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골목 안 카페 ‘릴리 마를렌’ 사라지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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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드르륵 옛날 교실간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알비뇨니 아다지오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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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젯적 낙서들인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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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으로 꺾인 카페 안쪽에는 도란도란

커플 한 쌍있는 것 같아 그 쪽만 피하고

커피가 나올 때까지 두리번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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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바깥에도 나가본다

새장이 두 개나 매달려 있고 또귀한 상사화도 피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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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잔은 이쁜데. . .

커피가 한 가득?

같이 먹을 간단한 쿠키라도 있나 물어보니

따로 파는 건 없는데 해외여행 다녀온

친구한테 선물받은 게 맛나더라며

개별 포장된 귀한 걸 담아준다

괜히 미안하고 고마워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더 시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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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석구석 담아본다

이상하게 이 카페 두세 번 올렸는데

시간 지나면 모두 X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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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마를렌 ~

청해들으려다 참았고. . .

어제 처음 이런 곳이 그리워지는 이유를 알게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다 모여있다는 사실을

골목 깊숙히 고색창연한 한옥 카페,

담쟁이, 델프트 블루,친절한 주인. . .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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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지금도
물빛이다
물빛으로 어디에
어리고 있고
내가 그 물 밑을 들여다보면
헌 영혼 하나가
가고 있다
그대의 무릎이 물에 잠긴
옆으로, 구겨진 수면 위에 나뭇잎같이

호수근처(湖水近處) 김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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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더 예쁜 뜰에서 좀 더얼쩡대다큰 길로 나와 동행과는 헤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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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 릴리 마를렌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 120

Tel; 3672 – 7337

( 대학로 샘터 건물 맞은편 골목 끝 )

서까래와 애자(碍子)가 보이는 이런 카페

제발사라지지 않았으면 해서. . .

나는 어제난생 처음 공짜 지하철을 탄 날이기도 했다

하필 공연 간판과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혜화역에서

공식 생일은8월 말경이지만

주민등록이 음력으로 기재된 탓이라고

어리버리 마누라에게 우리집 남자가 잘난 체를 했다

말없이 그렇게 떨려옵니다 108.jpg
추위 때문도 아닙니다
나뭇잎 지는 소리에
세월 모두 문닫는 계절,
하얗게
긴밤 떠올리며 지샌
그리움 때문 입니다

첫눈 오는 날 박영교

급히 찍어 초상권 때문에 잘려버린 시 한 수

감겨들던 . . .

6 Comments

  1. 아카시아향

    23/07/2012 at 09:59

    많은 장식소품을 보면서
    쥔 장께선 쌓이는 먼지들을 어떻게 다 닦아내실까? 살짝 궁금해졌습니다;;
    무척 부지런하셔야 할 듯.^^

    참나무 님 댁에 오면
    시간이 멈춰 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Good Old Days!
    늘… 한결같이… 그렇게요…

       

  2. 참나무.

    23/07/2012 at 10:21

    우리나라는 정말이지 지나치게 빨리 변해요
    오죽하면 파리 특파원 한 분은 ‘보톡스 맞은 길…’ 이란 표현을 했을까요.

    새로운 간판들이 어찌나 많고 낯선지
    대학로 맞은편 쪽은 오랜만이어서 더더구나

    그런 다음 들어간 릴리 마를렌은 변지않은 모습이라 많이 반가웠나봐요

    깔끔하신 분들은 먼지 걱정부터 먼저 하시더라구요
    전 제 집이 아니어서 그냥 즐기기만 …

    향 님 서울 오실 날도 기다려집니다…^^
       

  3. 산성

    23/07/2012 at 10:41

    어느 해 몇 월에 갔었던가 잠시
    기억이 주춤거립니다. 사진첩 들여다 봐야겠어요.
    두손 모으던 청년은 아직 집 잘 지키고 있던가요?
    먼곳에 계시는 분들은 참나무님 댁 들리면
    향수에 젖어 들겠습니다.

    가차이 사는 우리도 그러니 말이지요.
    오늘 한강 위로 흐르는 구름, 아름다웠을 것 같은데요?

       

  4. 참나무.

    23/07/2012 at 21:11

    오늘 오후 구름 대단히 아름다웠고
    저녁의 론강 불빛 찬란하고
    현재스코어 시원한 바람은 마구 불어 행복하고…^^

    마종기 시인 물빛의 징검다리 사진은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장석남 시인의 징검돌도 생각했습니다…

    답글 쓸 자리가 없어 그냥 여기다…
       

  5. summer moon

    23/07/2012 at 22:20

    일부러 오래 된 것처럼 꾸민 곳이 아닌
    세월 속을 잘 살아낸
    고운 손 때가 묻은 곳,
    마주 한 건물들의 이미가 닿을 것 같은 골목,
    몇개 안되는 테이블에 앉아 옆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소곤대듯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카페…
    이런 것들이 그리워지네요,
    한국에 갈 때 마다 가장 많이 찾아가는 대학로도 많이 그리워지구요.

    오래도록 한 곳에 남아있는 곳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6. 참나무.

    23/07/2012 at 23:03

    언제 더 한가한 시간에 왜 하필 카페 이름이 ‘릴리 마를렌’ 인지
    그 이유를 물으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 카페를 지키고 있는 분은 원주인의 아드님이라는 것만 알고있습니다만…

    분위기가 정말 비슷한 곳이 또 한 곳 더 있지요
    인사동 가는 날 일부러라도 지나치는 곳
    골목 끝이고 담쟁이 무지많고 더더구나 카페는 오래된 한옥에다
    무엇보다 마리아 칼라스로 도배가된 곳이지요

    요담 서울오면 거기서 밥먹고 차마시고 그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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