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백수가 퀵서비스를

아들이 지난 번 어버이 날 난생 처음 야구장 구경 시키는 ( 나름이벤트? )

걸로 제법 감동 준 날,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의 일이다

-엄마, 며느리 6월 2일 생일인 거 아세요

– 음 기억해야겠네.그러고는 깜빡 잊고 있다

생각났을 때가 3일 전이다

천을 이리 저리 꺼집어 내고 뭘 하나 만들까

디자인 하다 하루를 또 실없이 보내고. . .

미완성 된 것들다 꺼집어 봐도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러면서 만약을 대비하여 앞치마 하나를 만들긴

했다. 며느리가 닭띠라 닭 무늬 있는걸로. . .

어제는그도 저도 귀찮아 꽃배달이나 시키자

먹고 여러 사이트 돌아다녀도쏘옥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거창한 꽃바구니는 그 부담스러움때문에 내가 싫고

– 시간 지나면 쓰레기화 하는그런 일 ( 세상에나 꽃이, 바구니가 쓰레기라니, 말이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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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버스 안에서 꽃배달 가는 아저씨의작으마한

부케를염두에 두고 비슷한 걸 찾으니도대체 없는 거다.

이웃 덕희 님의 고품격 부케 시리즈로눈만 잔뜩높아져

있는 것도문제^^ 아무래도 발품을 팔아야 겠다 싶어

오늘 아침엔 집에서 그리 멀지않는 터미널 상가로 나가

보기로 했다.혹시 몰라 앞치마랑 가디건 하나산 것도

포장해서 들고갔다. 막연히 작약이나 자그마한 카라가

있었으면~~ 희망 사항을 품고설랑

그런데 터미널 상가에도 만들어 논 자그마한 부케같은 건 쉽게 찾을수 없었다 .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할 수없이 이리 저리 제법 돌아다니다

운 좋게 작약도 만나고 수국도 만나게 된다

반가워서급한 김에 덜렁 사긴 했는데 . . .

언제 집에 가서 다듬어 만들고 퀵서비스 부르고 하겠냐고

틀림없이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꽃집이 있을 것 같아 알아보니

한 군데 알려줘서 물어 물어 갔다 – 그러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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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주인은 썩 안목 있는 분 같진 않았다

좀이상한보라색 종이를대각선으로접어 주루룩 쌀 때

‘그건 좀 빼도 되겠는데요’ 했지만 씨익 웃기만 했다

재료비를 너무 안들이면 돈 받기가 좀 미안해서?

대여섯 개 말아 셀로판 지로 마무리 한 후

만들어 논 분홍 리봉 철사로 이리 저리 고정하는 거다.

좀 맘에 안들었지만. . .할 수 없는 노릇.

이러고 있는 우릴 아까부터 유심히 보고 있던 젊은 여자 둘이서 말을 건다

여자A; 아 예쁜데요. . .화사~~한 게

여자B ; 누구에게 선물하실건가요

ㅡ네에며느리 생일이라

A; 어머 제 시어머님이면 좋겠다…^^

B; 어느 학원에서 배우셨나요..ㅎㅎ

ㅡㅎㅎㅎ 오늘 수영도 빼먹고. . .내가 그냥 들고 가려구요

A.B; . . .그래요 ( 그 며느리 부담될건데. . .? )

ㅡ 아 경비실에 맡겨두고 그냥 페에내끼 올건데요 ( 나도 눈치 있걸랑요 )

두 여자 ; (거의 동시에 ) 어머~~ 어느 수영장이에요 그 수영장 가서 배워야겠네요

여자A. 여자B , 나 . 꽃집 주인 ;호호호. . .하하하. 허허허

A; 작약은 얼마던가요

ㅡ5송이 7천 원. 많이 핀 건 삼천 원도 있던데, 색이 맘에 안들어서요. 수국 한 송이 3천 원.

묻지 않는 것 까지 친절하게 답하니 내가 나오던 길로 환히 웃으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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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집으로 가는 길인데 아들한테 전화가 온다

ㅡ아들이에요 / 음 그래/ 아들이라니까요/ 그래 우리 아들, 안다니까? / 지금 산부인과, 아들이라니까요 …^^

아침에 이모티콘 섞어 며느리에게 생일 축하 문자 보내니

‘오늘 병원가서 성별 소식 듣는’다던 말이 그제사 생각이 나는거디었다

ㅡ음~~ 그래 축하한다. 아들이라 섭허겠네 (아들은 딸을 원했다)

-괜찮아요…

그랬는데 며느리는 전화로

‘오빠가 의사샘이 아들이라 하자 "에이" 했어요’ 고자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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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경비실에 꽃다발 맡긴 후 찾아가라 전화하니

3분 후면 도착한다고 꼭 기다리라 했다

– 응~~ 그래.

대답은 찰떡같이 허고 내 볼일이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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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큰 백화점 화랑에도 두르고 ( 어린이들 잔치라좀그랬고. . .)

또 다른 쇼핑몰에선 ‘중국명품전’ 도 있었거든

10층까지 기어이 올라갔다

불행히도 문은 잠겨있어 심히 유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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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엔 유난히 별난 복장으로 춤 추는 젊은 그룹들이 많이 보이던데

분수가 있는 광장에서 댄스 경연대회가 열리는걸 알게된다

아직 시작이 아닌지 여러 군데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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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도. . .

아들은 꼭 기다려라 했는데 – 초음파 사진도 보고 가지

며느리는 꽃이 정말 곱다고 – 왜 그냥 가셨냐 그랬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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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있으니 환히 웃고 찍은 사진까지 전화로 온다

기렴으루다 꽃은 찍었지만 앞치마 사진 안찍었는데 그 참…^^

신도림동 하면 김윤아 노래 가사 한 자락 떠오른다

신도림동에서 스트립 쇼를 한다던가 본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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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쇼 대신 탭 댄스 등 별난 춤 구경은 좀 했다

그나저나 오늘 돈 벌었다

꽃값 15,000 꽃다발 만드는데 5천원 합이 2만원.

만약 퀵서비스 부탁했으면 오토바이 퀵은

꽃인 경우 바람에 날려서 ‘다마스'(작은 봉고)로 해야하는데

우리집에서 아들집까지 최소한 2만 5천원

직접 보지 못해 불안하기도 한 꽃바구니 값도 상당하던데

천하의 백수 – 아르바이트 해도시원찮을 군번아닌감

감히 퀵서비스를 부탁하려 했다니’안돼~~’ 맞고 말고

요담에는 새벽 일찍 꽃시장가서

직접(정성껏) 만들어 퀵 서비스 하자 결심한 날.

P.S

중요한 건 P.S에 있다그랬지. . .’일 포스티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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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회화나무는 점점 위용을 자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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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 처음 만났고, 쥐똥나무 꽃 향은 날로 날로 짙어지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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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백화점 무슨 외국인 푸드 스트리트(?) 에서

좀 덥기도 하고 쉬고 싶어 점심으로 먹은 소바는

어찌나 질긴지 거짓말 좀 보태면 철사를 씹는 것 같았다

앞니로 끊어지지 않아 어금니로 끊어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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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Truman-Tower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곳에 처음으로 간 우연 하나를 찾았다

혹시 백남준씨가 날 불렀을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서 말이지

오늘도 기적같은 하루 자알 보내고. . .

18 Comments

  1. 푸른

    02/06/2012 at 12:50

    참나무님 ~일등으로…축하드립니다!!!^^+
    멋쟁이 할머니의 아름다운 사랑을 아가는 알고나 있을런지요…
    지금 막 선교사친구를 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왔어요. 근데…
    차를 기다리며 지갑을 꺼내더니…손자손녀 귀연 아가들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아기들의 이야기 많이듣는 하루입니다.제가 퀼트바느질 사진 아래 댓글 하나더 달아놓았습니다. 답장을 주세요.ㅋㅋ~
    시원한 저녁이 초여름을 느끼게합니다.   

  2. 술래

    02/06/2012 at 14:22

    갑자기 아들이라고 해서 벌써 해산을? 하고 깜짝 놀랐잖아요^^*

    그 며느리는 참 좋겠습니다.
    멋쟁이에 세련되신 시어머니 만나서요.   

  3. 참나무.

    02/06/2012 at 21:05

    넵 감사합니다 일등으로 축하해주셔서…^^
    제 남편도 딸을 원하고 있었네요
    요즘은 딸이 대센가봅니다..ㅎㅎ

    아…학가위…확인했는데, 정말 괜찮습니다
    받은 걸로 하고 감사드립니다..^^   

  4. 참나무.

    02/06/2012 at 21:06

    해산달은 11월
    음력, 양력 생일이 해를 넘기지 않는…그니까 확실한 용띠 되겠네요

    저는 솔직히 여자 용띠면?
    그것도 흑룡이라든가 백용이라든가..ㅎㅎ   

  5. summer moon

    03/06/2012 at 00:04

    아드님과의 전화 내용 읽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ㅎㅎㅎ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참나무님의 품안에 찾아들 아가 소식 !!!!!!^^

    아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의 울타리가 제게도 느껴지는것만 같아요
    남아공까지 이어지는….   

  6. 참나무.

    03/06/2012 at 00:20

    예전 어르신들께서 아기 용품 미리해 두면 안좋다 그래서
    암것도 않고 있답니다

    이번 생일에 아들은 기저기 가방(?) 은근히 바라는 것같아서
    제가 설명을 했더랍니다.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암것도 하지말자~~^^

    ( 아침에 S.M 카페에 다시 고전음악 들려서 이젠 원상복귀 중인갑다~~했음…^^*)   

  7. summer moon

    03/06/2012 at 05:00

    맞는 말씀이에요,
    아예 몰랐으면 뭐를 해도 신경쓰이지 않지만
    나쁘다고 말하는것들은 하지 말아야지요.

    아가에게 필요한 것들은 언제든지 ‘사랑의 퀵서비스’로 준비해주면 되니까!^^

    저는 오늘 하루 아무일도 하지 않고 놀기로 작정을 하고
    지금까지 아주 실천을 착실하게 했어요
    먹을 것은 한끼도 거르지 않고 다 챙겨 먹구요
    하루 사이에 허리가 이인치는 늘어난거 같아요
    그런데도 기분만 좋은거 있죠!ㅎㅎ   

  8. douky

    03/06/2012 at 12:15

    꽃바구니 주문 안하시고, 퀵 안부르시고…
    그만큼 정성 더 많이 들이셔서…
    며느님 감동도 몇 배 더 커졌겠어요~~

    담에 필요하시면…
    저 5천원 안 받고 꽃 묶어 드릴 수 있는데요~~~
    참고하시라고요… ㅎㅎㅎ

    앞치마가 병아리색, 노랑이라서…
    나중에 손자도 앞치마 입은 멈마 모습 좋아할 것 같은데요.   

  9. 산성

    03/06/2012 at 14:27

    축하 드립니다.
    장가 안간다고 타령(?) 하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지요.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도해 드릴께요.

    덕희님…혹시 저도 참고,또는 기억해 둬도 될런지요?
    차별하시면 곤난(?)합니다.흠~

       

  10. 참나무.

    03/06/2012 at 23:04

    더러 그런 날도 있어야지요
    어제 예배 마치고 나오면서 오랜만에 커피 한 잔 생각나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맛나게 생긴 젤라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고 맘을 바꿨지요

    이젠 바닐라..만 보면 달님 생각나겠네…하며
    제발 놀멘놀멘하셔요 꼭!!!   

  11. 참나무.

    03/06/2012 at 23:08

    생일 전날이면 덕희님의 단골, 양재동 그 안목있는 총각네 꽃집으로 달려갔을텐데
    어제는 넘 급해서… 제 게으름의 소치구나…했답니다.

    꽃을 사오시면 먼저 다듬고( 메이 컵이라 하셨나요) 물을 올려
    가장 좋은 상태로 부케 만드시는 거 덕희 님 포스트 유심히 보며 익혀뒀는데
    그제 그 5천원 받은 가게은 그냥 툭툭 잘라 둘둘 마는 것 뿐이어서…ㅎㅎ

    덕희 님의 꽃 이야기
    앞으로도 계속 올려주시면 여러분들께 많은 도움되리라 믿습니다
    얼마나 든든한지요…^^*

       

  12. 참나무.

    03/06/2012 at 23:17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태 장가 안 갔으면 그런 농띵이가 없을낀데…^^
    기도 고맙습니다.

    어제 경동교회에선 성공회랑 교환예배를 했답니다 12년간 해왔다네요
    성체 받고-아멘…와인 찍어 ‘아멘’…
    주기도문도 완전 다르고…첨으로 천주교식 예배 드렸지요

    ..오늘의 내가 있기까진 여러분의 죽음과 사랑…기도 덕분이니
    범사에 감사하라…가 설교내용이었어요.

    요즘 제 주위에 아픈 분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최근에 리스트에 오른 청년까지 포함, 요즘 기도 많이합니다.
    음악 선곡하나 했는데…좀 기다려보셔요…

    (그나저나 덕희님 어께 무겁겠습니다그려…^^)
       

  13. 도토리

    04/06/2012 at 03:01

    울 며눌은 5일이 생일입니다.
    하여서 토욜 밤 11시 넘도록 약식 만들어서 뜸 들이는 건 타이머 해놓고 남편보러 꺼달라해놓고..
    케잌처럼 동그란 약식에 꽂을 초까지 챙겨서 어제 아들 집에 다녀왔습니다.

    울 며눌도 12월 초에 몸 푸는데 여직 입덧으로부터 완전 해방이 안되어 조심스럽더라구요.
    우리 애들도 딸 소망하던데요
    딸이 대세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14. 참나무.

    04/06/2012 at 05:07

    도토리 님은 또 어떤 학원에서 배운 솜씨인지
    요즘 젊은이들 유모 감각 저도 한 수 배웠지요..^^

    그러게요 좀 부지런했으면 치즈케익 정도를 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초 는 내년은 기약해야겠습니다
    그 댁은 산월이 12월… 혹시 음력 양력 띠가 헷갈리진 않는지요..^^

    가장 강한 승자 둘은 ‘시간과 인내’ 랍니다
    -정만섭 오프닝 멘트… 잊기 전에…아픈 분들을 위한 기도에 보탭니다.
       

  15. 섬`

    05/06/2012 at 01:27

    로그인을 하고 블로그를 들어다보면
    띵똥…초인종을 눌른 후에 열리는 문을 따라 남의 집을 방문할 때처럼
    포스트를 읽는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저만 그렇겠지요…^^

    포스트가 많이 밀려서 오늘은 아이들과 퀵 서비스만 읽습니다.
    같은 수영장 다닐 수 없으니,
    귀동냥처럼 ‘경비실에 맡기는 일’ 기억해 둡니다.

    그런데,
    며느리 생기지 않는 사람은 그냥 통과해야 하나요? ^^

    p.s
    회화나무…멋쪄용!!!

    ^^*
       

  16. 참나무.

    05/06/2012 at 05:01

    네에…저도 답글달면 신경이 쓰여서(맨날 오타 잘 내니)
    로긴않고 다니곤 하지요…

    평생 시어머님 소리는 못듣겠네요 은매달이지죠 섬님은?
    전 금메달…^^   

  17. 네잎클로버

    09/06/2012 at 14:41

    세련되신 시어머님~
    축하드립니다! ^^

    앞치마 인증샷 보내드리는 며느님도 사랑스럽고,
    제 시어머님이면 좋겠다는 젊은 여자 A의 말도 재미있어요..ㅎㅎ    

  18. 참나무.

    09/06/2012 at 23:01

    사람을 웃기는 재능도 참 필요하다 싶은 날이었어요

    요즘 젊은이들,
    정말이지 유머 감각이 개그맨 수준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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