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맘과 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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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개나리를 올해는 버스 안에서만 보고다닌다.

초록 잎사귀 올라오기 시작할 때 가 보기로 했는데

토요일은 코엑스에서열린 Brain Expo 2012

비 오고 바람 많이 부는데도 일찍 집을 나섰다.

다니는 명상센타에서 강력 권했고

마침 풍월당 강의도 있는 날이라

오전은 10시 부터12시 30분까지 오후는 1시 30 두 차렌데

오전 강의만 듣기로 하고 약간 남는 시간 어중간 하던 차

수산물 전시회장을 지나치게 된다

코엑스 회원카드 있으면 무료 입장된다니

안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토요일이 마지막 날이어서 부스마다 세일을 엄청나게 하는 거다.

온갖 수산물 대강 둘러 봐도 가격이 재래시장보다 쌌고

무엇보다 물건들이 믿을만했다

회사 이름을 내걸고 참가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업체들을 위한 포장 회사도 있고

마침 멸치가 떨어져서 한 박스를 반값 정도로 싸게 샀다

다시마 김 밑반찬 종류도 몇 가지 합해서

더 사고싶어도 구름채 냄새 풍길까봐 좀 자제를 했다.

이곳 저곳 돌아보니 생선 초밥 파는 곳도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진열장을 엿보니

학꽁치도 덮혀 있는 10개들이가

믿을 수 없는 5천원?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거다

초생강 락교 간장까지 잘 포장되어 또덜렁 사고만다

광화문 삼전 회전초밥 두 개 담고 4천원 하는접시가어른거렸고

느긋하게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전시장 한 쪽엔 테이블도 있었으니

대부분 도시락을먹고 있었던 거다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서 얼쩡거리니

그 쪽에서 먼저 합석제의를 한다- 분위기가 그랬다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마주한 분이 계속 말을 걸어와서

생선초밥 맛나게 먹는 방법 실연도 해가미- 나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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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안나서 급히 풍월당으로 달렸다.

짐도 많고 비도 오고 택시를 타니 4,800원

잠시 방향감각을 잃어 잘 못내려 지각할까봐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지는 것도 불사하고 달려가서

지각도 면했고 운좋게 내 지정석도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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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브람스 좋지요

딱딱한 방송과는 달리 헛점이 보여서 매력있는 정만섭

CD 사는 걸봤는데 원하는 사람 손들란다 단 35세 이하만

잠시 간식 시간 이후 다시 한 장을 더 샀다며

또 35세 이하 여성만 손을 들어라네

우루루 손을 들자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5월에도 준비하겠단다

허기사 여자들은 25세 이후부터 늙기 시작하고

30이후엔 처녀 냄새가 안난다는 얘기도 있었다만- 고릿적 얘기,

그리고리 소콜로프(Grigory Sokolov)

가장 피아니스틱한 피아니스트

1950년생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신비주의자

스튜디오 녹음도 싫어하고 고소공포증도 있어서

기차로 갈 수 있는 나라만 다니다 보니 파리 실황이 몇 장 있을 뿐이란다.

구소련이 무너진 이후 (리히터, 길렐스 이후)

유일하게 러시안 피아니즘을 실황만 고집하는데

연주 자체의 명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단다

지휘자로 치면 카를로스 클라이버처럼 도발적이기도 하고

알렉시스 바이젠베르크( Alexis Weissenberg 1929-2012 )

얼마 전 타계했을 때 피아니스트들이 더 애통해 있던 피아니스트

피아노의 기능을 가장 잘 이해하였지만 많은 음반이 절판이었는데

타계 이후 EMI에서 명료. 깨끗. 흠 없는 전집이 쏟아져 나왔으니

웬만하면 지르라 했지만 나 알 바 아니고

독주에 능하고 협연엔 약한데

유일하게 성공적인 오래 된 협연 영상을 보여줬다.

조르주 치프라 (Gyorgy Cziffra 1921- 1994년)

헝거리 태생 피아노의 곡예사

탈출하다 잡혀 벽돌공으로 일하다 다시 탈출.

체포 탈출 체포 거듭하다 기어이탈출에 성공하긴 했는데

불행하게도 서방세계에서 알아주지않아

카페에서 연주를 시작하다어느 날부상했단다

‘항가리에서 날아온 화살이 어느 날 파리 한 복판에 꽂혔다’

그의 파리 공연을 들은 아르헤리치가 한 말이다.

리스트 초절기교랑 쇼팡은 좋아하지만 베토벤을 절대 안치는

징그러운 테크닉이란 표현까지 했다

세 피아니스트 모두 손은 현란했지만

자세는 변동이 별로 없었다

"못치는 것들이 꼭 오바를 한다"는 등의 농담도 자주 하여

4시간 반이 지루하지않았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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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보기 걱정없는 사람처럼 음악 강의 집중하다

빈 집에 돌아와 혼자 나뿐짓 했다

검정 비닐 봉지 풀며 햇반 2분 렌지에 돌려

무수리 본자리로 돌아왔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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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까서 그냥 고추장에 찍어먹는 걸 좋아한다

한려수도 은빛나는 멸치랑

속초산명태회(밑반찬용)어찌나 맛난지

아참 고추냉이 들어간 구이김도. . .

고혈압 환자 식단이 아이고 말고

아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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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월요일 아침,

집 앞 목련 다 지고

보드러븐 연두만 아른아른

102세 김성태 선생 부음 듣고

배경음악도 바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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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1. 산성

    23/04/2012 at 00:18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데요?
    어딘가 다녀오다 뉴스에서 들었어요.김성태 선생님 부음.
    아니 여즉 생존해 계셨구나…죄송한 생각.

    한강 건너 다니며 응봉산 노랑 보며
    환호하실 누구 생각도 해가미 그런 날 있었어요.
    이미 다 진 모양이지요?

       

  2. 산성

    23/04/2012 at 00:23

    풍월당 스토리,
    35세 이하라 했으니 천만 다행 아닙니까
    십년 단위로 더 올렸으면 정말 서운할 뻔…^^

    어제 비바람,그래도 남은 꽃들 있으려나 살펴봐야지요.
    아직은 봄이니까…!

       

  3. 참나무.

    23/04/2012 at 00:26

    이번 비로 떨어진 꽃들 많겠지만
    오늘 조용헌 칼럼 읽으니 바닥의 연두들은 이번 비가 약이라메요

    양철소리 위에 떨이지는 빗소리 들어본 지가 언제였더라
    잠시만요 올려드릴게…   

  4. 참나무.

    23/04/2012 at 00:28

    50대가 되어 보니까 봄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알았다. 30대에는 가을의 붉은 단풍잎을 보며 차분한 마음이 들어 좋았는데, 50대에는 봄의 연두색 새싹들이 왠지 모를 설렘을 준다. 이 세상에 설레는 것처럼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선천지기(先天之氣), 즉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배터리가 충만했을 때는 가을이 좋고, 배터리가 어느 정도 방전된 중년에는 봄이 좋은 것 같다. 사람이 연두색 새싹을 보면 마음이 환해지고, 의욕이 생기고, 생명에너지가 꿈틀거림을 느낀다. 한국 중년 남자들이 골프에 과도하게 열광하는 이유도 골프장에 가면 온통 녹색의 잔디밭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연녹색 잔디밭의 색깔이 자기도 모르게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다. 오행(五行)으로 보면 연녹색은 또한 간(肝)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연녹색이 들어간 식품은 대체로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봄의 새싹들은 물을 먹어야 자란다. 봄비가 와야만 봄이 푸른 색깔로 단장을 한다. 따지고 보면 봄비야말로 봄을 봄답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필자가 머무르는 축령산의 삼칸 산방(山房) 지붕은 양철지붕인데, 지난주에는 봄비가 이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지냈다. 하늘의 소리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봄비 소리에 있었다. 하늘에서 세례(洗禮)를 내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대낮에 듣는 빗소리와 저녁에 듣는 빗소리의 느낌도 시시각각 다르다. 새벽에 듣는 빗소리는 대자연 속에 내가 고요하게 누워 있다는 느낌을 준다. 순수한 자연의 소리가 양철이라고 하는 인위(人爲)의 금속에 부딪치면서 내는 그 소리는 사람의 혼백(魂魄)을 정화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놀아보지도 못하고 어느새 시간이 가 버린’ 중년의 허탈감을 달래주는 우주의 거대한 기타 소리라고나 할까.

    봄비와 양철지붕은 자연과 문명의 오묘한 궁합이다. 파릇파릇한 새싹들은 조물주가 봄을 색(色)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봄비 소리는 삶의 때를 벗기도록 해주는 하늘의 선물이자 천상의 음악이다. 옛 선비들은 초가삼간에 살았기 때문에 이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묘한 빗소리를 모르고 살았을 테지만, 21세기에 사는 나는 이 양철지붕 삼칸 집에서 봄비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달랜다.

    조용헌 살롱; 4.23일   

  5. 참나무.

    23/04/2012 at 04:50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는 날 하필 떠나시다니…

    오늘 신문에 황병덕씨도 별세했다지요
    아…지금 나지오에서도 소식 들려주네요
    좀 전엔 신영옥 동심초 흘렀거든요
    오늘은 소풍마친 분들 특집인가봅니다 …   

  6. 김진아

    23/04/2012 at 06:03

    올해 봄은 화창한 날보단, 흐린 날이 더 자주 보였어요..
    그래서일까요..

    동심초에 스산합니다.

    ….   

  7. 참나무.

    23/04/2012 at 06:10

    그러게나 말입니다

    동백(정확히 춘백)도 반이나 떨어졌더라구요
    대신 명자씬 활짝폈고. . .

    그나저나 진아씨 얼른 감기나아야할텐데…   

  8. summer moon

    23/04/2012 at 18:11

    ‘아’ 했습니다 !!!!!^^

    잘 읽어내려오면서
    머릿 속으로 어떻게 댓글을 써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하라고 그러시는 바람에 다 잊어버렸잖아요
    다 참나무님 탓이라는 !!!!!!ㅠㅠ^^   

  9. 참나무.

    23/04/2012 at 21:57

    맛난 음식 보면 꼭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지요
    혼자 대강대강 차려먹은 밥상을 공개하다니…;;

    근데 여자들은 이리 먹어도 괜찮은데
    남자들이 혼자 이런 모습이면 참 쓸쓸해보이더라구요
    그러니 여자들이 오래살아야된다는 생각 변함없답니다
       

  10. 참나무.

    25/04/2012 at 09:34

    (양철 지붕 위로 떨어지는…)
    오늘 지적받았어요 수정합니다아~~

    양철소리 위에 떨이지는 빗소리 들어본 지가 언제였더라
    – 애고고~~전혀 몰랐어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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