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쇼송의 詩曲으로

William Langson Lathrop -The Meadows, 1897 (46.4 × 66.4 cm -Oil on Canvas)

11월의 나무들 – 장석주

저녁 이내 속에
나무들 서 있다

몸통에 감춘
수천의 눈들,

산능선 겹겹 파도 가없이
밀려가는 걸
바라보고 서 있다.

겨울나무–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애인 – 장석주

누가 지금
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 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마지막 사랑석주


사랑이란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나 그대에 취해
그대의 캄캄한 감옥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아기 하나 태어나고
바람이 분다

바람 부는 길목에 그토록 오래 서 있있던 까닭은
돌아오는 길 내내
그대를 감쌌던 내 마음에서
그대 향기가 떠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그렇게
아주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Ginette Neveu/ Chausson Poème – (1946)

6 Comments

  1. 참나무.

    20/02/2012 at 05:19

    3월 21일 수요일 7시… 청담시낭독회,
    공지 기다리며

       

  2. 산성

    20/02/2012 at 07:32

    꼽아 둔(?) 시들이 벌써 올랐네요.

    자신만의 세계가 확실한 사람이니
    또 어떤 이야기 플어 놓을지 기대 됩니다.

       

  3. 참나무.

    20/02/2012 at 08:09

    ‘바람결’ 을 자주 만나는 터라 혹 산성님이 꼽 둔 시는? 했더랍니다

    ‘저쪽’ 에 관한 답글 좀 더 보태면 이문구 시인의 ‘산너머 저쪽’에 달린 해설 일부랍니다
    이 포스팅 그림도 장석주- 검색하다 발견한 거 그대로,- 음원은 사라져서 다시 찾았구요

    – 나가사끼 짬뽕 다 쫄아 루이보스 티 쫌 붓고 다시 한소끔 끓였더니 ‘아주’ 맛없는…ㅎㅎ

    ( 산성님은 또 아떤 낡은 시집 들고 오셔서 사인받으실래나 기대하미..^^ )
       

  4. 참나무.

    20/02/2012 at 11:35

    꼽 둔? 이젠 탈자까지…
    내가 몬삽니다 몬살아

    이러니 제가 남의 댁 답글을 우찌 쓰겠는지요…쯧~~^^
       

  5. 겨울비

    20/02/2012 at 14:44

    청담시낭독회 공지.
    여기서 해주신 것만 같아요.

    애인이며 나무며 사랑이며
    다 좋기만 하여서 …

       

  6. 참나무.

    20/02/2012 at 23:41

    이번 시인에겐 또 어떤 우리가 잘 모르는 얘기들 풀어주실까
    많이 기다려집니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엄선한 후 올려주실 시들도 …
    무리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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