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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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23ºC/27ºC

바로 곁 오늘의 일기예보, 어제 저녁부터 계속 비가 왔지요

올림픽 끝나자 남편은 다시 야구에 몰입,

어제 저녁엔 어느구장 누구랑 대적하는지도 모른 채

마구 쏟아 붓는 그 비를 다 맞고도 ‘미친듯 온몸’으로 응원하는

관객들을 카메라가 한참 따라다녔고

제 시선도 그들 따라함께였습니다.

갑자년을 살아오면서 저토록(비 맞으며)

열광한 일이 나에게 있었던가

곰곰 생각하니 또렷이 기억나는 일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어제 폐막식때문에 잠을 푸욱 못자선지

수영 하루 빼먹을까 하다 그래도 싶어 다녀온 이후

(하필 한 번도 쉴 틈 안주고 계속 돌려서)

다녀온 이후 많이 피곤하여 아~무일도 않고

가장 편한 차림과 자세로 누워있다 ㅡ잠 오면 자려고

켠 T.V에서는 EBS 테마 기행 하와이 무슨 섬이라며

어떤 불란스 커플 결혼식 장면이 나옵디다

나레이터 설명으로 50/53세 그 신혼부부는

각기 이혼의 상처를 안고만나 10년간 그냥 살다

그들이 만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곳에서 전통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며

그섬에 사는폴리네시안들과 꼭 같은 복장을 하고

주례 대신 그 섬의 족장이’…이제부터 서로 존경하고 한몸이 되어…’

어쩌구 저쩌구… 이후 다 함께 피로연을 하는지

온몸을 흔들어대며 정말 즐겁게 춤을 추더군요

그런 춤 (혼을 빼 놓고 추는)또한 춰본 적이 저는 한 번도 없는 것 같네요

‘다시 태어나면 꼭…이런 거 . . .’

이런 항목에넣고싶어 그런 건 아닌데도

그 장면이 부러웠나봅니다.

솔직히 지금 심경이라면 죽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지만

그 다음 편은 고갱이 온 몸을 바쳐 사랑한 타히티 라는데

계속할 줄 알고 기다려도 프랑스 무슨 해변만 나오길래

‘올레. T.V 다시 보기’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오고. . .

그럭저럭 남편 들어와 저는 물러나 버렸지만

제가 야구장이나그 50대 신혼부부& 폴리네시안처럼

온몸과 정신을온전히 바치지 못하는 걸림돌은 무엇인지,

막말로 원색처럼 놀아보지 못한 이유는 뭔지

오늘 아침 강된장 끓이며거품 걷어내다

혹 이런 거품 때문은 아닌가 싶더랍니다

국물 요리 특히 된장찌개는 거품을 꼭 걷어내야 하지요

가끔 외식하러 가면 도우미들이 (샤브샤브 등등)

거품 걷어 내나 안내나 지켜보다

더러는 잊는 경우도 있어서 그 럴 땐

망설이지않고 거품걷어내라 말하곤 하는데

음식 할 땐 꼭 걷어내는 거품을

살아내면서는 왜 한 번도 싸악 걷어내지 못했을까

시나소설, 수필, 신문의 짧은글 타래 한 편도

거품 빼고 요지만 잘 추린 글들이 읽기 좋던데 . . .

그 거품 속에는 알량한 체면,

꽁꽁 숨겨둔 고백,뭐이런 것도있겠지만

단 한 번도걷어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와버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그렇더라는. . .

또 압니까 아직 남은 인생 동안

거품화악 걷어 낼 기회가 단 한 번이라도 올지. . .

비현실적인 인도 영화처럼말이지요

(. . . . . . .)

여기까지 쓰다 결론도 못맺고 씰데 없는 짓 같아서

무다이 한강 바람쐬러 갔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바람 때문에 비를 쫄딱 맞고 왔지 뭡니까

모르는 사람에게 우산을 빌리긴 했는데,

겨우 얼굴만 가렸을 뿐 다시 그 우산 갖다주러 갔다가

더 많은 비를 맞았지뭡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온전히비 맞고 왔으면

다시 나갈 필요없이 비도 훨씬 덜 맞았을텐데

어찌 맨몸으로 그 비를 다 맞겠는지 그 생각에. . .

우산으로 가릴 비는 아니었지만

길거리에도 우산 없이 다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으니

이래저래 이런 체면도 거품은 아닐까 싶더랍니다

꿀꿀한 잡생각 그만하렵니다.

한강 녹조현상이 이번 비로 원상 복귀 했다네요

며칠 전에 죽 끓이며 급히 젓다 실수로

발등에 죽 거품 한 방울이 떨어졌는데

세상에나~~ 하트 모양으로 예쁘게 부풀었네요. . .

하략. . .

세미원 관곡지 안가도 조금만 부지런 떨면 연꽃도

장원의 비밀 같은 허브 정원도 볼 수있는 우리 동네,

만약 먼 곳으로 이사가면 참 생각 많이 날 것 같네요

그나저나 어제 비 맞는 야구 응원단보며 잡생각많이해서

오늘 제가 그들처럼비를 흠뻑 맞은 건 아닐까요

이유 없는 핑계없듯 . . .풉.

2 Comments

  1. 김진아

    15/08/2012 at 08:10

    나오기 전, 두부찌개하면서 야채에서 나오는 거품을 걷어내면서 ‘아이구 목이야..’그랬죠.
    비 오는 날…

    참나무님, 비 맞지 마시구요.
    뜨거운 녹차 마시고 있어요. 손님이 없는 하루입니다.   

  2. 참나무.

    15/08/2012 at 11:56

    오늘 한강 변에서 제일 많이 본 건 달맞이꽃, 맥문동, 동자꽃, 목백일홍, 철없이 핀 병꽃,
    45도 경사 윗몸 일으키기 할 땐 거꾸로 인동초도 보구요(당연히 손풍금님 생각)
    사철채송화 볼 때도 멀리 있는 분 생각나지요. 진아씨는 설악초…^^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지나가네요
    이 비를 맞고 쇼핑하는 사람들도 적겠지요
    비오는 날은 공치는날- 진아씨 좀 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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