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토벤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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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화면을 바꿔봤습니다.

오늘 우리나라 기온은 완전 여름,

남쪽은 30도까지 오르는 지방도 있다네요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없어지는 요즈음

저는 어제 독특한 연주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런 공연은 기자들이소개해주면좋으련만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 .

조간 찾아봐도 안보여서 부족하지만 풀어보겠습니다.

캄캄한 무대 오른쪽에서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걸어나와 피아노에 앉습니다

건반이 안보여 실수나 하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둡습니다

의자에 앉아 잠시 짧은 고요가 흐른 뒤

베토벤 소나타 비창이 연주되자

서서히 부분 조명이 내려오듯 비춰지고. . .

왼쪽에서

트렌치 코트에 긴 머플러를 두런 여인이 나타나

혼자 독백으로

‘요즘 최고의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과연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까. . .’

나름 공략을 세우고 조재혁 곁으로 갑니다만

연습시간 방해 말고 본론만 빨리 말하라는 실제 상황이 벌어집니다

‘자기는 모 음악전문지 기자인데

10주 특집으로 베토벤 가상 인터뷰 를 청하노’ 라며. . .

여차저차 어렵게 수락을 하고

연주 사이사이 시공을 초월하여

베토벤 선생과 불멸의 여인도 출연합니다

현대의 피아니스트는 질문하고

죽은 베토벤은 작곡 배경과 그의 음악 철학

그리고 그가 사랑한 여인들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흐름을 고수하며 레파토리들은 순서대로 소개되구요

32개의 소나타는 ‘대부분’ 여인들에게 바쳐진 것인데

무대에는 세 여인이 소개됩니다

불멸의 여인도 나타나 베토벤을 원망하자

베토벤도 그 때 정말 가고싶었지만

후원자인 그녀의 남편과는 이혼을 해야했을 것이고…

등등 많은 고민하다안가기로했다고. . .

-영화, Copying Beethoven에 소개되어 생략하고

<드라마 인 뮤직>한국페스티발앙상블 기획입니다

음악감독박은희의 인사, 팜플렛 보며 직타해 봅니다

베토벤의 일생을 따라가다 보면 얼마나 많은 수식어를 통해 그를 알아가야 하는지 가슴 벅찰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그는 위대했고 분명한 인간이었고 음악을 통해서만이 자신을 표현할줄 아는 예술가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살 수밖에 없는 강하고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베토벤을 알고싶어하는 수많은 연주자들에게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함께 준 무시무시한 작곡자로,

또한 삶의 처절함 가운데 위로를 받고자하는 고독과 좌절속에서 허덕이는 마음이 쓰라린자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섰던 작곡자로, 이 세상 음악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베토벤은 영원할 것입니다

P.S; 지극히 개인적인

‘베토벤의 소나타를 연습하다 보면 마치 오케스트라를 염두에 두고 작곡하지않았을까

이 부분은 현악기,

이 부분은 관악기…’

일일이 실연하며 질문을 하자 (마치 장일범 시간처럼)

베토벤은 깜짝 놀라며

‘어찌 눈치를 챘냐,

현대 피아니스트들은 그걸 다 아냐?’ 다시 질문하자

‘아니요 저만 그렇습니다’ 해서 객석은 웃음바다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은 재치가 클래식 싫어하는 분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다리가 되지않을까 해서. . .

*

아델라이데 연주는 바리톤은 소화하기가 좀 그랬습니다 -분덜리히에 중독되어…;;

*

첼리스트는 키가 좀 컸으면. . .;;

아니면 발이 땅에 닿을 정도로 의자 높이를 조절했으면. . .

음악 외적인 소견도 올려봅니다

조재혁이 특히 좋아하는 (9살때 부터) ‘발트시타인’,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고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템페스트’는 마지막 레파토리여서 숨죽이며 즐겼습니다

앵콜로는 ‘엘리자를 위하여’

여하튼지간에 아주 재밌는 연극같은 연주회였습니다

인사도 연극무대처럼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조재혁의 가상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베토벤氏 대본을

1인 3역 베토벤 여인으로 분장한 기자에게 전하는 걸로 끝이납니다

공연무대는 신도림동 백화점 디큐브 아트센터였어요

정신없이 올려 죄송합니다

G.Sokolov ; Moscow 1981 실황

8 Comments

  1. 산성

    24/04/2012 at 01:16

    안녕하세요 참나무님…^^

    조재혁씨 참 멋지지요?
    피아노 실력만이 아니라 부드럽고 단정하고 재치까지…

    언니의 피아노 소리,집마당을 흘러 넘치던 어린 시절 생각납니다.
    발트슈타인,템페스트…등등

    박자에 맞춰 공기놀이도…느린 박 일때엔
    공기돌을 하늘 높~이…!

       

  2. 참나무.

    24/04/2012 at 03:32

    자주 보면 정드나봅니다

    어제 무대의기자도 그러더군요
    실력은 물론이고… ‘아직’ 미혼이라 여성팬들이 많다고
    35세 이하 여성들 도전해 볼 일입니다…

    발트시타인 소나타는 2악장과 3악장이 연결된다는 거 어제 첨 알았네요 저는.
    곡 해설까지 해줘서 더 흥미로웠답니다
    마니아들은 이런 연주회 싫어하는지, 아무데도 기사가 안올라와서…

    여인들에게 헌정한 수많은 소나타들
    그녀들은 그의 사랑만 뺏고 달아났다고 푸념하더군요

    아침이라 조용한 곡 선곡했고, 소콜로프도 추가했습니다    

  3. 네잎클로버

    24/04/2012 at 14:44

    참나무님 덕분에 독특한 드라마음악회 소식을 듣습니다..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한 이런 시도들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올리뷰에 당첨된 책 리뷰 올리느라
    오랜만에 블로깅하면서
    유익한 포스팅들 잘 보고 한참 머물다 갑니다.. ^^   

  4. summer moon

    24/04/2012 at 19:29

    Bravo !!!!!!!!!

    뭐 다른 기사를 찾을 필요가 있나요
    이 포슽을 신문에 그냥 올리면 될거 같은데요.^^
       

  5. 참나무.

    24/04/2012 at 21:57

    네에 백화점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미술관에서 물건도 파는
    경계가 무너진 (어떤 면에서는 열린 사회?)에 살고있는 우리들
    앞으로는 또 얼마나 어떻게 바뀌어질 세상을 살게될지요…

    가끔이라도 영화 리뷰도 좀 올려주셔요
    틀림없이 좋은 영화들 놓치지않았을텐데…^^   

  6. 참나무.

    24/04/2012 at 22:03

    서울은 날로날로 발전을 하고있는데
    저는 자꾸 아날로그가 그리워지고…
    어리버리한 제 이야기 하나 더 해 볼까요

    한 번 가 본 백화점인데도(박수근 3대 전) 백화점 제목이 안생각나서
    이리저리 헤매다 ‘새로 생긴 백화점’ 어딨냐고 물었다는 거 아닙니까…ㅎㅎ

    딴 연주 홀이 또 있는 최신식 디큐브 백화점은 엘리베이터 부터 다르더랍니다
    갈 층을 먼저 누르면 ABCD… 엘리베이터 중 빨간 불이 들어오는 칸에 가야하는…

       

  7. 도토리

    25/04/2012 at 05:37

    딱 알맞게 재미있고 충만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회였을 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8. 참나무.

    25/04/2012 at 08:27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은 공연이었어요
    얼마나 재밌고 유익했는지
    베토벤 선생 좀 더 좋아하려구요…

    신도림동 디큐브 백화점도 꼭 한 번 구경가셔요
    월요일은 휴일 기억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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