룩~~~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고 즐겁습네다아~~^—-^*
       

  17. 참나무.

    08/11/2011 at 09:44

    아참 저 사진 원본을 조선닷컴에서 찾다 찾다 못찾고 할수없이 찍어올린거랍니다

    "…어느 길이 이보다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6일 오전 내린 촉촉한 가을비가 서울 정동 덕수궁 길에 빨갛고 노란 낙엽으로 수채화를 그렸다. 8일은 입동 서울시민들은 겨울 문턱을 넘기 전에 자연이 선사한 늦가을 정취에 흠뻑 취했다. 비가 그치면서 이상 고온이 끝나고 이번 주엔 쌀쌀한 가을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기상청을 밝혔다

    이거 직타할 시간이 없어 이제사…^^
    본문에도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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