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산문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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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동쪽에서만 떠오른다는 일만큼 우스운 게 없다.

태양이 서쪽에서 떠오르면 어떻다는 말인가?

태양이 동쪽에서밖에 떠오를 수 없다면 동쪽이라는 말을 서쪽이라는 말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태양이 서쪽에서 떠오르게 된다 –

세 개의 노트 <언어와 삶>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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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길이고 가지 않으면 길이 아닌 곳이 있다. 처음 가는 길이 그것이다

세 개의 노트 <언어와 삶>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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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꽃이 신기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신기함을 아는 사람이다.

꽃이 왜 봄에 피는지 아는 사람은 꽃이 왜 봄에 피는지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가 있어 꽃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름답지 않고 고통의 섬광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사계<꽃피는 정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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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원래부터 정치가이다.

시인이 순수하다는 것은 정치의 순수성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알고 있다는 말을 정치적으로 표현한 것뿐이다

세 개의 노트 <언어와 삶>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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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말을 사랑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에 있는 골짜기를 사랑한다.

사랑은 그 골짜기의 길을 얼마나 알려고 하느냐에 있다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 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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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거나’ ‘떠나고 싶을’ 때는 최소한 무엇 때문에 떠나야 하며

떠났으면 그곳에서 무엇인가 보고, 느끼고, 얻고 ‘싶어 해야’ 하는 것이다.

계속적으로 ‘싶어 하는’ 이 욕망이 바로 언제나 ‘떠나는’ 정신이다.

<종일 한 알 모래처럼 머물며> (‘꽃피는 절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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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있거나 ‘떠나고 싶어 하고’ 있거나 한다고 해서 모두 사실상 ‘떠나고’ 있지 않다는 데

삶의 오묘함이 있는 것이다

<종일 한 알 모래처럼 머물며> (‘꽃피는 절망’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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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투명해지고자 하는 어떤 욕망으로 여기까지 왔다.

<두두> 표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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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에게 구원이나 해탈을 요구하지 않았다. 진리나 사상도 요구하지 않았다. 내가 시에게 요구한 것은 인간이 만든 그와 같은 모든 관념의 허구에서 벗어난 세계였다.

<시작 노트> ‘날 이미지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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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시 속에 와서 머리를 들이밀고 무엇인가를 찾자마라.

내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것은 없다.

이우환식으로 말해,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읽으라.

어떤느낌을 주거나 사유케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의 존재가 참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현상이 참이기 때문이다. 내 시는 두두시도 물물전진의 세계다.

모든 존재가 참이 아니라면 그대로 나도 참이 아니다

<두두> 표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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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길이 하나 있다. 그 길은 외견상으로는 한국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나 이외에는 아무도 그곳을 ‘길’ 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길에 어느

날부터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그늘이 시원한 나무를 계속 심고 있다. 그 광경이 하도 낯설어서

우두커니 서서보고 있자니 한 젊은이가 의자를 갖다놓으면서 가다오다 앉아서 쉬어가라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지금, 나는 그들이 심은 나무의 그늘 밑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다. 때는 오월이라,

라일락의 계절이요 모란의 계절이요 작약의 계절이라, 내 어깨 위로 지나가는 새의 몸에서도

라일락의 향기가 난다

<길과 의자>(다음카페 ‘시인 오규원을 사랑하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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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중도라든지 타협이라든지 모범이라든지 하는 것에 있지 않고 극단에 있습니다.

이 점에 유의해주었으면 합니다. 대중도 없고 환호도 없고 독자도 없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자리 잡으면 당신의 독자가 새로 창조될것입니다.

<날이미지시와 무의미지시의 차이 그리고 예술(‘날이미지와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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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시인 5주기 시 낭송회 – 산울림 소극장 2. 2 7:30 P.M

오규원 시인 영상물_박후기 편집

언제까지 가능할지

알 수 없으나

‘여기’

머물러 있겠습니다

– 2006.10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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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토요일 2시에 예약했던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강의를 깜빡했다.

아침까지 기억했는데…

대신 숙제 마쳤으니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

6 Comments

  1. 참나무.

    04/02/2012 at 07:16

    이런 우연이…!

    오늘 못들은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를 분덜리히 연주로 들려주는군요
    세상의 이치에 놀라는 중입니다
    저에겐 어려운 직타 한 선물같은데요

    오타 알려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plz~~
       

  2. 산성

    04/02/2012 at 09:05

    조금 풀어진 날씨가 감사한 토요일 오후,
    해가 서쪽으로 설핏 기울었습니다.(그래도 서쪽)
    이우환 식으로 말해…철학자(?)끼리는 통하는 모양입니다.

    두번째 사진, 허리에 맨 가방이 재미납니다.
    오타 발견하면 후사…후사 내용부터…^^

    ‘내가 다니는 길이 하나 있다’
    길과 의자…제목 포함,3개^^

       

  3. 참나무.

    04/02/2012 at 09:19

    와아~~고쳤습니다
    정확하게 제목까지 3개 맞더군요…

    후사 내용…기대하소서. 대면할 때 드리지욥…^^*

    5주기에 안어울리는 음악이라 시인껜 살짝 미안하지만
    – 입춘 음악을 괜히 일찍 올려서…^^
    이만큼 오마주 하는 거 아시면 용서하시겠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

    감기 좀 나았는지요, 제발…    

  4. 참나무.

    05/02/2012 at 14:47

    산성 2012/02/05 09:06:54

    세상 떠난 사람의 생전(生前) 모습,
    살아 움직임,또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은 좀 고통스럽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한 영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남겨 뒀으니 그는 잘 살아낸 것일까요?
    또는 그 마저 아무 의미없음…일까요.

    마지막 운구 차량의 모습은 남겨진 사람들의 정성이겠지만
    시인과 좀 어울리지 않는구나…싶기도.

    밤새 눈이 좀 온 듯 하지요?
    교회 잘 다녀 오시고,
    아야 하는 사람들 위한 기도도 잊지 마소서…^^
    *
    산성님 죄송합니다. 4편 지우면서 답글까지 지우기 죄송해서
       

  5. 산성

    08/02/2012 at 08:38

    아니…이제사 봅니다^^   

  6. 참나무.

    08/02/2012 at 10:35

    …한 잎의 여자, 3편까지 실컷 행 신경쓰며 찾아 올린 거 아까웠지만
    4편까지는 지나치다싶어 확~ 지웠더랬습니다- 고래아시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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