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 내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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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 소쇄~~소쇄 소쇄~~

씨네 큐브 내려가는 계단, 대나무 곁을 지날 때

항상 내 귀에 들리는 소리다

( . . . . . . .)
소쇄소쇄, 서릿물 스치는 소리
무엇을 마구 씻는가 했더니
몇 마리 빙어들이 내장까지 환하다
(. . . . . . .)

소쇄소쇄, 씻고 씻기는 기러기며와
소쇄소쇄, 씻고 씻기는 푸른 정신뿐

나 본래 가진 것 없어 버릴 것도 없더니
나 여기 와서는 바람 들어 쇄락청청
나 여기 와서는 달빛 들어 휘영청청.

소쇄원에서 시금(詩琴)을 타다 –고 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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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jpg지난 토요일 동생 중국어 회화 시간이 12시 50분 까지여서

끝나는대로 유림국수 집에서 만나기도 했는데

10시 5분에 시작한 영화끝난 후 약속시간까지 약간의 공백이 있어서

흥국 생명빌딩뒷문으로 나와정동길 느긋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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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조등학교 교훈이 괜찮다.

정동 갤러리는 일요일 휴관이었고

구세군에서 운영하는 헤나루 카페도 그냥지나치고

시립미술관을가로 질러 대로로 나왔다

일우 스페이스

무슨 전시가 있는 지 가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달항아리 곁에세로 글씨로Moon pot

그 참 생소하다 – 화이트 세라믹 보단 운치있네 뭐. . ..

진열장엔 리움에서 본 가운데 텅 빙 철사 항아리가 보인다

다소 변형된 달항아리들이 궁금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양쪽 문이 잠겨있다. 안내 아저씨가 일부러 와서 친절하게 유리문

곁을 짚으며 토요일은 1시 30분에 오픈한다는 글을 가리킨다

전시명 :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기 간 : ~ 2012 .05.02

전시작품 회화, 조각, 사진, 공예, 미디어 50여 점
전시작가 : 강민수, 구본창, 석철주, 성석진, 이이남, 정광호, 정헌조,
조성연, 최영욱 (총 9명, 가나다순)

출처; 일우 스페이스<–

할 수 없이 담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덕수궁 정문 옆의 명소 더 커피 랩으로 향했다

그런데 눈앞에 뭐가 어른거린다

– 하늘에서 조금씩 조금씩, 무슨 가루가?

세상에나~~ 서설이었다

점심 먹고부암동에 가기로 했는데

운 좋으면 설중매까지 보는 거 아닌가. . .용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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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커피랩이 안보인다

설마 없어졌을까?

좌우 살피다 기어이 확인하게된다.

벌써 두 달 가까이 된다고

변화 속도계 눈금이 또 올라갔네그려

문을 닫은 이유가 뭘까,

지기자 님 단골이신데 혹시 아실까

되돌아 나오면서 아쉬워서 혹시 이전한 장소 아냐고

허퍼삼아 물어봤지만 예측대로 답은 ‘모른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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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별헤는 밥 詩가 전사된 에스프레소 잔은

갈 때마다 부탁했지만 당신 카페에 쓸 것도 모자란다며

따로 주문해준다 했는데 기어이 물건너 가버린 모양이다

사진이라도 찍어두길 잘 했네

혹시 더 커피랩 가보실 분들이젠 찾지마시길

근데 바뀐 가게 이름이 요상하다

Dong Bang 곁의 로고가? 혹시 X빵? 주여~~

둘이는 유림 냄비 우동 먹고 맘이 급하여

택시를 잡아 탔다. 갈아타고 어쩌고 하는 사이

눈이 그치면 어쩌나 오도방정을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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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는아직 동글동글이다

곁에서 플로라 신의 입김을 약간만 불어도 금방 입을 열 폼새였지만

볕바른 가지에서 딱 한 송이만활짝 입을 열고있다

약속대로 이제 다시는 청매타령 않기로 해서

후진 다카 들이대지 않고 미술관으로 바로 향했다.

그래도 그렇지 . . .

내려오면서 살짝 찍긴 했는데 역시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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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가 7천원이어서 뭐 볼 거리가 많나? 했는데

환기 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전 1. 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글쎄 2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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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환기 선생 작품들은 제 자리에서 다시 만나많이 반가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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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창 앞에 선 순간 얼마만이었는지.

이번 전시회 때까지 개방을 하지않아 근처에 접근도 못해서

나는 입실하자마자 2층부터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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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iatoslav Richter in Prague, 1972 – Schubert Sonata D.960

바로 이 窓,

열리지 않고 빛만 품고 있는 窓,

드로잉 그 자체를 창으로 만든 발상이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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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은 내렸지만 설중매는 아나콩콩 하품 할 일이고

날씨도 흐려 박충흠 조각까지 실내 사진은 아니올시다~여서

몇 해 전 밝은 날에 찍은걸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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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0 3층에서 바라본ㅡ쌍십절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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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이사가기 전 부암동에 살아서 이곳 지리 훠언하다며

시인의 언덕을 안내했다 – 찻잔 못산 거 섭섭해하니까

P.S

용서하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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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못지켜정말 죄송해요. . .

딱 한 송이만 활짝 피어있어서

– 2012. 3.24. (토)

서설 내린 날 환기 미술관

7 Comments

  1. 도토리

    26/03/2012 at 08:51

    부암동 친구 말이
    환기 미술관 벽에 쇠파이프같은 대롱을 달아서
    우리 여렸을 적 실로 만든 전화처럼
    이쪽에서 여보세요.. 하면 저쪽에서 대답하곤 했답니다.
    그건 못 보신 모양..
    글구 부암동 주민은 공짜라더이다..ㅎㅎ^^*   

  2. 참나무.

    26/03/2012 at 09:08

    …솔직히 저는 창과 건물 내부에 맘을 빼앗기고 정작 작품들은 많이 못들러봤어요
    청매 활짝 필 때 다시 가기로 했거든요-어이구 진짜 못말리는 짬뽕…^^

    부암동을 추억하기 좋은 멋진 그림과 멋진 글들
    벽에 바로 붙어 있어서 찍긴 했는데 넘 길어서 줄였답니다

    리플렛 읽고 알았어요
    청소년은 5천원.경로 우대 4천원.
    청소년 부암동 주민들은 다른 유로 프로그램도 모두 공짜라고

    4월 되면 가보셔요 …^^    

  3. 김진아

    26/03/2012 at 09:35

    커피 랩이 사라진 것이 아쉬워요.
    아이들과 가보자 하는 곳 리스트가 있는데..ㅜㅜ

    그래도 유림국수집은 안심할 수 있겠죠. ^^

    제 눈이 오늘 호강해요. 참나무님 시선으로 전시회 둘러보아서요. 즐거워요.   

  4. 참나무.

    26/03/2012 at 13:10

    사진을 더 추가해야하는데 제 컴이 문제인지
    조블 자체 서버 때문인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답니다
    지금도 겨우 로긴하여 답글창 열었네요
       

  5. 초롱아씨

    26/03/2012 at 15:04

    반갑네요….
    저도 서설이 흩날리던 날 인왕산 정상에 있었는데
    몰려오는 검은 구름이 인상적이었어요~

    부암동 멸치국수집에서 점심 해결하는데
    눈발이 날리기에 얼른 인왕에 올랐지요

    새파란 하늘 한켠에 먹구름이 몰려다니는 광경이란….

    참으로 잊기 힘든 멋진 날이 될 것 같았지요~
       

  6. 지해범

    27/03/2012 at 09:11

    참나무님,죄송하게 됐습니다.
    진작에 ‘더커피랩’ 문닫은 소식을 전해야하는데, 차일피일하다가 헛걸음하게 만들었네요.
    커피랩 주인께서 너무 힘들어 일단 좀 쉬다가 나중에 다른 장소에 열기로 했답니다.
    커피랩 문닫은 뒤 저는 요즘 커피를 줄이는 중입니다.    

  7. 참나무.

    27/03/2012 at 15:40

    인왕산 정상에서의 서설…
    정말 특별하셨겠네요

    부암동 멸치국수…저도 벼르고 있답니다…
    첫인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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