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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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뜰에는 나리꽃이 한창이다.

이제 막 패기 시작하는 벼이삭들 또한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논둑 곁을 달리는 시골 버스에서 듣는 소리다.

"저 나리꽃이 피면 아이들이 방학을 한 거지? 맞지?"

"에누리 없지"

그 노인들의 말과 말 사이에 한여름의 더위가 향기롭다.

몇 월 며칠에 방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리꽃이 피면 하는 방학!

아무튼 요즘 아이들은 방학은 하지만 나리꽃이 필 때 방학이 온다는, 시적인 시간의 단위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그뿐인가.

아이들은 나리꽃을 모른다.

그것을 자세히 보았다간 학급 순위에서 처진다.

나리꽃은 여름 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있다.

하여 이 여름 숲에, 뜰에 나팔소리처럼 떠 있는 그 꽃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것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나는 가끔 우리나라 법관들이 이 여름 한창인 나리꽃을 알까?

그 섭리를 생각해 보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모든 꽃들이 흙 속 암흑 살림의 근면하고 긴장된 화투(花鬪)놀이라는

통찰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은 과연 이승의 제대로 된 꽃들일까?

– ‘가슴으로 읽는 시’ 해설 – 장석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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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동네 골목에선 촌스런 분꽃,오이꽃. 해바라기,

시원한 토란잎들을 자주 만납니다

아 또 조화처럼 정 안드는 외래종 꽃들도 제법 많이 보이지요

그대 동네에서는 어떤 꽃들을 자주 만나는지요.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가슴으로 읽는 시’가 배달되었네요

장석남 시인의 나리꽃이 피면 방학이다. . .

시 해설을 읽고 제가 어릴 때 방학하고 외가에 가면 만나던 꽃들 생각이 나더랍니다

톡톡 터트리기 재밌던 도라지랑 우리오면따도록 내비두던 옥수수. . .

그 옥수수 수염으로 풀각시 인형처럼 머리 쫑쫑땋고 놀던 생각도

요즘 아이들은나리꽃을 알기나 하겠나고 시인은 한탄(?)을 합니다

사교육 때문에 어떤이는 전두환 시절이 그립다고도 하니

그런 아이들게 방학의 의미나 있겠는지요

한 해 동안 캄캄한 흙 속을 뒤져 찾아낸 걸
한순간 허공에 날려버렸다

해마다 똑같은 패를 쥐고 나와
일 년치 노역을 아낌없이 걸고 던지는
화투(花鬪), 향기로운 꽃놀이 끝에

집에 가는 차비나 해라
국밥이나 먹어라 개평을 뚝 떼어주는
이 아름다운 도박판의 결정(結晶)

까맣게 굳어버린
갸륵한 농부님네 마음을 다시 흙 속에 묻는다

―이덕규(1961~ )

시인의 그물은 놀랍지요

어찌 화투판의 꽃을 보고 저런글타레를 건저올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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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집에서 좀 떨어진 어떤 화랑에 갔더랍니다

화랑 내의 그림들이 별로 맘에 안차서 한 바퀴 휘리릭 도는데

문 밖 복도에 걸린작품이 시선을 잡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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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 심은 나무 173 * 153 / 김원숙

차츰차츰 다가서 보고 김원숙 화백 작품인 걸 알게됩니다

제목이 낯익어서,

그 분의 눈웃음이 잠시 그리웠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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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조금 떨어진 출입문 근처에 웬 조선조 가구랍니까

그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않는데

마땅히 보관할 자리가 없어도 그렇지

출입문 가까이 지나다가 가방 같은거로 흠집이 날 수도 있을텐데,

자주 갈 수 있는 데가 아니어서 잠시 그냥 두는 지 알순없지만

왜 그 자리에 있는지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답니다

물건 하나도 그런데,

나는 내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건지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합디다.

나 재밌자고, 보관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이유를 앞세워 쏟아놓는 자료들 . . .

나 혼자 보려면 비공개로 할 수도 있는데

소리나는 장난감 ( 반응하는. . .) 요래가며

나 아니어도 충분히 복잡한 세상에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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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잠시 눈뜨고 하루가 시작되면

저는 또 정해진 일과처럼 블로그 창을 열고

이런 저런 이야길 쏟아냅니다

디카를 소지하고부터 생긴 버릇일까도싶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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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이 네거리에서 대각선 횡단보도를 처음 만난 날

누구 아이디어일까 참 획기적인 발상이다 싶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동네에도 대각선 횡단보도가 보이더랍니다

이 세상은 이런 아이디어를 내 놓는 사람들 때문에 굴러가기도 하겠지만

‘나리꽃 피니 방학이지’물었을 때

‘에누리 없지’ 이런 답하는 시골 노인이나

그런 분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시인도 대열에 넣어드리면 좋겠습니다

이 풍진 세상.

갑도 있어야되지만

사소한 거에 목숨거는 을도 있어야 되지않겠냐. .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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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거나 말거나

어차피 우리 모두는 다 혼자. . .

세상사는 힘?

혼자를 잘 견뎌야 하는 거라고

다른 시인이 또 알려줍니다

. . . . . . .

음악은 어제 대관령 축제에서 연주되던

브람스 5중주,

찾아지면 좋겠네요

– 아니면 여러 번 올렸지만 6중주라도. . .

아참 음악은 잠시 후. . .

오늘 토요일 분리수거 하는 날

헐~~한 주,정말 빨리도 돌아옵니다

Johannes Brahms / Piano Quintet Op.34 Mov.1 – Allegro Non Troppo

6 Comments

  1. 도토리

    04/08/2012 at 03:47

    세상 사는 힘이 되는 거..

    당신이 나의 세상사는 힘이 되는 것처럼
    소소한 나 하나 깃들어 얹혀짐이 또한 누군가의 세상 사는 힘이 된다고…
    잊지 말아야할 나의 최면이 되어야 하거늘……
    …^^*   

  2. 김진아

    04/08/2012 at 04:43

    맨 윗 사진…설악초가 매우 튼실?하게 잘 자랐네요. ㅎㅎ

    갑,을,병..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겠죠. 정답이 너무 많다는 …

    오늘도 덥습니다.

    여름 더위 조심하시구요.   

  3. 참나무.

    04/08/2012 at 13:47

    혼자를 잘 견디게 하는 힘
    그것 또한 그 어떤 한 사람의 영향력 때문일까요

    더워서 블로그에도 잘 못들어오겠습니다.
    좀 전에도 이상하게 더운 바람이 불어 나가봤더니
    글쎄 큰 주전자 루이보스 티가 반이나 줄었더랍니다.
    가스 손해보다는 그 열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지금 문 활짝 열어두고 식히는 중입니다.

    오늘 달 보셨나요 보름인 줄 알았는데 17일이더군요

       

  4. 참나무.

    04/08/2012 at 13:52

    우리 동네 골목 어린이 집 근처에 설악초가 해마다 핀답니다.
    햐얀꽃 같은 게 잎이지요…

    진아씨 말처럼 그 정답이 좀 쉬웠으면 좋으련만. . .;;
       

  5. 무무

    05/08/2012 at 05:03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놓여있던 저 조선조 가구
    가구 자체는 참 아름답고 고운데
    놓인 자리와 어울리지 않아 괜실히 품격마저 떨어
    지는거 같죠? 우리네도 그럴거 같아요
    그래서 전 항상 ‘네 자신을 알라’를 꼽씹으며 주제
    파악하려고 애쓴답니다 쉬운일은 아니예요 ㅎㅎㅎ   

  6. 참나무.

    05/08/2012 at 08:35

    킹콩 보셨나요
    가끔 EBS일요 시네마 보신단 말씀 생각나서…

    킹콩이 눈을 뜨고 죽더군요
    하 유명한 영화긴 해도 제대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고색창연한 탬포느린 이런 영화 정이가데요
    환타지나 욕나오는 영화 무서운 영화는 싫어하거든요

    무무님은 확실하게 잘 지키시던데요…
    네 자신을 알라- 곱씹고 살도록 저도 노력하려고 애는 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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