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n Anderson, Original Ave Maria

김점선, 속삭임, silkscreen, 55.2x47.3.cm.jpg

김점선 – 속삭임, silkscreen, 55.2×47.3.cm

[만물상] ‘잘 가요 엄마’ 김광일 논설위원
입력 : 2012.05.14 23:14
마흔네 살 생텍쥐페리는 1944년 7월 코르시카섬 전투비행단 기지에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전 엄마를 생각하면 눈 이 캄캄합니다. 작고 늙으신 사랑하는 나의 엄마, 이 시대 왜 이토록 불행한 걸까요." "엄마, 제가 마음속 깊은 곳에 엄마를 안아드리는 것처럼 저를 안아주세요." 7월 31일 아침 ‘어린 왕자’를 쓴 작가이자 공군 소령 생텍쥐페리 정찰기를 몰고 지중해로 날아오른 뒤 돌아오지 못했다.
마지막 편지는 이듬해 7월에야 어머니에게 전해졌다.

일본 국민작가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는 1977년 자전소설 ‘내 어머니의 연대기’를 냈다. 소설 속 주인공은 꿈을 꾼다. ‘고향집 앞길 같기도 한 곳에서 어머니는 두 손을 휘저으며 누군가에게 빨리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주인공은 스물셋 젊은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찾아 헤매며 깊은 밤 달빛 쏟아지는 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머니는 조용하고 심지가 굳었지만 때로 토라진 소녀 같았다. 1991년 세상을 뜨기 앞서 이노우에는 "내가 죽고 30년이 지나도 사람들 마음에 남을 작품"으로 이 책을 꼽았다.

▶소설가 김주영이 어머니의 삶을 100% 그대로 옮겨 적은 작품 ‘잘 가요 엄마’를 냈다. 서울 사는, 일흔 다 된 주인공이 새벽 3시쯤 시골 동생 전화를 받는다. "두 시 조금 지나 돌아가셨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소설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혼자 힘으로 길러야 했던 한 여인의 삶과 죽음을 그렸다. 글자는커녕 숫자도 모르는 까막눈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노동"이었다.

▶김주영은 ‘엄마는, 두 번이나 사내를 갈아치운 여자가 감당해야 할 이웃의 조소와 경멸을, 모질고 벅찬 노동으로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극복하려 했다’고 썼다. 그는 엄마가 안방 새아버지 곁을 떠나 썰렁한 건넌방에 건너와 잠든 그를 껴안은 채 흐느꼈던 때를 기억했다. 엄마가 흘린 눈물은 모로 누운 소년 김주영의 뒷덜미에 뜨겁게 젖어들었다. 소풍 때 말고는 점심을 먹어본 적 없는 소년은 ‘내게도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쏟는다.

▶시 쓰는 김용택은 "나는 어머니의 가슴을 뜯어먹고 비로소 시인이 됐다"고 했다. 김주영은 "내 생애에서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은 오직 ‘엄마’ 그 한마디뿐"이라고 고백한다. 김주영은 일흔셋이다. 이노우에도 어머니 연대기를 썼을 때 일흔이었다. 사람들은 어머니의 몸과 삶을 파먹고 또 파먹어도 끝이 없을 줄로만 안다. 제 머리 하얘질 때까지도 모르다 잿가루가 된 어머니의 유골함을 들고서야 아주 조금 깨닫는다.

"어머니…" 김주영, 노년에 참회록을 쓰다

…思母曲)이기보다는 참회록이었다.

2012.5.14(월)어수웅기자

누더기 같던 내 가정사… 못된 아들의 참회록<–

4 Comments

  1. summer moon

    16/05/2012 at 19:30

    문학하는 사람들의 작품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엄마’의 존재만 모아서
    책을 만든다면 몇십권은 쉽게 엮어질거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제가 완전히 빠져 지냈던 알베르 까뮈의 엄마만 생각해도
    가슴이 한켠이 아파오고…

    김주영님의 작품들은 무조건 다 읽고 싶어요.^^   

  2. 산성

    17/05/2012 at 00:10

    실종된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생떽쥐베리 어머니의 기도문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집에 가서 찾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언제 찾아지면…

    그 책에 어머니랑 나누던 무수한 편지들도 실려 있었는데
    미안하게도 이 양반 마마보이?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흠~

    오늘 하루도 기쁨으로!!

       

  3. 참나무.

    17/05/2012 at 00:40

    그러게요 문인들의 연애편지는 나온적이 있는데
    이왕이면 5월 즈음 나올지도 모르겠네…합니다

    오타가 넘 많이 지우고 다시…;;   

  4. 참나무.

    17/05/2012 at 00:41

    …제가 볼트체로 쓴 이유를 실증하시네…

    천천히 찾아 올려주셔요

    상원사 옛길과 쪼그린 소녀, 제 뇌리에도 박혔어요…    

Leave a Reply

응답 취소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