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북유럽 여행을 다녀왔다고 인사동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우리 약속 장소는 항상 인사아트센타 서로 좀 늦어도작품들 보고 있으면 되니까 아주 좋은 방법이다
허나 수영 마치고 달려가도 약속 시간 1시가 훨씬 지나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선 점심부터 먹어야 해서
시간 걸리는 전시는 나중으로 미루고
시원한그림은 그래도 눈길을 붙잡아서 후다닥 보고
오늘은 마음에 어떤 점을 찍을까
이것저것 생각하다콩비지가 먹고싶다 해서
지리산으로 간 게 잘못이었다.
오래 전부터 아는 사장님이라 먼저 인사를 받은 건 좋았는데
신발장의 한가득 빼곡한 등산화들 보고 다른 데로 갔어야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창호지 한 장 사이로 들리는
건넛방 등산화의 주인공들은 마이크를 사용하며 모임을 하고있었다.
그것도 ‘이빠이’ (나쁜 말 죄송)큰 볼륨으로-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그냥 나가고 싶었지만 아는 사이가 이럴 땐 불편하다
동생이 재빨리 묻는다
– 저사람들 언제 나가나요
‘식사는 다했어요. 곧 나갈껍니다’
그 ‘곧’만 믿고 우리는 앉아있었지만
-나가는 시간도 한참일껄. . .
동생 말이 맞았다.
와아~어쩌면 그리도 시끄러운지
이럴 땐 난 왜 외국사람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 이런 조선걱정까지 다 하나 몰라…^^
우리 이야기는 하지도 못하고 묵묵히 식사를 기다리며
여행중에 사 온엽서와 아르미타쥐 미술관 도록을 펼쳐보인다
벙어리 흉내나 내면서 . . .
도대체마이크 소리에들리지도 않았으니
아니나 다를까 나가는 시간도 꽤 많이 걸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맞은 편 ‘뉘조’에 갔으면 데레사 님을 만났을 수도 있었는데
방금’뉘조’에 다녀오신 이야기를 읽었다 마침 어제 지나치던 곳이어서…^^
좀 있으면 교회 가야하는 데…
갈 때까지 무슨이야길 더 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다행이 오랜만에 먹는 콩비지찌개랑 기본 반찬은 맛났다
– 이 말은 처음 시작할 때랑 별로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순 우리콩이고 또 친절하고
대낮의 단체 모임 마이크 사용은 좀 그랬지만
요즘같은 불황…이러며 이해하기로 하고…
아르미타쥐 미술관 소장작품은 작품 당 1분씩만 봐도 5년이나 걸린다는데
무슨 수로 …!
10박 11일 패키지 여행 중에 미술관 순례는 끼이지도 않아서
동생 혼자 ‘자유시간’을 어렵게 받아내고 그나마 눈도장이라도 찍을 수 있었단다
동생도 꽤 여행 많이 다니는 축에 속해서 마침 잘 아는 가이드 덕분에 ‘특별히’
아르미타쥐 미술관 가이드는 영어 한 마디 못한다 치더라도
손과 발짓으로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더란다
예를 들면 ‘칸딘스키’ 이려면 "칸딘스키!" 확인 복창 후
손, 발짓으로 좌. 우. 수직으로 돌아 몇번 째 방.
모션 섞어서 하므로- 갑자기 육사생도 밥먹는 모습이 또. . .
피카소 방은 그 중에도 둘이었다는데 관심많은 압생트 마시는 여인 그림도 있었다.
라울 뒤피 까지. . .ㅠ.ㅜ
첨으로 같이 못 간 거 후회 후회- 같이 가자했지만 여러 정황으로. . .;;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장군
클림트의 유딧 ‘숙제 안했네. . .’ 에피소드까지 얘기하며
그럭저럭 밥도 먹고 웃기도 하고 지리산을 빠져나오니
경인 미술관 안쪽으로도 능소화가 보인다
서로 눈짓만 하고 발길은 자연스럽게 그 곳으로 향한다
어디 마땅한 데서 ‘팥빙수’ 도 오늘 계획이어서
제일 먼저 눈에 띄이는 ‘그해 겨울’
눈 풍경 들이어서 – 계절감도 고려해서 전시 기획도 해야 할 듯
서각전도 들러 보고. . .
문제의 능소화는 담을 수가 없었다
역광처리 해도 요 정도…^^
대신 ‘나의 볼가’ 에서!
( 이 무슨 우연인지 필연인지 6전시장에서 퀼트전을 만나게 된다
포스터도랑 도록 사진은 아직 찍질 못해서 잠깐 유보)
그 날 만난 꽃과 약간의 풍경들만 우선. . .
인사동 도로 한 가운데 이런 꽃을 도대체 누가 꺾어가는지- 나원참
‘언니 여기…’ 돌아보니 진열장에 이런 가방이. . .
전시 제목처럼 식후여서 우리도 ‘유유자적’
층층나무?, 편애하시는 분…^^
인사동은 여기까지
그리고 북유럽 여행 다녀온 동생은 북유럽 가구이야기 전을 보고싶어 해서
날씨도 덥고 택시 하나를 집어타고 서촌으로
핀 율 탄생 100주년전-북유럽 가구 이야기
http://www.daelimmuseum.org/index.do<–는
대림 미술관 사이트만 소개하고
지금 시각 10시 27분 교회 갈 시간이라. . .
아무래도 3편으로 넘어가야겠습니다.
douky
17/06/2012 at 04:11
에르미타쥬 미술관에 ’94년에 갔으니까 거의 20년 전이네요.
친정부모님 모시고 갔는데, 개방되고 얼마 안되었을 때라,
‘우리가 소련에 다 와보고…
전쟁 겪으신 두 분께서 어찌나 감격스러워하셨는지요…
구 러시아시절의 화려한 유적지를 제외하면
도시 전체가 삭막하고 건조한 느낌에
사람들의 표정도 뭔가 의심에 가득찬, 편치 않은 모습들이었는데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겠지요…
저도 가끔 ‘뉘조’ 가는데요~~ ^ ^
참나무.
17/06/2012 at 09:39
그러셨군요 우리나라 국위도 많이 선양되어 도록도 저렇게
한글로 나와 있는 것도 있어서 짧은 시간 급히 본 아쉬움을 달래기는 좋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딱딱하고 표정도 굳어있고 서류 쓰는 것도 많고
몸수색도 다른 여행지 보다는 많이 까다롭더랍니다.
물가가 비싸서 쇼핑하기도 쉽지않았고
화장실 갈 때마다 동전을 넣어야하는 등(큰 쇼핑센타까지)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최고란 말까지…^^
음 덕희 님도 ‘뉘조’ 아시는군요- 오래된 것이긴 하지요
그 곁에 ‘디미방’도 있었는데 요즘은 바뀌었더군요…^^
푸나무
17/06/2012 at 15:33
여기 능소화가 있구나…..
요즈음은 능소화 종류도 아주 많아요.
동생분도 언니 닮으셧나봐요.
참나무.
17/06/2012 at 15:39
죄송…2편이었네요..쪼매 확대했습니다.
길상사엔 대웅전 근처에 좌 우 다른 능소화 ( 주홍 & 주황)가 피었는데
요즘은 가본 지 오래여서 잘 모르겠네요
바야흐르 능소화의 계절입니다
이젠 정말 자야해요…
야한 꿈 꾸시구요~~^^*
summer moon
17/06/2012 at 18:17
동생분이 여행을 하시면서 언니 생각을 얼마나 하셨을지는
다 설명해주지 않으셔도 충분히 짐작이 가네요.
이번엔 함께 가지 않으셨지만 나중에 두분이 꼭 에르미타주에 함께
가셔야 될 거 같아요, 꼬옥 그러시길 !!!!!!^^
‘지리산’…저도 가서 식사를 몇번 했어요,
제가 갔을 때도 목소리 큰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ㅎ
작년에 갔을 때 아주 다정다감한 주인(^^)이 그러셨어요
구두를 일부러 바꿔신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구요.
(비싼 신발 걱정되면 신경을 써야 한대요.ㅎㅎㅎ)
참나무.
18/06/2012 at 06:20
지리산 여주인 인상이 참 곱지요
오래 전 ‘단’ 이란 소설의 주인공 청담거사 사모님…^^
부담없이 가기엔 좋지요 가격대비 값도 괜찮고
아직 오르지 않아 조금 놀랬답니다
우리는 콩비지랑 비빔밥 시켰는데
– 오래 있을 수 없을 것도 같아서…
7천원씩이면 괜찮지요 밑반찬도 정성이 들어서…
또 좋은 데 있으면 기억해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