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방문객 마지막 연(聯)11.p.

The Old Musician

The Old Musician, 1862, canvas, National Gallery of Art at Washington D.C.

주말은 백수라도 느긋해진다

나물도 캐고, 뚝섬유원지 ‘아름다운 가게’ 에서 운영하는

대대적인 벼룩시장 구경도 했고

고궁과 전시회도 몇 군데 다녀왔다.

자투리 시간은BBC에서 제작한 Art 동영상에 나온

에두아르 마네(Manet, Edouard)그림들과

주일 아침 명작 스캔들 주제였던

쿠르베(Courbet, Gustave)그림도 찾아봤다

계획대로였다면 마네 그림과

명작 스캔들 패널에 관한 얘길 해야는데

외출하면서 들고나간 마종기 시집 때문에

머리가 뒤엉켜버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흥미진진한 소설도 아닌데 자기 전까지 놓질 못했다.

그것도예전에분.명.히. 읽었을 시집인데

내 건망증은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된다.

동생에게 바친 시집이라 했다.

( 하나 뿐인 피붙이 여동생은 남자 이름이다

끝자가 마종기 시인 동생과 같은 자다- 한자는 틀리지만

친정 막내 고모가 ‘훈’ 이란 이름을 좋아해서

당신 아이들은 아들 1명 딸3 구별없이 모두 끝자는 훈인데

조카인 내 동생에게까지 고집을 부리셨단다.-그러고 보니 1+3이네

청한 고모님이나 응한 부모님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우리 집안 에피소드

– 이 부분도왜 이번에야 생각이 났는지

077.jpg

自序와 시집 뒷장 시인의 글까지 생소했다

동생을 위한 弔詩

– 외국에서 변을 당한 훈(壎)에게

1. 入棺式

어릴 때는 고등학교 때까지같은 이불을 덮었고

대학에 가서는 작은 아랫방을 나누어 쓰고

장가든 다음에는 외국에까지 나를 따라와

여기 같은 동네 바로 뒷길에 살던

내 동생 졸지에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하느님

. . . . . . . 일부 41p.

이런 충격적인 시를 시작으로번호를 달고

11편까지,시집 2부는 동생에 관한 시만 실렸는데

몽땅 생각이 안난 이유가 도대체 뭘까

더 와닿아 어제 일정에 차질을 준 시는

2. 고잉 홈

고잉 홈

(너 몰랐지 여기서는 관에다가

고잉 홈 이라는 말을 많이 새겨넣는구나)

네가 누울 관을 고르면서

줄줄이 늘어선 관을 어루만지면서

자꾸 읽게 된다. 고잉 홈

그래, 너도결국 집에 가는 구나-42p

9. 造花

나는 이제 살아있는 꽃만 보면

가슴 아파진다 49p.

이후 주일 외출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나에게도 아킬레스 건인 조화, made in china

아픈기억까지 건드렸으니

거기다 주일 전시회 탐방 키워드는 ‘소통 불가’ 이었다

류가헌 ; 김정효 사진전을 제외한 다른 전시회 대부분이 그랬다.

http://www.ryugaheon.com/

진화랑 ; 박현수

Missmacc gallery ; 황재원( FFanG’s World)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순간적으로 그냥 들어갔기 때문일까

짧은 하루가 문닫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여,

잠들어라, 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

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

그 꿈의 끝 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

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

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

겨울 노래마지막 연.12p.

고궁도 좀 더 돌아다녀야 했고

다른 전시회 볼 것도 더 있었는데

자꾸 시집을 펼쳐들게 되어 외출은 짧게 끝났다.

자기 전에 몇 편 더 읽다

중간 즈음 ‘게이 남편’ 이란 제목을 만났을 때

어렴풋 읽은 생각이 났고 기억을 더 짜 내니

오래 전에 포스팅에 올린 시도 있는 것 같았다

끝자 한자까지 동생과 같은 이름 인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造花라는 시도

왜 이번에야 생각하게 되었는지

당분간은 이 시집을 계속 들고 다닐 것 같은 예감이다

내가 그대를 죄 속에서 만나고
죄 속으로 이제 돌아가느니
아무리 말이 없어도 꽃은
깊은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죄 없는 땅이 어느 천지에 있던가
죽은 목숨이 몸서리치며 털어버린
핏줄의 모든 값이 산불이 되어
내 몸이 어지럽고 따뜻하구나.

따뜻하구나, 보지도 못하는 그대의 눈.
누가 언제 나는 살고 싶다며
새 가지에 새순을 펼쳐내던가.
무진한 꽃 만들어 장식하던가.
또 몸풀 듯 꽃잎 다 날리고
헐벗은 몸으로 작은 열매를 키우던가.

누구에겐가 밀려가며 사는 것도
눈물겨운 우리의 내력이다.
나와 그대의 숨어 있는 뒷일도
꽃잎 타고 가는 저 생애의 내력이다
.

담쟁이꽃全文 13p.

7 Comments

  1. summer moon

    16/04/2012 at 19:54

    저는 주말을 아주 바쁘게 보냈어요
    물론 참나무님의 주말과 비교하면 거의 움직이지도 않은것 같이 보이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미뤄왔던 일들을 했거든요,
    조금 피곤하기 했지만 끝내고나니까 기분은 참 좋았어요
    가슴 한 가운데가 뻥 뚫리는 것만 같은…^^

    어떤 한 가지를 보거나 읽으셨을 때 그것으로 부터 시작해서
    풀어져나가는 참나무님의 생각과 감성의 넓이와 깊이에 늘 놀랍니다
    관심있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늘 열려있는 자세로 사시기 때문에 가능한거 같아요.

    마종기님 시들을 저는 자주 읽으면서 지내요
    똑같은 삶이 아니더라도 그분의 시를 통해서 간접적인 감정풀이나
    고백 아니면 부쳐지지 않는 편지를 쓰는 기분이 될 때가 종종 있거든요.

    동생을 잃고 나서 그리고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 쓰신 시들을 읽다보면
    시인의 슬픔이나 그리움 그리고 기도가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살아있는 꽃을 보면 아파지는 가슴 속의
    사라지지 않는 사랑이
    오늘을 웃는 얼굴로 맞을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믿고 싶어져요.

    아름다운 날이 되기를 !!!    

  2. 참나무.

    16/04/2012 at 22:04

    그간 이 시인을 잊고 있었나봐요
    아니면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딱 그 부분만 잊고싶어서 였는지

    계속 시를 읽어나가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나기도 했답니다.
    아동문학가 마해송,아버님을 그리는 시 ‘박꽃’ 도 . . .

    시집을 끼고 살았으면 안그랬을텐데
    아무래도 시를 자주 읽지않았나봐요
    시인에게 미안한 마음도 생겼답니다.
    지금 시집 뒷장 시인의 산문 품고있는데
    따로 올려볼게요

    어젠 좀 멀리 다녀오느라
    나가면서 급히 올린 그림들은 다 지웠어요

       

  3. 참나무.

    16/04/2012 at 22:05

    나는 둔한 사람보다 빠른 사람을 좋아한다. 빠른 사람보다는 정확한 사람을, 그보다는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용기 있는 사람보다는 나는 정직한 사람을 존경한다. 정직한 사람보다는 책임지는 사람을, 책임질 줄 아는 사람보다는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러나 옳은 사람보다는 나는 착한 사람을 더 존경한다.

    몇 달 동안 내 여유의 시간을 모두 정성껏 모아
    세 편의 시를 피 흘리며 겨우 끝내고
    며칠 후 그 시들을 읽고 다시 읽다가
    부끄러워 다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수십 년이지, 사라진 시간의 백발과 주름살
    억울하고 시원해서 밖으로 뛰쳐나오니
    아, 주위는 단풍이 고운 가을이었구나.
    낙엽까지 날려야 더 좋게 보이는 나이이긴 하지만
    머리를 감싸고 짓누르던 풍경과 낱말들이
    바람 타고 자유롭게 떠나는 게 보인다.
    그 떠나는 시들이 내 마음의 스산한 내막을 소문내면
    내년쯤에는 참 좋은 시가 찾아와줄까.
    참 좋은 시 한 편 나를 찾아와줄까.

    절벽, 절해고도의 고마운 절벽. 내 말은 언제나 절벽에 부딪쳐 깨어져야 겨우 작은 빛이 되고 의미가 되었다. 비록 고통의 의미가 될지언정 내게는 그 부서진 포말만 황홀하게 기억될 뿐이다. 절벽은 자꾸 높아만 간다. 나는 다시 부딪치러 달려가야 한다.

    – 마종기 시집 이슬의 눈 뒷 표지 글.   

  4. 揖按

    17/04/2012 at 00:47

    시인의 시 보다 내겐 백 뮤직 음악이 더 잔잔하게 그리고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꿈속에 그리는 그리운 고향…
    지금은 가사도 다 잊었는데…. 음악을 듣는 순간, 온 몸의 피부가 가벼운 전율을 일으키며
    세포들이 솟구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여름 방학, 겨울 방학엔 시골에 계신 할아버님을 뵈러 가곤 했는데
    못 가는 땐 녹음을 해서 보내 드렸댔습니다.
    그땐 배운 노래들이 거게가 고향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이긴 했지만, ….
    지금은 외국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는 노래들이 더 가슴에 와 닿는게 당연하겠지요.

    물론 우리가 배운 많은 노래들은 외국의 원곡에 우리 식의 가사만 개사한 것 같습니다…    

  5. shlee

    18/04/2012 at 00:47

    요즘 한창 피어나는 예쁜 생화들..
    틈에 조화라는 시를 읽고 나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퍼요.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이 느껴집니다
       

  6. 참나무.

    18/04/2012 at 01:07

    8. 혹시 미시령에

    동규형 시집 미시령인가 하는 것 좀 빌려줘,
    너랑 마지막 나눈 말이 이 전화였구나.
    나도 모르는 곳, 너와 내 말이 끝난 곳,
    강원도 어디 바람 많은 곳인 모양이던데.

    요즈음 네 무덤가에서 슴슴한 바람을 만나면
    내가 몇 번을 잊어버리고 빌려주지 못한 미시령,
    혹시 그곳에 네가 혼자 찾아간 것은 아닐까.
    내년쯤 일시 귀국을 하면 꼭 찾아가봐야지,
    네가 혹시 그 바람 속에 섞여살고 있을는지,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바람만 만나게 되면
    흔들리는 그거라도 옷자락에 묻혀와야지,
    그 바람 털어낼 때마다 네 말이 들리겠지,
    내 시를 그렇게 좋아해준, 너는 그러겠지,
    형, 나도 잘 알아듣게, 쉽고 좋은 시 많이 써,
    이제 너는 죽고 나는 네 죽음을 시쓰고 있구나.
    세상 사는 일이 도무지 어처구니없구나.
    시를 쓴다는 일이 이렇게도 하염없구나.

    9. 조화

    아직 비석도 세우지 못한 네 무덤
    꽂아놓은 조화는 아름답구나.
    큰 비 온 다음날도, 불볕의 며칠도
    조화는 쓰러지지 않고 웃고 있구나.
    무심한 모습이 죽지 않아서 좋구나.
    향기를 남기지 않아서 좋구나.

    나는 이제 살아 있는 꽃을 보면
    가슴 아파진다.
    며칠이면 시들어 떨어질 꽃의 눈매
    그 눈매 깨끗하고 싱싱할수록
    가슴 아파진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아프다.

    -마종기, <동생을 위한 조시> 중에서
    *
    우리 동네에 오는 서울시향 공연
    로긴안되어 지금 운동도 못하고 대기중입니다…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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