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줄 선 간송미술관 진경시대 회화대전

간송서거 50주기 기념

2012 간송미술관 진경시대 회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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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澗松)의 아호는’돌 사이를 졸졸 흐르는 작은 시내 곁에 난 소나무’ 란 뜻이다

봄 가을매년 두 차레만 공개되는 간송미술전을빠지지 않고 다닌 이유는

이젠 정든 정원의꽃과 나무 무심한 석상들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려오면서 들리는 최순우 고택의 그 적요함이라니

간송전이 열릴 때면 항상 개방하여 얼마나 고마운지

근처엔 수연산방도 있고 심우장도 있다 -여긴 급경사라 가을에만

오늘은 지쳐서 최순우 고택도 들리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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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순우 선생이 직접 쓰신 杜門卽是深山 두문즉시심산

– 문을 닫으니 곧 깊은 산이란 뜻의 현판 ( 2007. 10.)

다른 해 보다유난히 더워진 날씨에다

근 2시간 줄을 섰고 2층 전시장에선

몇 해 전 국박의 몽유도원도 전시처럼

시간 제한 당하며 보게된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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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일대기를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이후

미인도 때문인지 갑자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하였다

알았으면 나도 봤을텐데 나는 왜 단 한 편도 못봤을까

좋은 현상인지 그 반대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줄서서 보는 것도 이젠 이력이 나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경지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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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시간을 같이 움직인 사람들 살피는 것 또한 재밌다

바로 앞 줄의 한 쌍은 근래에 여행다녀온 이야기를

오빠라 부르는 남자에게 계속 해서

생생한 여행 경험을 나까자 다 듣게된다

불가리아, 항가리,크로아티에, 터키다녀왔는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을오빠가돌려가미 질문하면

처자가답한다 -당시를 추억하며 아주 즐겁게

나는 사진은 볼 순 없었지만 상당히 재밌었다.

부다페스트는 부다 + 페스트라는 것도 알게되고

두 곳을 잇는 다리 이름은 금방 잊었지만

수영을 물에 빠지면 안죽을만치 하는 실력의

처자는 접영 배우기 직전에 그만 뒀고

오빠는요즘 자유형 다 떼고 배영 배운다 했다.

처자는 H.O.T 세대, 오빠는 서태지 세대

내가 잘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이 알게된다

앞 줄 중년부인과같이 온 아들같은 예쁜 청년은

연신 넷북을 들여다 보여 그늘에서있기도 하였다

– 그 반대여야 하지않을까싶어서. . .;;

머리 스타일에 꽤 신경쓰는 청년은 넷북을 거울처럼 들고

머리 모양을 손으로 다듬기도 했다-자주

내 바로 뒷 줄도 모자 사이였다

미술관 입구 전시 안내가 보이자

‘간송 50주기 그 다음 한자 ‘서거’를 몰라 ‘엄마~’ 하며 물었지만

그 어머님도 모른다 해서 내가 또 아는 척을 했다 – 나도 참

내 앞의 앞 혼자 온 남자는 계속 책을 읽고 있었는데

흰 공작이 너무나 큰 소리로 꽥꽥울어

여러 번깜짝깜짝 놀라는 전시장 입구까지 오자

작약과 모란 구별법으로 나하고 말을 터게된다

그 남자는 이쪽 (아마 인문계?) 전공은 아니고 과학도라 했는데

식물에 상당히 박식하고 간송다닌 지도십년이라 했다.

‘은꿩의 다리’라던가 여튼잎사귀만 보고알려주기까지

산초잎은나도 알아 심심해서 잎 하나 따서 냄새 맡으니

열매로 장아찌 담는 것도 알고있었다.

산초 열매 넣어 김장도 하는데풍을 없애준다더라~ 나도 한 마디보태며

책 소개까지 하여 사진까지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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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내내 읽던 책 제목

메모하기보다 들고 있던 디카 한 방이 더 빠르니

그 남자 말은 ‘우리가 서양교육을 받지않았느냐

서양사람의 시각으로 본 중국산수화,

이 사람 책을 3권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와닿는’다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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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보는 창밖의 때죽나무

그러나 전시장 내부에 들어서자 언제 그런 얘기 했냐 싶게

각자 행동으로 들어가 작품 보기 바빴다

서로 보는 시간이 달랐으니

그간 봐 와서 중복된 것도 더러 있어서 나는 그리 상세히 보지않았다.

더러 맘에 와닿는 작품도 있긴 했지만 내부는 너무 복잡해서

얼른 정원으로 나가 담쟁이랑 파초를 더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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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5분 전 모습의 동상 -2007년 10.

은행나무에 곁방살이하는 일본 목련을

꽤 오랫동안 (어린 잎일 때) 후박나문 줄 알다가

꿈정님이 일본 목련이라 고쳐준 적 있었는데

이번에어찌나 많이 자랐는지 확실히 목련인 걸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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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 곁방살이하는 후박나무- 인 줄 알았던 2007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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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21 – 일본 목련 핀 흔적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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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 작품 쥐꼬리랑 무꼬리랑 참 닮아있어 재밌었다.

복사화 파는 지 알아봤는데 없디 했다

앞으로도 나올 것 같지 않다 해서 도록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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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정원의 파초 참 좋아하는데

아직 자랄 시기가 아니어서인지

넌출넌출 할 때는 가을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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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정- 패초추묘

옛 선비 집엔 왜 파초가 많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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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파초가 그래도 좀 더 나은 편이다

앞마당은 더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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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 파초 그림이 또 있는데 여튼 다소 실망했다.

무성할 것으로 예상한 담쟁이도 삼분의 이는 고사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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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2세대도 거의 70이상 고령인데

3세대에 그 맥을 잘 이어갈지

다소 걱정이 되는 2012. 5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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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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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어렵게 찾은 원화

최북, 역시 김홍도 신윤복처럼

탄생년도는 있는데 사망한 해는없고 ? 를 달고 있다

자신의 눈을 송곳으로 찌른 일화는 하 유명해서 생략하고

崔北 한자 北이 七七칠이 둘

자신을 칠칠이라 낯춰 부른 일화는 처음 알게되었다.

겸재의 금강전도 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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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기 作 ‘금강전도’

(레고 블럭 등으로 만든 디지털 산수)

이번 전시는 간송 서거 50주기 특별전이라

진경산수화를 정립한 겸재(謙齋) 정선. 현재(玄齋) 심사정.

단원(檀園) 김홍도. 혜원(蕙園) 신윤복의 진경풍속화 등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회화 100여점이 전시되어있다.

겸재 진경산수 금강전도 한 작품만 제대로봐도 괜찮은 전시다

전시는 27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가능)

가능하면 아침 일찍 가시길. . .

추사 김정희 – 고사소요(高士逍遙) / 29.7×24.9㎝ [사진 간송미술관]

간송 전형필이 따라 그린 ‘방고사소요’ / 50.7×31.8㎝

1층을 들어서서 제일 먼저 만나는 진열장엔

간송 전형필의 갱지에 그린 그림들과 도자기가 진열되어있다


첫번째 그림은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시절

나무의 묘사나 바싹 마른 먹선이 선비가 숲 속을 거닐되

좁은 화폭 탓인지 나무들이 감옥의 창살인 양 갇혀 있는 느낌이다.

‘세한도(歲寒圖·1844)’와 비슷한 시기, 즉 환갑을 앞둔 때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그림은 간송(澗松) 전형필(1906∼62)이 50세 되던 어느 날
옆에 있던 해진 갱지를 무심히 집어 갖고 있던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고사소요(高士逍遙·뜻 높은 선비가 거닐다)’를 그대로 따라 그린 그림이다


간송의 ‘방고사소요(倣高士逍遙’ 는 좀 더 너른 공간으로 선비를 해방시켰다.

갱지에 그려 먹이 잘 먹어들지 않아 오히려 선이 부드러워졌다.

산책하는 뒷모습이 우리 문화재 사이에서 유유자적했던 자화상 같기도 하다.

간송은 그렇게 부자였지만 자기 것 쓰는 데는 인색해 갱지에 그렸다.

누구든 잘 나갈 때는 이런 주제의 그림 안 나온다.

추사는 유배 중이었고, 간송은 보성학교 운영 문제로 근심이 많을 때였다

이 그림을 그린 6년 뒤 간송은 급성 신우염으로 타계했다.

나이 오십의 간송, 추사 그림에서 자신을 발견했나

최완수(70) 연구실장의 설명, 욧점만 대강 추렸다

http://news.ichannela.com/3/all/20120513/46214573/1 <–동영상

6 Comments

  1. 揖按

    21/05/2012 at 17:52

    간송이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의 유실을 방지하고 보존한 공로는 지대하다. 이 용익 선생께서 설립한 보성학원을 인수하여 대를 이어 보성중고등학교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 또한 지대하다. 나는 그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 중의 하나이므로, 당연히 존경심을 표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 까지만 이다. 내가 더 이상 일수 없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있어 재단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갈등하나 보다.    

  2. 참나무.

    21/05/2012 at 22:53

    …제 막내시동생 시누이 남편도 보성인데, 같은 동문이십니다
    갈등하시는 재단의 사회적 기능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구요

    간송 서거 50주기를 맞은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앞으로의 향방을 짐작도 못합니다
    오래된 보화각 옛 전시실의 한계 문제로 의견들이 분분한 모양인데
    저는 그 정원 포함, 지금 모습 그대로 보존되었으면…합니다.

    에어콘도 없고 화장실도 낡았지만
    더 좋은 조건의 전시회는 리움같은 최신 건물이 있으니…
       

  3. 산성

    22/05/2012 at 01:17

    하여간 대단한 정열이십니다.
    신문에 실린 긴 줄 사진에 미리 겁먹고 절대로 안갈겁니다^^
    그런데,혹 갈지도?^^

    간송미술관, 그래도 무언가 대책은 있어야 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래야 참나무님처럼 찬찬히 살펴 보실 분들,힘들지 않으실텐데요.
    유치원도 아닌 유아원생들의 행렬에 깜짝 놀란 적 있어서요.
    뭘 보게 하려는건지…답답하더라는…
    입장료라도 받는게 낫겠다는 생각,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줄 안서고 구경 합니다.
    파초의 초록에 마음 주면서…!

       

  4. 김진아

    22/05/2012 at 02:25

    좀더 편한 분위기를 찾으신다는 것…알지만,
    불편한 면이 있어도 저 역시 간송은 간송 그대로 남겨 있기를 바래요.

    작은 아이말대로..
    미술관 박물관 고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을 보면요.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가며, 인파속을 헤쳐 가면서 보는 것도 있지만..
    다른 시선으론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는 면도 있으니까요.

    간송은 그 두가지 모두가 …전시물과 함께 전시된것 같습니다. ^^   

  5. 참나무.

    22/05/2012 at 15:02

    좀 불편하면 뭐 어떻습니까
    꼭 볼 사람들은 다 볼테지요
    입장료 받는 건 저도 찬성입니다만
    최완수 실장님이 고집 하는 이유 중엔,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도 있지않을까 싶네요
       

  6. 참나무.

    22/05/2012 at 15:05

    모두 변해가는데
    변하지않는 한 곳이 있는 것도 좋은 일 아닐까요

    작은 아이가 참한말을 잘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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