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시인, 에피소드 (청담…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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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년 12월 30일 금요일, 09시 37분 45초 +0900
제목: 김사인

시인 안상학씨가

몇 해 전,…

제 홈페이지에 올려준 글입니다.

말 할 기회가 있어야 불지요…안상학

말이 느리기로 유명한 사람 중에 김사인 시인이 있습니다.

한 번은 불교티비에 무슨 좌담을 하는데 김시인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말 빠르고 정확한 대담자가 질문을 하면 김시인은 몇 번인가 눈을 꿈뻑이며 입모양을 만드느라 애를 씁니다.

아니면, 할 말을 머릿속에서 다 해보고 입을 여는 것만 같습니다.

당연히, 나같은 시청자는 속이 타고, 애가 타고,

저러다가 종래에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합니다.

그 방송을 다 보느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주먹을 얼마나 쥐었던지, 참 사람 애타게 하는 사람입니다.

김사인 시인이 태어난 곳은 충북 보은입니다.

한 번은 안동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각 지방색을 농담으로 만든 건데요,

안: 팔십년대에 그 놈의 운동 하다가 숱하게 잡혀가서 고문을 받은 청년학생들이 많은데요,

각 지방 마다 입이 무거운 정도가 다르다네요.

경상도, 이 지방 사람들 성격 답게, 불면 화끈하게 다 불어 버린다네요.

한 번 고문하고 입을 열면 남김없이 다 나온다네요.

두고두고 고문해도 꼭 그렇게만 대답한다네요.

전라도, 참 미칠 지경이라네요. 한 번 고문하면 그만큼 불고,

다음 날 또 고문하면 또 그만큼 불고,

다 됐나 싶어 그만할까 하다 또 고문하면 또 그만큼 불고, 하하,

충청도, 참 환장한다네요.

아무리 고문해도 불지를 않는다네요.

라요, 냅둬요, 지가 뭐 아남유,

뭐 이런 말이 충청도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하여간 불지를 않는다네요,

: (눈을 몇번인가 꿈뻑거리며 입모양을 만든다 ) 하하, 그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고,

음,,,,뭔,,,,말을,,,,하려고 하면 또 묻고, 뭔가 불려고 하면 또 때리고 해서 말을 하고 싶어도,,,

말 할,,,기회가 없어서,,,그런 거 아닐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눈을 꿈벅거리며,,,입을 다문다.)

우스개지만, 앞의 이야기가 완결판이었는데, 이후 김사인 시인의 탁월한 견해를 추가하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소설가 한창훈이 언젠가 나에게 들려준 건데요, 마지막 이야기는

‘충청도는 고문을 해도 불지 않겠지만 우선 잡히지를 않는다’는 게 결론이었지요.

얼마나 웃었던지요.

이 이야기는 지방색을 우화적으로 표현한 것이지, 지역을 욕하거나 비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말 많은 사람이야 많지만, 말 느린 사람은 보기 드물죠.

말이 많으면 실수를 많이 하는 법인데, 말이 느리고 중정한 사람은 절대 말 실수는 하지 않더군요.

동화작가 박기범도 참 말이 느리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것이지만,

보는 사람은 속이 터질 지경이랍니다. 하하.

작년 12월 16일 제 12회 청담 시 낭독회 공식 일정이 끝나고

그 날 주인공 김사인 시인을 모시고몇 몇 분과 환담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위에 올린대로 말이 느리기로 소문난 시인이라

어떤 얘길 하는사이 사이도 길어서 하실 말씀 끝난 줄 알고 다른 사람이 말을 해서

‘마치 시인의 말을 중간에 끓는 듯한 무례를 범하는 것 같’다 하던 사람도 있어서

저도 한마디 더 보탭니다…^^

김 사인 시인 좋아하시는 분이나

그 날 청담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께 알리고 싶어

오지랍 넓게제가 청한 메일 공개합니다

문단은 읽기 좋게 제맘대로 . . .

두 분께 정말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아~~^^*

My Grandfather’s Clock / acoustic guitar instrumental

P.S

낮에 잠깐 짬이 나 도봉산 자락을 좀 걸을 수 있었습니다.

고 작은 바위며 나무들이 흰 눈을 쓴 채로 마치 깊은 묵상

든 듯이 보였습니다. 계곡 물도 제 꺼풀만 두꺼운 얼음으

어놓고는 본래의 자신 속으로 깊이 돌아가 있는 것처럼

였습니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숙연함

같은 것이 겨울 산에는 있는 듯합니다. 겨울 산에는 여름의

끈끈한 치정(癡情)이나 봄가을이 허락하던 얼마간의 어리광

스러운 감상, 이런 것이 없습니다. 저 불모의 혹한에 맞서서

바위도 초목도 짐승들도 죽음같이 깊은 잠으로 견디고 있는

듯합니다.

그때 겨울잠은 얼마나 높은 순도의 것일까요. 열반이라는

의 의미의 한쪽은, 저런 잠의 깊이와 절실한 순수성으로

형상드러내는 것이 아닐까요. 저 겨울잠이야말로 존재

가장 깊은 삼매가 아닐까요. 우리가 치르는 나날의 잠과

생애의 죽음이라는 것 또한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닐까요.

혹한과 죽음을 건너가는 섭리 같은 것이 겨울 산의 깊은 잠,

깊은 명상 속는 있음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 ‘겨울 산’ 전문. / 김사인 산문집 따뜻한 한 그릇

13 Comments

  1. 도토리

    19/01/2012 at 02:48

    ㅋㅋㅋ…
    재밌고 반가운 이야기 되시겠습니다…^^*

    (아침에 도로 가서 잘 가지고 왔습니다..ㅎㅎ)   

  2. 참나무.

    19/01/2012 at 03:55

    망설이다 올린겁니다 진짜로…ㅎㅎ

    한 번 실수는 뭐라했지요
    요담엔 절대 그런 일 없으리라 믿어 의심치않아요
    (방금 카이도 슈베르트 들려주네요 봄꿈, 홍수)   

  3. douky

    19/01/2012 at 04:57

    ㅋㅋㅋ…

    저도 재밌고 반가운 이야기 되시겠습니다…^^

       

  4. 참나무.

    19/01/2012 at 05:10

    저도 넘어졌어요 …ㅎㅎㅎ
    오죽하면 이런 포스팅까지 만들었겠는지요…^^

    근데 절대 잡히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살짝 무서워지기도 했답니다
    그의 순한 웃음이 무섭다 하던 이문재 시인의 글도 생각나면서…
       

  5. 참나무.

    19/01/2012 at 05:29

    …도토리님께 방금 문자 왔네요
    관계자 측에서 걱정된다고…
    도움 못드려 죄송하다고

    잘 찾았다 하니 설 잘 쇠시랍니다아~~~이상 다리역활…^^   

  6. 도토리

    19/01/2012 at 05:58

    넹…. 감솨합네당..^^*   

  7. 산성

    19/01/2012 at 08:24

    김사인 시인,
    참 특별하신 분입니다^^
       

  8. 참나무.

    19/01/2012 at 10:05

    사석에서 들은 얘긴 데
    이럴 경우 김수미씨(독립군이라 가정하고)는 김치준다 하면 다 분다 그러데요
    드라마 촬영할 때도 더러 김치를 만들어 갈 만큼 그녀의 김치사랑은 유명하다지요

    산성님은 어떻하면 불까요..ㅎㅎ    

  9. 김진아

    19/01/2012 at 10:50

    말 느리기론..ㅋ
    저희 남편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느려요.
    그런데요…그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는 거예요.

    ^^
    알코올이 들어가면 그마저도 더더욱 느려지느라..갈 길 가닥 삼천포로 빠지는 말은
    저희 남편이 일등이 아닐까 합니다요.ㅎㅎㅎ   

  10. 푸른

    19/01/2012 at 13:23

    참나무님 덕분에 김사인님의책 몇 권 주문했습니다.^^-
    종이책 밀려나는 이즈음 통하는 사람들끼리 두루 나눠보려구요…
    메일 공개는 유쾌했습니다!!!ㅎ~~ㅎ~   

  11. 참나무.

    20/01/2012 at 11:34

    실순 않으시겠네요 말 많은 사람들 보다,,,
    남편 이고사셔야 할 듯 진아씬
    주문진 행 두 편 잘 읽었어요오~~   

  12. 참나무.

    20/01/2012 at 11:36

    다행입니다 푸른 님
    청담 이후 몇 배 더 애정이 가는 분

    제가 그랬답니다
    김사인에서 점 하나 빼면 이름도 김시인이라고…^^    

  13. Elliot

    22/01/2012 at 13:20

    1분 간 망설이다 이 댓글을 답니다.

    인권에 대해 일찌기 눈을 뜬 미국에서조차 고문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몇년 전 반고문법이 절대지지로 국회에서 통과되었음에고 불구하고
    지금까지 공화당 대통령 경선후보 다수가 억류자들에게 물고문(Waterboarding)을
    허용한 부시 대통령과 체이니 부통령의 범법행위를 옹호하기 위해
    물고문은 고문이 아니다 혹은 군 장성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식으로
    사실상 부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그동안 극우파 언론인들 몇명은 절대 고문이 아니라며 그걸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물고문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죄다 물 한 주전자와 14초를 넘기지
    못하고 고문이라 인정하며 끝났지요. 그러나 정치인 중엔 아무도 물고문을
    자청한 사람이 아직 없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억류자 중 하나인 Abu Zubaydah는 35초 동안 물고문을 하니
    말을 하기 시작해서 한 달 동안에만 83번을 물고문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건 진실을 털어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고문기술자가 듣고싶은 걸
    말하게 하는 것이죠.

    물론 사석에서야 어떤 농담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부정함에도 느껴지는 지방색…
    그리고 마치 이근안의 간증을 듣는 것만큼이나 불편해지는 마음에
    모두 고문의 폐해와 그 심각성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이 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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