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뢰(松籟) / 100 x 72. 7 화선지에 먹 / 2011
# 푸른 옷소매
좀 전에 천일의 약속이 끝났다.
수애가 ‘사랑’을 시작으로 끝말잇기를 할 때
푸른 옷소매의 환상곡이 잠깐 흘렀다.
피곤해서 끝나면 금방 자야지 했는데
푸른 옷소매 때문에 기어이 창을 연다
김수현씨는 선곡까지 직접 할까 싶어서
크리스마스 캐롤로도 널리 알려진 낯익은 이 곡 ‘푸른 옷소매…’는
원래 영국 민요인데 -내용을안 지는 오래되어 정확할진 몰라도
그린 슬리브스 라는 별명의 황녀( ? 아마도 팜므파탈)에게 빠진
한 남자(?신하)가 그녀를 그리는 영탄조의 가사로 알고있다.
그리고 영국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 (Ralph Vaughan Williams; 1872 ~ 1958)가
‘서부개척사’ 영화 음악으로’푸른 옷소매의 환상곡’을 작곡했다.
그 가사 내용도 영국의 민요처럼 신비스러운 매력으로
많은 남성들을 울리고 또 절망에 빠뜨리는 그린 슬리브스 라는
여인에게 빠진 한 남자의 애절한 하소연인 걸로 알고 있다.
# 서부…
토요일 제사 준비로도 바빠 죽을 판에
푸치니의 여인을 기어이 보고만다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탄생 비화 도리아 만프래드 사건을
6년간 추적, 연구하여 세상에 알리는 영화였다 – 요 후기는 내일?
# 수도약국 소나무
오늘15일,
갤러리 현대 사간동 5시에 DIALOGUELEE UFAN(이우환)
오프닝 리셉션 있는 날이이지만
삐끗한 허리 때문에 침을 맞든지 물리 치료를 좀 해야 하는데도
오프닝 땐 사진 촬영을 허용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나갔다
나간 김에 인사동 고정 코스 돌면서 수도 약국 근처
늘 한 번 이상 눈길 주는소나무를 보다가
계획없이 그냥 수도약국 2층에 올라갔는데,
(예전에 수도약국 근처의 소나무를 그린 일원 화백 그림을 보고
나는 금방 그 소나무를 알아 본 적이 있었다 )
이게 왠일!
소나무 잘 그리는 송승호 화백 작품을 만나게 된거다
얼마 전에 인사동에서 전시 있을 거란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화랑도, 정확한 전시 일정도 몰랐는데
우연치고는 참 ! 했다
(집에 와서야 우편함에 초대 리플렛을보게된다 )
# 대화
아침에 눈을 뜨면 찬물 한 잔을 마신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낸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언제나 똑같다.
앞 건물 옥상에 빨래 색깔이 바뀌는 것 말고는 전깃줄에 아직 얽혀있는 테잎 쪼가리도 그대로다.
물 담은 종이컵에 담배를 눌러 끄고 화장실을 간다. 오늘의 일과를 계획한다. 어제 하다만 작업, 해야 할 합판배접,
청소, 약속… 세수까지 끝내고 겨우 밥 한 술 뜬다. 기계적으로 집 청소를 하고서야 출근을 한다. 걸어서 20분, 이런
저런 사색에 어느새 작업실에 도착한다. 어제까지 긴가민가했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한숨이 나온다. 마음을 가다듬고 라디오를 켠다.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그림 앞에 앉아 새삼 고민을 하며 어제 썼던 접시를 닦아낸다. 약간의 잡음이 섞인 라디오가 궁시렁 거리는 것 같다.
먹을 갈며 써야할 붓을 고르고 작업 방향을 재정비 한다. 화선지에 붓을 대면서부터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날이
금새 어두워진다. 오늘 도착한 월간미술을 뒤적여 본다. 관심사부터 찾아 읽는다. 현대미술, 현대미술, 현대미술.. 젠장
과학만큼이나 철저한 계획 아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어느 선배화가의 말씀이 잠시 고민을 더했지만, 나는 느낌을 더
존중 했다. 회화의 우연적 효과는 창작에 작은 흥미를 준다. 알고 보면 우연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생활과 많은
습작을 통해 이미 과학만큼, 그 이상으로 계획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새 라디오는 9시 뉴스를 시작 했다. 약간의 허기를 느낀다.
썩 와 닿지 않는 그림을 바라보며 새 합판을 꺼내 다시 배접을 한다.
화선지에 물을 뿌려놓고 작업실을 둘러본다.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작업실을 나선다.
아마 내일 아침에도 일어나면 찬물 한 잔 마시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겠지.
그리고 똑같은 풍경을, 아니 똑같아 보이는 풍경을 보며 청소를 하고 똑같이 느끼는 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서겠지.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11.11.1 – 일원 송승호 화백 표지글
Dialogue LEE UFAN이우환- 갤러리 현대 사간동( 본관 ) 11.15~12.18( 월요일 휴관 )
갑자기 결정한 외출이라 17일 개봉하는 ‘푸치니의 여인’
풍월당에서 본 시사회 후일담 영화 올리다 비공개로 해두고 . . .
정말이지 바빠서 아플 시간도 없다
김혜숙 연기가 너무 실감나 감정 이입되어 기어이 울고 만다
‘…대신 죽을 수 있는 단 한 사람 내 아들…’
언젠가 나도 말 한 적 있는 이 대사 때문에
나의 그림은 끊임없는 반복의 수련 가운데 무한히 숨쉬게 되고 기가 충만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림과 공간과 당신이 만나면 신기한 생명의 파장이 여울지는 설램과 우주가 열릴 것이다– 이우환
지하에는영상이 계속돌아가고 있었다
전시관 자체가 입체적인 구겐하임 미술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시회였다는 담당 큐 레이터는
늦은 감이 있다는 극찬과 일본 나오지마 섬,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 전경,
그리고 그림을 그리는화백 모습이. . .
물감에다 모래를 섞을 때 부터명상은 시작되고
한 획 한 획 모두 정확하게계산된다는 걸
줄자로 재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
‘보다 더,보다 더’ ..그래서 투모로…’ 라고도 하시며
붓질 하시기 전에 탁 오디오 부터 켜시는 습관도 알게 된다
로스코 작품이 여러 겹이듯 한 획(?) 같은 그림도
붓 질 한 번 한 후오랜 시간 지난 후 마르기 직전에
다시 한 획…한 획 . . .또 한 획. . .가까이에서 보면 입체감까지 전해졌다.
넓은 벽 한 면 20cm 가량의 캔버스에 불규칙한 작은 점 하나
이우환 화백의 한 획은 정 가운데 있는 건 한 작품도 없었다
한 가운데를 피한 약간 오른쪽으로 위치한 게 가장 많은 듯?
이 작품은 얼마 전에 두가헌에서 본 테라코타
1층
2층
왼편에서 두 번째 옆모습이 이우환 화백
인사동 이야기엔 안어울려도
이 곡 때문에 창을 열었으니 참아주셨으면. . .
정신 없이 올려서 더 죄송…;;
교포아줌마
15/11/2011 at 20:48
송승호님의 새 그림들 참 좋네요.
대신 눈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푸른 소매 얽힌 이야긴 뭔 이야긴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정든 음악 듣고 갑니다.
참나무.
15/11/2011 at 23:34
교아님 때문에 일원 화백의 이번 전시 리플렛에 적힌 글 본문에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그린슬리브스 가사 내용과 만토바니 연주가 실린 사이트도 올려드리지요
(포스팅이 넘 길어서 잘 안열릴까봐…^^)
앞으로 크리스마스 다가오면 자주 듣게 되실것 같아서…^^
http://blog.daum.net/va-voyage/7552234
참나무.
15/11/2011 at 23:40
1.
Alas! my love, you do me wrong,
To cast me off discourteously,
And I have loved you so long,
Delighting in your company.
Green sleeves was all my joy,
Green sleeves was my delight,
Green sleeves was my heart of gold,
And who but my Lady Green sleeves.
2.
I have been ready at your hand
To grant whatever you would crave;
I have both waged life and land
Your love and good will for to have.
푸른 옷소매
1.
아 추억도 새롭구나 그대 푸른 옷소매여
나 그대와 함께 항상 기쁜 나날을 보냈네
그대 푸른 옷소매에 기쁨과 즐거움은
이제 멀리 사라졌네, 나의 가슴에 그린 슬리브스
2.
아 향기도 그윽하다 그대 푸른 옷소매여
꽃과 같은 그녀의 정다왔던 눈동자도
그대 푸른 옷소매여 기쁨과 즐거움은
이제 멀리 사라졌네, 나의 가슴에 그린 슬리브스
*
그냥 올려드릴게요
그린 슬리브스는 푸른 옷을 잘 입고다닌 바람둥이 여자라라지요
교포아줌마
16/11/2011 at 00:50
나무에
집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참 좋구요.
느낌들을 모아 수없이 반복해 캔버스를 과학도 만큼 정밀하게 채운다는 말씀엔 공감.
혹 다시 송화가 보시면
새 그림 좋아하는 어떤 아짐, 아저씨 또 있다고 전해주셔요.
참나무님
이렇게 긴 포스팅은 정말 눈도 많이 혹사되고 운동시간도 많이 희생되는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참나무.
16/11/2011 at 04:48
이젠 좀 나아졌습니다
송화백 작품 특징은 수묵화 같아도 서양화 필법이고
서양화 이면서도 그림 전반은 동양화 같은 느낌이 강하지요
화백 본인의 성품부터도…
늘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화가다 보니…
겉모습 보다는 맘이 여려 노래 듣고 우는 모습도 목격한 적 있답니다
(개인적인 일이라 올리기 좀 그렇지만 작품의 이해를 돕고져…)
올린 그림들은 제주도 풍광들이 많지요
사려니 숲.우도의 노을. 등등
술래
16/11/2011 at 15:51
수묵화에 서양화 필법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송화백님의
그림 감상할 기회 주신 참나무님께 감사드려요.
광릉 겨울숲 나목들을 수묵화로 그려서 거실에 걸어놓았던
올케의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후로 그 스타일을
좋아하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그때까지는 전통적인 사진처럼 그려놓은 동양화 풍경만 대하다가…
어려서 비창을 들으며 울었던 제 아들
어느날 "엄마 지금은 어른이라 참지만
속에서는 아직도 그 아이가 음악을 들으면
운다우…"하대요.^^*
저도 어제 김해숙의 연기를 보면서
잘난 연기 얼마나 부럽던지요.
다시 태어나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것이라서…
–죽을수도 있는 단 한 사람 내 아들…
참나무님은 직접 해 보신 말이군요.
저는 그 대목에서 자아 비판에 들어갔는데…
과연 나도 그럴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참나무.
16/11/2011 at 23:23
아드님은 지금도 좋아하는 음악 하고 있으니…
술래님 가족은 예술가 집안같습니다
그림그리는 올케랑 사시는 동생(?오빠)도 예술쪽이신지요?
울아들도 아주 어릴 때 박정희 대통령 비보 특집 방송
배경음악(Chopin 장송곡) 듣고 울고있던 모습 저도 기억하고 있답니다
– 아이들은 순수하니까…^^
‘죽을 수도 있는 단 한 사람..’.에 관한 얘기, 제 아이들께 발설한 적은 없고
제 딸아이에 관한 포스팅이었을거에요 ( 이 블로그 어디에 있을텐데?)
근데 자아비판까지 하시다니
요즘 나이 지긋한 주부들도 연극이나 뮤지컬 공부 하는 분들도 있던데
아직 젊으신데 도전 한 번 해보셔도?
술래님이 연기자 꿈이 있는 줄 몰랐어요…^^
술래
17/11/2011 at 16:29
저희 친정은 예술과 거리가 멀어요.
음악을 한 시아버지의 피가 남편을 건너뛰어
제 아이들에게 내려온거 같고
동생의 색시 또한…
동생이 올케의 전시회에 갔다가 결혼하기로
맘을 먹었다네요.
큰 누나 절친의 조카라서 말로만 들어서 알던 사이였다가…
동생이 의대 다닐때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이콘만 죽어라고 그려대는 올케를 보면 암소리
안하지만 전 조금 아쉬울때가 있어요.
신심의 차이겠지 합니다.
동생은 이콘에 사용하는 물감이 몸에 해롭다고
직업상 이유로 싫어하고…
제 속에 드러나지 못한 인물이 많이 숨겨져 있는거
같아 가끔 꺼낼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허술한 생각을 많이 하지요.
연기 재주 없을 사람이라는거 스스로 알면서도…ㅎㅎ
참나무.
18/11/2011 at 00:21
DNA, 시댁 쪽이지만
제 생각엔 연기자 꿈을 지닌 술래님도 닮은 것 같은데요?
의사 ‘동생’ 맞았군요…^^
올케가 크리스찬, 신심이 깊은가봅니다
이콘도 굉장히 꼼꼼하고 인내심을 요하던데…
술래 님 아직 안늦어요
꼭 도전하셔요 꿈 잃지마시고…!!!
오늘은 또 멀리 좀 다녀와야해서…
다녀와서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