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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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같은 희뿌연 안개 속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는 꽃들을 보면

가끔 조물주의 조화를 느낄 때가 많다.

비 오시거나 그 직후,

멀리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능소화, 원추리는 얼마나고혹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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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춤 추듯 흔들렸을 자귀나무 꽃들은 널브러져 있고

비를 머금은 잎들도안쓰로이 매달려 있는 덕수궁에서

6월 마지막 날을 보내려고

무작정다녀온 일은 썩 잘 한 것 같았다.

잘 가시게 유월. . .

살구나무 아래에서. . .

단청 아래로. . .또 여기저기서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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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12월 마지막 날 불현듯 달려간덕분에

강화도 해변도로 주욱 달리며 한 해 마무리, 멋지게시켜 준인연 생각도 하며. . .)

모든일에 의미를 붙이면 사는 것도 그리 허무맹랑한 나날들이 아니리

가끔 다른 길로목적한 곳을 찾기도 한다.

좀 일찍 나선 김에 어제도 전혀 새로운 길을 난생 처음 걸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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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희문 뒷길

그 앞길은 모란이 정신줄을 놓게 무더기로피던 곳

작약일지도 모르는 데

처음 본 날 ‘오모란! ‘했으니 언제나 나에겐 모란이라 우기기로 했다

성터 언덕엔 산수국도 군데군데 많이 보였다

이번 비 오기 전엔장관이었을텐데

내년을 기약하며 그냥 감으로 걸어갔다.

광희문 교회가 있는 건너편 돌담에도 담쟁이랑 능소화도 보였다

방향감각 제로여서 약간 불안했지만

모든 길은 통한다.

막다른 골목 만나면 되돌아 나와도 될 만큼 시간도 넉넉해서

그냥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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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담은 산수국은 흐릿하게 나왔는데 요건 잘 나왔네

워낙 길맹이라 좌향좌 꺾으며 다음을 위하여 담아둔.

어찌어찌 골목을 걷다보니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갑자가 낯익은 장소가 떠억 허니 나온다

언제나 처럼 큰 나무 아래 여러 사람이 모여 있고

주차장가로질러 도서관일성 싶은 곳이 발견된 것이다.

그러고도 아직 시간 널럴하여 무작정 들어가 보니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빌려 볼 책들이 제법꽂혀있다

2주 동안 한 번에 3권씩대여할수 있다네

그것 참. . .빌려봐? 하다가

읽고 있는황당무계한 그리스 신화랑 유럽 페스티벌 마자 마스터나 해야했고

잘은 몰라도 신도 등록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감은 맞았다- 신자 고유번호가 필요하단다.

아직 나는미등록,무늬만. . 인데. . .

동네 교회도 근 3년 이후 타의로등록되었는데 (산호맘)

다니던 교회 막살하고 교회바꾸는 일, 결코쉽지 않았다. . .

계속 전화, 문자. . .집으로 쥬스병 방문 등, 참 괴로운 일이었다.

하여. . .

나를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상태가 좋아

죄책감 느끼며그냥 저냥 혜택만 받으면서

소속감이, 메이는 게 싫어 구경꾼으로만 있었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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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lix Hell -오른쪽 뒷모습. . .콘서트에서파이프 오르간 진수도 느꼈고

목요일 정오 음악회도 살짝살짝 다니고

12년 전통 ‘교환예배’ 볼 때는’신과함께 가리’ 영화 장면도 떠올랐고 – 이건 단지 혼자 상상이지만)

1월 1일 신년계획 세우듯

7월 초하루 뭔가 뜻있는 일 하나할까?

모태공간, 예배실로 들어가 주보를 펼치니

아 참,내가 제일 좋아하는 찬송가로 오늘 예배 시작이네!

ㅡ별 것아닌 걸로 감동 잘 하는 이 버릇 좋은 건지 나쁜건지. . .

‘. . . . . . .

숲속이나 ~~험한산 골짝에~ 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고요하게~~ 흐르는 시냇물~ 은~~♬

. . . . . . .

이후,계속 눈물이 흐르고. . .

목이 메이지만멈추지 않고불렀다

하필 성찬식까지 있어서 내 차례는

예배 후 배웅해 주시는 여자 부목사님 앞에서

나는예수님 살과 피를 마시게 된다

그간 다녀봤던 교회에선여러분이

빵과 포도주 담긴원반을들고 신도들께 다가서셨는데

이 교회는 좌석 순서대로 모두 앞으로 나가서 성찬식을 한다

질서는참 아름답다. . .벌써 세 번 째 느꼈다

명작 스캔들 이후 계속 다녔으니 근 두달?

결심했다. . . 등록하기로. . . 7월 초하루!

우연의 일치일까

새 신도 등록처가 3층 사무실이라 해서 잘 모르고 올라갔는데

관계자 한 분이마침 부목사 님이 그 곳으로 가신다며나를 곁으로 서게하신다

나를 보시자 마나

‘. . .저~~ 아까 제 앞에서 성찬하셨지요? ‘

– 네.

‘. . .제가 어쩐지 오늘 이 신도님 새가족 등록 하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답니다. . .’

-. . . 텔레파시가 통했나봐요( 이 말은 발설않고)

접대성 멘트는 전혀 아닌 것같았다

다른 관계자들께 같은 말씀을 두 번이나 다시 하신 것만 봐도. . .

성찬 예배 도우시는 분들 10분 정도인데,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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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김환기 화백 원화는 나중에

새신도 친교실(?)에서 제일 먼저 발견한 이판화가

혹시 날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맞은 편에는 김점선 화백의 판화도 걸려 있었다

나는 이제 담쟁이 넝쿨교회 신도가 되었다

그간 담쟁이를 편애한 이유도

그간 사진도 잘 찍는블로그 이웃 김시인과의 인연도

내 뜻 보다는보이지 않는 큰능력으로이미 정해진 길은 아니었을까. . .

억지로 이유 (얼토당토 않는)를 붙이는 일도

뭐 그리 나쁜일은 아니지 않을까.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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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29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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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29 주일 2012 6.25 –펠릭스 헬 콘서트 가면서. . .

이도 우연일까

어제 목사님 설교 제목 ‘임마누엘 신앙’

임 마누 엘; ‘주님이 나(우리)와 함께’ 설명하시며

하필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몇 구절을 낭독하셨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 . . . . . .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하냥의 뜻은 ‘항상’ ‘모두’ 두 가지 뜻으로 해석이 되는데

우리는 앞으로 ‘하냥’을 . . .두 가지 의미로 다쓰기로 하자

‘임 마누 엘은 하냥이다’로 끝맺음을 하셨다.

(. . . 엔터 칠 용기라 나에게 있을까. . .)

Felix Hell – Prelude and Fugue on B-A-C-H ( Franz Liszt )

11 Comments

  1. summer moon

    02/07/2012 at 00:22

    한동안 낱낱의 조각으로 흩어져 존재했던 것들이
    이제 하나 둘 이어지면서
    아름다운 인생이 담긴 참나무님표 퀼트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 글입니다.

    ‘의미 붙이기’
    ‘별것 아닌 것에 감동하기’
    …이것들이 행복의 열쇠가 아닌가 해요
    쉬운것 같지만 대개들 잘 할 줄 모르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를 !!!!^^   

  2. summer moon

    02/07/2012 at 00:30

    2000년 11월에 서울에 갔다가
    삼성미술관에서 ‘보았던 작고 50주기 이인성 회고전’이 생각나요
    너무 좋아서 이틀 연속으로 찾아가서, 몇번 커피 브레이크만 갖으면서
    아주 오랫동안 작품들을 봤었거든요.^^    

  3. 참나무.

    02/07/2012 at 00:35

    김환기…이인성 구본웅 화백 작품 만난 얘길 할까
    이병헌 ‘그 해 여름’ 편백나무(사이프러스) 얘길할까…

    이러다 오늘 아침 제일 먼저 선물받은 햇빛…커피… 꽃향기 담긴 인사 때문에
    엉뚱하게 이런 글을 올리다니 나도 참, 못말리는 짬뽕이네 한답니다…^^

    조블이 있어서
    그대가 있어서 행복한 아침

    굿모닝~~^^*

       

  4. 김진아

    02/07/2012 at 01:34

    담쟁이 넝쿨 교회..하셔서, 경동교회인 줄 알았죠.

    참나무님..

    좋은 아침입니다. 햇빛이 이쁘긴 한데 ㅎ
    오늘도 뜨겁게 쏘아댈 것 같네요.

    다니실때 양산 잊지 마시고, 생수도 잊지 마시구요.

    마음 닿는 곳에서의 아름다운 출발..따님의 기도가 그 곳에 안착했나봅니다.

    축하 합니다. *^^*   

  5. 푸른

    02/07/2012 at 02:48

    참나무님!7월의 인사드려요…^^-
    다시 회복되셔서 블로깅 열심히 하시니 감사하구요.
    등록을 하셨군요…
    음악가등 예술인들이많은 교회를 말씀드려볼까?…했었지요.
    어제 아파트 어귀에서 담쟁이만나고…참나무님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이름 모르고 좋아만 했던 `자귀나무’꽃 오늘 이름을 배웠습니다.
    능소화는 왠지 이름만 들어도 여름냄새가 아련히…
    더운날,
    평안,평안하시기를요…
       

  6. 산성

    02/07/2012 at 09:47

    우리가 인지하던 말던 예비하신 길 따로 있으리라…
    축하드립니다. 많이 생각하시고 내리신 결정이라
    그냥,그저… 기뻐해 드립니다.

    숲속이나 험한 산 골짝에서~~
    지저귀는~ 저 새소리들과~~

    다시 멀리 계실 기타반주,마음으로 당겨
    전 알토…참나무님은 바리톤!!

    행복한 저녁 시간 되소서…^^

       

  7. 술래

    02/07/2012 at 14:06

    산성님
    저도 알토예요.
    이 찬송 저도 이부로 부르는거 좋아하거든요^^
    언제 참나무님이랑 만나서 삼중창 합시다.

    참나무님,
    서울가면 이번에는 참나무님 교회에서
    예배를 봐야겠다 합니다^^

       

  8. 참나무.

    02/07/2012 at 14:22

    산호맘은 좀 더 적극적인 곳을, 전 좀 조용한 곳을 좋아한답니다 진아씨

    네 예술쪽에 관계하는 분들이 많다는 말 들었어요 저도.. .
    아직 아는 게 없습니다만 늘 고마워요 푸른 님.    

  9. 참나무.

    02/07/2012 at 14:39

    오프로 만나면 할 이야기 많습니다 산성님
    명작 스캔들, 모란… 펠릭스 헬까지…,
       

  10. 참나무.

    02/07/2012 at 14:41

    대환영… 근데 소프라노 한 분은 계셔야하는데…
    부끄럽게도 아직 다 외워 부르는 찬송가는 없답니다…;;    

  11. shlee

    03/07/2012 at 13:02

    드디어 ~
    하나님께서 참나무님을 붙잡으셨나요?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이 있답니다.
    그걸 아시는 분~
    담쟁이에 약하고
    음악과 그림에 약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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