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 정끝별
이리 홧홧한 감잎들
이리 분분히 소심한 은행잎들
이리 낮게 탄식하는 늙은 후박잎들
불꽃처럼 바스라지는
요 잎들 모아
서리 든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몸속부터 꼬숩겠지요
오늘이 입동인데
게을러서 지난 시월 가족들과 선산에 다녀왔던 사진 정리도 아직이네요
"고향에 찾아와도 그리운 고향은 아니더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제 고향 진주엔 해마다 가지만
갈 때마다 왜그리 썰렁한지
천황식당의 비빔밥은 왜그리 맛도 없는지
예전엔 놋 대접의 비빔밥과 밥 그릇에 담긴국이 특징이었는데
정떨어지는 스탠레스 스틸 그릇까지 어찌나 을씨년스러운지
결혼하고 처음 성묘길에 따라나선 며느리에게
왜 괜히 내가 미안한지 모르겠습디다
마치 신실한 종교인이 스님이나 목사님들 비행을 보는 것 처럼. . .
그나마 가족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카페 "숲"이 생각나
끈 떨어진 연처럼 혼자만 떨어져
잠깐 들린 일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합니다
작품도 프레임도 정사각형인 게 이번 전시 특징이데요
유근종씨는 이번 전시 기념으로 이렇게 아트 북도 만들었다고
사모님인 숲 카페 사장님이친절하게 탁자 위에. . .
가족들 눈치 보여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없었는데
그 짧은 절묘한 시간에
왕자님이 "짜안" 나타나는겁니다
주문도 않았는데 디카를 든 절 보자 마자
자세가 곧바로 나오던데요
아빠가 사진작가 아니랄까봐…^^
형이라고 폼이 좀 어젓한가요. . .^^
급히 나오는데 작은 왕자님이
또 한 번 제 발길을 멈추게했답니다
짧은 선물같은 만남,
지금 생각해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이런 작품들을
서촌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했습니다만?
그리고 . . .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맛없는 비빕밥 먹으러
천황식당으로 달려간겁니다
제 기분대로라면 그냥 숲 카페 사장님이 맹글어주는
맛난 샌드위치에다 더치 커피 한 잔이면
딱 좋았겠다~~하면서
내년엔 좀 여유를 가지고
진주 풍광을 제일 멋지게 볼 수 있다는
유근종씨 스튜디오에도 꼭 한 번 가보려구요
이젠 진주에 들러도 갈 곳이 생겨 좋습니다
더치커피도 되는 진주의 coffee 숲은
진주 교육청 맞은 편에 있습니다
tel070-7627-0630
010 – 8962- 0639
무무
08/11/2011 at 08:58
여기 커피 맛있죠?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데 제맘에 딱 드는 맛이라서
전 여기 좋아해요.ㅎㅎ
자주 못 가는게 아쉽긴 하지만요.
참나무.
08/11/2011 at 09:06
그러게 말입니다
내년에는 연리에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늘 가족과 같이 움직이니까 이번엔 고집을 못부렸지만
진주 친구는 전화도 않고 그냥 갔다고 완죤 삐졌답니다…ㅎㅎ
근데 엮인글에 무무님의 전시소개가 저도 모르게 올라왔네요???
summer moon
08/11/2011 at 20:35
왕자님 ‘포우즈’ & 표정 때문에 다른건 제대로 생각 할 수가 없어요 !ㅎㅎ
참나무.
08/11/2011 at 22:21
맞아요 저 왕자님 만난 게 여행 중 젤 큰 선물이었어요
선산에서 성묘하는 중에 메뚜기도 무덤 앞 제단에 나타났고
웬 청개구리 한 마리가 울 아들 손바닥에 앉았더랍니다
문득 ‘걸어도 걸어도’ 라는 일본영화 한 장면이 떠올랐지요
울아들이 장손이라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달님처럼 참 많이 받았는데
손주며느리를 처음 만나 환영하러 오셨나…저 혼자 깊은 생각에 빠졌더랍니다
인증샷 올려볼까요- 할 일도 많은데 나도 참…^^
揖按
09/11/2011 at 05:44
아…사진속의 감나무는 아쉽게도 작고 약하네요…
감나무는 오래 된 고목일수록 우거진 가지들이 담장을 넘고 지붕을 넘어
탐스럽고 예쁜 감들이 많이 달리지요…
진주에 정말 맛 있게 제대로 된 전통 비빔밥을 하는 집이 있던데..
MBC 프로에서 봤거든요.
참나무.
09/11/2011 at 05:58
아 저 사진의 감나무는 선산 아래 과수원이랍니다
정말 감이 작더군요
가지를 꺾어주셔서 인사치례도 한 박스 사오긴 했는데
단감이긴 해도 작은 게 씨까지 많아 먹을 게 하나도 없더랍니다
본가의 감나무는 완전 큰 대봉, 곳감이 어찌나 맛난지
다른 곳감을 우린 잘 안먹지요…^^
MBC에 어떤 식당이 소개되었을까요
비빔밥 하는 덴 중앙시장 안의 제일식당이란 곳도 있는데
그 곳도 여러 번 갔지만 너무 협소하고 생선가게 근처라 횐경이 좀 거시기하지요
옛맛들이 자꾸 사라진다…그런답니다.
유근종
02/01/2012 at 00:01
제가 정말 블로그에 소홀했나봅니다…
이제서야 다녀가신 흔적을 보게 됐습니다…물론 집사람이 얘기해줬지만요…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다음에 진주 오시면 꼭 얼룩 보여주고 가세요^^
올 한해도 건강하세요…
참나무.
02/01/2012 at 00:17
…괜찮습니다-사모님께 숲 카페에서 향좋은 커피 한 잔 못하고
급히 나온 변명도 부탁드려요
(친구께 맡긴 선물도 한참 후에 찾아갔다면서요
– 그 친구도 파킨슨씨 병중인 어머님 때문에 유근종님만큼 바쁜가봅니다 ..ㅎㅎ)
올해는 절경이라 자랑하신 스튜디오 꼭 방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