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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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은방울꽃 볼만해? / 오늘이 초절정일텐데…올래?

-응 / 그래 기다릴게

이심전심이었을까

내일 어버이 날인데 내 계급이 젤로 높아

받기만 해야하는일이 맥빠져

오전에 은방울꽃이나 보러 갈까 했는데

환기미술관에서 같이 산 반팔 티랑

칠부 바지 차림의 동생은 혼자여름 만난 사람같다

오늘은 덜 쓸쓸했다.

잎새 뒤에 숨어 있는 꽃가지들 살짝 들어주니

찍기도 쉽고. . .

우린 체질까지 엄마 닮았다며

그간 밀린 이야기 쏟아내기 바빴다

‘말 끊지마 중간에 잊어버리니깐’

동생도 만만찮단다

-김정운 교수 ‘남자의 물건’ 읽었어 / 아니,

그 책에 잠깐 나오는 신영복선생에 관한 이야길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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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게실 때 제일 견디기 힘든 일이 한 방에서

같이 지내야 하는 질 나쁜 죄수들과의 생활이셨단다

처음엔 제발 빨리 저 악질 사람이 내 곁에서 나가줄 날만

기다렸고그런 날이 오면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셨단다

허지만 그 행복도 단 하루

그 다음 날 곧바로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않는 나쁜 사람이 다시 들온단다

순간 선생은 그 단 하루를 위하여,

그 짧은 행복한 시간을 위하여좋지않은 기분으로

근근히 목숨울 이어가는 존재가 아니었나. . .

그걸 깨닫는 순간 생각을 바꾸게 된 이야기였다.

이후 동생도 요즘 기분나쁜 일 생길 때마다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며 나더러 한 번 읽어보란다

-네가 다 이야기하곤 뭘. . .됐네 됐어

(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 것도 같고 해서 )

3살 터울 여동생과 공동의 추억이 있어

쏟아낼 수 있는 일도 따지고 보면 축복아닐까

어버이날 없었으면. . .

선물해 드릴 부모님이 계신다는 것 만으로도 축복이다

부러워 하던 내맘을 접는다.

오늘을 끝으로 올해 은방울꽃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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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근 면 년간 못찾았던

행운의 13송이 은방울꽃 찾은 날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설투화까지 본 날

간송 미술관 뜨락의 설투화도 피었겠다.

오늘 ‘노날’ 선곡들 대부분 엄마 생각나는 곡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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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1. 푸른

    07/05/2012 at 08:31

    ^L^;;; … 은방울꽃은 청아하기만 합니다.
    흔들면 초롱 초롱한 영롱한소리가 날 것 만 같습니다!
    단발머리 …금강구두^^에 흰양말 접어신고 학교길 생각나는 음악…
    정겹기만합니다.

    `어버이날’ 기쁜날 되시구요…^^v
       

  2. 참나무.

    07/05/2012 at 09:07

    고맙습니다.어머님과함께 평안하시길바랍니다

    메기의 추억, 포스터 가곡만 들어도 엄마생각이 난답니다
    제가 등교하는 시간이면 학교에 먼저가신 엄마가
    교무실에 이런곡들 들려주곤 했거든요…;;   

  3. 술래

    07/05/2012 at 14:56

    참나무님의 은방울꽃은 더 예쁘네요^^

    동생과의 다정한 나들이가 많이 부럽습니다.

    저도 일터에서 마음을 괴롭히는 직장 동료나
    상사있을때마다 그 생각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리지요.

    그 사람 싫다고 다른곳에 가면 더 지독한 사람
    만날지도 모른다고…   

  4. 참나무.

    08/05/2012 at 00:15

    네네 작년 절정 때는 너무 안타까워 멋진 사진 잘 찍는 분 청하여 찍기도 했는데
    어제 제가 찍은 건 그런대로 잘 나온 것 같아 ‘무릅쓰고’ 올렸답니다

    신영복 글체는 원래 궁서체인데 그건 격문으론 적당치 않아
    ‘처음처럼’ 같은 신영복글체를 연구하셨다지요

    신영복 님 책을 읽으신 것같아서…
    기부한 정원의 은방울꽃은 정말 넓고 대단하던데요

    어버이날 미국선 어찌 보내실까…   

  5. summer moon

    09/05/2012 at 01:09

    저는 참나무님 순전히(^^) 때문에
    은방울꽃 좋아하게 되었다는거 고백합니다.^^   

  6. 참나무.

    09/05/2012 at 05:27

    오늘도 들렀다 왔어요
    이젠 시드는 중입디다 그래도 아직은은한 그 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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