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에서 팥빙수를

어제 금요일 야곱신부의 편지 보기로 한 날

처음엔 이대 후문 근처에 있다는 필름 포럼에 가기로 했다

영화랑 어울리게 아날로그 분위기란다

요즘같은 시대에 영화 티켓 제목을 글씨로 써 주고

지정 좌석도 없는 극장이 정말 있을까

첫회 상영 시간 11시 조조 할인 티켓은 5천원

아 근데 유정우씨가 ‘장일범 가정음악’

초대손님으로 나오는 금요일이란 걸 또 깜빡 한 거다

차선으로 씨네코드 선재, 11시 30분으로 정하고. . .

짐작대로 이번 주에 타계하신 피셔 디스카우에 관한 얘기랑

정명훈씨가 시월(?)에 베르린 필 지휘봉을 사이먼 래틀 대신 잡는단 소식

관심 많은 틸레만근황을 좌르륵 알려주는데

박차고 일어날 수가 없어 기어이 다 듣고

발통달린 신발로 달릴 수 밖에 없었다.

Letters to Father Jacob / Postia Pappi Jaakobille (핀란드 영화)

다행이 도착했을 땐 수녀님 세 분이 티켓팅을 하고 계시고

극장 로비 테이블엔 토스터랑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예전에 딱 한 번 금요일 조조 때만서비스로 제공되는

케익을 먹은 기억이 나는데 아마 모자랐는지?

식빵이 서비스로 제공된 모양이다

필름 포럼엔 못갔지만,

씨네 코드 선재 측 서비스도 얼마나 아날로그적인가 말이지

난 늦어서 식빵 쪼가리 하나 천신도 못했지만

커피라도 마셔야 손해안 볼것 같아 한 잔 마시고

Father Jakob's bed, under which he keeps the intercessory letters

Intercessory letters seen piled high under Father Jacob’s bed.

들어가니 곧바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휴우 조조 10분 징크스 없이 영화 자알 보고

엔딩 크레딧 다 오를 때까지

단 한 사람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쪽에선지 훌쩍이는 소리도 간간히 들리고. . .

나간 김에 그냥 집에 올 순 없지 않은가

어젠 또 울집 남자 저녁 먹고 온다했으니

느긋하게 화동 삼청동 가고싶은 데만 골라 훑은 후

인사동까지 넘어 와 또 몇군데살피고

매너 모드 손전화 그때사 확인하니

책 도착 – 가인님 문자가 와 있다

그잖아도 팥빙수 생각이 간절하여 찾던 중인데

이런 우연은 또 필연 – 막 이러며

106.jpg

지금 인사동, 팥빙수 먹으러갑니다

문자 친 후 곧 사카 도착

올 해 첫 팥빙수를 사카에서 먹는 것도 좋은 일 아닌가

낯선데서 늙은 여자 혼자 팥빙수라니. . .

시집 대강 읽는다

어떤 시를 시인이 낭독해줄까, 주르륵 주르륵

언제나 청담시낭독회 하기 전에 시 몇 개 블로그에 올리는데

이번엔 어떤 시?

직타젤 무서우니 짧아야 한다~가 우선.

그렇다고 여영 맘에 닿지 않은 시를 올릴 순 없고

시 제목이 ? 가 있네. . . 짧네. . .

눈으로 읽고 다른 일 하는 가인 님께 몇 귀절을 낭독

제 3부 80p.

? 최영미

언제 시를 쓰세요?

ㅡ 내가 시인임을 잊었을 때

어디서 시를 쓰세요

ㅡ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왜 자꾸 이사 다니나요?

ㅡ왜 한 곳에 계속 살아야 하지?

같이 사는 사람이 있나요?

ㅡ 지난날의 수많은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 더불어

왜 혼자 식사하세요?

ㅡ남들과 어울리면 음식의 맛을 모르니까

무슨 재미로 혼자 마셔요?

ㅡ술 마시는 재미로

누구랑 자느냐고,

그들은 묻지않았다

모두 ? 인데 마지막 행만 없다

좋으네요, 이거 올리셔요 -가인님이 청해서

아래 시는 동명의 퀸의 노래생각나서 그냥. . .

Love of My Life? 최영미

너무 맑아

낚시꾼도 포기하고 돌아서

아무도 놀지 않는 연못.

깊은 물을 두려워 않던……

그는

나의 열린 문으로 들어온

날쌘 물고기.

노를 젓지 않아도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알던

능숙한 바람개비.

어느 겨울 아침. 황금비늘을 자랑하며

그는 떠났다.

그가 휘젓고 다닌 구석구석이

흉터와 무늬가 되어,

그가 일으킨 물결 밑에

꼼짝 않고 얼어붙어

비가 와도 나는 흐르지 못한다.

도착하지 않은 삶34p.문학동네 2009

108.jpg

산문집 시대의 우울오래 전

인터내쇼날 클라인즈 블루 포스팅에몇 단락 올린적있는데

‘서른 잔지…’

시집 표지도마크 로스코 그림인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서양미술에 통달한 시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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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엔 어떤 얘길 해 줄지,

지금부터 그녀의 시들산문들 예습해 볼참이다

곧 김선경 보나 님이 멋진 포스터 만들어 주실꺼고

몇 몇 맴버들은 또 얼마나 수고가 많을지…

Queen – Love of My Life

4 Comments

  1. 佳人

    26/05/2012 at 10:16

    어쿠… 감사합니다.
    제 청을 들어주셔서…
    사카 팥빙수 선전을 해주셔서요.ㅎㅎ

    잠깐 후루룩 시집을 넘기시면서도 엑기스를 집어 내심에
    삶에 스민 문화를 읽을 수 있었어요.
    호호, 늘 즐거운 감동과 함께 가심이 때론 다운돼 있는 기분을
    업 시켜 주셔서 또 감사하기도 하구요.
    참나무님 덕분에 오랜만에 로긴했어요.
    이 황금의 주말에 이렇게 컴 앞에 앉아있구요. ㅋㅋ

    바라보기만 하는 책인데도…아름답네요^^   

  2. 참나무.

    26/05/2012 at 10:34

    미숫가루 솔솔 뿌린 팥빙수 최고였어요
    또 ‘청담’ 마칠 때까지 제일 수고하실 분 아니신가요

    제가 깜빡 했는데
    은방울꽃 있는 포스터( 멜랑꼬리아?) 잘 보관해주시길 부탁해요
    뭔가 하나 잊지 않으면 안되는 모냥입니다…쯧

    야구 중계 시끄러워 피신 중- 좀 있다 ‘넝쿨당’ 이나 보죠뭐…
       

  3. 겨울비

    26/05/2012 at 21:01

    사카의 테이블에 닿아 기다리고 있는 책들만 봐도
    좋으네요.

    사카에 가면 와인빙수 먹어야지 하는데
    다른 거 먹다 꼭 잊어요.

    필름포럼 낙원동에 있을 때 두 번 갔었어요.
    짝과 함께 가 ‘갇힌 여인’을 10명 정도의 관객과 봤던 기억…

    시낭독회 공지 대문에 부탁드려요.   

  4. 참나무.

    26/05/2012 at 21:58

    요담엔 나도 와인 빙수 맛볼까요

    아하~~ 나도 낙원동 필름 포럼엔 여러 번 가봤는데
    서대문으로 이전한 극장인가봅니다.
    나중에 알았어요

    넵 은방울꽃 5월까지 둘까 했는데…
    곧 올리지요
    아깐 블로그가 열리지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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