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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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진종일 새들하고 놀았다 나는 본래 산비둘기하고 제일로 친하다 몸으로 날을 수도 있고 걸을 수도 있음이 하늘과 땅을 드나들 수도 있음이 경계를 몸으로 지울 수도 있음이 새들의 그 통달이 나는 그저 부러웠다 그리로 가고 싶은 나는

오늘은 그저 꽃 피우고 열매 맺을 뿐, 그늘을 드리울 뿐 아무것도 섞여 있지 않은 나무들이 나는 부러웠다 이 몸의 사랑은 어떠한가 우리 집 뜨락에 겨우 석류나무 한 그루를 나는 새로 심었다 그리로 갈 수도 없는 나는


일상(日常)정 진 규
– 현대문학 19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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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1 – 박재삼

오랫만에 깍깍깍 까치가
처마끝에 와서
맑은 아침을 알려주고
그 조금 뒤에는
아내가 비를 들고
대문 앞을 말갛게 쓴다.

(. . . . . . .)


이럴 때
먼 친구도 문득 생각이 나고
지난 과거도 미소 속에 떠오르고
따지고 보면
이런 것이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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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저 길로 간다
슬픔 하나 저 길로 굴러간다
물 아래 물 아래 울음이 간다
찔레꽃 한 잎 물 위에 흘러간다

오늘 못 가고 내일
내일 못 가고 모레 글피
글피도 아니고 아득한 훗날
그 훗날 고요한 그대 낮잠의 머리맡
수줍은 채송화꽃 한 무더리로

저 길로 저 길로 돌아
내 눈물 하나 그대 보러 가리
그대 긴 머리칼 만나러 가리
서늘한 눈매 만나러 가리

오늘 아니고 어제
어제도 훨씬 아닌 전생의 어느 날
눈물은 별이 되어 멀리로 지고
손발 없는 내 설움 흰 눈 위로
피울음 울며 굴러서 간다


눈물이 저 길로 간다’ -김사인
– 시집 ‘밤에 쓰는 편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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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메타세콰이어 융단길,

무심히 떨어진 노란낙엽이

보석처럼 빛나던 날

거꾸로 매달려 오랫만에 하늘 본 날

병꽃도 무사하고 – 약간 기는 죽었지만

사철채송화, 꽃은볼 수없어도

잎은 아직 그대로. . .

너무 떠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또 시끄러울겁니다만

절뚝거리지않고 꼭 일주일만의 산책길

참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 . .

감사합니다

12 Comments

  1. 데레사

    01/12/2011 at 23:28

    많이 나았군요.
    그렇게 모든건 지나갑니다. 고통도 슬픔도 다 그렇지요.
    나이 들어가면서 겪는 과정쯤이라고 생각해 버리면 편할겁니다.

    그날 오셨으면 좋았을걸…
    비가 많이 내리고 비에 젖었지만 옥천에서의 하루는 즐거웠거든요.   

  2. 산성

    02/12/2011 at 00:50

    메타세콰이어 잔 이파리들이
    자동차 유리 위에도 소복~히 내려 앉아
    얼른 출발해야 하는데도 꾸물거리며
    잠시 갈색 감옥, 컴컴하게 누렸습니다^^

    오늘도 흐린 하늘입니다.

       

  3. 02/12/2011 at 02:06

    참나무님 마음 졸이시던 병꽃 아직 다 지지않아 다행입니다.
    오늘은, 사철 채송화 저 푸르름이 안쓰러워요.
    황금빛 융단같은 메타세콰이어는 먼 바다 물고기의 등뼈 같아요.
    바람이 발라먹은 계절의 살들…
       

  4. summer moon

    02/12/2011 at 03:00

    언젠가 친구가 제게 해주던 말이 자주 떠오르는 때에요,
    ‘이제 몸을 잘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그러던…
    자기 몸을 모시고 산다는 표현에 웃기는 했지만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자주 오가면서 한 말이라서 잘 알아들었다고 대답했었지요.

    발 아픈거 다 나은거죠?
    걱정이 많이 되었었는데…..ㅠㅠ

    무심히 찾아든 노란 낙엽 한 장도 함부로 밝고 지나갈 발이 아니라는거
    아주 착하고, 부지런하고 이쁜 발이라는거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아주 아주 오래도록 ‘시끄럽게’해주세요,please!!!!!!!!!!!!!!!^^

    Lots of love….    

  5. 佳人

    02/12/2011 at 07:37

    어디서 거꾸로 매달리셨는데요?

    거꾸로 매달려서 바라보는 하늘이, 나무들이 참 아름답던데요….^^   

  6. 참나무.

    02/12/2011 at 08:34

    글쎄 말입니다
    하필 열감이 있을때여서 훌훌 떠나질 못했는데 다녀오신 이야기
    세세하게 올려주셔서 저처럼 참석못한 사람들께 선물같은 후기였어요

    고맙습니다 데레사님…^^

    12월 16일 사카에서도 뵈었으면 좋겠어요…^^
       

  7. 참나무.

    02/12/2011 at 08:37

    갈색감옥이라…전 갈색 쿳션 포근포근 누리며 다녔지요 오늘아침에도…^^
    언제 서울숲 나들이 부도수표 막으셔얄텐데…

    오늘도 그리트 그림앞에서 차 한 잔 하고 왔지요 또
    기다리겠습니다 에니타임 에니데이…^^
       

  8. 참나무.

    02/12/2011 at 08:46

    물고가 등뼈라…한 번도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그런 것도 같네요
    ‘바람이 발라먹은 계절의 살들… ‘이라니…
    섬 님의 표현때문에 내일은 융단길이 새롭겠는데요

    늘 보던 병꽃은 사들었고 다른 가지의 꽃이었어요
    백달래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사철채송화도 더 깊숙한 곳은 갈색잎이었답니다.

    제 차례인듯 노란 소국이 바로곁엔 뽑내듯 피어있었구요
    한참 디려다 봤답니다…^^
       

  9. 참나무.

    02/12/2011 at 08:52

    그러게요 돌아가신 제 고모님 말씀도 그랬답니다
    ‘내가 날 이고산다…’
    정말 그래야겠다 싶던걸요
    자손들께 민폐는 안끼쳐얄텐데…그 걱정이 앞섰구요
    오늘은 수영도 몸 아껴가며 열심히 했구요
    서울숲도 조금 걷고 많이 좋아지고있답니다

    갈색에 어울리는 노랑이라 참 조화롭다..
    바로 곁엔 파릇파릇 새싹도 있어서 더더구나
    집 짓느라 많이 바빴다면서요

    예술과 이야기가 숨쉬는 집 같아 오래오래 즐감했답니다…
    멋진 부부…!!!
       

  10. 참나무.

    02/12/2011 at 08:54

    매일아침 45도 경사 널판 위에서 윗몸 일으키키 한 후
    108번 세면서 거꾸로 누워있지요
    맞아요 거꾸로 보는 하늘… 멋지고 말구요

    대문 사진은 세 번째 바꿨어요
    콘스라스트 다 죽이고 그냥 색갈만 좀 밝게…;;
       

  11. cecilia

    03/12/2011 at 11:47

    You are very happy woman!   

  12. 참나무.

    04/12/2011 at 00:07

    Thanks~~cecilia
    Have a nice day- 요담엔 그냥 hand…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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