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의 원작자인 박범신 작가가 영화 ‘은교’를 호평해 눈길을 끈다.
소설가 박범신을 직접 만난 건 경복궁 맞은편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작가와의 시간이었다.
– 요즘도 그런 행사를 하는지 모르겠네?
주제가 ‘나의 습작시대’ 뭐 그런 비슷한 걸로 기억된다
만다라 작가 김성동이 나의 습작 시기는‘방황하던 기간이었’다 했고
아직도 기억나는 건 어떤 젊은이가 ‘만다라 그거야한 소설 아닙니까’
(그 당시 ‘2층은 만든다’란 표현이 충격적이었는지물고 늘어지는 투로. . .)
작가 박범신은 교대 졸업 후 절해고도같은 깡촌
(말하지면 T.V 등 오락 시설이 전무한)에선
쓰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던 때를 습작시기로 꼽는다 했던가?
작가도 나도30대 였던 시절이다.
그는 등단 이후 39편의 장편소설 중 10편이 영화화됐는데
원작을 앞지른건 ‘은교’가 유일하다고 한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 . .그래 나 변덕스런 사람 맞아요. 아침에는 이성의 존재였는데, 밤에 술을 먹으면 감정의 동물로 변해버린다고. 그런데 그게 예술가의 본질 아닐까. 창조적 에너지의 원천이 그 편차에서 오는 것 같아. 내가 다른 분야 직업을 가졌다면 그게 흠이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창조적 에너지가 거기서 나온다고. . ."
한달만에 완성한 장편소설 ‘은교’는 작가가 저녁에만 쓴 작품이라는데나는 하루 일과 땡땡이 치고 Love÷Happy+ 카피가 붙은 건물 영화관에서 조조로 봤다. ’70대 노인과 17살 소녀의 정사’ 운운하는데 구체적인 그런 장면은 없다 다만 여주인공 은교가 자신과 꼭 같은 문신(헤나) – 솔개인지 독수리 인지 여튼 새 모양 – 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그려주는 동안 그녀의 무릎에 누워 젊은 시절로 돌아가상상하는 장면으로 나올 뿐이다. 구태어 30대 박해일을 캐스팅한 이유를 그 때 깨달았다. 노인의 나신이 그대로 노출되는 장면을 두고 말이 많다는데 그건 대역 이었단다 박해일은 70대 노시인 역을 위해 촬영( 60회차 ) 때마다 매번 7∼8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특수 분장을 해야 했다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70대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 하고 짧은 상상 장면은 ‘건축학 개론’처럼 다른 배우를 캐스팅 한 건 어땠을까 싶다
시인의 집이 참 맘에 들었고 영상도 아름다웠다
박범신도 부암동 그집을 무대로 하고 쓴 것같은 착각을 했단다
제작진들은 그 집을촬영 장소로 허락받고
한달 여 간 국민 노 시인의 집으로 탈바꿈한 꼼꼼함도 대단했다
젊은 시절 작가의 사진도 액자로 끼워넣고
특히 창에다 나뭇잎까지 붙인 섬세함이라니
영화보고 난 후 혹시 비 오는 날 나뭇잎 붙힌 창
아무리 검색해도 비슷한 이미지가 없어 결국
컴 있는 내 방 창의 졸작 커텐과
google로 찾아낸 비슷한 이미지로 대신한다
200자 원고지 1700장의 은교를 200장(?)의 각본으로 축약하여
원작자에게 인정받은 정지우 감독의재능과
영화적 감각도만만찮다
이름도 의미를 부여한 건 아닐까
은교; 은밀한 교제?
적요; 적막같은 시인의 고요한 집?
진중권씨닮은 서지우역의 젊은 작가는
아버지처럼 존경하는 스승의도움을 받나
소설 ‘심장’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군에 오른다
도재수업 비슷하게시인의 집에서 자잘한 일상을 돕다가
청탁을 빌미로 은교를‘적요'(?)한 스승의 집에 들이면서사건은 전개된다
흔들 의자에서 세상 모르고 낮잠자는 은교
그녀를 쳐다보는 노 시인의 눈빛이 예사롭지않다.
그의 시 ‘동백’에 나오는어린 시절
구원의 여인이 딱 ‘은교’ 나이였던 것이다
마치 베아뜨리체를 만난 단테처럼? – 비유가 좀 심하지만. . .;;
그는’은교’ 를 느끼면서 동명의 소설을쓰는데
그반닫이에 꽁꽁 숨겨둔 원고를 서지우가훔쳐내어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리고 이상 문학상까지 거머쥐게 된다
-실명 그대로나와 현실감 있었다
난 그 장면에서정말 화가 많이 났다- 스승의 영혼을 훔치다니. . .
평소엔 문학단체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는
이름 그대로 ‘적요'(?)한 사람인데예상을 뒤엎고
제자의 시상식에서 ‘축사’로 그 유명한 말을 한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도 벌이 아니다’
이 짧은 한마디가 이 영화의 테마이지 싶다.
제사보다 잿밥에, 재능보다 기타 등등에 능하여
명예를 쟁취한 작가들은 얼마나 많을까.
서지우를 내세워 대한민국 문학계의 실정을 까발렸지만
그게 어디 우리나라 문학계만의 문제일까.
세계 유수의 예술가 이름들이 금방 떠오르기도 했다
은교는 안다. 엄마한테 매 맞고 비오는 날 젖은 채 할아버지 산속 집에 찾아온 날 두 사람만 아는 그 공기, 그 습도, 그 느낌은 할아버지 외엔 쓸 수 없는 글이라는걸 대학시절엔 별의 의미와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했고 엄마가 처음 선물한 거울의 소중함도 모르는 공대 출신 서지우는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걸. . .
가파른 절벽에서 은교의 마음을 읽은 순수한 시인은
위험을 불사하고 거울을 주워 손에쥐어줄때
그들은 이미 통하지 않았을까
걱정 하나만 더 하자
그리 깊은 사랑을 이미 체험한 올된 은교가
만약 실존인물이라면
앞으로 깊은 연애하긴 힘들지않을까
은교는 야한 영화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옛날엔 젊었고
지금 청춘들은 늙어가는 문제를 다룬영화가 아닐까
노 시인의 관음증까지 나는 용서해주고 싶다
우리집 남자 올 생일이면 칠순인데
새벽잠없어 가끔 18금 영화도 보더라 뭐.
오늘 배경 음악,
끝장면 자동차 굴러가는 모습 보고
오래 전 영화 ‘훼드라’를상상한 분은 없을까
영화 훼드라서 안소니 퍼킨스는자살
은교의 서지우는 타살이란 설정이지만,
훼드라와 은교, 나이 초월하면
두 영화의 삼각 구도가닮은 것 같다
어쨋거나아버지 같은 스승인데
서지우는 영혼같은 글까지 훔쳤으니
지독한 저주,할 만하다 싶다.
최가 커피 때문에 롯데 시네마 건대 입구로 달려간 거다
오랜만에 맛보는 최가 커피 핸드 픽 했는데
100g에 깨진 게 딱 두알 밖에 없었다
어제 3잔, 오늘도 3잔 째다
아 늦겠다 또, 4일 4시 쉬워서 기억해둔
영인문학관 가는 날인데. . .
J.S. Bach: Toccata and Fuge F major, BWV 540
Phaedra엔딩/ Goodbye John Sebastian
도토리
04/05/2012 at 08:59
만점짜리 독후감 같습니다.
영화관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게 만드시는군요…^^*
참나무.
04/05/2012 at 11:32
애고~~정말 찜찜했답니다
사진만 찾아놓고 시간에 쫒기며 에라 엔타치고 나가설랑…^^
오늘 박완서 1주기 행사 있는 날이라 꼭 가기로 했거든요
금쪽같은 따님 하늘 나라 보낸 강인숙 교수님
할 일이 있어서 이겨내셨나 했답니다.
오 탈자 엄청 수정했어요- 또 있겠지만…^^
shlee
04/05/2012 at 14:01
오~
좋으셔나 봅니다.^^
로빈
05/05/2012 at 00:02
소설 표지에는
그 애는 손녀 같았고,
어린 여자 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은
누나나 엄마 같았다.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은교를 향한 노시인의 마음은 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가 못해 좀 불쾌한 감이 없지 않더군요.
그래서 전 이 영화를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 편입니다.
같은 이유로 소설을 사서 읽을 예정이기도 하구요.
揖按
05/05/2012 at 01:42
난 원작을 잘 모르지만, 덕분에 잘 감상했습니다…
이제 노인이 되어 가는 시각에서 보니, 참 공감이 와 닿습니다.
지금의 우리같은 사람들의 내면의 세계이지요…
몸은 늙어 가지만 마음은 아직도 옛날을 기억하는…
그러니까 어찌 보면 노인들의 성 문제도 이미 심각한 것이기도 하고요…
참나무.
05/05/2012 at 09:45
좋다 나쁘다 보다는 블로거나 영화 선전 카피가 맘에 안들어서…^^
참나무.
05/05/2012 at 09:52
소설을 읽었으면 이런 포스팅 못남겼지싶네요
올려주신 소설 표지글, 제가 본문에도 밝혔지만
이적요 시인의 시 동백에 ‘구원의 여인’ 에 관한 설명이 나오지요.
어쨋거나 원작자가 손을 들어 준 영화라해서 저는 보고싶었답니다.
소설과 영화가 꼭 비슷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봅니다
명작을 나름대로 재해석하거나
페러디해서 작품하는 작가들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네요.
참나무.
05/05/2012 at 10:09
가제는 게 편인지 손이 안으로 굽어서인지
저도 제자가 스승에게 달려들 때
‘지는 안늙을건가’ 요런 말도 하고싶었다니까요…^^
소설은 영화랑 좀 많이 다른가봐요.
작가 박범신은 지인들 40명을 초청하여 같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 끝난 후단 두 사람만 울었고 그 드 사람은 책을 안읽은 사람이었다네요
전 책은 읽기싫은데요…^^
summer moon
05/05/2012 at 18:33
저는 친구가 책을 보내줘서 읽었는데요
조금 오래(^^) 되어서 많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소설의 시작은 긴장감도 있고 뭔가를 기대하게도 해서
사롭잡는 매력이 있어서 좋았던거 같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작품의 인용이 너무 많고
소설의 끝으로 갈 수록 흐트러지고 흐지부지 되는 듯 했던거 같아요.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선전이 대단했던 모양이던데요
‘파격’이란 단어까지 사용하고, 밤에만 읽어라는 등등…
제 개인적 생각이지만
파격적일거도 없고 밤에만 읽을 것도 아니었던거 같아요.^^
영화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책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등장인물들 중에서 끌리는 캐릭터가 없었어요
은교도 별로이고…
참나무.
06/05/2012 at 05:13
책은 안읽어야지…다시 결심합니다
400페이지라 하던가요 -꽤 긴 소설인데
시작만 하고 아직 못다읽은 책도 몇 권 있어서 –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지요
노래도 음식점, 빵집도 팬션도 드라마나 영화에 소개되면 금방 뜨니까
요즘 소설 은교도 많이들 읽는가봐요
– 제가 베스트셀러는 잘 안읽는 버릇이 있어서…^^
영화 은교, 욕이 안나옵디다- 욕 나오는 영화 질색이라…;;
외출준비하면서 명작 스캔들 본 후 안다니는 교회 나갔다
점심도 못먹고 이제 돌아왔네요…
딱따구리
07/05/2012 at 01:31
카피가 맘에 안 들어다는 말씀이 이해되네요..
욕안나왔다는 거엔 웬일 싶구요..
전 안 봤는데, 보고 싶지는 않네요..
머 실행안한 적요보단 본능을 실행한 지우가 더 죄란 건지..메시지의 메개소재가 별로…
페드라도 안 봈지만 바하때문에 FM방송에 잘나와서
이 포스팅을 보니 두 영화 다 저주스런 육체 같아서
페드라는 자살이라기보단 바하의 음악이 처단한 듯
그의 개심을 반기면서….오비이락처럼요..
참나무.
07/05/2012 at 04:14
그러게요 자극적 카피나 제목들 문제가 많지요 여러모로…
지우역의 배우는 ‘몸 보다는 마음을 다룬 영화다’ 라고 했다면서요
한국 영화 잘 안보는 이유가 욕과 흐린 화면 때문입니다
– 제작비가 걸린 문제라 불평하긴 그래도…
…바흐 선곡과 엔딩 장면 절묘해서 베스트 ost로 종종 방송을 타지요
딱따구리 님 음악에 심취하시는 분
제가 기억하고 있어요- 철의 여인 멋진 후기 하나로도…^^
Elliot
07/05/2012 at 14:50
흨- 딱지 붙은 공돌이의 비애… -_-
참나무.
08/05/2012 at 00:22
무슨 그런말씀을
엘리엇 님의 욧점 정리 치밀함 …제가 비애를 느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아름다운 5월 맞으시길…!!!
김선경 보나
08/05/2012 at 06:49
‘아사’로 만들어진 것 같은 흰 커튼… 멋져요…!
참나무.
08/05/2012 at 07:53
보나 님 오랜만…눈도 밝으셔라.. ‘노방’이란 한복감입니다
제가 어릴 땐 창호지 문 양쪽, 손이 자주 닿는 곳엔 잎을 붙이곤 했지요
그런 정서가 그립네- 요즘은 찾을 수 없는…
참나무.
11/05/2012 at 23:28
shlee 님, 박범신, 은교 리뷰 링크 했습니다아~~
책은 안읽을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